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1491 - Capítulo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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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1화

스미스 박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유빈 씨, 저희는 같은 검사를 두 번 진행했고 결과는 모두 동일했습니다. 연구원으로서 저는 실험의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유감스럽지만 심유빈 씨의 혈액은 더 이상 연구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심유빈은 검사 결과지를 손에 쥔 채 그 안의 결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보고서에 적힌 ‘양성’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자신도 모르게 손끝부터 떨려오기 시작했다.그때 김경환이 계약서 한 부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심유빈 씨, 고 대표님의 결정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 드립니다. 계약서 제3조에 의거해 고 대표님은 본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로 결정하셨으며 계약은 지금 이 시점부터 효력을 상실합니다.”심유빈은 고개를 번쩍 들어 김경환을 노려봤다.“해지라고요? 무슨 권리로요? 계약은 자기 마음대로 맺고 해지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가요?”김경환은 끝까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심유빈 씨, 현재 혈액 샘플은 연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고 대표님은 이런 경우 모든 협력을 종료할 권한이 있습니다.”심유빈은 손에 든 계약 해지서를 멍하니 바라봤다. 순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말은 곧 고이한과의 모든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뜻이었다.동시에 다음 달 생일에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현금 보상 역시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였다.심유빈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왜 꼭 해지해야 하죠? 치료받으면 되잖아요. 완전히 나으면 다시 혈액을 제공할 수 있어요.”김경환은 담담하게 답했다.“심유빈 씨, 이건 고 대표님의 결정입니다. 저는 통보만 드리는 겁니다. 계약 해지 절차는 이미 시작됐고 이후 법무팀에서 별도로 연락드릴 예정입니다.”그는 스미스 박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박사님,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김경환이 떠난 뒤 심유빈은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계약 해지서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고이한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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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김경환이 전화를 받았다.“네, 심유빈 씨.”전화를 받자마자 심유빈이 다급하게 외쳤다.“고 대표를 만나게 해 주세요.”그녀의 목소리 끝에는 억누르지 못한 분노가 묻어났다.김경환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답했다.“심유빈 씨,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대신 전달해 드리겠습니다.”심유빈은 입술을 깨물었다.“제 말 못 들으셨어요? 고 대표를 만나겠다고요. 계약을 해지할 거면 적어도 본인이 직접 와서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 사람에게 할 말이 있어요.”김경환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심유빈 씨도 아시잖습니까. 대표님께서는 심유빈 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심유빈은 비웃듯 웃었다.“당신이 뭔데요? 결국 고이한 대신 말만 전하는 사람이잖아요. 고이한한테 당장 저를 만나라고 전하세요.”김경환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심유빈 씨, 계속 이렇게 매달려 봐야 심유빈 씨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심유빈은 차갑게 웃었다.“돌아오는 게 없다고요? 지금 제게 더 잃을 게 뭐가 남았는데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본론을 꺼냈다.“고이한에게 전하세요. 계약이 끝난 만큼 정착금으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요. 그 돈만 주면 저도 조용히 사라질 테니까.”김경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심유빈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쏟아냈다.“고이한은 수년 동안 저를 이용해 놓고 이제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려는 거잖아요.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요?”“20억 정도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돈만 주면 깨끗하게 사라질게요. 하지만 주지 않는다면... 언론이 물고 늘어질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김경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심유빈 씨,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는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대표님과 심유빈 씨 사이의 계약은 적법한 사업 계약이었습니다. 위약금조차 청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대한 처사였습니다.”심유빈은 이를 갈며 말했다.“내일 제 계좌에 20억이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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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소예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문 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30분이 지나자 모든 실험 데이터를 정리하고 보고서 작성까지 마쳤다. 길게 숨을 내쉰 그녀는 저장 버튼을 누른 뒤 노트북을 닫았다.“끝났어?”고이한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식당은 예약해 뒀어?”“응, 다 해뒀어.”고이한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걸음을 옮기는 소예지의 뒤를 따라나섰다.소예지는 고이한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루 종일 연구에 매달린 탓에 직접 운전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가는 동안 두 사람은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그런데도 차 안의 분위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몇 년이라는 시간이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편안함이 흘렀다.