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Kapitel 1051 – Kapitel 1060

1264 Kapitel

제1051화

제은은 건민이 뭐라고 했는지 아예 듣지도 못했다.오로지 메시지 답장에만 집중했다.[알았어. 이제 걱정하지 마. 나 안 죽어.]이건은 짧게 답했다.[응.]제은은 혀를 두어 번 차며 방금 주고받은 대화를 다시 위로 올려 훑어봤다. 특별할 건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적어도 이번에는 제은이 기대했던 정도는 채워 줬다. 퍽 마음에 들었고, 제법 만족스러웠다.원래 제은은 이건의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조금 마음이 움직이고 나니, 제은은 그 부분까지도 너무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왜 자기가 설레는지 굳이 깊이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따져 봤자 결국 답은 하나였다. 이건이 잘생겼으니까... 잘생긴 남자한테 끌리는 게 이상할 건 없었다.아까도 은근슬쩍 상황을 이용해 이건에게 키스까지 해 버렸다. 제은이 원하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도 누구도 억지로 제은에게 그런 걸 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이건이 도망치듯 자리를 뜬 뒤, 만약 제은이 그때 이건이 귀와 목덜미를 붉힌 채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면, 제은은 정말 끝장났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감이 이건에게는 버거웠고, 그래서 오히려 제은을 싫어하게 됐다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컸다.그런데 이렇게 다정한 메시지까지 받으니, 제은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걱정도 또 한 번 말끔히 사라졌다.이건은 제은의 ‘키스’라는 친밀한 접촉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제은과 친구가 되어 보겠다고 한 말도, 아마 정말 마음속으로 제은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일 것이다.그러자 이건의 태도도 바로 달라졌다.지금도 이건의 온도는 차갑기는 했다. 그래도 제은이 뭘 물으면, 이건은 하나하나 무성의하게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해 줬다.이건은 원래 낯선 사람에게는 얼음처럼 차갑게 굴었다. 말 한마디 더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그런데 한 번 자기 기준 안으로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 안으로 들이면 그때부터는 상대에게 퍼주는 것에 아낌이 없었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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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흥미가 식는 순간이 오면 제은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상대를 차갑게 끊어 내는 속도가 LTE급이었다.아무리 이건이 냉정한 사람이라 해도 결국 한 사람일 뿐이다. 아마 크게 마음을 다칠 가능성이 컸다.몸으로 때리고 밀어붙인다고 해서 이건이 숙일 사람은 아니었고, 일로 흔들어도 이람과 하준이 막아설 게 뻔했다. 그러니 마음을 건드리는 방식이야말로 제은이 이건에게 쓸 수 있는 가장 절묘한 수였다....이건이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수범이 먼저 와 있었다.나가기 전에 큰 이야깃거리를 하나 들은 후라, 수범으로서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밖에서 시간이나 좀 때우다가 결국 다시 돌아와 이건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건은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분명 마음속에는 뭔가 걸린 게 있어 보였다.수범이 곧장 입을 열었다.“야, 멀쩡하네? 강제은이 너 안 잡아먹었냐? 설마 너희 둘이 밸런타인데이 보내고 온 거야?”수범 말을 들은 이건은 뒤늦게 밸런타인데이 콘셉트로 꾸며진 술집을 떠올렸다. 그렇게 말하면, 정말로 밸런타인데이를 보낸 셈이기도 했다.이건은 수범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어 맥주 두 병을 꺼냈다.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으려고 사 뒀던 맥주였는데, 아직 다 마시지 않은 게 남아 있었다.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이건은 소파 쪽으로 걸어가 수범에게 캔 하나를 던졌다.칙- 칙-맥주캔을 여는 소리가 몇 번 나고, 이건은 고개를 뒤로 젖혀 맥주를 들이켰다.수범도 덩달아 크게 한 모금 마셨다.“근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축 처졌냐? 왜 그래?” 수범은 그제야 조금 걱정스러워졌다. “설마 강제은 때문이야?”이건이 눈을 들어 수범을 봤다.“응.”“뭐가?”이건의 눈에는 갈피를 못 잡은 기색이 어렸다. 이건은 담담하게 말했다.“진도가 너무 빨라.”수범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이건이 제은을 자기 주변 사람들 안으로 받아들인 건,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아주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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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수범은 이건을 빤히 바라봤다.