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은 그녀가 건넨 재킷을 받아 팔에 걸친 뒤, 아이패드를 들었다.“가자. 강 박사 좀 보러.”두 사람이 차례로 휴게실을 나서자 복도 의자에 앉아 있던 김경환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이한이 건넨 아이패드를 받아 들었다.강준석은 이미 깨어 있었다. 서류를 살펴보는 그의 안색은 전날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예지야, 대표님이랑 먼저 가서 일 봐. 여긴 이제 내가 알아서 하면 돼.”소예지가 잠시 망설였다. 옆에 있던 이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 예지야, 실험실로 돌아가. 내가 여기 남아서 지켜볼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할게.”고이한도 소예지를 바라봤다.“실험실까지 데려다줄게.”결국 소예지도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강 선배. 그럼 먼저 갈게.”그녀는 이서연을 향해 다시 한번 당부했다.“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병원을 나온 뒤, 고이한은 직접 운전해 소예지를 실험실까지 데려다주었다.실험실에 도착한 소예지는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이한은 곧바로 실험실 책임자의 사무실로 향했다.이번 안채린 사건 이후 내부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직원들의 업무 상태와 근무 환경을 확인해야 했다.같은 시각, D국의 낡은 아파트 안.심유빈은 조용히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이곳에 온 지도 어느덧 보름이 넘었다.그녀는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다.예전에 어머니를 위해 사준 집이었고 지금 그녀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하지만 과거 그녀가 누렸던 삶과 비교하면 삼십 평 남짓한 이 집은 지나치게 좁고 답답했다.어머니는 여전히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 돌아왔다.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모임에 시간을 쓰느라 딸에게 제대로 된 세 끼 식사조차 챙겨줄 여유가 없었다.심유빈 역시 오랫동안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고 직접 손을 움직여야 했다.열여덟 살 이전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치욕스러웠던 시절, 그때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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