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1561 - Capítulo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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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1화

그 세 사람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었다.무엇보다 고이한이 신경 쓰이는 건 그들과 소예지 사이에는 아무런 상처도, 얽힌 과거도 없다는 점이었다.마음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처음부터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은 달랐다.과거 소예지를 실망시켰고 깊은 상처까지 남겼다. 두 사람 사이에 딸아이가 있었기에 다시 관계를 이어갈 기회라도 생긴 것이었다.‘만약 하슬이가 없었다면...’고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에 든 와인잔에 비친 눈에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자격지심이 어려 있었다.재산도, 지위도, 능력도 소예지 앞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듯했다. 소예지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었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설 수 있었다.한참 생각을 정리하던 소예지가 고개를 들었다.맞은편에 앉은 고이한은 와인잔을 든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분명 눈은 이쪽을 향하고 있는데도 어딘가 초점이 흐릿했다. 자신을 보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왜 그래? 음식이 입에 안 맞아?”소예지가 먼저 묻자 고이한은 그제야 생각에서 빠져나왔다.맑고 평온한 눈과 마주하자 다시 마음이 복잡해졌다.이제 소예지는 자신을 적대하지도 않았고 예전처럼 거리를 두지도 않았다. 하지만 고이한이 바라는 감정 역시 보이지 않았다.소예지에게 자신은 이제 친구나 가족처럼 편하고 익숙한 사람일 뿐인지도 몰랐다. 한때 자신을 바라볼 때 느껴졌던 연인으로서의 설렘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것 같았다.고이한은 마음속에서 뒤엉키는 감정을 애써 눌러놓고 입꼬리를 올렸다.“아니야. 맛있어.”스테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소예지는 그런 고이한을 가만히 살폈다. 아무래도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았다.혹시 지난번 N국에서 생긴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위가 계속 불편한 건지 잠시 생각하다 먼저 물었다.“위는 아직 불편해?”“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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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응.”소예지가 웃으며 대답했다.고이한은 말없이 옆에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짐작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엘리베이터가 연회장 층에 도착하자 안시윤이 먼저 내린 뒤 열림 버튼을 누른 채 두 사람을 기다렸다.소예지는 고맙다는 듯 미소를 보이고 고이한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그때 고이한의 시선이 안시윤에게 향했다.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해 보였지만 묘하게 압박감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안시윤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가 이내 그 시선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소예지는 먼저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지원과 이서연도 이미 도착해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는 강준석도 보였다.소예지가 강준석에게 다가가자 강준석도 몸을 돌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이한의 마음속에 또다시 초조함과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고이한은 이렇게 확신할 수 없는 감정을 싫어했다. 더구나 자신이 풋내기 소년처럼 소예지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마음을 졸이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대표님.”이서연과 이지원이 다가와 인사하자 고이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소예지 곁으로 걸어갔다.강준석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고 대표님, 오셨네요.”“강 박사님, 이번 발표회 성공한 것 축하드립니다.”고이한이 잔을 들어 가볍게 건배를 청했다.“감사합니다. 소예지 씨와 고 대표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프로젝트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어려웠을 겁니다.”강준석이 겸손하게 답했다.현재 강준석이 담당한 제품들은 같은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 역시 매우 좋았다.“강 선배, 축하해.”소예지도 잔을 들었다.강준석은 조금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잔을 마주쳤다.소예지는 강준석이 오늘도 분위기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술자리를 소화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덧붙였다.“강 선배, 너무 많이 마시지 마.”“알겠어.”강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에서 듣고 있던 고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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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강 박사나 임 대위, 윤하준처럼 말이야.”고이한은 조금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소예지를 바라봤다.“그 사람들처럼 나도 당신에게 다가갈 기회를 갖고 싶어.”시선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존심이라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목소리에는 애원에 가까운 간절함이 묻어났고 그와 동시에 소예지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한 집념도 느껴졌다.소예지는 최근 고이한이 보여준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달라진 모습도, 자신에게 다가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과거에 받은 상처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3년 동안 혼자 살아오면서 이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다시 누군가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려면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다.“당신 술 많이 마신 거 아니야?”소예지는 혹시라도 술기운에 하는 말인가 싶어 물었다.