고이한이 예약한 곳은 외부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주문을 마친 뒤 고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연구는 어때? 어려운 점은 없어?”소예지는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어.”고이한은 다시 물었다.“집 인테리어는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 있어? 꼭 원하는 부분이 있어?”소예지는 인테리어는 고이한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하슬이 방만 조금 더 신경 써 줘. 나머지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안하는 대로 해도 괜찮아.”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우리 집에도 하슬이 방을 하나 따로 만들어 둘게. 앞으로 하슬이가 우리 집에서 자고 싶으면 여기서 지내고 당신 집이 편하면 당신 집에서 지내면 되잖아.”그는 웃으며 소예지의 찻잔에 차를 다시 따라 주었다.“고마워.”소예지는 습관처럼 인사를 건넸다.고이한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순간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아려 왔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우선 공사부터 시작할게. 중간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소예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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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소예지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조용히 움켜쥐었다.심유빈의 말을 하슬이가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적의만큼은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앞으로는 심유빈이 하슬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해 줘. 내 딸에게 더 이상 상처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소예지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분노가 서려 있었다.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봤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게. 심유빈이 하슬이 앞에도, 당신 앞에도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게 하겠어.”소예지는 얼굴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하슬은 그녀가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막 존재였다. 누구든 자신의 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차 안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고이한은 한동안 시동을 걸지 못했다. 모든 일의 시작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소예지가 겪은 그 모든 고통 역시 결국 자신이 만든 결과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미안해... 정말 다 내 잘못이야.”고이한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깊은 자책과 괴로움이 묻어났다.소예지는 끝내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고이한은 다시 입을 열었다.“심유빈은 사흘 뒤 해외로 보내기로 했어. 앞으로 5년 동안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약속할게. 하슬이는 평생 다시는 심유빈을 마주치는 일이 없을 거야. 당신 앞에도 절대 나타나지 못하게 하겠어.”소예지는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맑은 눈동자에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고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고이한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한번 내뱉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졌다. 생각해 보면 이제 와서 그와 심유빈의 과거를 따지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가로등 불빛이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빛 아래에서 고이한의 눈에는 짙은 후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소예지는 한참 동안 그의 얼굴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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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최현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일 우리도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을 하나 보러 갈 생각이야. 앞으로 하슬이를 돌보기에도 더 편할 것 같아서.”소예지가 부드럽게 말했다.“할머니는 이 집을 워낙 좋아하시잖아요. 굳이 서둘러 이사하지 않으셔도 돼요.”오랜 세월을 함께한 이 저택을 최현숙이 누구보다 아낀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최현숙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그게 무슨 상관이니. 내가 어떤 집에 살고 싶은 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하슬이를 가까이에서 돌볼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하지.”소예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씨 집안만큼은 단 한 번도 고하슬을 소홀히 대한 적이 없었다.진가영은 과일을 준비해 오게 하고 소예지를 대접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소예지는 고하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차 안에서 고하슬은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엄마, 저 엄마한테 할 말 있어요!”소예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딸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이 갔다.“오늘 승마장에서 저랑 고모가 심유빈 이모를 만났는데요. 그 이모가 고모랑 엄청 싸웠어요. 고모도 많이 화났고요.”소예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래?”고하슬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심유빈 이모가 예전에 저한테 잘해 준 것도 다 거짓말이었대요. 아빠를 좋아해서 엄마한테서 아빠를 빼앗으려고 그런 거래요.”운전대를 잡고 있던 고이한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 그는 급히 룸미러로 소예지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소예지의 시선은 오직 딸에게만 향해 있었다.아마 고수경이 미리 하슬이에게 설명해 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하슬이 이런 말을 할 리 없었다.소예지는 다정하게 말했다.