제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수범은 처음에는 이건 이 자식이 워낙 곧고 고집 센 성격이라 또 여자 쪽을 열받게 했겠거니 싶어서 조금 고소해한 적도 있었다.그런데 제은이 어떤 성격인지 제대로 알고 난 뒤부터, 수범은 더 이상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의 편을 들게 됐다. 제발 제은이 이건한테서 좀 멀어졌으면 싶었다.그래도 수범이 제은을 처음 봤을 때, 그것도 또래 여자애로 마주했을 때, 외모만 놓고 보면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은은 이목구비가 또렷한 달걀형 얼굴, 어딘가 응석받이 같은 결도 있고 서늘한 기운도 있었고, 무엇보다 너무 예뻤다. 저렇게까지 예쁜 여자는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제은은 세상을 다 자기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듯, 타고난 오만이 밴 눈빛이 강렬했다. 온몸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란 사람 특유의 기세가 흘렀다.수범은 제은 앞에 서면 자기가 거의 납작 엎드려야 하는 양아치쯤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게다가 제은 집안은 배경도 너무 셌다. 신분 차이가 너무 컸다. 수범으로서는 그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객관적으로 봐도, 수범이나 이건이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그런데 그런 제은이 먼저 이건을 건드렸다. 사람까지 붙여서 자기 절친을 패놓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또 찾아와 시비를 걸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수범은 진심으로 간담이 서늘해졌다.수범은 제은이 혹시라도 자기들 회사를 건드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 온갖 인허가나 행정 절차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고, 제은 쪽에는 대관 업무 파트도 있었다. 게다가 예전에 제헌이 하필이면 경쟁사, 그러니까 그 개자식 하명 쪽 회사에 투자금을 넣은 적도 있었다. 만약 제은까지 하명네 회사에 힘을 실어 주면, 자기들은 정말 다시 큰 싸움을 해야 했다.다행히 시간이 꽤 흐르는 동안, 제은은 어느 정도 마음을 접은 듯 보였다. 적어도 자기들 쪽에 대놓고 손을 대지는 않았다.그래서 수범도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하루하루 마음속으로만 빌었다.‘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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