방금 마신 와인도 이미 절반 이상 비운 데다 점심때 마신 술까지 생각하면 지금 얼마나 맨정신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다.“아니야. 나 정말 정신 멀쩡해.”고이한은 고개를 저으며 더욱 진지하게 바라봤다.“그냥 당신이 고개만 끄덕여주면 돼.”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입을 열었다.“다시 당신한테 다가갈 수 있게 해줘. 그래도 될까?”밤바람이 불어와 소예지의 뺨을 스쳤다.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고 가뜩이나 복잡한 마음까지 덩달아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소예지는 눈앞의 고이한을 가만히 바라봤다. 눈에는 집착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짙은 간절함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이제는 알 수 있었다.고이한은 취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소예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고이한, 감정은 거래가 아니야.”“알아. 나도 알아.”고이한이 곧바로 대답했다.“내가 이기적인 것도 알아. 그런데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소예지.”목소리가 조금씩 낮아졌다.“당신이 강준석을 보면서 웃는 것도, 나보다 젊은 남자들이 당신한테 웃으면서 다가오는 것도 질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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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고이한이 술잔을 비운 때였다.잔을 들고 지나가던 직원 한 명이 미처 소예지를 보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왔고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소예지가 알아차리고 몸을 피하려는데 허리에 따뜻한 손이 닿았다.고이한의 손이었다.그저 가볍게 감싸고 있을 뿐인데도 손길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감과 은근한 소유욕이 묻어났다.소예지는 몸을 굳힌 채 고개를 들어 고이한을 바라봤지만 정작 고이한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괜찮아?”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딪힐 뻔한 소예지를 붙잡아준 자연스러운 행동에 불과했다.하지만 소예지는 알았다.단순히 그런 뜻만 담긴 행동이 아니라는 걸.조금 전 자신이 다가오는 걸 막지 않겠다고 하자마자 고이한은 기다렸다는 듯 허락받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있었다.“고 대표님과 소 박사님은 정말... 천생연분이시네요.”아까 술을 권했던 중년 남성이 분위기를 맞추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소예지의 마음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중년 남성이 자리를 뜨자 소예지는 허리를 감싸고 있던 고이한의 손을 밀어냈다. 적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오해를 살 만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이한도 더 욕심부리지 않고 순순히 손을 거뒀다.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적어도 소예지가 자신의 접근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잠시 후 고이한이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웠고 소예지도 이서연을 비롯한 연구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축하 연회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러던 중 비서 한 명이 소예지에게 다가왔다.“소 박사님, 아까 테라스 쪽에서 고 대표님을 봤는데 위가 많이 아프신지 힘들어 보이셨어요. 먼저 모시고 가서 쉬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소예지는 표정을 굳히고 곧바로 테라스로 향했다.밖으로 나가자 고이한이 난간을 붙잡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손으로 배를 누른 채 통증을 참고 있는 듯 얼굴에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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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손 놔.”소예지가 조용히 말하자 고이한은 곧바로 손을 놓고 그녀가 건넨 컵을 받아 물을 마셨다.물을 다 마신 뒤에도 상태는 나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에도 약간의 쉰 기색과 피로가 묻어 있었다.“여기서 잠깐 누워 있어도 돼?”“자.”소예지는 고이한의 미간과 관자놀이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것 같지 않았다.옷장에서 담요를 하나 꺼내 오자 고이한은 소파에 누워 쿠션을 베고 눈을 감았다.10분쯤 지나 초인종이 울렸다. 임재석이 직접 위장약을 가져온 것이었다.“고 대표님은 좀 괜찮으세요?”“네, 괜찮아요.”소예지는 약을 받아 들고 문을 닫았다. 다시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온 뒤 약 두 알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약 먹고 다시 자.”고이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앉아 소예지가 건넨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켰다.다시 눕는 모습을 확인한 소예지가 돌아서려는데 고이한이 갑자기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마.”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자신을 두고 아래층 연회장으로 돌아가려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소예지가 돌아보며 말했다.“안 가. 물 마시러 가는 거야.”그제야 고이한은 천천히 손을 놓고 안심한 듯 다시 눈을 감았다.소예지는 물 한 잔을 들고 통유리창 앞으로 갔다. 창밖으로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었고 은은한 달빛 아래 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뒤를 돌아보니 고이한은 어느새 깊이 잠든 듯했다.소예지는 메인 조명을 끄고 무드등 두 개만 남겨둔 뒤 1인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확인했다. 밀려 있던 이메일 몇 통에 답장을 보내고 나니 피곤해져 휴대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창밖으로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고 방 안에도 잔잔한 정적이 흘렀다.오늘 밤 고하슬은 고씨 저택에서 자기로 했기에 소예지가 따로 데리러 갈 필요도 없었다.밤 10시쯤, 소파에서 자던 고이한이 몸을 뒤척이며 천천히 눈을 떴다.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눈빛에는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를 찾듯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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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일찍 쉬어.”소예지는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려 했다.