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521 - Chapter 1530

1620 Chapters

제1521화

고수경은 고하슬의 손을 잡고 꽃을 파는 좌판 쪽으로 걸어갔다.색종이로 곱게 포장된 장미꽃은 밤빛 속에서도 여전히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꽃 한 다발을 산 뒤 고하슬을 가까이 불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슬아, 이 꽃 아빠한테 드려. 그리고 아빠가 엄마한테 주게 해.”고하슬은 작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꽃다발을 품에 안은 고하슬은 신이 난 듯 고이한에게 달려갔다.작은 얼굴을 들어 올린 아이가 말했다.“아빠, 이거 아빠 거예요.”고이한은 딸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보고 조금 놀랐다.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고수경을 발견했다. 그녀는 입 모양으로 조용히 말했다.'예지 언니한테 줘!'“고마워, 우리 딸.”고이한은 손을 뻗어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여동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고이한은 품 안의 꽃다발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무대 쪽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 소예지를 바라봤다.그녀는 손에 주스병을 들고 있었다.무대 위 DJ는 열정적으로 리듬을 타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음악 소리와 환호 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가 뒤섞인 해변은 시끌벅적했다.밤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을 부드럽게 흩날렸고, 흔들리는 불빛은 그녀의 얼굴 위에서 은은하게 움직였다.표정까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이한은 꽃다발을 든 채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걸어갔다.소예지는 옆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어느새 고이한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밤빛 속에서도 고이한의 시선은 유난히 선명했다.소예지가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갑자기 꽃다발 하나가 그녀의 눈앞에 내밀어졌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꽃을 바라봤다.“당신한테 주는 거야.”고이한의 목소리가 바닷바람을 타고 들려왔다.소예지는 눈앞의 화사한 꽃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고이한을 바라봤다.그의 앞머
Read more

제1522화

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다시 그녀의 곁에 섰다.멀리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의 불빛이 그의 눈동자를 깊게 비추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소예지의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고이한의 시선은 소예지가 품에 안고 있는 꽃다발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당신 예전에는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별로 없었잖아.”고이한이 시선을 내리며 그녀를 바라봤다.소예지는 순간 멈칫했다.확실히 예전에는 그녀의 인생 대부분이 고이한과 딸에게 쏠려 있었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사람은 다 변하는 거야.”소예지가 대답했다.“예전에는 시간이 없었어. 그럴 마음도 아니었고.”고이한의 가슴 한쪽이 순간 아릿해졌다.몇 년 전, 그가 참석했던 경제 포럼에서 찍힌 사진들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눈에 띄는 잘생긴 외모 때문에 단숨에 화제가 되었고 한동안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과 댓글이 쏟아졌다.그날 밤 집에 돌아왔을 때, 소예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었다.“우리 남편 정말 잘생겼어. 남자 연예인보다 더 멋있어.”그때의 그녀는 눈에도, 마음에도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다.그래서 지금 자신의 앞에서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소예지를 보고 있자니 고이한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 무거운 생각도 잠시, 조금 통통한 여자아이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지나가려 했다.소예지는 자리를 비켜주려 한 걸음 물러섰지만 평평하지 않은 모래사장 때문에 순간 중심을 잃었다.고이한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피곤해?”그가 물었다.소예지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아홉 시가 되어 있었다.딸이 돌아가 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고이한에게 말했다.“돌아가자. 하슬이도 씻어야 하니까.”“그래.”고이한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다행히 그 남자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든 건 아닌 모양이네.’고하슬과 고수경을 찾아 일
Read more

