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이람은 한동안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레이서, 바로 그 Sun이었다.어머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이람은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 깊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람은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에 빠져들었다.몸이 극한의 속도에 휘둘릴 때, 순간적으로 모든 생각이 멈췄다.잡생각도, 불안도, 슬픔도... 모두 사라졌다.그때만큼은 온전히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심장이 아드레날린에 의해 쿵쾅거릴 때, 이람은 살아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레이싱은 그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에 불과했다.처음부터 대회에 나갈 생각도,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그래서 이람은 비공식 레이싱 팀에 들어갔고, 그곳에선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됐다.이람은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처음 핸들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레이싱 감각을 익혔고, 몇 번의 레이스 이후, 이람에겐 팬이 생겼다.그러다 어느 날, 이람은 우연히 공식 대회에서도 깨지지 않던 기록을 간단히 넘겨버렸다.입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Sun이라는 이름도 유명해졌다.팬은 점점 늘어났고, 아마 그때쯤 제은도 Sun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람은 그런 유명세에는 조금도 흥미가 없었다.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레이싱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그렇게 이람은 조용히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로 관심을 옮겼다.물론, 속도에 지배당하던 그 쾌감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였다.이람은 민서를 흘끗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 이제 안 하니까 괜히 입방정 떨지 마.”민서는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받아쳤다.“내가 입방정 떨면, 너 뭐 어쩔 건데?”민서가 이럴 땐 일부러 더 세게 나온다는 걸, 이람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마음껏 말해. 어차피 아무도 안 믿을 걸. 설령 믿는다 해도, 나 다시 할 생각 전혀 없어.”누군가에겐 Sun이 ‘레이싱 그 자체’였는지 몰라도, 이람에게 레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