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은은 계속 스스로 되뇌었다.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이라고.이건을 속여서, 제은이 파 둔 함정 안으로 한 걸음씩 끌고 들어오는 과정일 뿐이라고. 그러니 화를 내서는 안 됐다. 늘 그랬듯 여유 있게 판을 짜고, 흐름을 손에 쥔 채 한 칸씩 움직이면 되는 일이었다.원래 제은은 늘 그렇게 사람을 다뤘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제은은 진짜로 화가 났다.그게 자기 탓이냐고 묻는다면, 제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날 밤에 제은과 이건은 말다툼했다. 그때 이건이 한마디만 제대로 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끝내 아무 대답도 안 하고, 입을 닫은 채 그대로 가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 건 적립한 셈이었다.제은은 애초에 목적이 있었으니, 그 일도 크게 붙잡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이건에게 연락했고, 같이 테니스도 쳤고, 밥도 먹었다.제은이 다쳤기 때문에 신경 써서 공도 정성껏 맞춰 줬고, 저녁식사비용도 먼저 계산했다.제은에게 그런 행동은 친구의 표시였다. 곧 좋은 친구가 될 징조처럼 느껴졌다.그런데 관계가 전혀 제은이 생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이건은 제은의 통제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은이 잡아 둔 흐름도 당연히 꼬일 수밖에 없었다.제은이 이건에게 줄 수 있는 인내심은 길어야 반년이었다.벌써 두세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진전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이대로라면 언제쯤 이건을 완전히 자기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혔다.솔직히 반년이라는 기한도 넉넉하게 잡은 시간이었다. 절반쯤 왔으면, 원래는 이미 꽤 가까워져 있어야 했다. 이를테면 부르면 바로 나오고,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시답잖은 것까지 다 얘기하고, 전화 한 통이면 술 한잔하러 튀어나오는 정도는 돼야 맞다.그런데 지금은 뭐냐고.이건은 또 혼자 거리 두고, 잠수 타고, 사라졌다.이틀도 아니고 사흘 가까이 답장하지 않았다.‘대체 이게 무슨 뜻인데?’제은은 정말 더는 못 참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이 정도를 사흘이나 참아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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