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1551 - Capítulo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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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도시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강준석의 상처는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었다.편안한 홈웨어 차림의 강준석은 여느 때처럼 느긋해 보였고 눈빛에는 특유의 온화함이 여전히 묻어났다.지난 3년이라는 시간이 그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 듯했다.“편하게 앉아. 마실 건 뭐 줄까? 차, 커피, 아니면 주스?”“됐어. 내가 할게.”더는 강준석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던 소예지는 직접 따뜻한 물 두 잔을 가져와 한 잔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그러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상태를 살폈다.“어때? 아직 아파?”“많이 좋아졌어. 이제 좀 가려운 정도야. 상처가 아물고 있다는 뜻이겠지.”강준석이 잔을 들며 웃었다.“걱정 마. 의사도 회복이 아주 빠르다고 했어.”그 말을 듣고서야 소예지도 마음을 놓았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변호사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강준석이 말했다.“안채린 판결, 빠르면 다음 달에 나온대.”소예지는 잔을 쥔 채 잠시 말이 없었다. 강준석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소예지를 바라봤다.“예지야, 이제 그 일은 그만 마음에 담아둬. 안채린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니까, 우리도 더 이상 마음 쓰지 말자.”“응.”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소예지는 집 안을 둘러봤다.“정말 예쁘다. 전망도 좋고.”“그렇지? 처음 여기로 정한 것도 전망이 탁 트여 있어서였어.”강준석이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일하다 힘들 때 이렇게 멀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그럼 이제 이 집에 같이 살 사람만 있으면 되겠네?”농담처럼 던진 말에 강준석도 웃었다.“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제 익숙해.”소예지는 더 묻지 않았다.인연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붙잡는다고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놓는다고 쉽게 끊어지는 것도 아니니 누구에게 강요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강준석은 소예지가 잡은 연구 방향에 확신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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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가지 않고 무대 옆에 있는 강준석에게로 향했다.고이한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소예지를 따라갔다.강준석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던 고이한은 긴 손가락으로 안경을 살짝 밀어 올렸다.표정은 여느 때처럼 차분했지만 못마땅한 기색까지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잠시 실례하겠습니다.”옆에 있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 고이한은 천천히 소예지 쪽으로 걸어갔다.소예지가 강준석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쁘네.”소예지가 돌아보니 고이한이었다.“고마워.”고개를 들어 바라보다가 고이한이 쓰고 있는 안경에 시선이 머물렀다.예전에 자신이 선물했던 안경이었다.“예지야, 고 대표님이랑 가서 좀 쉬고 있어. 곧 시작할 거야.”강준석의 말에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준비로 바쁠 텐데 더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자리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자 고이한이 먼저 말했다.“당신 자리는 이쪽이야.”고이한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가 안내해 줄게.”고이한을 따라간 곳은 맨 앞줄 중앙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소예지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소예지가 자리에 앉자 고이한도 자연스럽게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무심코 옆을 보니 그 자리의 명패에는 고이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소예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테이블 위의 물병을 집으려는데 고이한이 먼저 손을 뻗어 뚜껑을 열고 건넸다. 소예지는 괜히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고마워.”“별말을.”고이한은 부드러운 눈으로 소예지를 바라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준석의 발표가 시작됐다.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로 향했다.이번에 선보인 여섯 가지 제품은 이미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아 세계 각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3년 전 소예지가 고신 그룹 주주들 앞에서 내놓았던 민간사업 3개년 계획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소예지가 그렸던 청사진을 강준석이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냈다고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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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점심 식사는 고이한이 마련했다.프로젝트 팀 전원이 연회장으로 이동해 함께 식사했고 저녁에는 대규모 축하 연회까지 예정되어 있었다.강준석의 팀은 어느새 서른 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고 각 부서의 지원 인력까지 더해지자 연회장에는 다섯 테이블이 마련됐다.소예지도 강준석 팀과 함께 그중 한 테이블에 앉았다. 고이한은 조금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다.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소예지 옆자리만 자연스럽게 비어 있었다.정작 소예지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강준석이 설명하는 다음 프로젝트 계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전문 분야가 비슷한 두 사람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도를 금세 알아차렸다.소예지가 몇 마디만 해도 강준석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고 강준석이 말을 끝맺지 않아도 소예지는 그가 말하려는 방향을 짐작했다.