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도 알고 있었다.이람이 감정을 스스로 잘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걸.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자꾸만 눈길이 갔다.그런데 이람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거리낌도, 회피도 없이 담담하게.처음 이혼했을 땐, 이람이 제헌과 마주치기만 해도 가슴이 쪼그라들고, 만나는 것 자체가 상처였다.그런 이람이었기에, 제헌을 피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조금씩 바뀌었다. 이젠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어차피 이혼했다고 평생 안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가정법원도 같이 가야 하고, 이런 자리에서 마주칠 일도 있겠지.’‘그 정도도 못 견디면, 그건 좀 우스운 일일지도 몰라.’이람의 시선이 머무른 곳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강제헌, 고지후, 정도규.세 사람 모두 키가 훤칠하고, 정장 차림에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했다.무대 위 조명을 등에 진 것처럼, 시선이 절로 따라갈 만큼 눈에 띄었다.그 뒤를 따르는 허기성 또한 말끔한 슈트 차림이었지만, 이람은 그에게 시선을 줄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제헌과 도규 사이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하유리.유리는 온몸을 빛내는 듯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수천 개의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화려한 의상에 보석 액세서리까지 더해지자, 그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었다.멀리서 보기만 해도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고급스러운 아우라였다.‘강제은이 말했던 몇십억짜리 풀 세트, 다 저거였구나.’그건 단지 제헌의 정성이 아니었다.이람의 이모, 심혜영의 손길도 함께한 결과라는 걸 이람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람은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였다.그 누구보다 먼저 체념했고, 빨리 내려놓았다.유리를 향한 제헌의 시선도, 그 곁에 선 사람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도... 이람은 그저 한 번 시선을 머물렀을 뿐, 곧 차갑게 눈길을 거뒀다.세진은 그런 이람의 반응을 곁에서 확인했다.별다른 감정이 실리지 않은 무심한 시선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진은 한 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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