그때 문밖에서 고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한 복도라서인지 평소보다 더욱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소예지, 오늘 내가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소예지의 몸이 아주 살짝 굳었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닫힘 버튼을 눌렀고 두 사람 사이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그날 밤, 부촌에 자리한 한 별장.방재근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평소 같았으면 사촌 누나인 진가영에게 전화해 불만을 털어놓았겠지만 소예지가 한때 진가영의 며느리였다는 생각에 결국 그만두었다.그렇다고 오늘 이사회에서 체면을 구긴 일을 쉽게 넘길 수도 없었다. 이 나이에 여러 주주가 보는 앞에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방재근의 아내 조미란은 남편이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몇 번이나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방재근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밤 11시가 넘어서도 방재근은 아래층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결국 조미란은 잠옷 위에 겉옷을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여보, 이제 술 좀 그만 마셔요.”조미란이 곁으로 다가가 술병을 치우려 했다.“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회사 일인데 당신이 뭘 알아?”방재근이 낮게 코웃음을 쳤다.조미란은 평범한 가정주부였지만 눈치가 빠르고 사람의 속내를 읽는 데 능했다. 특히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남편보다 한 수 위였다.“회사 일은 몰라도 당신 얘기는 들어줄 수 있잖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라도 해봐요.”조미란은 맞은편에 앉아 자신의 잔에도 술을 조금 따랐다.방재근도 하루 종일 속으로 삭인 탓에 답답함이 쌓일 대로 쌓여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오늘 이사회에서 말이야. 이한이 그 녀석이 자기 전처 편든다고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아주 제대로 망신시켰어. 그 많은 주주들 앞에서 내 체면이 뭐가 됐겠어?”“소예지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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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조미란은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계속 말을 이어갔다.“당신도 생각해 봐요. 누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뭐겠어요? 당연히 고씨 집안의 대를 잇는 일이죠. 고신 그룹을 이어갈 후계자 말이에요.”“손녀를 아무리 예뻐해도 그 아이는 결국 딸이잖아요. 재벌가에서 아들을 원하지 않는 집안이 어디 있겠어요?”방재근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그 사실은 방재근이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했다.남자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집안의 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아들이 어떤 의미인지.“계속 말해봐.”방재근이 재촉하자 조미란이 살짝 웃었다.“지금 소예지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봐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과학자에 고신 그룹 주주이기도 하죠. 젊은 나이에 능력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높고요.”조미란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그런 사람이 매일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가정에 얼마나 마음을 쏟겠어요? 정말 이한이를 위해 다시 아이를 낳고 자기 일까지 포기하려고 하겠어요?”방재근의 눈빛이 달라졌다.‘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고이한이 재혼한다면 언젠가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예지가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면 고씨 집안에서도 두 사람의 재혼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을 터였다.“지금의 소예지는 예전과 달라요. 이제 누님이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요.”조미란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 소예지가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누님도 두 사람의 재혼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요.”방재근은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답답했던 속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당신 말이 맞아. 사촌 누나가 예전에 소예지를 받아들인 것도 결국 이한이가 그렇게 좋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받아들인 거지. 아니었으면 애초에 눈길도 주지 않았을 거야.”“그렇죠.”조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를 낳아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어요. 이한이 정도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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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방재근도 당연히 처조카인 방유나를 기억하고 있었다.확실히 예쁘고 영리한 아이였다. 붙임성도 좋고 말도 예쁘게 해서 어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성격이었다.정말 방유나를 고신 그룹에 입사시켜 고이한과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면 어쩌면 조미란의 바람대로 일이 풀릴지도 몰랐다.“좋아. 유나한테 준비하라고 해. 회사 쪽은 내가 알아볼게.”방재근이 동의하자 조미란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걱정하지 마요. 유나가 싫다고 할 리 없어요.”방재근은 이런 카드 하나쯤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지 몰랐다.조미란 역시 속으로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소예지가 아무리 뛰어난 여자라고 해도 방유나는 훨씬 젊었다. 게다가 외모와 학벌, 집안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조미란의 머릿속에는 벌써 방유나가 고이한과 결혼해 고씨 집안의 며느리가 된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그렇게만 된다면 동생네 부부도 좋은 인연을 맺어준 자신에게 두고두고 고마워할 터였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일찍부터 실험실로 향했다. 어젯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 최대한 빨리 검증해 보고 싶었다.