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그제야 이람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유리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람을 바라봤다.‘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정말 처음 보네.’유리는 잠시 말할 표현을 고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확실하세요? 이람 씨, 앞으로 정말 이람 씨 동생만 믿고 사시겠다는 거예요? 동생 회사가 위기였을 때도 서하준이 도와줘서 산 거지, 그게 언제까지 갈까요? 남동생도 솔직히 그렇게 믿음직해 보이진 않던데요.”“제 동생은 하유리 씨 동생보다는 훨씬 믿을 만해요.”유리는 유민의 얼굴이 떠오르자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전 이람 씨를 도와주려는 거예요. 참 고마운 줄도 모르시네요. 제헌 씨랑 헤어졌으면, 언젠가는 분명히 크게 한 번 넘어질 거예요.”이람이 말했다.“하유리 씨가 저를 왜 도우려는지, 정말 순수한 호의인지, 아니면 제가 망가지는 꼴을 보고 싶은 건지,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 마요. 솔직히, 역겨우니까.”‘하유리가 하유민이랑 같이 이건 회사 인수하려는 이유랑 똑같아.’‘겉으로는 도와준다면서, 사실은 나를 밟고 올라서려는 거지.’속내를 정확히 들켰지만 유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이람을 하나의 우스운 존재로만 바라보고 있었다.이람이 이어 말했다.“우리 사이에 더 할 말도 없지만, 제가 강제헌이랑 3년이나 결혼해서 살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는 게 있어요. 강제헌은 저한테 복이 아니었고, 이혼한 지금부터가 오히려 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에요.”그리고 담담하게 덧붙였다.“강제헌 씨랑 하유리 씨, 하루빨리 잘 되시길 바랍니다.”그 말을 끝으로 이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제헌에 대해서는 이람의 마음에 더 이상 아무런 파문도 남아 있지 않았다.제헌은 그저 이미 넘겨버린 한 페이지였다.낡고, 누렇게 변해서 다시 들춰보는 것조차 기분 나쁜 과거.유리는 이람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이람은 유리보다 약간 더 컸고, 등은 꼿꼿하게 곧게 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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