연회장에 들어선 고이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고이한은 입구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안경 너머의 눈빛이 미묘하게 가라앉았다.창가 쪽 테이블에서 소예지는 몸을 살짝 기울인 채 강준석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어깨로 흘러내린 긴 머리와 진지하게 빛나는 눈, 입가에 어린 은은한 미소만 봐도 얼마나 이야기에 몰입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오늘의 강준석 역시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친 뒤라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고 오랫동안 함께 연구해 온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마저 자연스러웠다.“고 대표님 오셨습니다.”누군가 고이한을 발견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고이한은 혼자였다. 동행한 손님도 없었다. 인사를 건넨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소예지와 강준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도 대화를 멈추고 고이한을 바라봤다.고이한은 차분한 걸음으로 테이블에 다가가 소예지 옆의 빈 의자를 빼고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 좀 늦어졌네요. 다들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을 텐데 바로 식사하시죠.”이미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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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음식이 나오자 소예지는 그제야 자신이 꽤 배가 고팠다는 걸 깨달았다.“그래. 일단 먹자. 배고프게 있지 말고.”소예지가 어떤 음식부터 먹을지 살피며 젓가락을 들려는데 고이한이 먼저 공동 젓가락으로 찐 생선의 가장 부드러운 뱃살을 집어 자연스럽게 그녀의 그릇에 올려줬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강준석에게 말을 건넸다.“강 박사님은 이 분야에서 정말 뛰어난 인재입니다.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소예지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 옆에 앉은 고이한을 바라봤다.말투는 평소처럼 차분했고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단순한 칭찬으로만 들리지는 않았다.강준석이 옅게 웃으며 안경을 밀어 올렸다.“고 대표님,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소예지는 다시 고이한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속내를 살피려는 듯 조금 더 유심히 쳐다봤다.고이한도 그 시선을 느꼈지만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낮게 말했다.“먹어. 식기 전에.”그래도 소예지의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고이한의 속마음을 알아내려는 듯 한참을 바라보자 고이한의 목울대가 작게 움직이고 안경 너머 눈빛도 미세하게 흔들렸다.소예지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방금 강준석을 향한 칭찬에 미묘한 견제가 섞여 있었다.강준석도 눈치챈 듯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옅은 미소만 남긴 채 몸을 돌려 반대편에 앉은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이한은 소예지가 계속 바라보자 조금 불편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드러낸 질투를 결국 들킨 모양이었다.소예지를 불편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고 무엇보다 오늘은 강준석에게도 프로젝트 팀에게도 중요한 자리였다.잠시 고민하던 고이한이 소예지와 눈을 맞추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왜 그래? 생선... 입맛에 안 맞아?”소예지가 신경 쓰인 건 강준석이었다.이번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고이한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강준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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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소예지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마침 디저트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 앞에는 시원한 수정과가 작은 잔에 하나씩 놓였다. 은은한 계피 향과 달콤한 향이 식욕을 돋웠다.고이한은 자신의 디저트에는 손도 대지 않고 조용히 소예지 앞으로 밀어줬다.“당신 먹어.”낮은 목소리에는 은근히 소예지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마음이 묻어났다.소예지는 한동안 고이한을 바라보다 숟가락을 들어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그러다 문득 자신이 조금 전 너무 냉정하게 대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그래도 고이한은 오늘 축하 자리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고 고신 바이오의 대표이기도 했다.‘게다가 아까 보인 태도도 따지고 보면 어쩌면...’소예지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수정과를 몇 입 만에 비운 뒤 고이한이 밀어준 것까지 가져와 조용히 먹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이한의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더니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식사 분위기가 무르익자 직원들 사이에서 술잔이 오가기 시작했다.이 기회에 고이한과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고 몇몇은 용기를 내 직접 다가와 술을 권했다.강준석은 아직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동료들이 미리 알고 있어 자연스럽게 술을 피할 수 있었다.하지만 고이한은 평소와 달리 여러 임원과 핵심 기술 인력이 건네는 잔을 마다하지 않고 하나씩 받아 마셨다.“고 대표님, 역시 시원시원하십니다!”고이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들어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금테 안경 너머의 눈빛은 어느새 살짝 흐려져 있었다. 평소의 날카롭고 빈틈없는 모습은 한결 누그러지고 술기운이 오른 얼굴에는 느긋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소예지는 옆에서 그런 고이한을 지켜봤다.처음에는 그저 직원들과 어울리느라 몇 잔 받아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의 앞에는 빈 맥주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고이한은 원래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시면 위가 쉽게 불편해진다고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들어오는 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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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고이한이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오후에 이사회가 있어. 