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범은 이건을 빤히 바라봤다.“네 반응 봐. 이상해, 진짜 이상해. 이건, 솔직히 말해. 내 말이 맞지?”이건은 자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늘 질서와 정돈을 중시하던 이건은 지금 완전히 이성이 산산이 흩어진 사람처럼 보였다.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이건이 말했다.“나도 모르겠어.”생각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자기 자신조차 예상 밖으로 튀어나온 반응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예를 들면 왜 제은이 그렇게 선을 넘듯이 다가오는데도, 왜 이건은 역겨운 느낌이 들지 않는 건지.수범이 이건의 팔을 툭 밀었다.“야, 그것도 모르겠어? 네가 예전이 어떤 놈이었는데. 사람들 다가와도 쳐다보지도 않았잖아. 낯선 사람은 아예 차단하고, 누가 먼저 말 걸어도 제대로 받아준 적도 없고.”“그런데 지금은 네가 어떤 여자애를 네 인간관계 안으로 들였어. 그게 좋아하는 거 아니면 뭐겠냐?”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범은 자기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이건아, 이건아. 네가 어떻게 강제은을 좋아하냐? 원수였다가 연인 되는 거냐? 너희 전개 진짜 너무 빡세다.”이건이 한 박자 늦게 말했다.“그 정도는 아니야.”수범은 이건의 어딘가 찔리는 표정을 보고, 혀를 차며 놀리듯 물었다.“그럼 오늘 밤에 강제은이랑 뭐 했는지 말해 봐.”아까까지만 해도 이건은 수범에게 숨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감출 수가 없었다. 이건은 술집에 갔다는 얘기부터, 거기서 원치 않게 게임 같은 걸 하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털어놨다.수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니 이건이 저렇게 혼자 복잡한 얼굴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수범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속도 역시 빨랐다. 잠깐 크게 놀라긴 했지만, 금방 이건을 달래는 쪽으로 넘어갔다.“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일단은 그냥 평소처럼 제은이랑 지내봐. 그러면서 같이 있을 때 네가 어떤 기분인지 좀 더 느껴 봐.”“그러다 보면 너 스스로 상황을 정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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