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1481 - Capítulo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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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1화

소예지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고이한이 자신을 벨모아 프라이빗 수영장에 데려와 놀고 있으니 엄마도 함께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전화기 너머로 애교 섞인 딸의 목소리를 듣자 소예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엄마가 지금 갈게.”집을 나선 소예지는 곧장 벨모아로 향했다.프레지덴셜 스위트 전용층에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운 그녀는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도착하자 고하슬은 튜브를 낀 채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옆에서는 고수경이 아이를 돌봐 주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고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가 어디 있는지 찾던 순간, 수영장 반대편에서 누군가 물살을 가르며 솟구쳐 올랐다.철썩!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고이한은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겼다. 머리끝에 맺힌 물방울이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타고 흘러내렸다. 젖은 어깨와 단단한 몸이 햇살 아래 고스란히 드러났다.“아빠! 나도 갈래요!”고하슬은 환하게 웃으며 튜브에서 쏙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작은 물고기처럼 힘차게 헤엄쳐 아빠에게 다가갔다.엄마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걸까. 고하슬은 평소보다 유난히 열심히 팔다리를 움직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수경이 소예지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예지 언니도 내려와서 같이 놀래요?”소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난 여기서 구경만 할게요.”그러자 고수경의 표정에 문득 미안한 기색이 스쳤다.“예지 언니... 예전에 일은 정말 죄송해요.”지난번 소예지가 수영장에 빠졌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때 소예지는 하마터면 그대로 물속에 휩쓸릴 뻔했다. 윤하준이 제때 구해 주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괜찮아요. 어서 가서 놀아요.”소예지는 그렇게 말한 뒤 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한참을 헤엄친 끝에 고하슬은 마침내 아빠 곁에 도착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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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소예지는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고이한은 허리에 욕실 수건만 두른 채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거울 벽면에 젖은 머리카락과 수건 하나만 걸친 그의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이제 와서 새삼 부끄러워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6년 동안 함께했던 부부였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소예지는 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모습을 피하고 있었다.고이한은 거울에 비친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고개를 숙인 소예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의 눈에는 붉어진 귓불이 선명하게 보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소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슬이는 몇 호실에 있어?”고이한이 객실 번호를 알려 주자 그녀는 곧장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20여 분 뒤, 소예지와 고수경은 배가 고프다고 보채는 고하슬을 데리고 먼저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주문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이한이 도착했다.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는 수영장에서와는 또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고수경은 자연스럽게 고하슬 옆에 앉았고 고이한은 소예지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오빠, 내일 집 보러 가는 거야?”고수경이 묻자 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엄마가 집을 하나 더 알아보래. 우리도 그 근처로 이사 갈 거거든. 그래야 앞으로 하슬이 돌보기도 편하잖아.”고이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고 있어.”소예지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할머니도 찬성하셨어요? 지금 사시는 집을 정말 좋아하시잖아요.”고수경이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그럼요. 언니가 앞으로 일 때문에 바빠질 테니까 가까이 살아야 하슬이도 더 잘 돌봐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그 말을 들은 소예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진심 어린 감사가 차올랐다.앞으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분명 바빠질 것이고 그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질 게 분명했다.그때 고이한이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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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밤 10시가 넘어서야 고하슬은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침대에 누운 고하슬은 소예지의 목을 꼭 끌어안더니 문득 물었다.“엄마, 아빠는 언제 우리랑 같이 잘 수 있어요?”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소예지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말을 잃었다.그녀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내일 새집 보러 가는 거 어때?”고하슬은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저는 정원이 있는 집이 좋아요. 거기서 공놀이도 하고 싶어요.”소예지는 미소를 지었다.“그래.”다음 날 오전 9시 30분.고이한은 소예지와 고하슬을 태우고 국제 사립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고급 빌라 단지로 향했다.이곳은 원래 상류층을 위해 조성된 고급 주택 단지였다.