“하슬아, 앞으로 심유빈 이모를 만나도 가까이하지 말고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해. 알겠지?”“네, 알겠어요. 엄마, 저 또 할 말 있어요.”고하슬은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소예지는 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기다렸다.“저 오늘 심유빈 이모 앞에서 아빠한테 물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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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고이한이 먼저 웃으며 고하슬에게 말했다.“하슬아, 오늘은 아빠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같이 못 잘 것 같아.”고하슬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다음에는 우리 집에서 같이 자 줄 거예요?”이번에는 고이한이 소예지를 바라봤다. 살짝 치켜올린 눈썹과 옅은 미소에는 ‘괜찮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러났다.하지만 소예지는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집 앞에 도착하자 고이한은 정말 일이 있는 듯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하슬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아빠, 너무 늦게까지 일하면 안 돼요!”딸의 한마디에 고이한의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 그는 고하슬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알았어. 아빠도 쉬면서 일할게.”그때 젤리가 현관 밖으로 쪼르르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며 고이한에게 달려갔다. 마치 아래층까지 따라가겠다는 듯 들뜬 모습이었다.고이한은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젤리는 내가 잠깐 데리고 내려갈게.”소예지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젤리는 고이한의 집에 가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떤 사료를 먹이길래 저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고이한은 젤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막 TV를 켜고 잠시 축구 경기를 보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국제전화였다.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N국에 있는 핵심 생산 협력 공장에서 30분 전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생산 시설이 심하게 손상됐고 직원 열여덟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중 세 명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고이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N국은 MD테크의 핵심 제품을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해외 생산 거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직접 현장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비상 대응팀부터 꾸려. 현지 법인이랑 바로 연락해서 부상자 치료를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현지 정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해. 나는 오늘 밤 바로 출국할게.”전화를 끊은 그는 곧바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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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그날 밤.소예지는 고하슬을 품에 안고 재웠다.고하슬은 어느새 곤히 잠들었지만 소예지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이어폰을 꽂은 뒤 N국 화재 관련 최신 영상을 찾아봤다.하지만 새롭게 올라온 소식은 거의 없었고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었다. 소예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 8시가 되자 고수경이 고하슬을 데리러 왔다.소예지는 출근해야 했고 마침 여름방학이기도 해서 고하슬은 고씨 집안에서 방학을 보내기로 했다.고하슬은 고수경의 손을 잡고 신이 난 얼굴로 집을 나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예지가 말했다.“수경아, 고마워.”고수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예지 언니, 저한테 고맙다는 말 안 하셔도 돼요.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왜 필요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그날 저녁 7시.소예지는 연구실 일을 마치고 고씨 저택으로 저녁을 먹으러 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확인해 보니 고이한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뭐 하고 있어?]소예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을 보냈다.[거기는 괜찮아? 일은 잘 처리되고 있어?]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 고이한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소예지는 휴대전화를 들고 거실을 나와 정원으로 향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고이한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화재 원인은 거의 확인됐어.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어. 실종됐던 직원 세 명도 모두 발견됐는데... 전원 사망했어. 부상자 열두 명은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고 현지 정부와 보상 문제랑 후속 대책을 협의 중이야.”소예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휴대전화를 쥔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직원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건 단순한 재산 피해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현지 사회에도 큰 파문을 불러올 중대한 산업재해였다.소예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방화였다고? 범인은 잡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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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 대표한테서 온 전화였어요.”고수경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빠 쪽은 괜찮대요?”소예지는 담담하게 답했다.“지금 잘 처리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그 말을 들은 고수경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예지가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부터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마치 두 사람이 함께했던 예전의 시간으로 조금씩 돌아가는 듯했다.