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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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듣기엔 참 그럴듯하네요.”회의 테이블 왼편에 앉아 있던 이 이사가 느닷없이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하지만 제가 알기론 그 프로젝트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걸로 압니다. 소 대표님께선 그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실 생각인가요? 이제 우리는 고신 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 상태잖아요. 더는 고 대표님께 기대는 건 무리일 텐데요?”말끝에 서린 가시는 숨기지 않은 것이었다.임재석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고 김경환은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기록하며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순간, 소예지는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그 옆에서 임재석이 단호한 어조로 응수했다.“이 이사님께서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지난달, 저희는 이미 은행 측으로부터 4천억 원 규모의 신용 대출 승인을 받았습니다.”그는 준비된 서류 뭉치를 나누어주며 덧붙였다.“여기, 관련된 평가 보고서입니다.”바로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김경환이 입을 열었다.“고 대표님께서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소 대표님의 모든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하신다고요.”그 한마디에 회의실 안의 공기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방기성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억지웃음을 지었다.“소 대표님, 방금 건 그냥 작은 오해였습니다. 우리도 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드린 말씀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그렇죠, 우리도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소예지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마음, 이해합니다. 다만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이사들을 천천히 둘러봤다.그 짧은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저, ‘소예지’입니다. 누구의 대리인도 아니죠. 그러니 다음 이사회에서는 사업에 관한 조언만 부탁드립니다.”그녀의 눈빛이 일순,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면으로 마주쳤다.“사적인 이야기는 사양하겠습니다.”정적이 흘렀다.그러자 다른 이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물론이죠, 소 대표님. 다만 중요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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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소예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안 가면 안 돼요?”임재석은 그녀가 거절할 걸 이미 예감하고 있었는지 차분히 설득에 나섰다.“대표님도 방금 보셨잖아요. 아까 이사들이 대표님을 어떻게 대했는지. 이번 고신 그룹 주주총회 참석은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직접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대표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소예지는 손끝으로 테이블을 조용히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고 이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정말... 꼭 가야 해요?”임재석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대표님은 고 대표님의 수동적인 대리인이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소예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깊은숨을 내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가죠.”이제는 그녀가 직접 움직여야 할 때였다.지금 이 여덟 개 회사의 미래는 더 이상 누구의 몫도 아닌 그녀의 책임이었다. 경제적 기반이 단단해야 언젠가 딸이 회사를 물려받을 때 고씨 일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설 수 있을 테니까.“임 이사님.”소예지는 시선을 들어 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줘요. 내 회사가 고 대표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임재석은 잠시 놀란 듯 멈칫했지만 곧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좋은 투자 기회가 생기면 바로 공유해 드리겠습니다.”소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언젠가는 심유빈과 고이한의 아이가 고신 그룹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자신 역시 준비해야 했다. 딸이 더 이상 고씨 가문의 그늘에 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도록.금요일 오전.고신 그룹 본사 로비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소예지는 매끈하게 재단된 블랙 수트에 날카로운 굽의 하이힐을 신고 조용히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그녀의 등장은 즉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주주들 사이에선 수군거림이 일었고 몇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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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갑작스럽게 부드러우면서도 매혹적인 중저음의 목소리가 소예지를 향해 날아들었다.“소 대표님,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가요?”소예지는 고개를 들었다.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고이한이 공개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없습니다.”고이한의 눈빛이 순간 짙어졌다가 이내 얕게 웃으며 말했다.“언제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제게 편하게 말씀 주세요.”그 말이 끝나자 회의장 안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주주들의 시선은 일제히 소예지를 향했고 그녀 역시 그 관심이 한순간에 집중됐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고이한, 이건 또 무슨 의도야.’그때, 박수 소리가 회의장을 울리며 주주총회의 종료를 알렸고 회의가 끝나자 많은 주주들이 고이한 곁으로 몰려들었다.소예지가 조용히 가방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그때, 김경환이 부드럽게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소 대표님. 