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apítulo 1031 - Capítulo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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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1화

제은은 처음에는 이건이 자신에게 말도 붙이지 않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이건이 티 안 내며 챙겨 주는 태도에, 올라왔던 짜증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 가라앉았다.이상했다.제은의 주변에는 제은의 기분을 맞추려는 사람이 넘쳐 났다. 그런데 왜 하필 이건이 이렇게 조용히 챙겨 주는 몇 가지 행동에, 호감도가 확 올라가는 건지 자신도 이해가 안 됐다.게다가 제은은 그 방식에 마음이 흔들렸다.실은 누가 자기를 챙겨 줘서 좋은 게 아니었다.가만히 챙겨 주는 사람이 이건이라서 좋았다.비위를 맞추는 행동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달라서였다.‘진짜... 이상하네.’제은은 공을 치면서도 그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다 틈틈이 이건을 두어 번씩 흘겨봤다.이건은 자기 실력이 그냥 그렇다고 했지만, 한참을 쳐도 빈틈이 없었다. 제은은 많이 뛰지 않고 있었을 뿐, 받아치는 공의 힘이나 각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웬만한 사람은 받기도 쉽지 않은 공이었다. 그런데 이건은 여유롭게 받아냈고, 다시 제은 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내 줬다. 거의 어린애랑 랠리 맞춰 주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학교든 사회든,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은 원래 점수를 많이 따는 법이었다.이건도 학생 때 운동할 때면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겠지 싶었다.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심통이 났다.‘어떡하지? 조이건을 좀 숨겨 두고 싶은데...’거기까지 생각한 제은은 소리 없이 웃었다.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원래 제은은 이건의 신뢰를 얻은 다음, 가장 아픈 데를 찌를 생각이었다. 사람 믿었다가 배신당하는 게 얼마나 더러운 일인지 제대로 맛보게 해 주고 싶었다. 그 과정이 끝나면 제은은 본색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이건이 배신당한 얼굴로 충격받고, 상처 입고, 실망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그게 처음 계획이었다.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왜 이제 와서 이건을 자기 곁에 묶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제은은 원래 소유욕이 강한 편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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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이건과 제은이 저녁까지 먹고 나니 시간은 어느새 밤 아홉 시였다.제은은 원래 밥을 느리게 먹는 편이었다. 몇 입 먹다가도 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이건은 제은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냥 옆에 조용히 앉아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먹었다.원래 이건은 시간을 촘촘하게 나눠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느긋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은 평소에 거의 없었다.이건은 그냥 설 연휴니까 쉬는 셈 치기로 했다. 어차피 며칠 뒤면 다시 출근해야 했다.식사하는 중간에 수범에게 전화가 왔다. 이건은 받지 않고, 밖에서 친구랑 밥 먹고 있다고 메시지만 보냈다.수범은 이건이 한번 하겠다고 한 일은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바람맞히는 일도 거의 없었다. 설령 약속을 못 지키게 되더라도, 보통은 먼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전화는 안 받고, 메시지로는 그냥 친구랑 밖에서 밥 먹는다고만 했다.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수범은 친구로서 잘 알고 있었다. 이건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좁은지. 이건의 그 냉랭한 성격을 끝까지 견디는 사람도 사실 많지 않았다. 계속 차갑게 구는 사람한테 끝없이 잘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무니까.수범은 원래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고, 바깥으로 튀는 쪽이었다. 그래서 이건이 차갑게 굴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건이 괜히 더 냉랭하게 굴면, 수범은 그냥 ‘아, 오늘은 또 돌덩이 모드구나’ 라고 넘겼다. 괜히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이건이... 사실상 친구도 별로 없는 이건이, 갑자기 수범 같은 가장 가까운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고 누굴 만나러 갔다고 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이건과 수범은 설 연휴가 끝난 뒤 처음으로 같이 고기 구워 먹기로 한 날이었다. 