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슬은 목욕을 마친 뒤 침대에 올라가 그림책을 펼쳐 들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엄마가 침대에 올라와 책을 읽어주기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소예지도 씻고 침대에 올라가 딸을 품에 안은 채 그림책을 펼쳤다.그러다 고하슬이 전보다 훨씬 많은 글자를 읽는 것을 보고 궁금해졌다.“요즘은 누가 글자를 가르쳐줬어?”“고모가 매일 시간을 내서 가르쳐주세요. 저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고하슬이 해맑게 대답했다.소예지는 마음이 따뜻해져 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응, 정말 잘했네.”모녀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고하슬이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했다.그러다 아이는 점점 졸음이 쏟아졌는지 소예지의 팔을 베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반면 소예지는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조용히 팔을 빼낸 뒤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섰다.아버지가 그해 병간호 기록을 남긴 이유, 고이한의 진심 어린 고백 그리고 해변에서 나눴던 긴 대화까지 이번 해외 일정 동안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그 과정에서 소예지는 그의 변화를 직접 지켜봤다. 그의 솔직함도, 묵묵한 노력도,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도 모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너무 많은 생각이 몰려오자 오히려 긴장이 풀리며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소예지는 이불을 들추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그러자 고하슬은 따뜻한 온기를 찾아 자연스럽게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소예지는 고개를 숙여 곤히 잠든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미소를 지으며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고이한이 위층으로 올라왔다.오늘은 고하슬을 회사로 데려갈 예정이었다.소예지도 그가 자신이 마음 편히 실험실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하슬 역시 회사에 가고 싶어 했기에 신이 나서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섰다.소예지가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최근 계속 교체 중이던 장비들은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소예지, 왔구나.”이서연이 자료를 안은 채 로비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귀국하자마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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