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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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이람은 제헌의 다른 친구들보다 지후와 연락하는 일이 가장 많았다.하지만 매번 연락하는 용건은 늘 제헌 때문이었고, 그 외의 대화는 단 한 번도 나눈 적이 없었다.‘혹시... 내가 SY그룹에서 일하는 것 때문에 강제헌이 고지후를 보내 내 태도를 떠보게 한 거야?’단 1초도 안 돼, 이람은 그 생각을 스스로 부정했다.만약 이람을 퇴직시켜야 한다면, 제헌은 그냥 제은을 시켜 한마디 전하게 하면 그만이다.제헌에게는 사소한 일이고, 무엇보다 이람이 예전처럼 제헌의 말을 잘 따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그냥 누구 하나 시켜 슬쩍 알려주기만 해도 충분했다.그래서 굳이 지후를 보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더군다나 이람은 아직 제헌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이혼하려면 결국 제헌과 연락해야 하니까.제헌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직접 연락할 수 있다.이람이 말이 없자, 지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냥 가볍게 대화하는 거예요. 정말 저랑 말하기 싫으시면... 이람 씨는 커피만 마셔요. 나도 굳이 뭐 더 말하진 않을게요. 괜찮죠?”지후는 완전히 낯선 사람도 아니고, 지금은 시간도 여유로웠다.대화 한 번 나눈다고 해서 그 대화에 무슨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그냥 일상적인 담소 수준.굳이 경계할 필요도 없었다.카페.지후는 자신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더니, 이람을 바라보았다.“이람 씨는요?”“같은 걸로요.”지후가 여직원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아르바이트생인지,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풋풋한 얼굴의 여직원은 지후의 미소에 볼이 붉게 달아올라,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지후가 고개를 돌리자, 이람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순간, 지후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아, 망했네.’지후는 조금 전 행동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죄송해요. 내가... 그냥 여자분들한테 저렇게 웃는 게 습관이라...”“알아요. 작업 거는 스타일이잖아요.”지후는 속으로 자기 얼굴에 차가운 가면이라도 덮어씌우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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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지후는 전날 밤부터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이람의 입에서 직접 그 말을 들으니, 지후의 가슴이 괜히 두근거렸다.사실 이람에게 커피를 사준 것도 한 번 더 이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그만큼 이 대답은 지후에게 중요했다.하지만 지후의 표정엔 놀람밖에 없었다.“정말요? 이번 이혼... 이람 씨, 진심인 거예요?”“나 예전에 강제헌이랑 이혼한다고 난리 칠 때, 그 사람 친구들이 내가 언제 돌아갈지 내기까지 했거든요. 이번에도 다들 뭔가 어느 쪽으로든 추측했겠죠?”역시 이람은 모르는 게 없었다.지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미안해요.”“괜찮아요. 그때 나는 한낱... 당신들에게 안줏거리에 웃음거리였으니까...”이람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이번엔 정말로 결심했어요.”지후는 불현듯 가슴이 저릿했다.여자라서 안쓰러운 건지, 아니면 지금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이람이라서인지 알 수 없었다...‘왜 이렇게 마음이 쓰이지...?’“그렇게 말하지 마요. 이람 씨는 항상 강했어요. 우리 중에 제일.”사랑 하나에 자신의 전부를 내던지는 용기.지후는 자신에게 그런 배짱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런 면에서 이람은 지후보다 훨씬 강하고, 솔직했다.이람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후 씨는 진짜 사람 위로하는 데 타고났어요. 내가 그렇게 멍청했는데도, 강하다면서 칭찬해 주고. 정말 대단하다니까요.”지후는 헛기침했다.“그건 또 뭐예요.”‘결국 나보고 헤픈 남자라는 거잖아...’‘아니거든. 나도 사람 가려서 대해요.’순간, 지후의 표정이 굳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얼굴이 어느새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지후 씨?”“왜 그래요?”지후가 낮게 대답했다.“사실... 오늘 누구든 좀 내 얘기 들어줬으면 했어요.”“무슨 일 있어요? 혹시... 속상한 일?”“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예전에 지후를 꽉 붙들고 늘어지던, 그 유명 인플루언서 여자친구였다.