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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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이건은 정말로 화가 나서 병이 날 지경이었다.이람은 두 사람을 이대로 두면 사달이 나겠다 싶어, 하준을 데리고 집 밖의 테라스로 나왔다.테라스에도 소파가 놓여 있었다.오늘은 햇살이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았고, 바람도 아주 약하게 불어왔다.테라스 정면에는 이 건물 최상층에만 딸린 수영장이 있었다.지금은 사용하지 않는지... 안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을 둘러싼 초록 식물들이 유난히 잘 자라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으면 마치 숲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도심 한가운데에서 누리는 나름의 고요였다.소파는 널찍했고, 이곳에서 나누는 대화는 안쪽 거실에 있는 이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하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건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요.”“못 받아들여도, 어쩔 수 없죠.”이람의 대답은 단호했다.조금 전, 하준을 이용해 제은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 협력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이람도 그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하준의 이름을 꺼내 들지는 못했을 것이다.정도규 때도 마찬가지였다.이람은 정말 아무 부담 없이 하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그만큼 지금의 관계는 이람에게 확실한 ‘현실’이었다.이람의 단호함에 하준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하준은 이람이 이건의 감정을 훨씬 더 신경 쓸 거라고 생각했었다.이람은 말을 이어갔다.“할아버님 생신이 곧 다가와요. 대표님 어머님도 오신다고 했고요. 대표님이 안 옮겨 오시면, 바로 티 나요.”그리고 차분하게 덧붙였다.“물론 저희는 이웃이니까 평소에 대표님은 대표님 댁에서 주무셔도 돼요. 어머님 오시면 그때만 제 쪽에서 주무시면 되고요.”“하지만 제 방에는 대표님 물건이 있어야 해요. 지금처럼 동거의 흔적이 하나도 없는 상태는 말이 안 돼요.”하준은 이람의 목적이 결코 순수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이람이 이 말을 할 때의 눈빛은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마치 어떤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는 전사 같았다.망설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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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이건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매형’이라는 존재에 필요한 조건들이 우르르 떠올랐다.인성, 능력, 책임감, 집안, 성격, 경제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람을 절대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있는 사람.하나하나 따져보니, 결국 이건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위 조건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과 겹쳤다.하준이었다.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이건은 바로 기분이 망가졌다.“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그런 얘길 왜 해?”이람은 하준을 힐끗 봤다.방금 하준의 대답은 틀린 말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건을 긁는 데에는 꽤 효과적이었다.이람이 보기엔, 하준은 생각보다 훨씬 교묘한 사람이었다.그리고 이람 역시 이건의 생각이 궁금해졌다.“그럼 말 나온 김에 묻자. 내 매형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이건이 이람을 노려봤다.“나한테 물어?”“누나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내가 반대해도 누나는 내 말 들을 사람도 아니잖아.”이람은 이건이 또다시 정면으로 들이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발 물러섰다.“그래도 말해 봐.”“조건 없어.”“매형 같은 정체불명의 생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게 제일 좋아.”이건은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이건이 말을 이었다.“서 대표님, 여동생이나 딸 하나만 있어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바로 이해할 거야.”톤은 평온했지만, 말은 날이 서 있었다.강제헌은 이미 피로 증명된 사례였다. 이건은 이람이 감정 문제를 잘 처리할 거라는 데, 전혀 신뢰가 없었다.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게다가 아직까지 이건은 하준에게서 ‘절대적으로 믿을 만하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이건이 보기엔, 하준은 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머리도 비상하고, 외모까지 괜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타입이었다.