수범은 미리 고기며 반찬이며 재료를 다 사다 놨고, 이건이 테니스 치러 나갔을 때는 밤에 술도 더 사 오겠다고 미리 말해 둔 상태였다.그러니 수범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수범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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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이건이 더 겁내는 건 따로 있었다.이건은 제은이 다가오는 게 생각만큼 싫지 않았다. 오히려 몇 번 부딪치고, 몇 번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제은의 의외의 좋은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이건은 원래 호불호가 비교적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저렇게 성질 나쁘고 제멋대로인 재벌가 아가씨를 향해 자기 감정이 바뀌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여겼다.그런데 실제로는 달랐다.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았다.자기 마음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런 변화가 이건은 혼란스러웠다. 원래도 친구를 쉽게 사귀는 편이 아니었는데, 제은은 사람을 상대하는 스킬이 능숙했다. 누가 알겠나? 저게 전부 연기일 수도 있었다.이건은 아직도 잊지 못했다. 제은이 자기 앞에 무릎 꿇으라고 했던 일을. 그 정도로 악의에 차서 말했던 사람이, 어떻게 짧은 시간 만에 이렇게 태도를 바꾸고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단 말인가?위험한 기운을 감지하는 데에 이건은 예민한 편이었다.그래서 더 확신할 수 없었다.앞으로 제은을 어떤 식으로 상대해야 할지.수범은 한참을 기다려도 이건이 답하지 않자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이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보기 드물게 꽤 복잡해 보였다. 저런 표정이면 뭔가 걸린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왜 그래? 일에 문제 생겼냐?”수범이 걱정스럽게 물었다.평소 이건이 저 정도로 신경 쓰는 표정을 짓는 건 거의 일 말고는 없었다.제은 이야기라고 바로 꺼내 놓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말을 조금 돌렸다.“문제되는 사람이 하나 있어.”수범은 대번에 몸을 돌려 앉았다. 인간관계 쪽은 자기가 그래도 이건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이런 식으로 조언해 줄 기회가 생기자 괜히 더 의욕이 붙었다.“말해 봐.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이건은 미간을 좁힌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있어. 알잖아. 난 싫어하는 사람은 쳐다보기도 싫고, 말도 안 섞고 싶어.”“근데 어쩔 수 없이 마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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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이건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이가 없었다.‘좋아한다고?’‘말도 안 돼!’그 대답을 듣기 전까지, 이건은 단 한 번도 그쪽으로 생각을 뻗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까지 날 지경이었다. 동시에 괜히 수범한테 이 얘기를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수범은 진짜 도움이 하나도 안 됐다.수범은 말을 끝낸 뒤 이건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돌아온 건 썩 좋지 않은 이건의 표정이었다. 수범은 맥이 빠졌다.“왜, 내가 틀린 말 했냐?”이건은 수범을 차갑게 쳐다봤다.“너 말 좀 똑바로 하면 안 돼?”이건은 그 설명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은의 태도 변화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복잡한데, 거기에 좋아한다는 말까지 얹히니 더 이해가 안 됐다.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매듭을 찾을 수 없게 된 기분이었다.수범은 그걸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게 싫었다. 자기는 충분히 논리적으로 짚었다고 생각했다. 수범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다른 설명이 뭐가 있는데. 걔가 그냥 너무 심심해서 널 찾았다? 그런 말을 네가 믿겠냐?”“이건아, 네가 심심하다고 네가 싫어하는 사람이랑 같이 테니스치고, 놀고, 밥 먹고 그러겠어? 말이 안 되잖아.”이건은 입을 다물었다.제은은 실제로 그걸 다 했다. 오늘 저녁 먹을 때도 제은은 본가에서 가족들이랑 있다가 너무 심심해서 자기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수범은 말을 이었다.“원수 같은 사람이 너한테 뭔가 해코지하려고 하면 그냥 바로 건드리면 되지, 왜 웃는 낯으로 와서 같이 놀고, 맞춰 주고, 시간 써 가며 어울리겠냐고. 그건 진짜 앞뒤가 안 맞아.”수범은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그렇게는 못 해. 하물며 너보다 더 자존심 세고 차가운 사람이면 더더욱.”그러다 수범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였다.“아, 잠깐. 근데 너희 사이에 뭔가 중간 과정은 있었냐? 계속 크게 부딪치기만 한 게 아니라, 자잘한 일 몇 개 겪으면서 ‘어,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닌가?’ 