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소예지가 나직이 대답했다.가는 내내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바라봤다. 마음속은 온갖 감정이 뒤섞여 어지러웠다.다행히 학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을 데리러 온 고급 승용차와 밴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다.“예지야.”고이한이 불쑥 그녀를 불렀다.간신히 가라앉혔던 소예지의 심장이 다시 쿵 하고 요동쳤다.고이한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MD와의 협력,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될까?”거의 부탁하는 듯한 말투였다.이어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게. 그냥... 더는 나를 완전히 밀어내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하슬이 아빠로서든 사업 파트너로서든.”물론 거기에 다른 관계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소예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머릿속이 차츰 정리되며 이성이 돌아왔다.연구자로서는 더 좋은 환경과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말고 붙잡아야 했다. 원한다고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소예지는 잘 알고 있었다.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완전히 지워 낼 수는 없다는 걸.“좋아.”소예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MD랑 협력할게. 내일 회의에도 갈게.”그제야 고이한은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다.“응, 좋아.”잠시 후 두 사람은 고하슬을 데리러 갔다가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 몇몇과 마주쳤다.그들 역시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란히 딸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다들 뭔가 안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고하슬은 예상대로 잔뜩 신이 나 있었다.“아빠, 엄마! 둘 다 나 데리러 왔네요! 나 진짜 신나요!”“앞으로도 시간 될 때마다 아빠랑 엄마가 같이 데리러 올게.”고이한이 딸에게 말했다.“네, 좋아요!”고하슬은 작은 책가방을 메고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제법 의젓해 어느새 다 큰 아이 같은 티가 났다.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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