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Kabanata 611 - Kabanata 620

958 Kabanata

제611화

소예지는 깊게 잠들었다가 천천히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자신의 몸 위에 낯선 누군가의 재킷이 덮여 있다는 낯선 감각이었다.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순간 혹시 강준석의 옷인가 싶었지만 재킷의 촉감은 분명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고급 원단이었고 소맷단에는 큼지막한 사파이어 커프스까지 박혀 있었다.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보는 순간, 소예지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재킷을 툭 던져버렸다.분명 고이한의 것이었다.‘그가 여길 다녀간 건가?’소예지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돌아오는 길에 복도에서 마주친 이서연이 다가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예지야, 아까 고 대표님이 네 사무실에 한 시간 넘게 있었어. 혹시 뭐 이상한 일은 없었지?”그 말을 듣는 순간, 소예지의 얼굴빛이 단숨에 어두워졌다.“한 시간 넘게 있었다고?”“응. 네가 막 잠든 직후쯤? 그때 들어가더니 거의 두 시가 다 돼서 나왔어.”‘그렇다면 내가 자는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건가?’소예지는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행히도 눈에 띄게 사라진 물건은 없었고 책상 위에는 재킷 한 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화면에는 여전히 자신이 작성 중이던 계획표가 띄워져 있었고 소예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약간 초조한 기색으로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바로 그때, 이서연이 자료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소예지의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어, 그거 식었지? 아까 네가 잠들기 전에 내가 포장해서 가져다 놓은 건데.”그 말을 듣는 순간, 소예지의 머릿속에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손에 든 컵을 들어 올려 확인해 보니 어느새 내용물이 3분의 2쯤 비어 있었다.‘누가 마신 거지?’순간 온몸이 뒤틀리는 것 같은 역겨움이 밀려왔다. 소예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휴지통 앞으로 달려가 허리를 굽힌 채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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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회의실 가는 길이야.”이서연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거긴 주주총회가 열리는 곳인데 네가 왜 거길 들어가?”안채린이 반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조금 있으면 소예지가 발표할 거거든. 난 그거 도와주러 들어가는 거야.”그러고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너 혹시 몰랐어? 이번에 주주들이 전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소예지 발표 들으려고 온 거라는 거?”사실 이 이야기는 이서연 역시 방금 전에야 들은 것이었지만 안채린을 기죽이기에는 충분했다.과연 안채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으로 변했다.“뭐라고? 고신 그룹 전 주주가... 소예지 때문에 온 거라고?”“맞아. 원래는 본사에서 회의 열 예정이었는데 고 대표님이 일부러 여기로 불러들였대.”말을 마친 이서연은 더 이상 안채린의 반응을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재촉해 회의실 쪽으로 향했다.안채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이 얼굴 위로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 시각, 회의실 문 앞에서는 주연우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흰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소예지가 자료를 들고 그의 앞을 지나쳤다.주연우는 그녀를 발견하자 곧장 걸음을 멈추고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소 박사님, 이번 발표를 직접 맡으실 줄은 몰랐네요.”소예지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문제 있습니까?”“아뇨. 다만...”주연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가라앉았다.“그날 제가 보낸 사진은 보셨죠? 들리는 말로는 그날 밤 심유빈 씨가 고 대표님 곁에서 밤새 함께 있었다고 하더군요.”소예지는 짧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을 바로잡았다.“고이한은 제 전 남편일 뿐이에요. 현재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주연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괜한 말을 꺼낸 것 같군요. 어서 들어가세요.”그가 손짓으로 문을 열어주자 소예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그 순간, 안에 있던 모든 주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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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주연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은 이미 들끓고 있었다. 자신 역시 엄연히 고신 그룹의 부총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예지가 이 많은 주주들 앞에서 저토록 매정하게 면박을 주다니 체면이 서지 않았다.고이한 역시 마음 한편이 살짝 불편했지만 이내 감정을 눌러 담은 채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계속 진행해 주시죠.”