제1523화

소예지는 그가 방금 샤워를 마친 듯한 모습을 보고 금방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 먼저 입을 열었다.“나 먼저 내려갈게.”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여자를 바라보던 고이한은 얇은 입술을 살짝 끌어올렸다. 그의 눈빛 끝에 옅은 웃음이 머물렀다.소예지가 1층 로비에 도착하자 노트북을 품에 안은 김경환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소 박사님,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이에요.”소예지는 미소로 답한 뒤 곧장 해변으로 향했다.열 시가 되어서야 고이한이 해변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이미 연회색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트렁크 차림일 때와는 다른 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고하슬!”고하슬은 아빠를 발견하자 기다렸다는 듯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갔다.고이한은 두 팔을 벌려 딸을 안아 올린 뒤 한 바퀴 빙 돌렸다. 고하슬의 맑은 웃음소리가 해변 위로 퍼졌다.파라솔 아래 앉아 있던 소예지는 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잠시 후 고하슬이 다시 조개껍데기를 주우러 달려가자 고이한은 소예지의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햇살이 내려앉은 해변,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그리고 아이의 웃음소리,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평온했다.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늘 짧았다.이틀 뒤, 고이한은 귀국 일정을 정했다.마지막 밤, 고수경은 고하슬을 달래 자신과 함께 자자고 했다. 고하슬도 순순히 따라 나섰고 평소보다 일찍 방으로 돌아갔다.마침 소예지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지원이 최근 데이터 조사 결과를 보내왔고 그녀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고수경은 이번 마지막 밤만큼은 오빠가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랐다. 이번 휴가 동안 소예지의 마음이 조금 풀린 만큼, 두 사람이 오랫동안 남겨둔 매듭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이한은 업무 전화를 끝낸 뒤 고수경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시간을 보니 어느새 열 시였다.“오빠, 하슬이는 내가 볼 테니까 예지 언니한테 해변 산책이나 달구경 하자고 해보는 건 어때?”잠시 후
Read more

제1524화

[갈 거야. 로비에서 기다릴게.]고이한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내려갈게.]소예지도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고이한은 조금 전 해변에서 펼쳐진 블루 티어스를 보지 못했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소예지가 정말 자신과 산책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한 거라고 생각했다.잠시 후, 거실로 내려온 소예지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자.”말을 마친 소예지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걸음에는 조금의 들뜬 기색이 묻어났고 마치 무언가를 빨리 보여주고 싶은 사람처럼 서둘러 앞서갔다.고이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작게 웃으며 뒤따라갔다.전망대를 지나 해변에 들어선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눈앞의 바다가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블루 티어스였구나.”그 순간, 고이한은 소예지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았다.그녀가 자신과 산책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한 건 아니었다. 늦은 밤 혼자 바닷가로 향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져서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 것뿐이었다.역시나 소예지는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바닷가로 달려갔다.달빛 아래에서 긴 치맛자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의 모습은 잠시 현실과 동떨어진 듯 아름다워 보였다.고이한은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한동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소예지는 뒤따라오는 고이한의 존재조차 잊은 듯했다.마치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처럼 그녀의 눈에는 오직 눈앞의 푸른빛만 담겨 있었다.소예지는 바닷물에서 반 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그리고 가볍게 숨을 고르며 파도를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청빛의 물결을 바라보았다.푸른빛은 물결을 따라 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신비로운 광경이었다.“정말 예쁘다.”소예지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고이한은 그녀 옆으로 다가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함께 바다를 바라보았다.“정말 예쁘네. 오늘 밤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어.”“그러니까. 이런 건 정말 보기 드문 행운이야.”소예지는 눈앞의
Read more

제1525화

다음 날 아침, 고하슬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아직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결국 세 사람은 번갈아 가며 고하슬을 달래야 했다.마침내 비행기에 오른 뒤, 집에 돌아가면 좋아하는 조랑말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고하슬도 조금씩 마음을 풀었다.금세 다시 밝아진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에 세 사람도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세 시간이 지나 소예지는 집으로 돌아왔고 고하슬은 고씨 저택으로 보내졌다.이번 여행을 다녀온 뒤, 소예지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에 집중할 준비가 되자 이전보다 모든 일이 조금 수월하게 느껴졌다.월요일이 되자 소예지는 다시 연구와 업무에 몰두했다.고이한 역시 본래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인테리어 공사의 진행 상황을 틈틈이 확인했다.두 사람이 머물 주택 두 채뿐만 아니라 같은 단지 안에 있는 또 다른 대형 별장 역시 앞으로 고씨 가족들이 사용할 공간이었다.수요일 아침, 소예지는 강준석에게서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업무와 관련해 이야기할 일이 있다는 내용이었다.약속 시간에 맞춰 식당 밖 정원에서 강준석을 기다리던 소예지는 모퉁이 너머에서 걸어오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안채린이었다.소예지를 본 순간 안채린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녀의 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불편한 감정이 스쳤다.소예지는 그 시선을 느끼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안채린은 곧 시선을 거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등을 곧게 편 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급한 결재 서류가 있어서. 오래 기다렸어?”“아니. 들어가자.”소예지가 웃으며 답했다.두 사람은 음식을 받아 조용한 자리로 이동해 앉았다.강준석이 먼저 물었다.“이번 휴가는 어땠어, 예지야?”“괜찮았어.”소예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하슬이랑 둘이 다녀온 거야?”강준석이 궁금한 듯 물었다.
Read more