내 사무실 가서 좀 쉬었다 가자.”소예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당신, 정말 회의 들어갈 수 있겠어?”고이한이 웃으며 되물었다.“나 그렇게 못 믿어?”“가자. 김 비서는 아래 있어?”“있어.”두 사람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머지 직원들은 식당에 남아 여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고이한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그 모습을 본 소예지가 말했다.“오후 회의, 한 시간 정도 미루는 게 좋겠어.”“그래. 이따 김 비서한테 얘기할게.”호텔 로비로 내려오자 기다리고 있던 김경환이 곧바로 다가왔다.“대표님, 소 박사님.”고이한이 짧게 지시했다.“회사로 가자. 이사회는 한 시간 미루고.”“네.”밖으로 나오자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소예지와 나란히 차로 향하던 고이한은 술에 취한 와중에도 직접 문을 열어 그녀를 먼저 태웠다.소예지가 허리를 숙여 차에 오르자 고이한도 뒤따라 탔다. 자리에 앉은 그는 안경을 벗어 손에 쥐고 소예지를 바라봤다.안경에 가려져 있던 깊은 눈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그 안에 담긴 감정도 평소보다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아까 내 술 대신 마셔줘서 고마워.”소예지가 그를 돌아봤다.“일부러 그런 거지?”“또 들켰네?”고이한이 낮게 웃었다. 술기운 탓인지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결 느슨했고 결국 소예지의 신경을 쓰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만족감도 은근히 묻어났다.등받이에 몸을 기댄 고이한은 눈을 감고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천천히 눌렀다.“당신이 나한테 이제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어.”소예지는 말없이 고이한을 바라봤다. 정말 취한 모양인지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까지 어려 있었다. 눈을 감으니 짙고 긴 속눈썹이 눈가에 내려앉아 옅게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보였다.“앞으로는 그러지 마. 몸 상해.”고이한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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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며 바깥의 소음이 잦아들었고 고이한이 사무실이 있는 층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위로 움직였다.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으니 고이한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와 은은한 우드 향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고이한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뀌는 층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차가운 조명 아래로 반듯한 옆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소예지는 반대편에 서서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마침 서류를 안고 복도를 지나던 여직원이 고이한과 마주치자 걸음을 멈추고 서둘러 인사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그러다 곁에 있는 소예지를 발견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소 박사님, 안녕하세요.”소예지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고이한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넓은 사무실로 들어서자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강하자 고이한은 리모컨을 집어 커튼부터 닫고 소예지를 돌아봤다.“소파에서 좀 쉬어. 회의도 한 시간 미뤘으니까 잠깐 눈 붙여도 돼.”고이한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더니 아예 벗어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답답했는지 셔츠 맨 위의 단추 두 개까지 풀고는 내선으로 비서에게 차와 과일을 가져오라고 한 뒤 소파에 앉았다.소예지도 조금 졸린 참이었다. 여름날 오후 특유의 나른함까지 밀려오자 소파에 기대앉아 미간을 가볍게 문질렀다.잠시 후 비서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소예지는 맑게 우러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잠을 깨려 했고 고이한도 옆에서 차를 마시다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속이 좀 안 좋네.”소예지가 고개를 돌렸다.“위장약 없어?”“없어. 괜찮아. 좀 참으면 나아지겠지.”소예지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사람 시켜서 사 오라고 해.”걱정이 담긴 말에 고이한의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번졌다.“알았어. 김 비서한테 사 오라고 할게.”고이한은 휴대폰을 꺼내 김경환에게 전화를 걸었고 소예지도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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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소예지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두 시 반까지는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개를 끄덕이자 고이한은 안쪽 휴게실로 들어갔고 문은 완전히 닫지 않은 채 살짝 열어두었다.사무실이 조용해지자 소예지는 휴대폰에 알람을 맞추고 푹신한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눈을 감고 있으니 오후의 나른한 졸음이 서서히 밀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이 들었다.몇 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소예지의 몸 위로 정장 재킷을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휴게실에서 쉬겠다던 고이한은 어느새 다시 밖으로 나와 있었다.원래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는 데다 눈가가 붉고 피곤해 보였던 것도 술기운 때문이었을 뿐, 정말 졸리거나 기운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그렇게 30분이 금세 흘렀다.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소예지가 눈을 뜨고 휴대폰을 찾으려 몸을 움직이자 등에 덮여 있던 짙은 회색 정장 재킷이 아래로 미끄러졌다.소예지는 곧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는 고이한이 눈에 들어오자 잠시 멈칫했다.정작 쉬겠다던 고이한은 자지 않았고 자신만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었다.