“네 반응 봐. 이상해, 진짜 이상해. 이건, 솔직히 말해. 내 말이 맞지?”이건은 자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늘 질서와 정돈을 중시하던 이건은 지금 완전히 이성이 산산이 흩어진 사람처럼 보였다.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이건이 말했다.“나도 모르겠어.”생각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자기 자신조차 예상 밖으로 튀어나온 반응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예를 들면 왜 제은이 그렇게 선을 넘듯이 다가오는데도, 왜 이건은 역겨운 느낌이 들지 않는 건지.수범이 이건의 팔을 툭 밀었다.“야, 그것도 모르겠어? 네가 예전이 어떤 놈이었는데. 사람들 다가와도 쳐다보지도 않았잖아. 낯선 사람은 아예 차단하고, 누가 먼저 말 걸어도 제대로 받아준 적도 없고.”“그런데 지금은 네가 어떤 여자애를 네 인간관계 안으로 들였어. 그게 좋아하는 거 아니면 뭐겠냐?”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범은 자기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이건아, 이건아. 네가 어떻게 강제은을 좋아하냐? 원수였다가 연인 되는 거냐? 너희 전개 진짜 너무 빡세다.”이건이 한 박자 늦게 말했다.“그 정도는 아니야.”수범은 이건의 어딘가 찔리는 표정을 보고, 혀를 차며 놀리듯 물었다.“그럼 오늘 밤에 강제은이랑 뭐 했는지 말해 봐.”아까까지만 해도 이건은 수범에게 숨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감출 수가 없었다. 이건은 술집에 갔다는 얘기부터, 거기서 원치 않게 게임 같은 걸 하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털어놨다.수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니 이건이 저렇게 혼자 복잡한 얼굴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수범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속도 역시 빨랐다. 잠깐 크게 놀라긴 했지만, 금방 이건을 달래는 쪽으로 넘어갔다.“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일단은 그냥 평소처럼 제은이랑 지내봐. 그러면서 같이 있을 때 네가 어떤 기분인지 좀 더 느껴 봐.”“그러다 보면 너 스스로 상황을 정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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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이건은 거의 꼬박 한 달 내내 바빴다. 그 사이 제은과는 네 번 만났다. 매번 먼저 움직인 쪽은 제은이었다. 이건이 시간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고, 아주 이른 아침에는 테니스를 치자며 이건을 불러냈다.달라진 점이 있다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이건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줄 안다는 것이었다. 테니스 클럽 직원들이나 같이 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커플로 여겼다.이건과 제은이 같이 있으면, 그냥 평범하게 대하고 있어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가 예전과는 확실히 달랐다.이건도 해명해 볼지 생각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만큼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건은 원래 남의 생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다. 멋대로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이건은 인간관계를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제은과 지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이건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 시선을 맞추는 것도 어려워졌다. 겉으로 크게 티를 내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제은을 똑바로 보는 일이 확실히 줄었다.전에는 제은을 안아서 병원까지 데려갈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은 아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어색했다.원래 이건은 제은을 만난다고 해서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달랐다. 제은을 만나기 전부터 마음 한편에 무언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약간 긴장되기까지 했다.바깥에서 두 사람 관계를 자꾸 오해해서 그런 건지, 이건은 제은과 함께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더 선을 의식하게 됐다.무엇보다 수범은 이건이 제은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단정했다.아무튼 시간은 빨리 흘렀고, 그 사이 둘은 분명 뭔가가 달라졌다.한 달 가까이 이어진 일이 드디어 마무리됐다. 이건은 손으로 미간을 눌렀다. 내일은 하루 쉬는 날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제은과 밥을 먹고 영화도 보기로 했다.