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차분하게 발표를 이어갔다. 곧 화면을 넘기자 시장 분석 보고서가 스크린 위에 떠올랐다.“이 자료는 민간 의료 분야에서의 향후 수익 예측치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기술이 군사나 항공우주 산업으로까지 확대된다면 그 가치는 현재의 예측 범위를 훨씬 넘어설 것입니다.”회의실 안에서는 이내 조용한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주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의 수 또한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분명 소예지의 3년 계획안은 그들 마음속에 신뢰라는 씨앗을 조금씩 틔우고 있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연우의 속은 바짝 타들어 갔다. 당황스러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책상 아래에서 움켜쥔 손끝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때, 한 중년 주주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소 박사님,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소예지는 그 질문에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현재로서는 여기까지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입니다. 다만 지금 제시된 자료와 실험 결과를 토대로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그녀의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대답에 주주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 분위기는 점점 더 진지해졌고 겉으로는 침착한 듯 보였지만 많은 이들이 이미 이 프로젝트가 그려낼 미래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었다.소예지가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를 정돈하려는 찰나, 고이한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잠깐만요. 아직 가지 말고 자리에 앉아 계세요.”그는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짚은 채, 낮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방금 소 박사의 3년 계획안을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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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에 찬성하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라고 보네.”주주들 가운데 한 노년의 이사가 갑자기 열정을 담아 말했다. 그 한마디를 시작으로, 다른 주주들의 눈빛에도 서서히 동조의 기색이 번져 갔고 이내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고이한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소예지는 조용히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고이한이 다가와 책상에 한 손을 짚고 그녀를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시켰다.“계획안, 고마워.”소예지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대답할 마음도 없었다. 이번 계획안이 주주들을 만족시킨 것은 분명했고 그 덕분에 향후 투자 역시 별다른 장애 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예지의 마음 한편은 어딘가 편치 않았다.“점심, 같이 할래?”고이한이 뜻밖의 제안을 던졌다. 소예지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차갑고 담백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시간 없어.”하지만 고이한은 조금도 놀라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에 같이 하지.”소예지는 더는 대꾸하지 않은 채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사라진 뒤, 회의실을 나서는 주주들의 표정은 회의 시작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냉담하고 무거웠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고 모두 한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MD 본사의 복도를 걸으며 만족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그때, 안채린이 그들과 마주쳤다.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한쪽에 비켜 서서 주주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소예지 박사, 정말 대단하긴 하군요. 우리가 괜히 얕봤던 것 같습니다.”“처음엔 오해가 있었지만 이제는 확신이 섭니다. 소 박사가 있다면 이 프로젝트,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어요.”“나이도 어린데 벌써 박사라더니 괜히 그런 명성이 붙은 게 아니었군요.”주주들의 칭찬이 이어질수록, 안채린의 웃음기는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점점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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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소예지는 차창을 단단히 닫은 채 시동을 걸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로비 쪽에서 안채린이 가방을 든 채 걸어오더니 곧바로 심유빈의 페라리 스포츠카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방금 소예지를 마주쳤는데 많이 변한 것 같더라.”심유빈이 시동을 걸며 담담하게 말했다.“확실히 달라졌지. 회사에선 자존심 세고 거만하기 짝이 없어. 꼭 MD가 자기 없으면 당장 무너질 것처럼 굴잖아.”안채린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소예지를 향한 불만과 반감을 거의 쏟아내듯 말했다.