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조용하고 쾌적했으며 보안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고이한의 차는 단지 안쪽에 자리한 대형 듀플렉스 빌라 앞에 멈춰 섰다.이곳은 두 채의 3층 단독주택이 연결된 듀플렉스 구조였다.차고와 넓은 개인 잔디마당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며 이전 집주인 역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부였기에 이런 구조를 선택했다고 했다.외관은 고급스러웠고, 넓은 통유리창 덕분에 햇빛도 집 안 깊숙이 들어왔다.무엇보다 소예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약 60평 규모의 개인 정원이었다.정원은 정성스럽게 관리되어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 공간과 그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와! 여기 너무 좋아요!”고하슬은 잔디밭으로 달려 나가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뒤돌아 소예지를 향해 외쳤다.“엄마! 젤리도 여기 엄청 좋아할 거예요!”소예지도 그 정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딸과 젤리가 이곳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따뜻한 햇살 아래 푸른 잔디를 뛰노는 아이와 강아지,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오랫동안 꿈꿔 왔던 삶이었다.고이한이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단지 안쪽이라 사생활 보호도 잘되고 무엇보다 조용해서 당신이 연구하는 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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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고이한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전혀 번거롭지 않아.”소예지가 정원으로 내려오자 고하슬이 곧장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엄마, 우리 이제 여기서 살게 되는 거예요?”소예지는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딸의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응.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사 올 거야.”고하슬은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와! 너무 좋아요! 그럼 아빠도 옆집에 사는 거예요?”“응.”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앞으로 연구에 집중하게 되면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딸을 함께 돌보는 일에 고이한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었다.같은 시각, 2층 발코니에 서 있던 고이한은 전화를 걸었다.“인테리어 업체가 최대한 빨리 들어올 수 있게 해. 일주일 안에 시안 세 가지는 받아보고 싶어.”“알겠습니다, 대표님.”집으로 돌아가기 전 고이한은 학교 방문 일정도 잡았다.직접 둘러본 학교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설은 최고 수준이었고 교내에는 실제 경기장 못지않은 규모의 승마장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승마는 이 학교의 대표 교육 과정 가운데 하나였다.오후에는 곧바로 승마장으로 향해 고하슬이 탈 말을 미리 살펴보기로 했다.여러 말을 살펴본 끝에 고하슬은 웨일스 포니를 골랐다.앞으로 학교 입학 전까지 승마장에서 미리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다.조랑말까지 정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에는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다.고하슬은 피곤했는지 소예지의 품에 안긴 채 곤히 잠들었다.차창 밖으로 부드러운 밤 풍경이 흘러갔다.소예지도 딸을 안은 채 피곤한 듯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그러다 신호 대기로 차가 멈추자 무심코 백미러를 바라봤고 그 순간 고이한의 시선과 마주쳤다.그는 이미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짧은 몇 초 동안 두 사람의 시선은 말없이 얽혔다.소예지가 먼저 눈을 돌렸지만 고이한의 입가에는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새로운 집을 둘러보고 새로운 학교를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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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이동건도 잘 알고 있었다.심유빈 같은 여자를 곁에 두려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게다가 그는 자신의 경제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야 심유빈도 앞으로 자신의 곁에 머물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마침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A시 최대 규모의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이동건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물론이죠. 저도 마침 좋은 말을 한 마리 고르려고 했거든요. 지금 바로 가서 같이 보시죠.”심유빈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이동건이 자신에게 꽤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혹시 인색한 남자일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듯했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고마워요, 동건 씨. 그럼 가요.”이동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옮기자 심유빈은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꼈다.그 순간 이동건은 속으로 크게 들떴다.심유빈은 원래부터 그의 이상형이었다.조병호의 곁에 있던 여자라는 사실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은 듯한 만족감이 들었다.이동건에게는 한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다.남성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이었다.여자 앞에서는 쉽게 자신감을 잃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감각에 더욱 집착했다.A시의 최고급 승마장 주차장으로 두 대의 차량이 차례로 들어섰다.고이한이 고하슬을 데리고 왔고 고수경도 따로 차를 몰고 도착했다.“고모!”고하슬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마침 시간이 비어 있던 고수경은 승마장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빠와 조카를 만나러 왔다.이 승마장에는 전문 경주마 훈련 구역과 회원들이 승마를 즐기거나 말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고이한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고하슬을 안아 작은 흰 조랑말 위에 태워 주었다.완벽하게 승마 장비를 갖춘 고하슬은 고삐를 잡고 자신의 조랑말과 이야기라도 나누듯 웃었고 옆에서는 고수경이 연신 사진을 찍어 주었다.