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 제은은 그렇게 생각했다. 설령 제은이 잘못한 게 있다고 해도, 제은은 그걸 누구에게도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뭘 고칠 생각도 없었다. 그럴 필요도 못 느꼈다. 아까 했던 말들은 전부 제은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었고, 남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무엇보다 제은은 자기가 틀린 말을 했다고도 여기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상대가 조이건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냥 답답할 만큼 고지식한 남자를 만난 것뿐이다. 이건이 굳이 제은이랑 정면으로 부딪치지만 않았어도 됐다. 말 한마디쯤 좋게 하고, 성격도 조금만 더 사람답게 부드러웠으면 됐을 텐데 하며 아쉬웠다.심지어 심혜영까지도 말만 하면 자꾸 시비를 거는 사람처럼 받아치고, 부드럽게 넘기는 법이 없었다. 이건 같은 사람이랑 지내는 수범이야말로 진짜 고생이 많겠다고, 제은은 거기까지 생각했다.그러다 제은은 비웃듯 웃었다.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건 같은 인간은 확실히 다루기 어렵다. 그런데 일단 한번 무너뜨리고, 그 뒤에 한 방 더 제대로 먹이면 상처가 아주 깊게 남을 부류였다.반대로 가볍고 흐물흐물한 부류는 한 대를 때려도, 오히려 신나서 한 대 더 때려 보라고 반대편 뺨을 들이밀 수도 있었다. 그런 인간들은 제대로 아프게 하기가 어렵다.오늘 제은이 이건 대신 심혜영의 말을 받아낸 일도, 겉으로 보면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완전히 헛수고는 아니었다. 정말 아무 영향도 없었다면, 이건은 제은이 표정 굳히는 걸 보고 바로 받아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무의식적으로는 제은을 의식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는 참고 있었다.제은은 바로 그런 변화를 좋아했다. 조금씩 달라지는 흐름이 눈에 보이는 것. 제은의 손으로 뭔가를 바꾼다는 감각.그러니까 기다리면 됐다. 제은은 반드시 조이건을 아프게 할 생각이었다.아까 이건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을 때보다, 차라리 이렇게 받아치고 나니 제은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