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451 - Chapter 460

466 Chapters

제451화

[누나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하진 아니네.]유리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온몸이 칼로 꿰뚫린 것처럼 굳어 버렸다.자존심이 뿌리째 뽑혀 나와 공개적으로 짓밟히는 기분이었다.멍하니 입이 벌어진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람을 가장 깊이 상처 입히는 건... 결국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다.유리는 분노로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하유민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해?’[누나, 너무 화내지 마. 나 오늘은 사과하려고 전화한 거야. 어쨌든 누나가 나보다 훨씬 능력 있는 건 사실이잖아. 동생인 내가 누나를 따라갈 수는 없지.]유민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유리는 핸드폰을 움켜쥔 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쾅! 소리와 함께 화면이 산산조각 났다.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어깨는 미세하게 떨렸다.유리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다.‘하유민이 나를 비웃었다고? 나를 얕잡아 봤다고?’‘하유민 같은 멍청한 애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무시해?’유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전혀 억누를 수 없었다.‘차라리 조이건이 내 동생이었으면 좋겠어!’유리가 그동안 그렇게 악착같이 노력해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였다.학생 시절, 어렵게 강제헌의 이너서클 안으로 들어갔고, 강제헌 같은 명문가 도련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친구가 되었고,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하지만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유리는 더 높이 올라가야 했다.그런데 유민이, 하유민 따위가 자신을 무시하다니, 유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일은 반드시 강씨 집안 본가에 갈 거야.’‘강씨 집안 사람들 모두에게 내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릴 거야.’‘이번엔... 눈도장 한 번 제대로 찍어 주겠어.’...제헌은 어제 이람을 만난 이후로 계속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미 밤은 깊었지만, 전화는커녕 메시지도 없었다.이쯤 되자 제헌은 이람이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 건 아닌지, 아니면 일부러 내일, 자신이 직접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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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다음 날은 강수철 회장의 생신이었다.이람은 이른 아침부터 잠에서 깼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뒤,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정갈하게 정리되어 옷장에 걸린 옷들 위로 손을 천천히 훑던 그녀의 손길이 한 벌에서 멈췄다.민소매 디자인의 화이트 정장이었다.하의는 같은 소재의 쇼츠로 전체적인 실루엣이 깔끔하고 단정했다.핏이 아주 좋았다.입었을 때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선이 깔끔했고, 단정하면서도 당당한 인상을 줬다.이람은 망설임 없이 그 옷을 선택했다.어제 회사를 나서며 이람은 제헌이 보내온 옷을 힐끗 본 적이 있었다.연핑크색의 부드러운 원피스.차분하고 단정하며 무해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람은 그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물론 선물도, 그 옷도 모두 회사에 두고 왔다.이람은 굳이 챙겨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옷을 고른 이람은 바로 갈아입었다.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묶고, 은색 귀걸이를 착용했다.은색은 이람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차갑고, 날카롭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부드러움은 애초에 이람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다.이람은 연하게 화장을 했다.선물은 그녀가 직접 고른 백자 다기 세트였다.이미 준비해서 거실 한편에 놓아두었다.어울리는 가방을 집어 든 뒤, 이람은 방을 나섰다.마침 하준도 동시에 방에서 나왔다.하준은 여전히 집에서 입는 편안한 차림이었고, 이미 외출 준비를 마친 이람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벌써 가는 거예요?”“네, 먼저 가려고요.”이람은 하준과 함께 강수철 회장의 생신연회에 갈 수는 없었다.“강제헌과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이람은 이미 이혼을 결심했고 하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람은 하준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그래서 더 설명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간단히 아침 식사 이야기를 나누며 거실로 나왔다.이람은 선물을 들고 하준에게 인사를 한 뒤, 그대로 집을 나섰다....강수철 회장은 올해 일흔셋이었다.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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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이람은 강수철 회장의 곁을 따라 걸으며, 함께 산책을 하듯 이야기를 나눴다.“할아버님, 예전부터 계속 여쭤보고 싶었던 것이 있어요.”강 회장은 뜻밖이라는 듯 이람을 보았다.“그래? 말해 봐.”“제헌 씨가 저랑 결혼하는 걸 동의했을 때요... 혹시 그때, 할아버님께서 제헌 씨를 몰아붙이신 건가요?”강 회장은 이람을 한 번 힐끗 보더니, 다시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아니. 강요한 적 없어. 제헌이한테 말은 했지. 그랬더니 제헌이가 괜찮다고 하더라. 너랑 상의해서 둘이 조용히 혼인 신고만 하자고.”이람은 말없이 침묵했다.“제헌은 어릴 때부터 성질이 강하고, 남이 시키는 건 싫어해서 안 하는 놈이야. 늘 사람 말에 반대로만 굴었지. 그런데 이 일에선 유난히 순순히 응하더라. 솔직히 나도 좀 의외였어.”강 회장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네가 제헌이를 좋아하고, 제헌이도 결혼을 원했다면 둘 사이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지난 3년 동안은 너희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어. 집안 행사 때 봐도, 둘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고.”