그렇게 30분이 금세 지나갔다.고하슬도 조금 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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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심유빈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내가 아니었으면 너랑 네 엄마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을 것 같아? 내가 너희를 어떻게 살렸는데 고씨 집안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 거야?”고수경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심유빈, 넌 네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이미 충분히 많은 걸 받아 갔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마. 그리고 처음부터 다른 속셈으로 우리 가족에게 접근했던 일, 나 아직 제대로 따진 적도 없어.”심유빈의 눈빛이 날카롭게 흔들렸다.“내 공연 망쳐 놓은 건 너잖아.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고수경, 네 덕분이지.”고수경은 비웃듯 말했다.“내가 신고한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예술은 나에게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야. 넌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없어.”심유빈은 이를 악물었다.“넌 집안 잘 만난 것 말고 뭐가 있는데? 그 머리로는 혼자 살아남기도 힘들었을걸. 무슨 자격으로 남을 평가해?”고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태연하게 웃었다.“어쩌겠어. 난 태어날 때부터 운이 좋았던 걸. 그건 네가 아무리 부러워해도 가질 수 없는 거야.”원래 남의 속을 긁는 데만큼은 고수경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심유빈의 가슴이 눈에 띄게 들썩였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운이 좋으면 뭐 해? 윤하준이 널 제대로 바라본 적이나 있어? 걔 눈에는 넌 소예지 발끝에도 못 미쳐.”고수경은 냉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아직도 예전처럼 멍청한 줄 알아? 네 속셈이 안 보일 것 같아? 나랑 예지 언니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라면 헛수고야.”심유빈은 코웃음을 쳤다.“내 말이 틀렸어? 윤하준 같은 남자는 애초에 너랑 어울리지도 않아.”고수경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차갑게 경고했다.“심유빈, 이제 더 이상 너랑 말 섞기도 싫어.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우리 오빠한테도, 예지 언니한테도, 하슬이한테도 다시는 접근하지 마. 또 무슨 짓을 꾸몄다가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다시 덧붙였다.“내가 대단한 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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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하지만 심유빈은 멈추지 않았다.“그래. 내가 일부러 고하슬에게 접근한 거야. 하슬이를 볼 때마다 소예지가 떠올라서 싫었어. 그래서 일부러 좋아하는 척한 거야. 같이 놀아준 것도 전부 네 오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어.”“그런데 그 아이는 내가 해준 걸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더라.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내 진심은 전혀 알아주지 않았어.”“입 다물어.”고수경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슬이가 그때 몇 살이었는지 알아? 어린아이를 이용해 놓고도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심유빈의 눈빛에 강한 원망이 스쳤다.“만약 그때 소예지가 네 오빠를 빼앗아 가지 않았다면 네 새언니 자리는 원래 내 거였어. 소예지가 차지할 자리가 아니었다고.”고수경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바로 반박했다.“심유빈,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야? 내가 똑똑히 말해 줄게. 우리 오빠는 평생 소예지 한 사람만 사랑했어. 지난 10년 동안 우리 오빠가 너를 좋아한 적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네가 잘 알잖아.”“그런데도 아직까지 혼자 우리 오빠가 언젠가 너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거야? 꿈 깨.”그 말에 심유빈은 화가 치밀어 잔을 탁 내려놓았다.“고수경.”기둥 뒤에 숨어 있던 고하슬은 순간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더는 참지 못한 듯 작은 몸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뛰어나갔다.“나쁜 사람! 우리 고모 괴롭히지 마세요!”고하슬은 그렇게 외치며 작은 몸으로 고수경 앞을 막아섰고 커다란 눈으로 심유빈을 똑바로 바라봤다.심유빈은 고하슬이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았고 오히려 입가에는 뒤틀린 만족감이 번졌다.자신이 방금 한 말을 이 아이가 모두 들었다.그렇다면 잘된 일이었다.이제 이 작은 아이도 믿었던 사람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이 얼마나 아픈지 직접 느껴 보면 그만이었다.심유빈이 고하슬에게 더 모진 말을 하려고 마음먹던 순간, 고하슬이 달려온 방향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본능적으로 고개를 든 심유빈은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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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고이한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다정한 모습이었다.고하슬은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그의 옷깃을 꼭 움켜쥔 채 큰 소리로 물었다.“아빠, 엄마 사랑해요?”방금 전 심유빈이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 말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고이한은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딸의 눈을 바라보며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사랑해.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그럼 엄마 말고 다른 사람 좋아했던 적 있어요?”고하슬이 다시 큰 목소리로 물었다.고이한은 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없어. 엄마 말고 좋아한 사람은 한 번도 없어.”그 짧은 대답에 심유빈의 얼굴이 굳어졌다.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고이한이 소예지에게 하는 고백을 억지로 듣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하슬은 아빠의 대답을 듣자 커다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응! 알겠어요!”고이한은 딸의 작은 머리를 품 안으로 끌어안은 뒤 다시 고개를 들어 심유빈을 바라봤다.