알람을 끈 소예지는 흐트러진 긴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며 물었다.“당신 안 잤어?”고이한이 고개를 저었다.“원래 낮잠을 안 자.”그러고는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회의까지 아직 20분 남았어. 좀 더 자. 시간 되면 내가 깨워줄게.”알람에 갑자기 깬 탓에 소예지는 아직 정신이 몽롱했다. 졸음도 가시지 않아 흐릿하게 “응.” 하고 대답한 뒤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고이한은 서류 하나를 들고 와 소예지 옆의 1인용 소파에 앉았다.잠든 소예지는 평소의 차분하고 경계심 어린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얼굴에는 긴장이 풀려 한결 부드러운 기색이 어려 있었고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 아래로 옅은 그림자가 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숨소리도 다시 고르게 이어졌다.고이한은 서류를 보고 있으면서도 이따금 소예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문득 몇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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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소예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가장 젊었지만 누구도 더 이상 그녀를 가볍게 볼 수는 없었다. 주주들 역시 이미 나름대로 알아볼 만큼 알아본 상태였다.특히 소예지와 고이한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지고 있는 건지, 소예지가 앞으로도 고신 그룹 사모님의 자리를 지키게 될지 모두 속으로 저마다의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소 박사님은 정말 보기 드문 인재입니다. 회사의 민간 프로젝트 분야에서만 뛰어난 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약 연구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내셨죠. 이 점은 저희 모두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한 원로 주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이사님, 과찬이세요.”소예지가 옆에 앉은 이 이사를 향해 겸손하게 답했다.이 이사는 고신 그룹의 초기 주주 중 한 명으로, 고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후계자 문제로 회사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도 흔들림 없이 고이한을 지지했던 사람이었다. 소예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옆에 있던 나이 지긋한 주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한아, 소 박사님처럼 현명한 안주인... 아니, 이렇게 뛰어난 인재를 곁에 둔 건 우리 고신 그룹의 복이야.”‘안주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몇몇 주주들이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시선도 자연스럽게 소예지와 고이한 사이를 오갔다.조금 전까지 진지했던 회의실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고 고이한의 굳어 있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양 이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확실히 고신 그룹의 복이죠. 그러니 앞으로 진행될 민간 프로젝트 투자에도 다들 이견 없으시겠죠?”“물론입니다. 미래 전망도 밝고 인류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이니 저는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역시 이한이가 보는 눈이 있어. 우리 고신 그룹을 의료 분야로 이끌었잖아. 앞으로 회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될 거야. 초기 투자 규모는 크지만 그만큼 전망도 밝고.”주주들이 잇달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가운데 방재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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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그런 소예지는 무척 매력적이었다.고이한은 목울대를 천천히 움직이다 옆에 놓인 생수를 집어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6시 반쯤 되어서야 소예지와 임재석의 이야기가 끝났다. 임재석은 자료를 정리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 대표님, 소 대표님. 두 분 저녁 식사는 3층 프렌치 레스토랑에 준비해 뒀습니다. 즐거운 식사 되십시오.”“고마워요.”고이한은 제법 마음에 든다는 눈빛으로 임재석을 바라봤다.임재석이 나간 뒤 소예지는 통유리창 앞으로 다가가 팔짱을 낀 채 바깥을 바라봤다. 해가 저물면서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었다.고이한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다가가 그대로 품에 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하지만 결국 마음만 먹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아무래도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절제하며 사는 것도 문제였다. 누릴 수 있는 행복까지 자꾸만 제 손으로 밀어내게 되니까.소예지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돌아섰다.“가자. 식당으로 내려가자.”그런데 고이한은 움직이지 않은 채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소예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니.”고이한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냥 문득 소 박사님이 갈수록 대단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소예지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언제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는 없잖아.”고이한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심이야. 예지야, 지금의 당신을 보면 정말 기뻐.”소예지가 고개를 들어 고이한과 눈을 맞췄다. 조금 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빈말이 아니라는 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소예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시선을 거뒀다.“식당이나 가자.”“응.”두 사람은 나란히 회의실을 나섰다. 고이한은 평소처럼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앞서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춰 소예지의 걸음에 맞췄다.“오늘 저녁에는 드레스로 갈아입을 생각 없어?”소예지가 긴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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