그러다 강 회장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뀌었다.“그런데... 요즘 문제가 생겼구나?”이람은 강 회장의 눈에서 노련한 통찰과 판단력을 보았다.그녀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몇 걸음 더 걸어가 연못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들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강 회장을 바라보며 물었다.“할아버님은요... 저희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해 주시는 거죠?”강 회장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이람도 함께 멈췄다.강 회장의 시선이 이람을 차분히 훑었다.이람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했다.잠시 후, 강 회장은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한숨이 지나간 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전히 위엄 있으면서도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그건 당연하지.”이람은 강 회장의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걱정이 사라졌다.오늘은 강 회장의 생신이었다.이람은 오늘의 주인공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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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점심 연회는 전부 강수철 회장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친척과 지인들이 한데 모여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들떴다.이람이 만약 제헌과 함께 이 자리에 나타났다면, 제헌은 분명 아무렇지 않게 손님들에게 두 사람이 부부라고 소개했을 것이다.이람이 그 자리에서 바로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본래 강 회장의 생신을 위한 연회였던 만큼, 모든 관심이 한순간에 이람에게 쏠리는 건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서 이람은 저녁에 다시 오기로 했다.그때쯤이면 남아 있는 건 집안 사람들뿐일 테고, 그제야 차분히 모든 걸 털어놓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그래서 이람은 일부러 이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괜히 남아 있다가 자신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이유가 없었다.이람은 본가를 빠르게 빠져나와 차를 몰았다.그리고 요양병원을 향해 문수혜를 찾아갔다.병실에서 문수혜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심혜영이 최근 다시 하유리를 데리고 온 일은 없었다고 했다.이람은 유리와 직접 부딪칠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유리의 고고한 성격은 제헌과 꽤 닮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 유리가 과연 심혜영에게 얼마나 진심일까?심혜영은 유리에게 마음을 다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이람은 병원을 나서며 문득 심혜영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히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이람은 심혜영의 SNS를 열어봤다.그러다 유리의 연구실을 찾아간 사진과 글을 발견했다.심혜영은 워낙 사진 찍고 기록하는 걸 좋아했고, 그 게시물은 바로 어제 올라온 것이었다.그 순간, 이람의 기분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뭐... 어쨌든 이모가 즐거우면 된 거지.’...한편, 제헌은 오늘 이람과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밝힐 생각이었다.그래서 그는 평소보다 훨씬 단정하고 격식을 갖춘 차림을 하고 있었다.미리 이람에게 건넨 드레스와도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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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제헌은 속으로 이람이 아마도 연회를 준비하는 리조트 쪽으로 갔을 거라고 예상했다.그곳은 강씨 집안에서 직접 개발한 휴양 리조트였다.예전에 제헌은 이람과 함께 그 리조트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이람이 외할머니 몸이 좀 안 좋다더라. 그래서 내가 이람이한테 다녀오라고 허락했다. 넌 굳이 찾으러 가지 마. 이람이는 저녁에 다시 올 거야.”강 회장은 평소 제헌과 이람의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았고,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멀어질 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돌이켜 보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아마도 제헌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강 회장은 오히려 이람이 저녁에 돌아왔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싶었다.“하지만 오늘은 할아버님 생신이잖아요. 안 됩니다. 제가 직접 이람이를 찾아가야.”제헌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돌아와.”강수철 회장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미간이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생일이 뭐 그리 대수라고.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다 똑같아. 네 아버지가 굳이 챙기겠다고 해서 하는 거지. 난 이런 잔치 할 마음도 없어.”“그래도...”“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강 회장은 제헌을 똑바로 바라봤다.“생일이 중요해? 아니면 이람이 외할머니 건강이 더 중요해?”제헌은 말문이 막혔다.“시간이 늦었다. 곧 손님들 다 도착할 텐데, 네가 빠져 있으면 모양이 좋겠어?”일부 친척들은 먼저 본가에 들러 인사를 할 예정이었고, 집안에는 누군가가 남아 손님을 맞아야 했다.제헌이 이미 도착한 이상, 이제 와서 다시 나가는 건 더더욱 어색했다.“나가 봐.”제헌은 이를 악물고 서재를 나왔다.걸음을 옮기며 직감적으로 느꼈다.‘조이람, 일부러 이러는 거야.’하지만 이람은 미리 도착해서 강 회장에게 먼저 이유를 설명해 두었다.조금의 허점도 없이.제헌은 마당으로 나와 곧바로 이람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이번엔, 아예 받지 않았다.‘젠장... 조이람, 지금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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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강운국은 젊었을 때, 한마디로 말해 잘생긴 얼굴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이었다.그는 피부가 유난히 희고, 번듯한 외모에, 말솜씨도 좋았다.