지후는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라, 끝까지 여자를 밀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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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제헌의 싸늘한 눈길을 본 유리는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제헌이 이람을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후는 이람을 만나고 있었다.이건 제헌의 체면을 구기는 거 아닌가?‘아니면... 조이람이 먼저 지후한테 연락한 건가?’그럴 가능성도 충분했다.요즘 이람은 정말 꼴 보기 싫을 정도로 남자들 주변을 얼쩡거리는 느낌이었다.유리는 속에 올라오는 혐오감을 꾹 누르며 말했다.“혹시... 이람 씨가 지후한테 볼 일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제헌은 차갑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럴 수도...”“지후한테 전화할게. 테니스 코트로 오라고.”...지후는 이제 겨우 이람과 어색함을 조금 걷어내고, 드물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런데 그 와중에 전화가 울려 분위기를 갈라놓았다.“왜요?”[우리 테니스 코트 도착했어.]지후는 눈살을 찌푸렸다.“난 누나랑 제헌 형 부른 적 없는데요.”지후는 어젯밤에 재원이 테니스 치자고 했다는 말을 유리와 제헌에게 대충 툭 던졌다.그건 그저 하소연이었지, 같이 오라고 초대한 것은 아니었다.[얘기 듣고 보니까 나도 오랜만에 치고 싶더라고. 제헌이도 데려왔어. 도규도 온대.]지후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하... 알겠어요. 먼저 들어가세요.”전화를 끊자 이람이 말했다.“지후 씨 친구들 왔다면서요. 가세요.”지후는 순간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간신히 참았다.핸드폰을 꽉 쥐며 몸은 굳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이람 씨.”지후는 조심스레 물었다.“앞으로도... 오늘처럼 얘기할 수 있을까요?”이람은 잠시 멈칫했다.“나랑 지후 씨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아요?”둘은 아직 어정쩡한 사이였다.편하게 밥 먹고 수다 떨 정도로 친한 관계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후 주변엔 제헌이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괜히 피곤해질 이유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이람은 다른 친구들도 많았다.대화 상대로 굳이 지후가 필요하지는 않았다.지후는 긴 속눈썹 아래로 깊은 눈동자를 내리며,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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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제헌은 미세하게 눈살을 한번 찌푸렸다.예전의 이람이라면 분명 제헌의 말만 곧이곧대로 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이람은... 장담할 수 없었다.지후도 느꼈다.이혼을 결심한 뒤의 이람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겉모습과 속마음 둘 다 완전히 달라졌다.아마도 예전의 이람은 제헌을 볼 때만 눈에 빛이 생겼는데, 지금은 사람 자체가 환해진 것 같달까?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후는 괜히 가슴을 꾹 눌렀다.‘심장아, 좀 나대지 마. 나이가 몇인데 혼자 설레고 난리야. 적당히 해.’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긴장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유리가 물었다.“왜 말을 끊어?”“누나가 궁금하면, 누나가 직접 형수님한테 물어봐요.”지후는 한숨을 내뱉으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꼬투리 하나 잡을 것 없는 말투로 말했다.“근데 누나는 형수님 같은 채팅 상대, 아마 마음에 안 들 걸?”유리가 뛰어난 건 지후도 인정한다.그 자존심도 잘 알고...그래서 이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도 이해가 됐다.하지만 사람은 사람이고, 굳이 따질 필요도 없고, 대충 얼버무리면 되는 거다.지후의 그 말투가 유리에게 좋을 리 없었다.하지만 지후가 늘 그렇듯 흐물흐물 웃고 있으니, 여기서 화내면 오히려 자기만 속 좁고 이상한 사람이 되는 꼴이었다.결국 유리는 어쩔 수 없이 차갑게 말해놓고 말았다.“누가 너와 더 가까운 사람인지, 잊지 마.”그 말을 툭 내뱉고, 유리는 지후를 무시하듯 시선을 돌렸다.“당연하죠. 유리 누나랑 제헌 형이 나한테 제일 가깝죠!”“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제헌이 차갑게 잘라냈다.지후가 혀를 찼다.“아니, 내가 유리 누나랑 싸운 것도 아닌데요. 형, 뭐 이렇게 감싸요? 농담 한마디도 못 해요?”제헌의 말 없는 태도 자체가 유리 관련해서는 농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유리 문제만 나오면 제헌은 한 치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지후는 어깨를 으쓱였다.“OK, OK. 졌어요. 