제1526화

소예지는 몸을 돌려 안채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할 말 있으면 똑바로 말해.”“내가 해고당한 거, 네가 고 대표님 앞에서 뭔가 부추긴 거지?”안채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떨렸다.“소예지, 너 정말 대단하다. 전 남편 권세에 기대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 하나씩 밀어내는 거야? 고신 그룹 직원 하나쯤 내보내는 건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겠지.”“안채린, 말조심해.”소예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불만이 있으면 정식 절차를 밟아서 이의를 제기하면 돼.”“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안채린이 씁쓸하게 웃었다.“고신 그룹이 결국 누구 손에 있는지 모르겠어? 고이한이 마음만 먹으면 나 하나 해고할 이유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소예지, 이제 그만 모르는 척해. 네가 다시 고이한에게 기대고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딸을 이용해서 다시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가려는 거잖아.”“뭐?”소예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안채린은 멈추지 않았다.“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나는 이미 너한테 아무런 방해도 안 되는데. 그런데도 끝까지 나를 밀어내야 속이 시원해?”점점 높아지는 안채린의 목소리에 카페 안에 있던 손님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 마침 근처 자리에는 실험실 직원 몇 명도 앉아 있어 소란은 금세 눈길을 끌었다.이서연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앞으로 나섰다.“안채린, 예지는 그런 사람 아니야.”“이서연,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안채린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네가 지금까지 여기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저 여자 덕분 아니야? 옆에 붙어서 잘 보인 덕분에.”그 말은 점점 도를 넘었다.소예지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안채린, 할 말 다 했어?”안채린은 코웃음을 쳤다.“왜? 듣기 싫어?”그녀는 비웃듯 말했다.“소예지, 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고이한이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 마음을 돌렸다고 생각해?”“그런 남자 옆에 여자가 부족했던 적 있어? 지금 네게 보여주는 건 그저
Read more

제1527화

소예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강준석은 힘겹게 그녀를 달랬다.“괜찮아... 정말 괜찮아.”“말하지 마. 지금은 체력부터 아껴.”소예지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강준석의 상태를 살폈다. 옆에서는 이서연이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안채린은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준석을 바라보았다.3년 동안 마음속으로 동경해 왔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 그 사람이 자신 때문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듯했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강 선배... 강 선배, 미안해.”안채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무의식적으로 강준석에게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이서연이 그녀 앞을 막아섰다.“아직도 강 선배라고 부를 자격이 있어?”이서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다가갈 생각도 하지 마.”“미안해...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정말 다치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안채린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눈물을 쏟아냈다.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그때 카페 보안 직원들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그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안채린을 제압했다. 동시에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엘리베이터 홀 쪽에서 의료진이 들것을 밀고 나타났다.의료진은 신속하게 강준석을 들것에 옮겼고 소예지와 이서연도 곧바로 뒤따라 구급차에 올랐다.병원에 도착한 강준석은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피로 얼룩진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소예지는 결국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이서연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조용히 말했다.“강 선배, 분명 괜찮을 거야.”하지만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졌다.짧은 이십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질 때쯔음 복도 끝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고이한이었다.오는 길에 전화로 이미 상황을 전해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녀의 모습은 또
Read more

제1528화

고이한은 그녀를 달랬다.“걱정하지 마. 강 박사 괜찮을 거야.”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강준석의 상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만약 안채린의 포크가 조금만 더 위험한 곳을 향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그 순간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릴 듯 차올랐다.소예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끝내 눈물을 완전히 참아내지는 못했다.고이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티슈 한 장을 뽑아 건넸다.소예지는 말없이 티슈를 받아 눈가를 닦았다.바로 그때 침대 위의 강준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마취가 서서히 풀린 듯 그의 눈꺼풀이 몇 번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했던 시선은 곧 자신의 앞에 있는 소예지에게 향했다.그녀의 걱정 어린 얼굴을 본 강준석은 창백한 입술을 움직였다.“나 괜찮아...”마취가 덜 풀린 탓인지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잠시 후 그의 시선이 침대 옆에 서 있는 고이한에게 향했다.강준석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대표님도 오셨네요.”그는 손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움직이면 안 돼요. 상처가 아직 깊게 아물지 않았어요.”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상처 부위에는 두꺼운 거즈가 감겨 있었다. 다행히 포크가 깊게 들어가지는 않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소예지가 바로 그를 막았다.“천천히 해.”“강 선배, 물 좀 마셔.”소예지는 고이한이 방금 따라준 따뜻한 물잔을 가져와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강준석이 손을 뻗어 받으려 하자 소예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움직이지 마. 내가 할게.”강준석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곧 희미하게 웃었다.“내가 할게.”그가 오른손을 들어 물잔을 받아 들자 고이한의 시선이 그 잔에 머물렀다.방금 전 자신이 소예지에게 건넸던 물이었다.사실 별것 아닌 일이었다.강준석은 소예지를 대신해 다친 사람이었고 그녀가 곁에서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이한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
Read more