고 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잠시 쉬고 가시라고 하십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다고요.”소예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단호히 대답했다.“그분께 전해주세요. 전 시간 없습니다.”김경환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오늘 저녁, 회사 주최 연회에는 참석 가능하신가요? 고 대표님께서 소 대표님을 꼭 모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죄송하지만 오늘도 시간이 안 됩니다.”그녀의 말은 짧고 분명했다.김경환은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고 대표님께 그대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살펴 가세요.”그리고 아주 신사적인 태도로 그녀를 회의실 밖까지 배웅했다.그로부터 얼마 후, 고이한은 김경환에게 보고를 받았다.“거절했습니다.”고이한은 샴페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넘기며 흥미롭다는 듯 미간을 올렸다.“그래?”그의 시선은 다시 주주들 사이로 향했고 그 얼굴은 여느 때처럼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 시각, 소예지가 고신 그룹 본사 건물을 나서자 진동과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임재석이었다.[대표님, 방금 소식 들었습니다. 오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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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고이한은 연회장 한쪽에서 몇몇 주요 인사들과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몸에 딱 맞는 수트 차림, 손짓 하나,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 하나까지도 흐트러짐이 없었다.그에게선 타고난 상위자의 아우라와 자신감이 묻어났고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그런데 마치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듯, 고이한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그리고 시선은 정확히, 막 도착한 소예지를 향해 닿았다.그녀가 연회장에 들어선 지 채 2분도 되지 않았을 무렵, 또 다른 세 여인이 우아한 자태로 동시에 입장했다.고수경, 심유빈, 안채린 세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타이밍에 등장했다.정성 들인 드레스, 정제된 메이크업, 그리고 자신감 어린 태도와 그 존재감만으로도 연회장의 공기를 단숨에 장악했다.안채린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들뜬 듯한 표정이었다.이곳엔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있었고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며칠 전, 소예지에게 모욕 아닌 모욕을 당한 이후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언젠가는 반드시 너를 넘어설 거야.’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실험실에서 아무리 성실히 일하고 논문을 쓴다 해도 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진짜 기회는 학계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때는 단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곧 자신을 세상에 알릴 무대가 되어주기도 했다.그 순간, 안채린의 시야에 소예지의 모습이 들어왔다.소예지는 몇몇 중년 남성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손에 쥔 샴페인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안채린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날카로워졌고 질투심이 번뜩이는 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서렸다.그녀도 소예지가 걸어온 그 길을 걷고 싶었다. 외모로 비교해도 자신이 절대 밀리지 않으며 실력 또한 뒤떨어지지 않는데 왜 매번 자신이 소예지보다 한 발짝 뒤에 서 있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한편, 소예지의 시선은 연회장 한가운데로 향해 있었다.샴페인 컬러의 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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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그런 고수경의 도발에도 소예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담담한 태도였다.그때, 연회장 입구 쪽으로 윤하준과 하종호가 함께 들어섰다.그 모습을 본 고수경은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돌아온 후 처음 보는 윤하준이었다. 여전히 성숙하고 단정한 외모와 따뜻한 분위기까지, 그는 그녀 마음속에서 늘 이상형으로 자리했던 완벽한 백마 탄 왕자 그 자체였다.윤하준은 연회장을 둘러보다가 곧장 시선을 소예지에게 고정했고 얇은 입술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그 장면을 소예지의 바로 옆에 서 있던 고수경은 눈앞에서 고스란히 목격했다. 윤하준은 단 한 번도 고수경을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그녀도 이 자리에 있는 여느 손님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 양, 아무런 관심 없이 지나쳐버렸다.윤하준이 소예지 가까이 다가와서야 그제야 고수경을 발견한 듯 짧게 인사했다.“수경아, 너도 왔구나.”“하준 오빠.”고수경은 애써 웃어 보였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 번지는 쓴맛은 감출 수 없었다.“소예지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윤하준은 조용한 목소리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함께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오늘 밤, 혹시 나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윤하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예지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그가 무언가를 부탁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그녀는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 조용히 답했다.“물론이죠. 어떤 일이신가요?”윤하준은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사실 오늘 밤, 집안에서 정해준 맞선 상대가 이 연회에 온다고 해요. 하지만 난 그분에게 관심이 없어요. 그분이 더는 나에게 기대를 갖지 않도록 소예지 씨가 오늘 밤 잠시 내 파트너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요?”소예지는 눈을 깜빡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부탁한 일이 하필 연애와 관련된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순간 망설였다. 