이런 구간 말이야.”이건은 곧바로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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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집 도착했어. 잠이 안 와. 너는 자?]이건은 조금 전까지도 수범이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제은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왔다.오늘 있었던 일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또 제은의 메시지까지 마주하자 이건은 괜히 속이 답답해졌다. 싫어서라기보다는 자기가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일이 눈앞에 떨어지자 불안부터 올라왔다.이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폰 화면에 뜬 짧은 문장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앞선 대화 기록도 다시 훑어봤다. 전부터 둘 사이에는 오간 말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몇 줄 안 되는 대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건은 마지막 메시지 앞에서 그대로 멈춰 있었다.뭐라고 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이건은 답장으로 보낼 수 있는 말을 몇 가지 떠올려 봤다. 그런데 어떤 문장을 골라도, 제은이 거기서 또 말을 이어 올 거라는 건 뻔했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제은이 대체 무슨 의도로 저러는 건지, 이건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다음에 무슨 말을 보내올지도 짐작도 가지 않았다. 대답하기 곤란한 말을 또 던지면 어떡하나 싶은 것만으로도 압박이 몰려왔다.이건이 인간관계를 피곤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었다. 이런 타이밍을 계속 감당하고, 계속 반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제은은 이미 이건의 생활 안으로 불쑥 들어와 있었다. 익숙하게 굴러가던 생활 습관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그걸 이건은 도저히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오늘 둘이 함께 공을 치고, 밥도 먹고, 수범 표현대로라면 그럴듯한 ‘완충 구간’까지 지나온 이상, 제은은 앞으로 더 자주 이건을 찾을 가능성이 컸다. 전보다 더 자주.그렇게 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이건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더 답답해졌다.이건은 못 본 척하기로 했다. 제은과 이런 식으로 한가한 잡담을 주고받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이건은 제은과 친구가 되고 싶은 적도 없었다. 그저 예전의 악연과 피할 수 없는 접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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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수범은 의아하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건을 훑어봤다.“뭐야, 왜 저래? 너 밤새웠냐? 어디 가서 도둑질이라도 하고 왔어?”이건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젯밤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잠을 설쳤어.”수범은 코웃음을 쳤다.“그걸 믿으라고? 웃기고 있네.”이건은 수범에게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샤워하고 머리까지 감았다.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지도 않은 채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머리카락 끝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졌다. 이건은 새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큰 키에 비율 좋은 몸,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덕분에 가장 단순한 티셔츠 하나도 이건이 입으면 괜히 눈길이 갔다.수범은 이건 기분이 안 좋은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추켜세웠다.“와, 조이건 진짜 너무 잘생겼다. 너는 맨날 심쿵하게 이렇게 잘생겼냐?”이건은 냉장고 문을 열어 안에 든 재료들을 확인했다.“뭐 먹을래?”“계란프라이랑 우유.”이건은 곧장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수범은 속으로 혀를 찼다.‘역시 기분 안 좋네.’이건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 꼭 뭔가 손에 잡히는 일을 했다. 손을 움직이면 생각이 조금 분산됐다. 수범도 그걸 알고 있었다.이건이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억지로 캐묻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됐다. 괜히 더 벽만 세울 뿐이었다.그래도 수범은 이해가 안 갔다. 맨날 붙어 지내는 룸메이트인데, 자기가 모르는 일이 생긴다는 게 이상했다. 일 문제도 딱히 없어 보였으니까.그럼 결국 원인은 어젯밤이었다.이건이 말했던 그 죽도록 싫어하는 상대.혹시 자기도 아는 사람일까?‘누구지?’