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가 조심스럽게 사과의 말을 꺼낸 그 순간, 강연장은 갑작스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소예지 선생님, 진짜 강의 너무 좋았어요!”“선생님, 저희 두 시간 더 들어도 돼요!”앞줄에 앉아 있던 두 남학생의 익살스러운 외침에 소예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는 얼굴을 본 청중들 사이에서도 감탄과 환호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강연이 끝난 뒤, 여러 학생들이 몰려와 질문을 쏟아냈고 소예지는 하나하나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그녀의 곁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서연은 어느새 감탄이 절로 나왔다.예전엔 소예지를 너무 얕봤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그녀는 지금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소예지은 질문이 한 차례 끝난 뒤 강연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고 그 순간 강연장 입구 쪽에서 묘한 소란이 일었다. 이서연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쿡 찔렀다.“소예지, 저기 누가 왔는지 봐봐.”소예지이 고개를 들어 입구 쪽을 바라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그곳에는 다름 아닌, 고이한이 서 있었다.‘저 남자가 여긴 왜...’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소예지는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고 그대로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문서를 정리하며 마치 그를 본 적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했다.하지만 고이한은 문 앞에 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무대 위에서 환하게 빛나던 소예지만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그 눈빛에는 말로 다 담기지 않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학생들 중 몇몇도 그를 알아봤고 용감한 이들이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고이한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대했지만, 그에게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냉엄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소예지, 이건 내가 마저 정리할게. 혹시 고 대표님, 너한테 할 말 있으신 거 아냐?”이서연이 소예지의 손에서 자료를 가져가며 조용히 물었다.하지만 소예지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아니야. 그 사람과는 더 이상 나눌 얘기 없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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