열흘 만에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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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멜로 영화는 좀 지루했다. 다소 막장스러운 설정도 섞여 있었다. 이야기의 절정에 맞춰 서정적인 배경음악이 깔리고, 남녀 주인공은 눈빛을 길게 얽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제법 사람을 홀릴 만했다.그런데도 제은은 어느새 영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물론 막장 수위로 따지면 제은이 그동안 들어온 온갖 뒷얘기만도 못했다. 그래도 점수를 주자면 5점 만점에 2점 정도는 줄 수 있었다. 남녀 주인공이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만큼은 꽤 괜찮았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 제은은 예전에 공항에서 이건과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던 때가 떠올랐다.그때만 해도 제은과 이건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사이였다. 제은은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되갚아 주려고 했고, 그래서 이건의 마음을 흔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뒤로 이건 앞에 자꾸만 자기 존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그런데 공항에서 시선이 마주쳤을 때만큼은 제은과 이건 둘 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본능적으로 서로를 한 번 본 것뿐이었다.제은은 왜 하필 그 장면이 떠오른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마치 제은은 꾸밈없는 모습을 이건에게 들켜 버렸고, 이건도 꾸밈없는 상태를 제은에게 보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때 이건의 눈빛은 조금 당황한 듯했고, 예상하지 못한 걸 본 사람처럼 얼떨떨했다. 제은을 알아본 뒤 이건의 마음속에서 드러난 건 망설임 섞인 혼란이었다. 평소 제은을 볼 때처럼 날이 서 있거나 차갑게 밀어내는 시선이 아니었다.제은도 마찬가지였다. 늘 달고 다니던 계산기나, 좋든 싫든 사람을 바라볼 때 덧씌우던 여러 섣부른 판단이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건 놀라움뿐이었다. 아무튼,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제은은 이미 이건의 진짜 얼굴을 봤다는 게 새삼 이상하게 느껴졌다.다시 영화 소리가 제은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여자 주인공은 얼굴에 비라도 쏟아지듯 울고 있었고, 배경음악은 점점 더 고조됐다. 거의 심장을 쥐어뜯겠다는 듯한 과장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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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제은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 계산하고 있었는데, 정작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건 그런 생각이었다.왜 하필 이건과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제은의 인생에 연애가 꼭 필요한가? 전혀 아니었다.주변에는 남자도 여자도 제은을 좋아한다고 따라붙는 사람이 늘 차고 넘쳤다. 그런데 제은은 늘 스스로를 무정한 쪽에 가깝다고 여겼다. 이대로 평생 제멋대로 살고,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해도, 선택지는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건과 연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제은은 정말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손끝에 남은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까 놀랐다가 곧바로 바닥을 딛는 것처럼 안도감이 밀려왔던 그 느낌도 속일 수 없었다.그게 더 무서웠다. 고작 별것도 아닌 한순간이었으니까.인간이 저런 하찮은 한 장면 때문에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버린다면, 인간은 진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이성은 사라지고 뇌에 끌려다니는 거였다. 이건 너무 말도 안 됐다.제은이 정말 그런 찰나의 감각 하나 때문에 이건과 연애를 하고 싶어진 거라면, 그건 분명 뇌가 제은을 속인 거였다.제은이 진짜로 원해서가 아니라.그렇다. 그거였다.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제은은 겨우 안심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는데, 제은이 움직인 걸 느낀 이건도 동시에 고개를 돌려 왔다.영화관 안은 어두웠지만,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빛은 강했다. 얼굴에는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스쳤고, 그래도 서로의 눈은 분명히 보였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몇 초 동안 시선을 맞췄다.그러다 먼저 눈을 피한 건 제은이었다. 이건의 손이 제은의 손에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제은은 이를 한번 세게 물고 자기 손을 빼냈다.이제 영화는 더 못 보겠다고 느꼈다.제은 머릿속에서는 이성과 본능이 서로 물고 뜯고 있었다.