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매형’이라는 존재에 필요한 조건들이 우르르 떠올랐다.인성, 능력, 책임감, 집안, 성격, 경제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람을 절대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있는 사람.하나하나 따져보니, 결국 이건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위 조건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과 겹쳤다.하준이었다.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이건은 바로 기분이 망가졌다.“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그런 얘길 왜 해?”이람은 하준을 힐끗 봤다.방금 하준의 대답은 틀린 말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건을 긁는 데에는 꽤 효과적이었다.이람이 보기엔, 하준은 생각보다 훨씬 교묘한 사람이었다.그리고 이람 역시 이건의 생각이 궁금해졌다.“그럼 말 나온 김에 묻자. 내 매형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이건이 이람을 노려봤다.“나한테 물어?”“누나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내가 반대해도 누나는 내 말 들을 사람도 아니잖아.”이람은 이건이 또다시 정면으로 들이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발 물러섰다.“그래도 말해 봐.”“조건 없어.”“매형 같은 정체불명의 생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게 제일 좋아.”이건은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이건이 말을 이었다.“서 대표님, 여동생이나 딸 하나만 있어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바로 이해할 거야.”톤은 평온했지만, 말은 날이 서 있었다.강제헌은 이미 피로 증명된 사례였다. 이건은 이람이 감정 문제를 잘 처리할 거라는 데, 전혀 신뢰가 없었다.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게다가 아직까지 이건은 하준에게서 ‘절대적으로 믿을 만하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이건이 보기엔, 하준은 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머리도 비상하고, 외모까지 괜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타입이었다.어떤 관계에서든 항상 위에 서는 사람, 주도권을 쥐는 쪽.만약 인성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져 있다면, 사람 하나쯤은 흔적도 안 남기고 삼켜버릴 수 있는 인간이었다.다치고 나서도 어디서 다친 건지조차 모를 만큼.그래서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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