형수님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형수님이 퇴사하실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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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지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람은 이미 멀찌감치 먼저 걸어가고 있었다.애초에 그녀는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 모습을 본 유리가 말했다.“이람 씨, 그래도 네 말은 잘 듣네.”제헌은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이람은 늘 그랬다.그래서 제헌은 알고 있었다.이람이 어떻게 변하든, 어떻게 날뛰든, 결국엔 결과는 언제나 똑같다는 걸.이람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걸.지후는 이미 이람의 진짜 마음을 알아서인지, 아니면 제헌과의 관계가 틀어질 각오를 속으로 미리 다 해둔 건지... 지금 제헌과 유리의 대화를 들으며 마음 한쪽에서 불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지후는 그 불편함을 조용히 삼키고, 정도규에게 전화를 걸었다.“도규 형, 빨리 와요. 안 그러면 내가 여기서 커플한테 진짜 배 터지게 당할 것 같아서요.”유리는 그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기색이 역력했다.지후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지후는 원래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척척 꺼내는 사람이었다. 입은 잘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주지는 않았다.지후는 거의 반사적으로 거절을 하지 않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챙겨주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도 들렸다.“지후는 레벨이 높다. 엄청 바람둥이다. 분명 상처 준다.”하지만 지후를 진짜로 겪어본 사람들은 조용히 이런 말도 한다.“저 사람, 뼛속까지 냉정해. 겉으로는 다 챙기는 것 같아도... 사실 아무도 마음에 안 둬.”나쁜 말은 이미 다 나왔다.하지만 지후는 단 한 번도 해명한 적이 없었다.그런 지후의 눈에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었지만, 지후는 자기가 보고 싶은 사람만 눈에 보였다.그게 전부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리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지후... 오늘 유재원이랑 테니스 치기로 한 거 아니었나?’‘근데 왜 도규만 부르지?’묻고 싶었지만, 지금 물으면 지후가 유리의 속을 알아챌 것이다.지후는 눈치가 빠르니까....테니스 코트는 동쪽과 서쪽 두 개의 입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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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재원은 하준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이람 쪽으로 성큼 걸어왔다.“제가 먼저 테니스 스윙 기본 좀 보여드릴까요?”“바로 하시죠.” 이람이 담담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하준이 슬쩍 이람을 바라봤다.재원은 그런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이미 시범을 시작했다. 자세는 테니스의 정석 그 자체였고, 동작은 단계별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어 한 번만 봐도 이해될 정도였다.“처음엔 어렵죠. 오래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고요. 근데 괜찮아요, 몇 번만 하면 금방 늘어요. 제가 코치보다 더 믿을 만할 겁니다. 앞으로는 제가 이람 씨 가르쳐드릴게요.”대답 없이 이람은 재원의 맞은편으로 걸어갔다.“이람 씨, 그렇게 멀리 가면 내가 어떻게 가르쳐요?” 재원이 웃으며 묻자, 이람은 코트 위의 공 하나를 집어들어 라켓을 쥐고 바닥에 툭툭 튕겨 보았다.동작이 자연스러웠다. 마치 경기 직전에 공을 고르는 프로 선수처럼.이람은 공을 가볍게 던졌다.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점프... 그리고 힘찬 스윙.공이 곧게 재원을 향해 날아갔다.재원은 순식간에 굳어 버려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재원이 휘두른 라켓은 한 박자 늦었고, 이람이 서브 넣은 공은 그의 라켓을 스치며 뒤로 빠졌다.놓쳤다 싶던 순간, 재원 뒤에 서 있던 하준이 라켓을 휘둘렀다.빠른 속도로 공이 되돌아왔다.이람이 잽싸게 움직여 그 공을 안정적으로 받아냈다.몇 번의 랠리가 이어지고, 이람이 튀어 오른 공을 감각적으로 처리하며 점수를 가져갔다.재원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남진에게 물었다.“이게... 못 하는 거라고?”옆에서 남진도 마치 자기라도 이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자세 완전 프로인데요.”다음 공은 이람이 졌다.이람이 공을 주우러 걸어가는 동안, 남진이 물었다.“이람 씨, 언제 배우신 거예요?”테니스는 이람의 어머니, 심혜주 여사가 가르쳐준 것이었다.이람에게 어머니 심혜주 여사는 뭐든 해내는 사람이었다.