‘그냥 뇌가 시키는 대로, 조이건이랑 연애해 버릴까?’‘아니면 이성적으로 따져 본 결론대로 움직일까?’어쨌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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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제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이건이 자기 손을 쥔 힘을 가만히 느꼈다.꽤 세게 잡고 있었다.제은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지금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건의 표정이 어떤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뜻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이건이 먼저 이렇게 나왔다는 사실이 제은에게는 제법 뜻밖이었다. 아무튼 제은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이 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제은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역시 이건은 개 같았다. 손짓만 조금 해도 금방 물어버리는 쪽이었다. 공략하는 데 진짜 별 어려움도 없었다.애초에 좀 갖고 놀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금방 걸려들다니. ‘조이건, 너 진짜 얼마나 쉬운지 아냐?’제은은 속으로 미친 듯이 비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좋았다.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거기에 갑자기 거세게 뛰기 시작한 심장, 이때 밀려드는 기쁨까지. 공항에서 이건과 우연히 눈이 마주친 뒤 오래도록 그 여운을 곱씹었던 때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원하던 걸 전부 손에 넣었을 때 밀려오는 충만한 기쁨, 딱 그거였다.제은은 늘 자기가 금수저 팔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갖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전혀 부족함 없이 누리며 살아왔다. 남들은 애를 써야 얻는 것조차도, 제은은 힘을 조금만 들여도 결국 손에 들어왔다. 인생에서 딱히 아쉬울 것도 없었다.이건을 공략하는 일도 그랬다. 처음엔 이건이 너무 차갑고 단단해서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얼마나 됐다고... 3개월? 4개월? 그것도 안 돼서 결국 이건까지 손에 넣었다. 예전에 눈여겨봤던 연예인들 꼬실 때보다 조금 더 손이 가는 정도였다.제은은 그렇게 한편으로는 이건이 너무 값없다고 비웃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작품’이 꽤 마음에 들어서 우쭐했다. 어쨌든 원하는 데까지 밀고 가는 데 성공한 거니까.이건과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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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제은은 뒤에 이어질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우리 사귈래?’그 한마디만 던지면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이건이 먼저 제은의 말을 끊었다.“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근데 조금만 기다려.”제은은 그 말이 뜻밖이었다. 아까 이건이 갑자기 제은의 손을 잡았을 때처럼, 이번에도 예상 밖이었다.제은은 이건의 눈을 한 번 들여다본 뒤, 그 말에 맞춰 물었다.“언제까지?”이건은 눈을 한 번 느리게 깜빡였다. 적당한 시점을 가늠하는 듯하더니, 곧 정확한 답을 내놨다.“내 게임 출시하고, 지금 중요한 일들 다 끝내고 나서. 그래야 다음 중요한 일도 할 수 있어.”이건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쪽을 더 편하게 여겼다.제은이 다시 물었다.“얼마나 남았는데?”“길어야 보름.”제은은 잠깐 계산해 봤다. 보름 정도는 못 기다릴 것도 없었다.“좋아. 게임 잘되길 바랄게.”이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제은은 턱을 살짝 들고 물었다.“근데 너 진짜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이건이 말했다.“직접 말 안 해도, 내가 안다는 건 알게 해줄 수 있어.”제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어떻게?”이건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손에 쥔 핸드폰을 내려다보더니, 청소 직원이 곧 자기들 줄까지 올라올 것 같다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일단 나가자.”제은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극장을 나섰다. 제은은 걸으면서도 계속 생각했다.‘그래서 뭘로 증명하겠다는 건데?’제은은 원래 모든 흐름을 자기가 쥐고 움직이는 데 익숙했다. 그런데 이건 앞에만 서면 어쩐지 주도권이 이건 쪽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은이 움직이면 이건이 반응하고, 이건이 멈추면 제은도 다음 수를 보게 됐다.물론 제은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제은 역시 계속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한쪽으로만 끌려가는 건 아니었다.