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빈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한껏 치장하고 나니 확실히 여신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하지만 이 화려한 겉모습도 조병호 같은 사람들에게는 결국 돈으로 꾸민 장식품에 불과했다.다만 심유빈도 잘 알고 있었다.조병호의 곁을 떠나는 순간, 지금 누리고 있는 화려한 생활조차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게다가 그녀는 조병호의 성격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끼기 전까지는 아무리 벗어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었다.저녁 여섯 시가 되자 조병호가 보낸 기사가 드레스숍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심유빈은 차에 올라타 조용히 눈을 감았다.오늘 만찬이 조병호의 지인들만 모인 자리이기를, 그리고 절대로 그 사람만큼은 만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조병호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방탕하게 유흥을 즐기는 재벌 2세들이었다.고이한이나 하종호, 윤하준 같은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자리와는 거리를 두는 부류였다.마침내 차가 어느 호텔 앞에 멈춰 섰다.심유빈은 차에서 내려 눈앞의 고급스러운 호텔을 올려다봤다.그 순간 이유 모를 불안과 초조함이 가슴속에서 일었다.그녀가 이브닝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리고 몇 걸음 내디디려는 순간, 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다가와 호텔 로비 앞에 멈춰 섰다.차가 그대로 심유빈의 앞을 가로막았다.속으로 불평하려던 찰나, 운전석 문이 열리며 김경환이 모습을 드러냈다.심유빈은 깜짝 놀라 황급히 로마식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김경환은 뒷좌석 쪽으로 돌아가 누군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확인한 순간, 심유빈은 그대로 얼어붙었다.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잿빛 새틴 드레스를 입은 소예지가 차에서 내렸다.조명 아래에서 소예지는 긴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리고 있었다.가느다란 허리와 눈처럼 하얀 피부가 드러났고 조명 아래 그녀는 진주처럼 은은한 분위기를 풍겼다.그때 반대편 차 문이 열리며 또 한 사람이 내렸다.놀랍게도 고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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