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가정이야. 현실에선 절대 성립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굳이 현실적인 반박은 필요 없어. 나는 그냥 네 생각이 궁금해서 묻는 거야.]민서가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서하준이랑 강제헌 사이에 어떤 혈연관계도 없다고 가정하자. 그런 상황에서 서하준이 너를 좋아한다면, 넌 어떨 것 같아?]현실과 분리된 상상은 결국 공상에 불과했다.이람은 그런 류의 ‘가정’들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하지만... 민서랑 이런저런 수다 떠는 건 괜찮지.’그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이람은 꽤 진지하게 말했다.“일단 첫 번째 가정은, 서하준이 나를 좋아한다는 거고, 두 번째는, 서하준이 강제헌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라는 전제지? 그 두 가지가 모두 성립된다면...”“글쎄, 서하준 같은 사람을 거절할 여자는 많지 않을걸? 잘생겼지, 부자지, 몸매도 좋지. 여자로서 바라볼 수 있는 외적 조건은 다 갖췄으니까.”민서가 기대하듯 물었다.[그래서? 너의 결론은?]이람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사람의 생각은 자기 경험에 따라 달라져. 민서야, 너도 알지? 내가 강제헌이랑 그 끔찍한 결혼을 겪고 나서, 가장 크게 바뀐 게 뭔 줄 알아?][연애관?]“맞아. 연애관이 완전히 바뀌었어. 친구는 괜찮아. 서로 좋은 감정 있으면 주고받으면 되지. 그런데 연애는, 이젠 난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려고 해.”“앞으로 내가 누굴 만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은 반드시 날 아끼고, 사랑하고, 보듬어줘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그 사람은 나의 대상이 될 수 없어.”이람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단단한 확신이 있었다.“그러니까 네가 물은 그 가정, 서하준이 날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안 만난다고.”민서가 조용해졌다.이람은 말을 이었다.“같이 있은 시간은 짧지만... 내가 지금껏 느낀 바로는, 서하준이라는 사람은, 설령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도... 자기보다 상대를 우선으로 두는 성격은 절대 아니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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