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못 할 얘기는 아니야. 이유도 복잡하지 않고.”소예지는 다시 고이한을 바라봤다.고이한이 상체를 조금 숙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깊은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며 한마디씩 또렷하게 말했다.“당신 때문이야.”소예지는 멈칫했다. 찻잔을 쥔 손가락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지만 그렇다고 정말 자신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이한도 자기 말이 부담을 줬다는 걸 알아챈 듯 가볍게 웃었다.“그래도 당신 탓은 아니야.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머리가 센 거니까.”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당신이 납치됐던 날, 다행히 임 대위가 제때 구해냈지. 당신 대신 칼까지 맞으면서 지켜줬고. 당신은 눈물을 흘리면서 나한테 현욱 씨를 살려달라고 했어. 내가 당신을 안아 차에 태우고 현욱 씨 곁으로 데려다줬을 때, 나는...”테이블 위에 놓인 손이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가장 여린 곳이 다시 건드려지는 듯했다.잠시 말을 멈췄던 고이한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낮고 잠겨 있었다.“그땐 당신이 결국 임 대위를 선택할 줄 알았어.”소예지의 숨이 잠시 멎었다.“그날 밤 내가 당신을 임 대위 곁으로 데려다줬을 때, 임 대위는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당신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 사람만 보고 있었어. 그래서 그런 생각까지 했어. 당신 대신 칼을 맞은 게 나였다면, 나도 그렇게 걱정해 줬을까? 당신이 현욱 씨 곁을 지킨 것처럼, 내 곁도 지켜줬을까?”소예지는 그날 밤 임현욱이 다친 모습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머릿속이 새하얘졌었다. 그날의 기억이라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임현욱의 모습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그래서 고이한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가 차에서 내려 자신을 안아 태우고 문을 닫아줬던 것, 그 정도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소예지는 목이 잠기는 듯했지만 차분하게 말했다.“그런 일은 다시 없었으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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