그러다 이건이 만든 아침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 걸 보는 사이에 수범은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번쩍 떠올랐다.강제은.‘미쳤다, 그 여자 말고 또 누가 있냐?’수범은 속으로 탄식을 삼켰다.왜 어젯밤에는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알아챘으면 바로 찔러볼 수 있었을 텐데...지금은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이건의 표정도 안 좋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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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너도 마찬가지잖아. 네가 마음만 먹었으면 진작 연애했지.”이건은 담담하게 물었다.“난 관심 없어. 너는?”수범은 웃으면서 말했다.“난 아직 어려. 지금은 일에 집중할 때지. 연애하면 시간도 써야 하고, 여자친구도 챙겨야 하잖아.”“내가 지금처럼 바쁜 상태로는 상대를 제대로 못 챙겨. 연애할 거면 좋은 기억을 남겨줘야지,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상처만 주고 끝내면 그게 더 별로잖아. 그리고 아직 딱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수범은 말하다가 괜히 혼자 상상까지 해 봤다.“난 귀여운 스타일이 좋아. 보기만 해도 안아 주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그런 쪽.”수범은 그러고는 혼자 피식 웃었다.그러다 이건을 향해 물었다.“넌? 관심은 없어도, 그래도 취향 같은 건 있지 않냐.”그 말을 듣는 순간, 이건 머릿속에는 엉뚱하게도 테니스 치던 제은의 모습이 떠올랐다.이건은 저도 모르게 젓가락을 꽉 쥐었다.“없어.”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차갑게 떨어졌다. 이건은 제은이 떠오른 것 자체가 짜증 났다.수범은 혀를 찼다.“됐다. 말하기 싫으면 말지. 그 표정 봐라. 너 이러다가 진짜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 듣는다.”...제은은 지난 이틀 동안 이건에게 보낸 메시지에 답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게 제은을 미치게 했다.분명 같이 테니스를 쳤고, 이건은 저녁까지 사 줬다. 그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실은 꽤 괜찮았다.그런데 갑자기 태도가 확 달라졌다.대체 무슨 뜻이냐고.밀당이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사람 갖고 노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이 정도로 삐걱거렸던 적은 없었다. 상식적으로도 이상했다.그렇다고 답 없는 메시지를 쏟아붓는 식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진짜 이건을 질리게 만들어 버리면, 지금까지 쌓아 온 흐름 자체가 꼬일 수 있었다.오늘은 발렌타인데이였다.제은은 솔로였고, 친구들도 대부분 솔로였다. 그래서 다 같이 바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분위기 띄우는 남자 댄서들도 불러 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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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제은은 계속 스스로 되뇌었다.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이라고.이건을 속여서, 제은이 파 둔 함정 안으로 한 걸음씩 끌고 들어오는 과정일 뿐이라고. 그러니 화를 내서는 안 됐다. 늘 그랬듯 여유 있게 판을 짜고, 흐름을 손에 쥔 채 한 칸씩 움직이면 되는 일이었다.원래 제은은 늘 그렇게 사람을 다뤘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제은은 진짜로 화가 났다.그게 자기 탓이냐고 묻는다면, 제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날 밤에 제은과 이건은 말다툼했다. 그때 이건이 한마디만 제대로 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끝내 아무 대답도 안 하고, 입을 닫은 채 그대로 가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 건 적립한 셈이었다.제은은 애초에 목적이 있었으니, 그 일도 크게 붙잡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이건에게 연락했고, 같이 테니스도 쳤고, 밥도 먹었다.제은이 다쳤기 때문에 신경 써서 공도 정성껏 맞춰 줬고, 저녁식사비용도 먼저 계산했다.제은에게 그런 행동은 친구의 표시였다. 곧 좋은 친구가 될 징조처럼 느껴졌다.그런데 관계가 전혀 제은이 생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이건은 제은의 통제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은이 잡아 둔 흐름도 당연히 꼬일 수밖에 없었다.제은이 이건에게 줄 수 있는 인내심은 길어야 반년이었다.벌써 두세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진전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이대로라면 언제쯤 이건을 완전히 자기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혔다.솔직히 반년이라는 기한도 넉넉하게 잡은 시간이었다. 절반쯤 왔으면, 원래는 이미 꽤 가까워져 있어야 했다. 이를테면 부르면 바로 나오고,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시답잖은 것까지 다 얘기하고, 전화 한 통이면 술 한잔하러 튀어나오는 정도는 돼야 맞다.그런데 지금은 뭐냐고.이건은 또 혼자 거리 두고, 잠수 타고, 사라졌다.이틀도 아니고 사흘 가까이 답장하지 않았다.‘대체 이게 무슨 뜻인데?’