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박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유빈 씨, 저희는 같은 검사를 두 번 진행했고 결과는 모두 동일했습니다. 연구원으로서 저는 실험의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유감스럽지만 심유빈 씨의 혈액은 더 이상 연구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심유빈은 검사 결과지를 손에 쥔 채 그 안의 결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보고서에 적힌 ‘양성’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자신도 모르게 손끝부터 떨려오기 시작했다.그때 김경환이 계약서 한 부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심유빈 씨, 고 대표님의 결정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 드립니다. 계약서 제3조에 의거해 고 대표님은 본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로 결정하셨으며 계약은 지금 이 시점부터 효력을 상실합니다.”심유빈은 고개를 번쩍 들어 김경환을 노려봤다.“해지라고요? 무슨 권리로요? 계약은 자기 마음대로 맺고 해지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가요?”김경환은 끝까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심유빈 씨, 현재 혈액 샘플은 연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고 대표님은 이런 경우 모든 협력을 종료할 권한이 있습니다.”심유빈은 손에 든 계약 해지서를 멍하니 바라봤다. 순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말은 곧 고이한과의 모든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뜻이었다.동시에 다음 달 생일에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현금 보상 역시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였다.심유빈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왜 꼭 해지해야 하죠? 치료받으면 되잖아요. 완전히 나으면 다시 혈액을 제공할 수 있어요.”김경환은 담담하게 답했다.“심유빈 씨, 이건 고 대표님의 결정입니다. 저는 통보만 드리는 겁니다. 계약 해지 절차는 이미 시작됐고 이후 법무팀에서 별도로 연락드릴 예정입니다.”그는 스미스 박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박사님,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김경환이 떠난 뒤 심유빈은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계약 해지서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고이한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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