어른이 된 지금도, 이람의 마음속 엄마의 모습은 한 번도 흐려진 적이 없었다.“초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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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유리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지후가 평소에도 별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아 유리가 입을 열려던 순간, 지후가 평소처럼 건성건성한 말투로 끼어들었다.“아니면 누나가 직접 가서 말려 보게? 그러다 제헌 형이랑 형수님이 꽁냥대면 누나만 열받게 생겼는데요.”지후가 이어서 물었다.“누나, 그걸 진짜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어요?”유리는 멍해졌다. 순간적으로 지후가 자기편인지, 아니면 이람편인지 알 수가 없었다.“지금 하는 말... 나 놀리는 거야?”“우리가 서로 안 세월이 얼만데, 내가 누나를 놀리겠어요? 나 제헌 형이 누나 좋아하는 거 잘 알아요.”“누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제헌 형은 누나 계속 좋아할 거니까. 그러니까 누나는 괜히 따라갔다가 분위기만 망치지 말라고요.”평소엔 서로 숨겨두던 말들이었다.지후는 지금 당장이라도 제헌과 유리가 결혼하길 바라는 듯, 선을 확 그어 버린 것이다.그리고 이런 말은... 유리의 귀에 꽤 듣기 좋은 말이었다.하지만 유리는 자신의 속마음이 함부로 읽히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그럼에도 확실해진 게 하나 있다면, 지후는 분명 자기 편이라는 점이었다.유리는 조용히 벤치에 걸터앉으며 말했다.“지후야, 너 성격 내가 알지. 여자들한테 다 저러잖아.”그러고는 고개를 들며, 약간의 오만과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근데 너도 잘 좀 생각해. 조이람이야. 엮이면 안 좋아. 너야 뭐 여자 안 가리겠지만, 조이람 같은 애까지 눈에 차면...”“그래, 존중은 해. 근데 어쨌든 지금은 제헌이 아내잖아. 좀 조심해야지. 안 그러면 우리 계속 얼굴 보기 힘들어.”지후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말하는 거 보니까 누나도 형수님이 제헌 형 아내인 거 은근히 의식하는 것 같은데요?”“고지후, 일부러 날 자극하는 거지?”“우리 예쁜 누님, 억울해요! 내가 누님을 어떻게 건드려요? 제헌 형이 얼마나 누나 감싸는지 아는데... 내가 누나 괴롭힌 거 형이 알면 나 진짜 죽어요.”지후는 진심으로 앓는 말투로 말했다.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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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그래서 유리의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하씨 집안이 권력을 잡고, 명문가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게 해준 사람이 심혜영이었다.하지만 그 명문가들 안에서도 급이 나뉜다.하씨 집안은 제헌, 지후, 도규의 집안과 같은 최상위 가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유리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지후가 신분이나 배경 같은 걸 따지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그건 지후가 처음부터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지후는 그 보이지 않는 계급의 차이를 체감할 일이 없었다.그러나 유리가 지후의 ‘선’을 진짜로 넘는다면?지후도 폭발할 것이다.그리고 지후가 진짜 화난다면, 누가 감히 맞서겠나?지금처럼.유리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이런 기분이 싫었다.‘더 잘해야 해. 누구도 나를 함부로 못 하게.’물론, 유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였다.가까운 사람끼리는 가끔 날카롭게 굴 수도 있다.유리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즉, 굳이 지후에게 이렇게 마음 쓸 필요는 없었다.어차피 이람은 유리를 넘을 수 없다.지후가 눈이 없어서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것뿐이고, 그건 유리와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유리는 더 이상 지후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혼자 테니스 코트로 향했다.지금 더 궁금한 건... 제헌과 이람이 어떻게 되어가는가였다....제헌은 어떤 의심을 희미하게 품고 있었다.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람이 일부러 자기 눈 밖에 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지난 3년 내내, 이람은 제헌의 비위를 맞추고, 말도 잘 들었다.제헌은 그런 이람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그래서 동쪽 테니스 코트에 도착한 제헌은, 이람이 오른쪽 왼쪽으로 뛰어다니며 하준이 넘겨주는 공을 힘겹게 받아내고 있는 장면을 보고는 믿기지 않았다.이미 이람에게 퇴직하라고 통보한 뒤였다.‘조이람이 내 코앞에서 서하준이랑 어울려 다닌다?’‘조이람, 정신 제대로 박혔나?’