서주연은 어릴 때부터 명문가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다.그녀가 만난 남자 중에서 강운국은 가장 잘생겼고, 가장 피부가 희었으며, 무엇보다도 서주연을 가장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서주연은 자연스럽게 강운국과 가까워졌다.서주연의 임신은 전혀 계획되지 않은, ‘사고’에 가까운 일이었다.그녀는 애초에 강운국을 위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아이를 낳은 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다.서주연은 스무 살에 임신했다.그 시절에는 아이를 일찍 낳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고, 서주연 역시 젊은 나이에 엄마가 되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다.다만, 강운국에게 어떤 ‘자리’도 줄 생각은 없었다.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책임질 사람인지 아닌지는 좀 더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여겼다.무엇보다도... 서주연은 자기 신분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단 한 번도 강운국이 감히 자신을 속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두 사람의 데이트는 늘 강운국이 비행기를 타고 서주연에게로 찾아와서 이루어졌다.일주일에 한두 번은 꼬박꼬박 찾아왔고, 달콤한 말도 아끼지 않았다.‘사랑이 아니고서야, 저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그녀는 그렇게 생각해서 더더욱 강운국을 믿었다.하지만 서주연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강운국이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는 것을.게다가 아내는 임신 중이었고, 그 상태로 여전히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었다는 것을.서주연은 분노했다.아이조차 돌볼 겨를 없이 곧장 강씨 집안 본가로 쳐들어갔다.서주연은 소란을 겁내지 않았다.그녀는 강운국의 체면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원했다.어차피 강운국 같은 남자는 하나 잃으면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면 그만이었다.하지만 자신을 속인 건...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었다.그런데 막상 일이 벌어지자 서주연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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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김영남은 서주연을 보자 잠시 미묘하게 굳었다.서주연은 다른 사람이 쉽게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세의 소유자였다. 더구나 서주연이 강수철 회장의 생신을 축하하러 올 것이라는 말이 이미 사전에 전달되었기 때문에, 불쑥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김영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하준이 내민 선물을 받아 들었다.“집사님, 회장님께 안내해 주세요.”“예,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김영남은 직접 앞장서서 서주연을 강수철 회장이 있는 서재로 안내했다.하준은 서주연의 뒤를 따르며 걸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서주연의 곧게 펴진 등으로 향했고, 무의식중에 주먹을 한 번 더 꽉 쥐었다.하준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서주연이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운국 일가를 마주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하준은 강운국이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어린 시절, 강운국과 채영희, 그리고 제헌까지 그 세 사람이 함께 있던 모습을 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장면들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조금 전, 서주연이 강운국의 태도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은 하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강운국은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고 서주연은 하준의 어머니이며, 지금도 하준의 앞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다는 것. 그러니 하준은 굳이 강운국과 그 가족들을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그런데도 하준은 문득 생각했다.‘어렸을 때, 내가 강제헌 가족에게 상처받던 순간에... 엄마가 내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막아 줬다면, 나도 그렇게까지... 두렵고 서럽지는 않았을까?’하준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어느새 서주연과 함께 서재 앞에 도착했다.서주연은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가 강수철 회장에게 인사를 건넸다....그 시각, 앞마당에서는.채영희는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서주연과 하준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강운국의 시선은 줄곧 그 모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시선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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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제헌은 이람이 도망치듯 떠난 뒤, 쫓아가지도 못한 채 묶여 있는 상황부터 이미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하준과 서주연까지 눈앞에 나타나자, 제헌의 기분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았다.그리고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채영희의 차갑고 불만 가득한 질책 섞인 목소리가 다시 제헌의 귀에 꽂히는 순간, 핏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고통과 혐오가 단번에 되살아났다. 마치 오래된 저주처럼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 같았다.제헌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이 정도면, 자신은 미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감정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어머니, 할아버님께 가서 직접 여쭤보세요.”