이번에 오빠가 나란히 붙어 있는 단독주택을 제안했을 때도 소예지는 선뜻 받아들였다.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며 정원과 차고를 함께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딸아이도 함께 돌보게 될 것이다.어쩌면 언젠가는 함께 식사하는 날도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오빠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예지 언니를 다시 가족으로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아.’고씨 저택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예지는 고하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다음 날은 주말이었다.소예지는 하루 종일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주말 오후, 박시온이 이제 막 젖을 뗀 아들을 데리고 놀러 왔다.고하슬은 어린 동생을 돌봐 주며 누나가 된다는 새로운 경험을 즐거워했다.덕분에 두 사람은 오랜만에 편하게 앉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소예지도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다.그녀는 당시 아버지가 자신과 고이한의 결혼을 허락했던 진짜 이유를 모두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다 들은 박시온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뭐라고? 아버님이 네가 학교를 그만두고 고이한이랑 결혼하는 걸 허락한 이유가 연구소에 20조 원을 투자받기 위해서였다고? 그건 결국 널 살리기 위해서였다는 거잖아?”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는 아버지 연구 환경이 너무 열악했으니까.”박시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그럼 네가 처음부터 오해했던 거네? 넌 그 사람이 은혜를 갚으려고 너랑 결혼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널 살리려고 그랬던 거잖아. 게다가 네 어머니가 유전성 백혈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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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박시온은 혀를 차며 말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심유빈은 정말 독한 사람이야. 고이한 같은 사람도 거의 10년이나 휘둘렀잖아. 돈도 충분히 얻었으면 됐을 텐데 굳이 너희 결혼까지 망쳐 놓고... 결국 자신의 인생까지 망쳐 버렸는데 대체 뭘 얻고 싶었던 걸까?”소예지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때의 심유빈도... 나처럼 고이한을 사랑했으니까.”박시온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열아홉 살의 고이한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었다.한 번 마음을 빼앗기면 평생 잊기 어려운 사람이었으니까.박시온은 씁쓸하게 웃었다.“고이한을 만난 게 심유빈한테는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평생의 불행이었을까. 어린 나이에 너무 뛰어난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그럼 마지막 2년 동안 고이한은 정말 준석 선배를 질투했던 거야?”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본인은 그냥 오해였다고 하더라.”박시온은 피식 웃었다.“근데 솔직히 고이한 입장에서도 그럴 만했어. 이혼한 뒤 3년 동안 너는 윤하준이랑도 가까웠고 임현욱이랑도 친했고 강준석이랑도 계속 연락했잖아. 그 정도면 고이한이 질투하는 것도 이해는 돼.”소예지는 눈을 깜빡였다.“그래도 다 그냥 평범한 인간관계였잖아.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박시온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네 입장이고. 고이한 눈에는 다르게 보였겠지. 특히 강준석과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너도 매년 해외를 오갔잖아. 고이한처럼 자존심 센 사람은 질투해도 티를 안 내는 스타일이야. 생각해 봐. 2년이나 혼자 오해하면서도 너한테 한 번도 따져 묻지 않았잖아.”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너희 둘은 연애 문제만 생기면 대처하는 방식도 똑같아. 둘 다 속으로만 끙끙 앓잖아.”소예지는 부정하지 않았다.고개를 끄덕이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원래 성격이 그런 걸 어떡해.”박시온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너랑 하슬이가 떠난 지난 3년은 고이한한테 단순한 이혼이 아니라 벌이었던 거지. 버림받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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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어느새 월요일이 찾아왔다.소예지는 벌써 이틀째 고이한에게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먼저 안부를 묻지는 않았고 고이한 역시 먼저 연락해 오지 않았다.오후에는 인테리어 업체 총괄 디자이너가 직접 연구실을 찾아왔다.두 사람은 소예지의 새집 인테리어 시안을 하나씩 검토했다.소예지는 인테리어에 특별히 까다로운 편은 아니었다.소파와 욕실 제품 몇 가지 브랜드만 직접 지정했고 두 시간 가까이 의견을 나눈 뒤 나머지는 모두 업체에 맡겼다.목표는 9월 전까지 공사를 마치고 이사하는 것이었다.그날 저녁 소예지는 고수경에게 전화를 받았다.고하슬이 오늘은 고씨 저택에서 자고 싶어 한다는 말에 그녀도 흔쾌히 허락했다.양희순은 소예지가 일하는 동안 직접 준비한 홍삼액을 가져다주었다.밤 10시 30분.샤워를 마친 소예지는 침대에 누웠다.평소 같으면 학술지를 읽었겠지만 오늘은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고이한과의 대화창을 열고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일은 어떻게 됐어?]메시지를 보낸 뒤 소예지는 다시 학술지를 펼쳤다.집중하려고 애써 봤지만 활자 하나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시선은 책 위에 있었지만 마음은 침대 위에 놓인 휴대전화로 향해 있었다.5분쯤 지났을까.휴대전화 화면이 켜지며 알림음이 울렸다.소예지는 곧바로 학술지를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고이한에게서 온 답장이었다.글이 아니라 사진 한 장이었다.조금 흔들린 사진 속에는 공항 VIP 라운지가 보였고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활주로에 대기 중인 비행기 한 대가 보였다.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공항이야. 이제 귀국하려고. 하슬이는 벌써 자?]닷새 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이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귀국한다는 건 적어도 현지의 급한 일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뜻일 테니까.소예지는 다시 물었다.[일은 다 마무리됐어?]고이한이 곧 답했다.[일부는 처리했고 남은 건 한국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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