사무실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예지 씨, 방해한 건 아니죠?”“아니에요. 저도 방금 사무실에 도착했어요. 무슨 일이에요?”“어머니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약도 별다른 효과가 없고요... 그래서 예지 씨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윤하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짙게 묻어 있었다.“하준 씨, 저희 팀이 최근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어요. 지금은 동물실험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요.”“어때요? 효과는 확실해요?”윤하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네. 효과가 꽤 뚜렷해요.”소예지의 목소리에도 기쁨이 배어 나왔다.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윤하준이 숨을 멈춘 듯했다.“정말이에요? 예지 씨, 확실한 거죠?”“네. 데이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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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오후.인사팀장이 직접 방재근이 추천한 지원자를 면접했다.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방유나였다.스물네 살. 아이비리그 명문대에서 금융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뛰어난 외모에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었다.학력이나 경력 등 전체적인 조건도 모두 입사 기준을 충분히 충족했다.면접에 앞서 인사팀장은 방재근에게 전화를 받은 상태였다. 그가 어떤 의도로 방유나를 추천했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마침 대표실에는 회의록 작성과 각종 문서 정리를 담당할 보조 비서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업무 자체는 비교적 기본적인 일이었지만 여러 부서와 접촉할 기회가 많고 대표실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회사의 주요 업무를 접하고 경영진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였다.방재근도 방유나를 추천하기 전에 나름대로 머리를 쓴 모양이었다.무엇보다 고이한은 대표로 취임한 뒤 임원들에게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청탁이나 특혜를 주는 일을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정해진 면접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인사팀장이 말했다.“방유나 씨,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네, 감사합니다. 이 팀장님.”방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하게 웃었다. 눈빛에도 기쁨이 스쳤다.물론 합격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큰이모 조미란이 미리 손을 써둔 상태였기 때문이다.오늘 면접은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쳤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과정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인맥으로 들어왔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고신 그룹에 입사하는 것과 별개로 조미란이 방유나에게 바라는 건 따로 있었다.고신 그룹 대표 고이한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그렇다고 처음부터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도 회사에 들어가면 우선 일에 집중하고 자신의 능력부터 인정받으라고 당부했다.방유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외모만 믿고 덤빌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젊은 나이에 고신 그룹을 이끄는 고이한이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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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소예지는 캐비닛으로 가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을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30분 전 고이한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호텔에 애프터눈 티 보내라고 했어. 당 떨어질 때쯤일 것 같아서. 저녁에 봐.]소예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돌아왔다.[방금 실험실에서 나온 거야?]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실험실에 들어갔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었다.[응, 방금 나왔어.][알겠어. 얼른 먹어.]고이한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 소예지는 웃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고 소파에 앉았다.이서연이 디저트를 하나씩 꺼내놓자 소예지는 기다렸다는 듯 마카롱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절로 눈이 살짝 감겼다.“음, 너무 맛있다. 소예지, 나 너 따라다니면서 진짜 좋은 거 많이 먹는다.”소예지가 웃음을 터뜨리며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럼 많이 먹어. 나 혼자서는 어차피 다 못 먹어.”이서연은 기다렸다는 듯 소예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소예지, 솔직히 말해봐. 너 고 대표님이랑 다시 합치는 거 아니야?”실험실에서 이서연은 소예지를 편하게 이름으로 불렀다. 두 사람은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 사이이기도 했다.소예지가 조금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누가 그래?”“나도 들었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얘기하던데?”이서연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소문으로 듣는 것보다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그런 일 없어.”소예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아...”이서연은 아쉬운 듯 말끝을 늘이다 문득 예전에 고이한과 심유빈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혹시 소예지가 아직 그때의 상처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건 아닐까 싶었다.“소예지, 사실 고 대표님도...”지금 먹고 있는 디저트도 고이한이 보내준 것이니 괜히 한마디 거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소예지는 머뭇거리는 이서연을 보고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에 있었던 오해는 많이 풀렸어. 나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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