어떤 관계에서든 항상 위에 서는 사람, 주도권을 쥐는 쪽.만약 인성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져 있다면, 사람 하나쯤은 흔적도 안 남기고 삼켜버릴 수 있는 인간이었다.다치고 나서도 어디서 다친 건지조차 모를 만큼.그래서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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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이람은 정말로 이건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 정도였다.수시로 한 대 세게 쥐어박고 싶어질 만큼 얄미운데,꼭 그럴 때마다 사람 마음 깊숙한 곳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짓을 해낸다.이람은 기분 좋게 이건이 발라준 게살을 먹고 있었다.이건이 이람에게 게살을 발라주는 건... 누가 보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그냥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였다.하지만 하준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이건은 일부러 말을 덧붙였다.“서 대표님은 손에 물 한 번 안 묻히고 사는 타입이잖아. 이런 거, 아마 못 하시겠지. 하하.”이람이 바로 이건의 팔을 탁 쳤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서 대표님이랑 그냥 얘기 좀 한 건데, 뭐 어때?”이건은 이람을 보며 말했다.“누나, 쓸데없이 나 간섭하지 말고 그냥 먹기나 해.”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일회용 장갑을 끼고 조용히 새우 다섯 마리를 연달아 깔끔하게 벗겼다.그리고 그대로 이람 앞에 밀어 놓았다.“먹어요.”손놀림은 너무 자연스러웠다.마치 수없이 반복해 온 일처럼.이람은 전에 하준이 발라준 생선 살도 아무 거리낌 없이 먹었기에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 새우를 집어 입에 넣었다.그 장면을 본 이건은 순간 그대로 굳었다.아무리 상상력이 좋아도, 하준이 자기 누나한테 새우를 까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아니...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니야?’‘아니면 전부 연기인가?’‘누나 환심 사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야?’‘서하준, 진짜 별의별 수를 다 쓰네.’이건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이람은 이미 새우를 세 개나 먹어 치웠다.그걸 보자 이건은 남은 두 개를 잽싸게 낚아채 자기 입에 몽땅 털어 넣었다.하준은 말없이 이건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조용히 새우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이건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계속 이러면, 서하준이 까는 건 내가 다 먹어줄게.’가만히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이건도 직접 새우를 까기 시작했다.그런데 하준이 먼저 다섯 마리를 다 벗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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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이건의 얼굴이 단단하게 굳었고, 귀가 의심될 정도였다.그는 차갑게 하준을 노려보며 말했다.“말도 안 돼!”하준이 자기를 형으로 불리길 바란다는 사실 자체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이건은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그렇게 남들 형 노릇하는 게 좋으면 본인 동생한테 하지? 동생 없나?”이람의 손이 잠깐 멈췄다.하준은 무심하게 이람을 한 번 스쳐보더니, 곧 시선을 거두고 이건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있어.”“역시.”이건이 비웃듯 말했다.“그러니까 형 노릇에 집착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 거지.”하지만 하준은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야.”“그 애들은 한 번도 나를 형이나 오빠라고 부른 적 없어.”이건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무슨 말이야?”하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평했다.“어릴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어.”이건은 더 묻지 않았다.하준 역시 굳이 설명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적어도 지금은 이건에게 그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이건은 강제헌을 극도로 싫어했다.괜히 더 복잡한 감정을 얹고 싶지 않았다.이건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서 대표님은 형 노릇을 못 했던 거네.”하준은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그럴 수도 있지.”그 말투에는 변명도, 억울함도, 감정도 없었다.이람은 그제야 깨달았다.이게 하준이 제헌과 제은에 대해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라는 걸.이람은 하준과 제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대략적인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구체적인 사정은 묻지 않았다.게다가 알고 싶지도 않았다.