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가 문을 열자 고하슬은 고이한의 침대를 트램펄린이라도 되는 양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고이한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아이패드를 들고 있었는데 입가에는 딸의 장난을 한없이 받아 줄 듯한 느긋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하슬아, 이제 내려와. 너무 늦었어.”소예지가 난감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가자 한참을 뛰어다닌 고하슬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엄마, 아빠 침대 진짜 커요. 우리 오늘 다 같이 아빠 방에서 자면 안 돼요?”뜻밖의 제안에 순간 말문이 막힌 소예지는 대답 대신 딸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 엄마가 안아 줄게.”그때 고이한도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고하슬을 번쩍 안아 들었다.“자, 엄마 말이 맞아. 이제 잘 시간이야. 내일 학교도 가야 하잖아.”“알겠어요.”고하슬은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얌전히 대답했다.고이한은 딸을 침대 가장자리에 앉힌 뒤 작은 슬리퍼까지 직접 신겨 주었다.“아빠가 데려다줄게.”고하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빠의 손을 잡은 채 앞장서 걸었고 소예지도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고이한은 딸을 소예지의 안방까지 데려다준 뒤에야 돌아섰다.고하슬은 얌전히 침대에 올라가 그림책을 펼쳤지만 소예지는 책을 읽는 딸을 보며 말했다.“이제 자야지.”“엄마, 저 물 마시고 싶어요.”그 말에 소예지는 침대 옆 협탁을 바라봤다.평소에는 잠들기 전에 마실 물을 미리 준비해 두는데 오늘은 깜빡한 모양이었다. 결국 아래층까지 내려갔다 와야 했다.그런데 안방 문을 나선 순간, 어두운 복도에 아직 고이한이 서 있는 게 보였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예지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미처 소리를 내기도 전에 고이한이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단단히 안았다.익숙한 체취와 샤워 후 남은 은은한 비누 향이 훅 끼쳐 왔다.소예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빼내려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지만 고이한은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그리고 곧바로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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