제은이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면, 이건도 지금처럼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처음부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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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말을 마친 뒤, 제은은 먼저 이건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까지 단단히 맞물려 깍지 낀 채, 둘은 모처럼 생긴 휴일에 거리를 함께 거닐었다.둘 다 아직 젊었고,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이상하게 같이 놀면 또 맞는 구석이 있었다. 제은이 뭐가 갖고 싶다고 하면 이건이 가서 사 왔다. 제은은 자기 손에 뭘 들고 다니는 법이 없었다. 산 물건은 전부 이건이 들었다.마치 둘이 오래전부터 사귄 사람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나자, 제은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이건 같은 사람이 대체 왜 자기를 좋아하게 된 건지 궁금했다. 물론 제은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조건도 최고였다. 누가 제은과 만나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그런데 이건은 분명 그런 쪽이 아니었다. 그는 조건보다 감각이나 성정을 더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건이 제은을 좋아하게 됐다면, 거기에는 조금의 불순한 마음도 섞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마음은 오롯이 진심이었을 터였다.제은은 도대체 이건이 언제부터 자기한테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몰랐다.‘미쳤어,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이유도 모른 채 먼저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이 묘하게 거슬렸다.사귀게 되고 나면, 제은은 꼭 물어볼 생각이었다. 대체 왜 자기였는지. 일단은 이건이 말한 보름을 기다리기로 했다....이건이 집에 돌아온 건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다. 수범은 그걸 보자마자 이건이 제은과 함께 있다가 온 걸 알아챘다.수범도 모처럼 한가한 상태라 더 신이 나 있었다. 궁금한 걸 못 참겠다는 얼굴로 물었다.“강제은이랑 어디까지 간 거냐?”전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내보라고 말했었다. 이건도 전처럼 제은을 밀어내지는 않았고, 나름대로 평범한 남녀처럼 가까워지고 있었다.그래도 수범은 여전히 남녀 사이에 이성으로서의 감정 없는 순수한 우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친구 입장에서 볼 때 이건이 제은을 특별하게 대하고 있다는 건 너무 티가 났다. 이건이 아무 생각도 없을 리는 없었다.수범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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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제은은 오늘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룸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늘 만나던 단짝 친구인 건민과 영미뿐이었다. 셋 다 한결 편한 상태로 술을 마시면서, 최근 투자 건 얘기도 하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사적인 얘기로 넘어갔다.건민이 제은을 한번 보더니 물었다.“너... 조이건이랑은 어떻게 되고 있어? 이러다 두 달 다 되겠다.”영미도 그 얘기는 알고 있었다. 이건이 이람의 남동생이니까 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이 가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시간이 두 달 가까이 이어졌는데도 별다른 진전이 없으니, 제은이 이렇게까지 오래 끌 인내심이 있나 싶었다. 슬슬 판을 깔고 끝낼 때가 된 것 같았다.제은은 아직 둘한테 건민과 사귀기로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결과는 비슷하다고 여겨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뭘 그렇게 조급해해. 너희도 알잖아. 조이건은 예전 그 얼굴만 번지르르한 애들이랑은 달라. 걔는 그렇게 쉽게 안 속아. 내가 좀 더 공들이고, 좀 더 맞춰 주고, 좀 더 돌려가면서 굴려야 걔도 날 믿지.”건민은 제은이 핑계 대는 것처럼 느껴졌다.“두 달이면 됐지. 너 예전에 서림이 그 순진한 애 속일 때는 이틀 만에 끝냈잖아. 걔는 아직도 네가 자길 그냥 도구처럼 쓴다는 걸 의심도 안 하더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둔하냐?”제은이 술을 들고 말했다.“내가 걔를 너무 잘 다뤘으니까 그렇지. 나 걔한테 걔 가족보다 더 잘해줬어. 그 정도 해줬는데도 걔가 나한테 잘 안하면, 내가 굳이 시간 들여서 걔랑 놀아줄 이유가 있겠냐?”건민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근데 네가 그렇게까지 잘해주고, 걔한테 네가 가진 인적, 물적 자원도 엄청 퍼부었잖아. 나중에 네가 걔한테 흥미 떨어져서 더는 안 놀아주고 싶어지면, 서림이 그 차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갭이 너무 크잖아.”제은은 술을 마시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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