제1529화

소예지는 복도에 한동안 서서 고이한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도 알았다.“예지야, 강 선배 주려고 과일 좀 사 왔어. 강 선배 깨어났어?”이서연의 목소리에 소예지는 생각에서 깨어났다.“깨어났어. 들어가자.”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강준석은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두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강준석은 먼저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고 대표님은 가셨어?”“응.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소예지는 대답한 뒤 곧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상처 아직 많이 아파?”“아직 마취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괜찮아. 생각보다 아프진 않아.”강준석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 모습을 본 이서연이 참았던 말을 꺼냈다.“안채린, 이번에는 정말 너무했어. 이건 거의 살인미수나 다름없잖아. 강 선배가 아니었으면 예지가...”말을 잇지 못한 이서연은 강준석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입을 다물었다.강준석의 표정도 서서히 굳어졌다.“안채린의 행동은 명백히 선을 넘었어.”평소 온화하던 강준석이었지만 안채린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순간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색이 묻어났다.이서연은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말했다.“아침에 안채린이 해고됐다는 얘기 들었어. 설마 그걸 예지 탓으로 돌린 거야?”그 말에 강준석의 시선이 소예지에게 향했다.소예지도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결국 안채린의 분노는 자신에게 향해 있었던 것이다.강준석은 잠시 침묵하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강 선배.”소예지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이건 선배 잘못 아니야.”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나랑 안채린 사이의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어. 나를 향한 감정도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고.”이서연이 옆에서 말을 이었다.“실험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안채린은
Read more

제1530화

방금 전 고이한이 끝까지 답을 요구하던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소예지는 쉽게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저녁 일곱 시가 되었지만 강준석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간호사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소예지의 눈에 뜻밖에도 고이한이 들어왔다.그의 손에는 도시락과 옷이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다.“어떻게 온 거야?”“갈아입을 옷 가져왔어. 옆방 욕실에서 씻고 갈아입어.”고이한의 시선이 소예지의 소매 끝, 핏자국에 잠시 머물렀다.소예지는 원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고이한이 직접 챙겨온 것을 보니 더는 거절할 수가 없어 조용히 봉투를 받아 들었다.그런데 옷을 꺼내던 손이 멈칫했다. 속옷과 목욕 수건까지, 예상 못 한 것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이건 분명 아주머니가 챙겨준 거겠지.’소예지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하며 욕실로 향했다.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흐르는 동안에도 방금 본 속옷과 수건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씻고 나와 갈아입은 옷은 조금 헐거웠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병실로 돌아왔을 때, 강준석은 이미 눈을 뜬 채 고이한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어색하지 않은 걸 보니 이야기가 오간 지 꽤 된 모양이었다.“와서 먹어. 저녁 가져왔어.”고이한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응. 강 선배, 밥 먹었어?”강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죽 조금 먹었어. 대표님이랑 옆 휴게실 가서 먹어.”소예지의 시선이 고이한이 들고 온 봉투로 옮겨갔다. 도시락이 여러 개였다.그제야 소예지는 고이한도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당신도 아직 못 먹었어?”고이한이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짧게 답했다.“응. 안채린 일 처리하느라 시간이 없었어.”“예지야, 대표님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서 우리 식사까지 챙겨주셨는데 얼른 같이 먹어.”강준석이 부드럽게 거들었다.“그럼... 같이 가서 조금 먹을게.”소예지는 대답하고 다시 강준석을 돌아보았다.“강 선배, 더 안 먹을 거야
Read more
PREV
1
...
151152153154155
...
16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