제헌이 이혼 후에도 계속 이람을 괴롭혔기에 이람은 하준과 손을 잡았고, 그 과정에서 제헌이라는 이름은 피할 수 없이 자주 등장했다.그러나 동시에 제헌은 두 사람 사이의 금기어이기도 했다.서로가 제헌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의 세세한 장면들은 암묵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그걸 꺼내는 순간, 둘 다 기분이 상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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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이람이 말했다.“너 지금 완전 잔소리하는 아줌마 같아. 빨리 가서 네 일이나 해. 누나 일에는 그만 좀 끼어들고.”이건은 속에 불덩이를 한가득 품은 채로 돌아섰다.엘리베이터 안은 벽면이 오렌지빛으로 반질반질했고,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이 또렷이 비쳤다.이건은 무심코 그 벽을 바라봤다.차갑고, 무뚝뚝한 얼굴.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서늘한 눈매에 깊게 파인 눈썹뼈까지 더해져 인상은 더 날카로워 보였다.밖에서는 말도 많지 않았다.몸에서 풍기는 기운 자체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타입이었다.길에서 마주치는 개조차 슬쩍 피할 정도였다.회사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건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존재였다.버팀목 같은 사람.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갔다.왜 이람과 하준 앞에만 서면 자기가 순식간에 ‘동생’이 되어버리는지.무슨 말을 해도, 뭘 해도 두 사람 앞에서는 존재감이 흐려졌다.특히 하준.그 인간이 자기를 위해 새우를 깠을 때.이건은 그 순간이 너무 불편했다.‘마치...’‘초등학교 막 입학한 애가 된 기분이었어.’이건은 이를 악물었다.올해 스무 살이었다.키도 185cm.멀쩡한 성인 남자였다.‘내가 밥 먹는 것까지 누가 챙겨주는 나이냐고.’이건은 다시 한번 거울처럼 반사된 벽을 봤다.하준의 체격이 떠올랐다.성숙한 남자의 몸.넓은 어깨, 단단한 상체.이건은 자기 팔과 어깨를 봤다.확실히 하준에 비하면 가늘었다.어딘가 아직 소년 같은 앳된 느낌도 남아 있었다.한눈에 봐도 ‘믿음직스럽다’라는 인상은 아니었다.이건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운동 제대로 하자. 하루 30분은 장난이야.’‘이제부터는 한 시간... 팔도 키우고, 어깨도 더 넓혀서...’‘좀 더 안정감 있게 보이게.’이건이 아무리 하준을 싫어해도 같은 남자였다.같은 수컷이었다.본능적인 경쟁심이 위기감을 만들어냈다.지수범 같은 사람이었다면 비교할 가치조차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하준은 달랐다.하준과의 격차는 너무도 분명했다.게다가 하준 주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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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이람이 물었다.“지금 바로 이사해서 같이 사는 건가요?”“할아버님 생신도 곧이라서요. 어머니가 언제 오실지도 모르고요.”하준이 말했다.“우선 이람 씨 집에서 사는 데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같이 사는 것에는 적응의 과정이 필요했다.이람은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분 좋게 결정이 났다.“그럼 옷부터 옮길게요.”이람이 도와주려 다가가자, 순간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다.하준이 이람의 손목을 잡아끌었고, 피부 위로 하준의 손바닥 온기가 또렷하게 전해졌다.“이람 씨가 지휘하면, 저는 힘쓰는 쪽 할게요.”이람은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이런 것도 할 줄 아세요?”“이람 씨가 저를 너무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하준은 어릴 때부터 늘 혼자서 자신을 돌보며 살아왔다.이람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하준이 이람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일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게요.”“네, 그럼 저는 거실에 있을게요.”잠시 후, 하준이 다시 나왔다.아까까지만 해도 단정한 캐주얼 차림이었던 옷차림은, 전부 회색의 트레이닝 세트로 바뀌어 있었다.하준은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편이라, 심플한 미니멀 스타일의 운동복을 입고 있어도 묘하게 멋이 났다.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친근해 보였고, 키가 큰 탓에 어딘가 청춘의 기운마저 느껴졌다.이람은 무의식적으로 1~2초 정도 멍하니 바라보고 말았다.하준이 말했다.“이제 시작하죠.”“네.”이람은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그 안에는 이사하면서 필요한 세부 사항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집에서 입는 옷, 잠옷, 정장, 캐주얼... 이런 건 다 챙겨야 하고요.”하준은 끝까지 이람이 직접 나서지 못하게 했다.이람은 대신 이동식 행거를 하나 가져와 고른 옷들을 걸고, 그대로 자기 집으로 밀어 옮길 계획을 세웠다.“대표님 세면도구도요. 칫솔, 수건, 슬리퍼 같은 것들...”메모를 보고 있던 이람은, 하준이 어느새 바로 앞에 서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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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아까 근처 마트들 좀 찾아봤는데요. 