괜히 윤하준의 감정 문제에 얽히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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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소예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윤하준의 시선을 피했다. 마침 그 순간, 연회장 입구 쪽에서 또 다른 손님이 도착했다. 이번엔 임재석이 직접 나가 존슨 씨를 정중히 모시고 들어오는 모습이었다.그 장면을 본 소예지는 윤하준을 향해 짧게 말했다.“잠깐 실례할게요.”그녀는 와인잔을 들고 앞으로 나섰고 동시에 고이한 역시 손님들 틈에서 빠져나와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왔다.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임재석이 존슨에게 그녀를 소개했다.“존슨 씨, 이분은 소 대표님이십니다. 벨모아 호텔의 총괄 CEO죠.”소예지는 우아하게 손을 내밀며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존슨 씨, 평소 존함만 듣다가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반갑습니다, 소 대표님. 저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존슨은 환한 웃음을 띠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그때, 소예지의 뒤편으로 다가온 고이한을 본 임재석이 다시 소개를 이어갔다.“이분은 고신 그룹의 대표, 고 대표님이십니다.”존슨의 표정이 더욱 환해졌다. 그는 양손을 다급히 내밀며 감탄을 쏟아냈다.“고 대표님! 예전부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소예지는 아까부터 등 뒤에서 느껴졌던 시선을 떠올리며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고이한이었다. 그녀는 곧 표정을 정돈하고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스마트 호텔 시스템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저희 프로젝트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물론입니다...”그때였다. 이번엔 고이한이 대화를 가로채듯 끼어들었다.“VIP룸에서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건 어떻습니까? 마침 저도 제안할 몇 가지 협력안이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시죠.”존슨은 애초부터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연회장에 참석한 터였기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따로 룸을 잡고 이야기 나눕시다.”고이한은 소예지를 보며 한발 물러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2층에 VIP룸이 있어요. 존슨 선생님을 먼저 모시고 올라가세요. 전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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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고이한은 그녀의 단단한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 말이 없었다.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마치 얼어붙은 듯 무겁고 고요했다. 한참을 침묵으로 견디던 그는 마침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좋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 뜻대로 해.”그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차갑게 한마디를 던졌다.“내가 알기로 윤씨 가문은 이혼하자마자 윤 대표랑 스캔들 도는 여자를 받아줄 만큼 관대하지 않아.”그 말은 마치 비수처럼 소예지의 가슴을 찔렀다.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했지만 그녀는 깊게 호흡을 들이마신 뒤 솟구치는 감정을 억눌렀다.“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야.”“당신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야. 그냥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거지.”그 마지막 말을 남긴 채, 고이한은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은 듯 문을 밀고 나갔다.소예지는 더는 아래층으로 내려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재석이 한 묶음의 서류를 들고 조심스레 들어왔다.혼자 남은 소예지를 발견한 그는 웃으며 다가왔다.“대표님, 이 서류 먼저 사인해 주세요. 내일 제가 카이더 그룹이랑 의향서 체결하러 갈 예정입니다.”소예지는 서류를 대충 훑어본 뒤 사인을 했다.그러자 임재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몰라요.”소예지는 짧게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그럼 제가 찾아가서 서명받을게요.”임재석은 공손히 인사를 건네고 문을 밀고 나갔다.왠지 모르게 마음이 더 불편해진 소예지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여덟 시 반.딸 하슬이와 일찍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막 열려던 찰나,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임재석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혹시 고 대표님 보셨나요?”“고 대표님은 4번 룸에 계세요.”“고맙습니다.”임재석이 인사하려던 찰나, 종업원이 덧붙였다.“아, 임 이사님. 4번 룸엔... 심유빈 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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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고이한의 등장은 베란다의 공기를 단숨에 얼어붙게 했고 방금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던 대화도 그 순간 몇 초간 멎어버렸다.윤하준은 입가까지 올라왔던 말을 꾹 삼킨 채 고개를 돌려 나긋하게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조상태는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그래, 다들 여기 있었구먼. 젊은이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군.”고이한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말없이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하게 핏기가 사라진 채 창백한 기운이 감돌았고 그의 시선은 감정을 억누른 듯 무심하게 그 위를 스쳐 지나갔다.곧 고이한은 조상태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성남 쪽 부지 협업안은 다음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개인적인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 해서요.”조상태는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눈치채고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물러섰다.“그래, 그래. 젊은 사람끼리 이야기해 보게.”그가 자리를 뜨자마자, 소예지가 조용히 몸을 돌렸다.“윤하준 씨, 나 먼저 가볼게요.”그녀는 단숨에 베란다를 빠져나갔다.