제은은 정말 더는 못 참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이 정도를 사흘이나 참아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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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이건은 차에서 내리려던 동작을 멈췄다. 수범이라면 어제쯤 이미 눈치챘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었다.“맞아. 강제은.”이건은 숨기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수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장이라도 더 캐묻고 싶은 표정이었다.그사이 이건은 차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수범은 입을 벌린 채 이건을 쳐다봤다. 이건은 차 앞쪽으로 돌아 나가 길가로 걸어갔다.수범은 얼른 창문을 내렸다. 손으로 전화 거는 시늉까지 해 보이며 말했다.“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 내가 바로 갈게.”예전에 이건이 제은을 단둘이 만나고 돌아왔을 때 온몸이 엉망이 됐던 일이 아직도 수범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괜히 불안했다. 괜히 제은을 만나러 갔다가 멀쩡히 못 돌아오는 거 아닌가 싶었다.어쩔 수 없었다. 제은은 평판이 워낙 나쁜 사람이었다.이건은 손만 한번 가볍게 흔들었다.“별일 없을 거야.”수범은 특유의 건조한 농담을 던졌다.“야, 몸조심해. 진짜 살아서 돌아와.”이건은 어이없다는 듯 수범을 한번 봤다.수범은 다시 이건의 상태를 천천히 살폈다. 아주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며칠 전 이건이 제은과의 사이가 예전보다 많이 풀렸다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그렇게 생각하니, 어쩌면 수범이 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수범이 모든 내용을 다 아는 게 아니었다. 빠진 정보가 많으니 더 불안하게 상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결국 수범은 몇 마디만 더 당부한 뒤, 이건이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 믿기로 했다.수범은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곧 차를 몰고 떠났다.이건은 제은에게 위치를 보냈다.전송이 완료된 걸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이건은 핸드폰을 아래로 내렸다. 눈앞에는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도로를 길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이 이건 위로도 떨어졌다. 원래 갖고 있던 차갑고 먼 분위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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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제은은 속에 쌓인 화가 잔뜩 올라왔다. 그런데 길가에 서 있는 이건을 보는 순간, 그 불길이 반은 사그라들었다.제은은 이건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타.”이건은 차 뒤쪽으로 돌아가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이건이 안전벨트도 채 매기 전에 제은은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엔진음이 크게 울렸고, 차는 곧장 튀어 나가듯 앞으로 내달렸다.다행히 이건은 제은이 분명 화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떤 식으로든 성질을 부릴 거라고 생각해 둔 상태라,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이건은 느긋한 손길로 안전벨트를 맸다.이건이 제은의 차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차 안에는 은은한 차가운 향이 감돌고 있었다.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내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돌이켜 보면, 제은과 마주할 때마다 먼저 입을 여는 쪽은 늘 제은이었다. 이건도 어느새 그 흐름에 익숙해져 있었다.제은은 이건이 먼저 뭐라도 말할 줄 알았다. 적어도 몇 마디 변명은 할 줄 알았다.그런데 두 블록쯤 지나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제은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제은은 그대로 핸들을 탁 치며 고개를 돌렸다.“내 차 타고서 인사 한마디도 안 해? 너 지금 뭐 하자는 건데?”차는 아직 달리고 있었다. 제은은 감정이 올라온 탓에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고, 차선이 살짝 틀어졌다. 밤길에도 차는 많았다.이건은 즉시 손을 뻗었다. 핸들을 눌러 제자리로 바로잡았다.“운전부터 제대로 해.”이건은 팔이 길었다. 손이 조금만 뻗어 와도 두 사람 사이는 금방 가까워졌다. 이건은 몸을 약간 기울인 채 다시 낮게 말했다.“앞 봐.”제은은 가까운 거리에서 이건의 옆얼굴을 마주했다. 딱 1초쯤 넋이 나갔다. 곧바로 이를 세게 물었다.일단 차부터 제대로 몰아야 했다.‘문제 있으면 풀면 되는 거 아냐?’‘조이건은 진짜 답답해 죽겠네.’‘사람 말에 대답은 안 하고, 도와주는 건 또 제대로 하고.’제은은 갑자기 이건을 마음껏 욕하고 싶어졌다. 가능하면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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