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박사나 임 대위, 윤하준처럼 말이야.”고이한은 조금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소예지를 바라봤다.“그 사람들처럼 나도 당신에게 다가갈 기회를 갖고 싶어.”시선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존심이라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목소리에는 애원에 가까운 간절함이 묻어났고 그와 동시에 소예지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한 집념도 느껴졌다.소예지는 최근 고이한이 보여준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달라진 모습도, 자신에게 다가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과거에 받은 상처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3년 동안 혼자 살아오면서 이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다시 누군가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려면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다.“당신 술 많이 마신 거 아니야?”소예지는 혹시라도 술기운에 하는 말인가 싶어 물었다.방금 마신 와인도 이미 절반 이상 비운 데다 점심때 마신 술까지 생각하면 지금 얼마나 맨정신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다.“아니야. 나 정말 정신 멀쩡해.”고이한은 고개를 저으며 더욱 진지하게 바라봤다.“그냥 당신이 고개만 끄덕여주면 돼.”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입을 열었다.“다시 당신한테 다가갈 수 있게 해줘. 그래도 될까?”밤바람이 불어와 소예지의 뺨을 스쳤다.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고 가뜩이나 복잡한 마음까지 덩달아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소예지는 눈앞의 고이한을 가만히 바라봤다. 눈에는 집착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짙은 간절함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이제는 알 수 있었다.고이한은 취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소예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고이한, 감정은 거래가 아니야.”“알아. 나도 알아.”고이한이 곧바로 대답했다.“내가 이기적인 것도 알아. 그런데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소예지.”목소리가 조금씩 낮아졌다.“당신이 강준석을 보면서 웃는 것도, 나보다 젊은 남자들이 당신한테 웃으면서 다가오는 것도 질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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