제헌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한 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채영희는 평소에도 제헌의 거리감과 무뚝뚝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준과 서주연까지 있는 자리에서, 아들마저 이렇게 자신을 밀어내다니.자신의 손으로 직접 기른 아들이 이런 모습이라는 사실에 채영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서주연이 무슨 말을 하든, 서하준은 묵묵히 듣고 따라가는데...’‘어머니 말을 듣는 게 아들인데, 왜 제헌이는 나한테 이 모양이지?’채영희는 주먹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강운국은 서주연이 오늘 이 자리에 온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예고도 없이 서주연과 하준을 마주한 순간, 그는 매우 놀라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겨우 상황을 인식했을 때, 서주연과 하준이 강운국을 완전히 타인 대하듯 냉담하게 대하는 태도에 강운국의 마음은 복잡해졌다.채영희와 강운국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다. 이른바 죽마고우 사이였고, 그렇기에 강운국은 더더욱 채영희의 부모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다.결국 그는 채영희를 속인 채, J시로 출장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서주연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서주연이 강운국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모든 것은 끝났다.강운국은 누구보다 서주연의 성격을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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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이람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집안도, 배경도, 내세울 만한 조건도 없었다.채영희는 그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자신은 모든 것을 갖추었고, 남들보다 못할 게 없다고 믿어왔는데, 그럼에도 강운국은 외도를 했고,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못하다고 여겨지는 이람이 아들과 결혼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그래서 이람이 강씨 집안에 시집온 첫날부터, 채영희의 눈에는 거슬리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다만 오늘 같은 자리에서 채영희도 함부로 화를 내며 이람을 들볶을 수는 없었다.‘조이람은 강씨 집안으로 시집왔으니, 이제 이 집안 사람이야.’‘평소야 그렇다 쳐도, 아버님 생신인데 얼굴도 안 비치다니, 분수를 모르는 거지.’‘나중에라도 오기만 해 봐, 제대로 훈계해야지.’그 사이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강운국은 손님들을 맞아 차를 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대부분은 강씨 집안과 가까운 친척들이었고, 인원은 많지 않았다. 대다수의 손님은 아예 리조트 쪽으로 바로 이동한 상황이었다.김영남은 이를 확인하고 강수철 회장에게 알리러 들어갔다.서주연은 이 본가에 와본 적이 없었다. 뒤뜰에 정원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나서 하준에게 길을 안내하게 했다. 잠시 둘러본 뒤 강수철 회장과 함께 응접실로 나갈 생각이었다.강운국은 서주연과 하준을 보았다.두 사람은 여전히 강운국에게 단 한 번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강운국의 앞을 지나 뒤뜰로 향했다.강씨 집안 친척들 사이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설마... 예전에 운국이를 반쯤 폐인 만들 뻔했다는 그 여자 아니야?’‘세상에 운국이 본처도 여기 있는데? 이게 무슨 막장이야. 거기다 아들 제헌이까지... 전부 다 모였잖아.’‘운국이네는 안 불편한가? 왜 우리가 더 불편하지?’‘...’사정을 아는 친척들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속사정을 아는 이상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다행히 강수철 회장이 중심을 잡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축하 인사가 오가자 분위기는 조금씩 가라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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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서주연은 말을 돌려 하는 법이 없었다.하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조이람... 네가 진짜로 뺏은 거야?”하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귀국한 뒤 이람과 다시 엮이면서 비로소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만약 그 감정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정말로 무리해서라도 빼앗았을지는... 솔직히 확신할 수 없었다.다만 지금은 달랐다. 제헌과 이람은 이미 이혼했고, 하준에게 이보다 더 명확한 기회는 없었다.이제 하준은 제헌과 정면으로 맞설 생각이었다.그리고 이제 그건 명분도, 자격도 충분한 싸움이었다.하준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신 차분히 말을 꺼냈다.“전에 저한테 따로 하셨던 말씀들요. 다시는 하지 마세요. 이람 씨한테는 더더욱 알게 하시면 안 됩니다.”아들의 얼굴이 지나치게 진지해지자, 서주연은 오히려 당황했다. 이런 정도의 일에까지 이렇게 못 박듯 말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하준의 표정에는 노골적인 불신이 깔려 있었다. 그걸 보자 서주연의 성질이 슬슬 올라왔다.“야, 네 엄마가 가끔 좀 막 나가는 건 있어도, 선은 지켜. 네가 몇 년을 혼자 지내다가 어렵게 여자친구 하나 만들었는데, 내가 이람이 앞에서 일부러 상처 줄 말 해서 쫓아내겠어? 내가 미쳤어? 내가 옛날 드라마에나 나오는 악독한 시어머니도 아니고.”하준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말씀드린 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서주연은 진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눈에 엄마가 그렇게 못 믿을 사람이야?”하준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다른 일이라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람 씨에 관한 일은,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엄마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요.”서주연은 정말로 하준을 연못에 밀어 넣어 물고기 밥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이 자식이, 엄마한테 이런 말까지 한다고?’그런데 하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들으셨죠?”제헌이 이람에게 보였던 안하무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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