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왼손에는 벗어든 수트 재킷이 쥐어져 있었다. 몸에는 검은색 슬랙스와 흰 셔츠만 남아 있었고, 그 위로 그림자에 잠긴 눈까지 더해져 이건은 몹시 음험해 보였다.저렇게 문 앞에 서 있는 것만 봐도, 같이 놀러 온 게 아니라 시비를 끝내러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한테서 퍼져 나오는 살벌한 기운은 방 안을 꽉 채울 만큼 짙었다. 제은은 말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이건의 시선은 금방 제은을 찾아냈다. 이건은 한 걸음 내디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둑한 조명이 이건의 얼굴 전체를 비추자, 조각처럼 깊게 잡힌 골격이 더 도드라졌다. 그 때문인지 이건의 모습은 더 차갑고 냉혹해 보였다.제은은 이건이 나타났을 때 한 번 힐끗 봤다가 바로 시선을 거뒀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어 천천히 마셨다. 누구를 봐도 하찮게 여길 것 같은, 오만한 아가씨 같은 태도였다.이건은 곧장 제은 앞으로 걸어갔다.건민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건을 막아섰다.그런데 건민이 막 손을 뻗는 순간, 이건이 먼저 손을 써서 건민을 거칠게 밀쳐 냈다.건민은 이건이 저렇게까지 세게 나올 줄은 몰랐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뒤로 휘청이며 몇 걸음이나 밀려났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건민은 표정이 확 굳더니 낮게 욕을 내뱉었다.“씨X.”사람들한테 다 나가라고 했다. 원래 저 사람들은 불려 와서 분위기만 맞춰 주는 쪽이었고, 하나같이 제은 눈 밖에 나는 건 싫었으니 곧장 우르르 빠져나갔다.다만 저 사람들은 제은이 성질을 내며 남을 몰아붙이는 모습은 본 적 있어도, 오늘 같은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다들 속으로는 엄청 궁금해하고 있었다.그렇게 사람이 다 빠지고 나자, 룸 안에는 제은과 건민, 영미, 그리고 눈을 맞으며 여기까지 온 이건만 남았다.사람들이 나간 뒤에야 제은은 이건을 똑바로 봤다.제은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이건이 자기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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