살 게 꽤 많더라고요. 그냥 큰 마트로 가서 한 번에 다 사죠.”하준이 말했다.“네.”이람은 핸드폰을 들고 검색하려다 말았다.하준이 있는데,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주말이라 길이 조금 막히긴 했지만, 급하게 움직일 일은 없었다.차 안에는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이람은 조수석에 편안히 기대어 쉬고 있었다.괜히 마음까지 느긋해지는 기분이었다.하준은 운전 중에 슬쩍 이람을 한 번 힐끗 봤다. 눈동자 깊은 곳에 아주 옅은 웃음이 스쳤지만, 티 내지 않고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이람이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면, 하준의 운전은 유난히 안정적이었다.도착한 곳은 대형 생활용품을 파는 매장이었다.일상에서 필요한 물건은 거의 다 갖춘 곳이었다.차에서 내리기 전, 이람이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대표님, 마스크 쓰실래요?”하준의 얼굴은 워낙 눈에 띄는 편이라,이람은 밖에서 괜히 사진이라도 찍힐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하준은 이람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말했다.“같이 써요.”이람.“네.”두 사람은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렸다.회색 트레이닝복 차림도 똑같았다.하준은 키가 거의 190에 가까웠지만, 이람도 173 정도의 키라서 평소 운동화 차림이어도 옆에 서면 제법 잘 어울렸다.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건 결국 체형과 분위기였다.하준과 이람은 그 점에서 확실히 두드러지는 편이었다.마스크를 썼는데도,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였다.외모가 완전히 가려졌다고 보기도 어려웠다.하준은 큰 쇼핑카트를 하나 끌고 갔고, 이람은 거의 하준 옆에 붙어 다녔다.이람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말없이 바로 카트 안에 넣었다.생활용품은 기본적으로 전부 두 개씩.색깔만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집에서 입을 옷과 잠옷도 여러 세트를 골랐다.다만 하준이 이미 명품 브랜드 직원과 연락해서 커플로 맞춘 옷들을 꽤 많이 주문해 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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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이람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하준이 눈을 들어 말했다.“사진, 제가 보내줄게요.”곧바로 이람의 핸드폰으로 두 사람의 셀카가 도착했다.이람은 하준처럼 그 사진을 핸드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지는 않았다.대신 하준의 단독 사진을 골라, 두 사람이 사용하는 채팅방의 배경으로 설정했다.하준은 그걸 보고 똑같이 했다.채팅방 배경은 이람의 단독 사진으로 바뀌었다.마침 근처를 지나던 사람이 있어서 하준은 그 사람에게 부탁해 풀샷을 한 장 더 찍기로 했다.지나가던 사람은 젊은 여대생이었다.하준의 눈매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 듯 멈춰 섰다.정신을 차린 건, 하준의 말을 다 듣고 나서였다.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 채로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연신 ‘네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자신이 왜 그렇게까지 공손해졌는지는 몰랐지만, 그냥 반사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게 됐다.하준이 예의 있게 부탁했다.“부탁드려요.”여대생은 확실히 사진을 잘 찍는 편이었다.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각도를 잡았다.하준은 자연스럽게 이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와,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도 화보 같아요! 완전 의류 광고 사진 같아요!”여대생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다가왔다.이람을 보는 얼굴도 이미 부끄러움으로 가득했다.하준과 이람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도둑질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힐끔 한 번 보고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감사해요.”하준이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이람도 옆으로 다가가 결과물을 함께 봤다.구도가 정말 좋았다.이람은 웃으며 말했다.“사진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 감사합니다.”여대생은 손을 내저으며 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두 분이 워낙 잘생기고 예쁘셔서요! 두 분 아이는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안 돼요!”그 말을 끝으로 여대생은 그대로 달아나듯 사라졌다. 겉으로는 부끄러워 도망친 모양새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것이다.‘혹시 연예인 만난 거 아니야?’‘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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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작은 손님방 하나를 대표님 서재로 꾸며놨어요. 