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조금 전까지 딸을 바라보던 따뜻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심유빈. 3일 줄게. 그 안에 국내에서 정리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내. 그리고 3일 뒤 네가 출국하는 항공편 정보를 확인할 거야. 국내를 떠나. 앞으로 5년 동안은 절대 다시 들어오지 마.”심유빈의 몸이 순간 굳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뭐... 뭐라고? 나한테 출국하라고? 고이한, 당신에게 그런 권리는 없어!”“내게 권리가 없다고?”고이한은 차갑게 웃었다.“그럼 한번 확인해 봐. 내가 정말 그런 권리가 없는지.”그때 고수경이 앞으로 다가와 고하슬에게 말했다.“하슬아, 고모랑 저쪽 잔디밭 가서 놀자.”고하슬은 아빠 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가 곧 고수경 품으로 뛰어들었다.고수경은 일부러 조카를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오빠가 심유빈에게 경고하는 모습을 더 이상 하슬이가 보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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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심유빈은 입술을 깨문 채 이동건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이내 그녀가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직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손님, 아직 계산하지 않으셨습니다.”심유빈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말없이 계산대로 가서 값을 치른 뒤 승마장을 나섰다.최근 며칠 동안 그녀의 식사와 숙소, 이동까지 모두 다른 사람이 챙겨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직접 돈을 내는 일조차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심유빈은 멍한 표정으로 승마장을 걸어 나왔다. 이미 8월이라 한낮의 공기는 뜨거웠지만 그녀는 오히려 마음 깊은 곳까지 서늘하게 식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이동건도 떠났고 조병호 역시 더 이상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았다. 곁에는 비서도 매니저도 없었다. 이제 그녀 곁에는 의지할 사람 하나 남지 않았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심유빈은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심유빈 씨, 계약에 따라 오늘은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날입니다. 지금 연구실로 오실 수 있을까요?”스미스 박사의 연구 보조원이 걸어온 전화였다.심유빈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이한은 그녀에게 떠나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그의 연구를 위해 피를 뽑으러 가야 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다른 날 하면 안 될까요?”심유빈이 차갑게 말하자 연구 보조원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심유빈 씨,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연구의 연속성을 위해 정해진 일정에 맞춰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심유빈은 이를 악물었다.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다음 달이면 자신의 생일이었다. 그때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계약을 이행하면 고이한에게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의 생일 선물을 요구할 수 있었다.선물은 필요 없었다. 받을 수 있는 한도인 최대 4억 원을 현금으로 받으면 그만이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심유빈은 결국 채혈을 받기로 했다.마침 승마장을 빠져나가려는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심유빈은 곧바로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차를 세웠다. 운전자는 승마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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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고이한은 고하슬과 고수경을 고씨 저택에 데려다준 뒤, 소예지의 연구실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스미스 박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고이한은 차량 블루투스를 연결해 전화를 받았다.“박사님.”스미스 박사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대표님, 꼭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조금 전 심유빈 씨가 연구실에 와서 채혈을 진행했는데 혈액 샘플 검사 결과 감염성 질환이 확인됐습니다. 매독 항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고이한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최근 심유빈과 관련된 여러 상황은 이미 보고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식을 들어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사님, 심유빈 씨와 관련된 모든 혈액 실험은 즉시 중단해 주세요. 계약도 바로 해지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심유빈의 혈액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스미스 박사는 신중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연구실 전체에 대한 생물학적 안전 점검도 즉시 실시하겠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고이한은 전화를 끊자마자 김경환에게 전화를 걸었다.김경환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대표님.”“심유빈 씨 계약은 해지 처리해. 본인에게도 직접 전달하도록 해.”김경환은 의아한 듯 물었다.“대표님,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박사님께 직접 연락해 봐. 자세한 이유는 박사님이 설명해 줄 거야.”“알겠습니다.”김경환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스미스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 심유빈이 휴대전화를 보며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다시 자신을 챙겨 줄 개인 비서를 구할 생각이었다.지난 10년 동안 누군가가 자신의 식사와 일정, 생활을 관리해 주는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고 스미스 박사의 연구 보조원이 들어왔다.심유빈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죠?”연구 보조원이 말했다.“심유빈 씨,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곧 김 비서님이 오실 예정입니다.”심유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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