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민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수범은 본능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부터 받았다. 제은이 또 뭔가 꾸미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건민이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자, 수범은 생각할 것도 없이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건민은 더 붙잡지 않았다. 수범은 전화를 끊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제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제은을 상대하려니 수범은 조금 압박을 느꼈다.제은은 전화 너머로 수범을 비꼬듯 말했다.“역시 내가 직접 불러야 움직이네. 지 대표 몸값 대단하다.”그 익숙한, 사람 위에 서 있는 듯한 말투에 수범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었다. 다행히 제은은 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자기가 사과하려고 연락한 거라고, 따로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꼬인 감정을 풀어 보자고 했다. 이건 쪽은 자기를 아예 상대조차 안 해 주니, 방법이 없어서 수범한테까지 부탁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제은 입에서 ‘부탁’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수범은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일에서는 이건과 한마음이었다. 그래도 회사 창업자는 이건과 수범 둘뿐이었다. 많은 일에서 수범에게도 결정권이 있었다. 수범은 이건에게 따로 말하지 않은 채, 제은을 만나러 갔다.카페는 꽤 분위기가 있었다.수범이 도착했을 때, 제은은 이미 와 있었다. 제은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제은은 아무 표정이 없을 때도 가까이하기 어려운 기운이 있었다. 누구든 짜증 난다는 듯, 함부로 다가오지 말라는 듯한 아가씨 특유의 분위기였다. 그래서 제은이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 것 같았다.수범은 새삼 생각했다. 요즘 세상이 괜히 얼굴을 본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강제은이라는 인간은 속이 썩을 대로 썩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제은을 제대로 모르니까 어쩔 수 없이 끌리게 된다. 제은이 가진 분위기는 분명 남달랐다. 저절로 고급스럽고 화려하다는 착각까지 얹히게 했다.수범이 안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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