윤하준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고이한이 팔을 뻗어 그를 가로막았다.“하준아. 정말 소예지를 위하는 거라면 오늘 밤은 더 이상 소예지를 곤란하게 만들지 마. 우리 갓 이혼한 사이잖아.”윤하준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방금, 예지 씨한테 무슨 말 했어?”고이한은 팔을 거두며 담담히 대답했다.“별 얘긴 아니었어.”윤하준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와인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우리 둘, 제대로 앉아서 얘기 좀 해봐야 할 것 같아.”고이한은 셔츠 소매를 정리하며, 무심한 듯 말했다.“오늘은 손님 응대하느라 바쁘니까. 다음에 하자.”윤하준은 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이한아, 소예지와 나 사이 일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마.”고이한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방해하려는 뜻은 없었어.”윤하준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어쨌든, 너랑 예지 씨는 이미 끝난 사이야. 소예지 씨도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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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고이한은 무릎을 굽혀 젤리의 커다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젤리는 그 손길이 반가운 듯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반응했고 털을 비비며 애정을 드러냈다.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고이한은 평소의 날카롭고 차가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준수한 외모는 변함이 없었다.“아빠!”고하슬은 신이 나서 그의 품에 달려들었고 고이한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그와 동시에,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예지에게 향했다.오늘의 소예지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 머리는 말끔한 포니테일로 묶은 단정한 차림이었다.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오히려 맑고 깨끗해서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풋풋한 인상이었다.“당신도 같이 갈래?”고이한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소예지는 그의 눈길을 피한 채 담담히 대답했다.“일이 있어.”“그럼 우리 다녀올게.”고이한은 딸을 품에 안은 채 조용히 차에 올라탔고 소예지는 그의 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의 차에 올라 실험실로 향했다.요즘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연구 일정이 꽤 지체되고 있었다.주말까지 활용하지 않으면 계획이 뒤로 밀릴 게 뻔했기에 그녀는 오늘 하루만큼은 온전히 연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핸드폰이 진동했다.고이한에게서 온 메시지였다.[하슬이 피곤해서 차 안에서 잠들었어. 지금 집에 가려는데 언제쯤 와?]소예지는 시계를 확인했다.곧 여섯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다.[지금 바로 갈게.]짧게 답장을 보내고 급히 실험실을 정리해 집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양희순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슬이 아버님 안에 계세요. 오늘 저녁 식사는 함께 드실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소예지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양희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부부 문제는 섣불리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그녀 역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예지는 거실에 고이한이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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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고이한은 석 달 안에 임상실험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고 현재 소예지의 팀은 이미 동물 실험 단계에 돌입한 상태였다.다행히 지금까지의 모든 데이터는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비록 고이한이 끊임없이 일정을 독촉하고 있었고 소예지와 그녀의 연구팀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매달리고 있었지만 이 연구 결과가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버틸 수 있었다.어느덧 금요일, 시청에서 열릴 시상식 날이 밝았다.소예지는 차를 행사장 앞에 세우고 내렸다.오늘은 사진기자들도 다수 모여 있었고 입구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양옆에는 화려한 꽃장식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그녀가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스태프가 그녀를 알아보고 다가왔다.“혹시 소예지 씨 맞으시죠? 수상자 좌석은 이쪽입니다.”소예지는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섰고 무심히 주변을 살피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시상대 옆, 취재 기자들이 몰려 있는 그 중심에서 인터뷰를 받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심유빈이었다.심유빈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정성껏 화장한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우아하게 들려주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야에 소예지가 들어오자 그녀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가족들이 저를 믿고 응원해 준 덕분도 크지만요,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제 곁에서 늘 저를 지지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분은 제게 가장 다정한 사랑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기자들이 즉시 반응했다.“혹시 그분의 성함을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심유빈은 달콤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희가 약혼할 때쯤, 공식적으로 공개할게요.”“그렇다면 미리 축하드려요. 심유빈 씨의 앞날에 행복과 성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한껏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인터뷰가 끝난 후, 그녀는 치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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