보안 인증 시스템도 따로 설치했고요. 대표님만 들어갈 수 있게 해놨어요. 저는 접근 권한이 없어요.”하준이 순간에 기분이 좋아졌다.“좋아요. 한번 보러 가죠.”이람은 설정해 둔 프로그램을 하준에게 전송했다.하준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자 그동안 열리지 않던 문이 자연스럽게 열렸다.“이 시스템, 제 서재랑 같은 방식이네요.”이람은 벽 한쪽에 달린 눈에 잘 띄지 않는 카메라를 가리켰다.“이건 인식용 카메라인데요. 이제 앞으로는 저도 못 들어가요.”하준은 문득 이람이 빛나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준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방은 크지 않았지만, 업무를 보기에는 충분했다.“일주일 내내, 저를 위해 이 방을 준비한 거예요?”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준은 당장 이람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꾹 눌렀다.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정말 이 방은, 저만 열 수 있는 거죠?”“제가 정말로 들어가고 싶다면, 들어갈 수는 있어요.”시스템이야 코드 하나만 손보면 되는 일이었다.“그래도 대표님 사생활은 함부로 보지 않을게요.”하준은 짧게 응답했다.“믿어요.”그렇게 오후 내내 이사는 마무리됐다.저녁이 되어 진영자가 밥을 하러 왔을 때, 다시 한번 하준을 마주쳤다.하준은 검은색 실내복 차림으로, 물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하준은 진영자를 보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만 하고, 곧장 서재로 들어갔다.진영자는 왠지 모르게 하준에게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낯선 것도 이유였지만, 사람에게는 단번에 느껴지는 기류라는 게 있었다.가까이하기 쉬운지, 아닌지...하준은 분명 후자였다.그래서 진영자는 괜히 더 말을 걸지 않았다.그에 비해 이람은 훨씬 편한 사람이었다.다만 진영자가 집에 와서 요리할 때도 이람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이람은 워낙 바빴고,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에서 보내며 여가나 휴식은 거의 없었다.진영자는 평소처럼 세탁실로 향했다.그곳에는 이전과 달리 실내복이 더 늘어나 있었다.자세히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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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헌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약상자를 집어 들고, 천천히 살펴보았다.출장 중인 탓에 제헌은 이람과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고, 그 덕분에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은 충분했다.그래서 생각이 많아졌다.예전에는 출장이 잦아도, 제헌은 이람을 떠올린 적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요즘은 달랐다.가만히 있어도, 자꾸 그녀가 떠올랐다.손에 쥔 위장약을 바라보는 순간, 기억은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으로 변해 갔다.이람이 제헌을 위해 했던 사소한 배려들... 말없이 챙기던 습관들 하나하나가 또렷해졌다.그제야 제헌은 깨달았다.굳이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걸.이람이 자신을 사랑했는지, 아니었는지.‘조이람은 나를 사랑했어.’‘그것도 아주 많이.’‘그리고 그 증거는... 셀 수 없이 많아.’위 때문인지, 마음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제헌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촘촘히 맺혀 있었다.최근의 제헌 자신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이람이 자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증명할 단서를... 더 많이 찾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본능적으로 그걸 피하고 있었다.증거가 늘어날수록 제헌의 가슴은 더 아팠기 때문이다.이대로 계속 아프다면,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귀국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이렇게까지 아픈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몸 상태도 실제로 좋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감정도 거칠어졌다.이유 없는 분노가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제헌은 약상자를 꽉 쥐었다가,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던졌다.그와 동시에 위가 다시 쓰리기 시작했다.제헌은 매년 정기 검진을 받았고, 위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의사는 늘 말했다.위는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관이라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능이 정상인보다 떨어질 수는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었다.그래서 제헌은 알고 있었다.어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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