제헌의 표정이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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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이람이 이런 남자와 계속 엮인다면, 그건 이람이 정말 어리석다는 뜻이었다.남진도 더 이상 이람을 키워줄 생각이 없었다.남진은 능력 있고 깨어 있는 여성들을 기꺼이 성공하도록 도와주고, 그 여성들이 직장에서 마음껏 활약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본인도 그렇게 여기까지 올라왔기에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걸 아끼지 않았다.하지만 기회는 많지 않다.남진이 그런 기회를 줄 상대는, 당연히 냉철하고 독립적이며, ‘내면이 단단하고 야망이 넘치는 여성들’이었다.재원이 입을 여는 순간, 이람의 움직임도 멈췄다.뒤돌아본 이람의 시선 끝에 제헌이 서 있었다.이람은 이제 제헌과 우연히 마주치는 것쯤은 두렵지 않았다.오늘 테니스를 치러 온 건 재원과의 약속 때문이지, 제헌이 있다고 해서 거북이처럼 숨을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표정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때 하준이 불쑥 입을 열었다.“계속하죠?”대놓고 도발하는 말투였다. 거의 맞불을 놓는 수준이었다.하준이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했다.정말로 이람의 코치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헌의 금지구역이 어딘지 잘 알고 있어서 그걸 밟아보는 것이었다.하준과 제헌의 관계는 최악이었고, 화해는 애초에 불가능했다.이람이 대답하기도 전에, 제헌이 성큼 다가와 싸늘한 얼굴로 명령했다.“지금 따라와.”제헌은 이람이 자기로선 가장 증오하는 인간과 함께 테니스를 치는 꼴을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재원이 공 하나를 제헌 발끝으로 굴렸다.“이람 씨는 제가 약속해서 모신 제 손님입니다. 저희 두 시간 예약했어요. 아직 삼십 분도 안 지났는데. 강 대표님 정말 급하시면... 이따가 다섯 시 넘어서 다시 오시죠.”연훈은 재원의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재원은 일이 커질수록 신이 나는 인간이다. 당연히 제헌의 체면을 더 깎아내릴 생각뿐이었다.연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은색 테 안경을 끌어 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상황을 관전했다.이런 판에서 재원이 빠지면, 맛이 안 난다.세진이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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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다음 순간, 제헌은 더 이상 말도 없이 이람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움직임은 폭력적이었다.재원이 얼굴을 굳히며 이람의 앞을 막아섰다.“유재원, 비켜.”제헌이 재원을 밀쳐냈다.하지만 재원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강제헌, 사람 존중할 줄은 아냐? 이람 씨 가기 싫다는 거 안 보여? 내가 3초 준다. 이 손 놔.”제헌은 잠시 어이가 없었다.‘조이람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다고?’‘유재원이 조이람 편을 든다고?’‘웃기네.’속은 불길처럼 치솟았지만, 표정만큼은 아무렇지 않았다.그때 제헌의 시선이 하준을 향했다.목소리는 살을 에듯 비아냥거렸다.“우리 부부 일에 당신 친구가 왜 끼어들어? 당신 성이... 언제 ‘강’ 씨가 됐지?”즉, 강씨 가문의 일에... 하준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는 뜻이었다.재원은 잠시 멍해졌다가, 바로 폭발했다.“강제헌, 진짜 미쳤냐? 나는 이람 씨 친구 자격으로 나서는 거라고! 네가 이렇게 꽉 잡아 함부로 끌어가는 꼴, 나는 질색이야! 그게 하준이랑 뭔 상관인데? 내 친구를 너처럼 거지같이 구는 사람으로 보지 마!”“아, 씨X... 누가 맨날 너 도발해서 시간 낭비하냐? 나 바쁘다고! 그리고 누가 ‘강’ 씨 성을 탐낸대? 웃기지 마!”제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자뻑이든 말든 너랑 상관없고, 네가 짖어대는 건 사실이고, 오지랖 떠는 것도 사실이야.”재원이 이제는 제대로 욕을 날리려는 순간, 하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만해. 네 일 아니야.”재원이 놀라 하준을 바라봤다.하지만 하준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그때 제헌이 말했다.“들었지? 비켜.”재원은 하준의 싸늘함에 잠시 얼어붙었고, 가슴께가 서늘해졌다.‘내가 착각한 건가?’‘하준이가... 이람 씨한테 정말 관심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그 생각이 오히려 재원을 더 자극하며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서하준. 네 비서가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적어도 내 일에 방해는 하지 마. 나는 친구로서 이람 씨가 이런 식으로 끌려가는 꼴 못 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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