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하고, 춥고, 혼자라는 사실이 온몸을 짓눌렀다.이람은 이 상황 자체를 강하게 거부했다.차창 밖을 잠깐 바라보다가, 남자의 냉랭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입을 열었다.“저... 몇백 미터만 가면 되는데 그냥 데려다줄 순 없어요?”‘왜 꼭 지금 내려야 하는 거야?!’제헌의 시선은 싸늘했다.“시간 낭비야.”“그럼... 시내까지만이라도...”이람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정말이지, 지금은 혼자 내리는 게 너무 무서웠다.“방향이 달라.”제헌은 더 이상 참을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내려.”그 말에 이람은 제헌의 눈 안에서 단호함, 그리고 거절할 수 없는 압박을 읽었다.무시할 수 없는, 강제적인 기류가 분명했다.오늘 산 아래에서 제헌은 분명히 늦었다.하지만 유리와 관련된 일이 생기자, 단 1초도 주저하지 않았다.방금까지만 해도, 이람을 혼자 두는 게 강 회장의 눈에 걸릴까 싶어 걱정하는 눈치였던 제헌은, 밖으로 나오자 그런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애초에 기대 같은 건 안 했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이람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쓰라렸다.아무리 그냥 친구라도, 이 정도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결혼 초기, 이람은 제헌이 조금 두려웠다.3년을 같이 지내면서,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제헌의 눈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의 압박은, 묘한 공포로 되살아났다.제헌은 평소엔 이람에게 냉담했지만, 어릴 때부터 철저히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예의 바르고 점잖은 사람이었다.‘강제헌이 지금 이 상황에서 만약 하유리를 위해서라면...’‘내가 말 안 듣는다고 화를 내고... 손까지 쓰는 건... 아니겠지?’그런 생각이 스치자, 이람은 제은처럼 ‘안 내리면 어쩔 건데요?’ 같은 말을 감히 하지 못했다.자신만 초라해질 뿐이었다.이람은 꽉 다문 입술로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꾹 누르며, 문을 열고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내릴 때, 이람은 무표정하게 제헌을 바라봤다.만약 제헌이 단 한 번만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