“설마 걔한테 기죽은 건 아니지?”심유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안채린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그렇게 쉽게 꺾일 사람이야? 몇 년만 버티면 나도 박사 학위 딸 수 있어. 그때 되면 어디든 갈 수 있지.”“괜히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MD에 있어. 기회만 생기면 내가 다 챙겨줄 테니까.”심유빈은 단호하게 말했다.한때 안채린은 심유빈을 조금 얕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자매 같은 유대를 느꼈다.“고마워.”안채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이내 스스로를 다독이듯 말을 이었다.“소예지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결국은 그냥 월급쟁이잖아. 나중에 언니가 고씨 가문에 시집가면 그 여자 위에 있는 사모님이 되는 거고. 소예지가 죽어라 일해서 번 돈도 결국엔 다 언니 아이 몫이 되겠지.”그 말에 심유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을 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그 침묵 덕분에 안채린의 마음은 오히려 한결 시원해졌다.‘소예지가 그렇게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려 봤자 뭐 하나 손에 쥔 게 있어?’상이라도 받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고 해도 수십조 자산을 거느린 고씨 가문의 문턱은 그녀와 아무 상관도 없다. 결국 모든 결실은 심유빈의 아이에게 돌아갈 테고 소예지는 그저 바쁘기만 한 인생을 살 뿐이다.그 사실이 안채린에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통쾌함으로 다가왔다. 소예지가 아무리 잘난 인생을 살아도 고이한에게 시집가는 심유빈의 삶을 이길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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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소예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했고 그 모습을 본 윤하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소예지 씨랑 너희 주주 문제를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고이한의 시선이 조용히 소예지의 정교한 옆얼굴에 머물렀다. 그의 눈빛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확실히... 인상 깊더군.”세 사람 사이에 짧지만 묘한 침묵이 흘렀다.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각자의 생각이 엇갈리며 공기만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때 학교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고이한이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내가 하슬이 데리고 올게.”그는 두어 걸음 옮기다 뒤를 돌아 윤하준에게 가볍게 눈짓했다.“같이 갈래?”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고 두 남자는 나란히 학교 안으로 들어가 아이를 데리러 갔다.잠시 후, 고이한이 고하슬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교문 밖으로 나왔다.“엄마!”고하슬은 소예지를 향해 달려와 다리에 꼭 안기더니 고개를 들어 올려 귀엽게 물었다.“오늘 저녁에 아빠랑 같이 밥 먹으면 안 돼요?”소예지는 살며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주머니가 우리 저녁 다 준비해 두셨단다.”“그럼 아빠를 우리 집으로 초대하면 안 돼요?”고하슬은 포기하지 않은 채 애타게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소예지는 잠시 웃음을 띠었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빠는 바빠. 아까도 회사 가서 회의해야 한다고 했거든.”“정말요?”고하슬은 고개를 들어 아빠를 바라봤다. 고이한은 딸의 눈을 마주 보았지만 동시에 소예지에게서 날아오는 날 선 시선을 느꼈다.고이한은 아무렇지 않은 척 딸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아빠는 급한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야 해. 다음에 꼭 같이 저녁 먹자.”“알았어요...”고하슬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금세 표정을 바꾸었다.“그런데 지금은 아직 이르잖아요! 아빠랑 집까지 같이 산책할래요!”그러고는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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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웃지 마! 나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박시온은 볼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억울하다는 듯 항의했다. 소예지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손으로 가린 채 잠시 숨을 죽였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달래듯 말했다.“알았어, 안 웃을게.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대응하면 돼.”“너희 집 이모님도 같이 오면 좋겠다. 결혼식 당일에 하슬이 좀 돌봐주시게.”박시온의 제안에 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아주머니도 같이 모시고 갈게.”다음 날 정오, 고이한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벨모아 호텔을 찾았다. 호텔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의 시선은 입구 쪽에서 커다란 웨딩 안내 입간판을 들고 들어오는 직원들에게로 자연스럽게 향했다.입간판에는 신부의 웨딩 사진이 큼지막하게 인쇄돼 있었고 고이한은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눈을 가늘게 뜨며 이름을 다시 한번 살폈다.역시나 소예지와 가장 가까운 친구, 박시온이었다.그는 몸을 돌려 호텔 매니저에게 물었다.“이 커플, 결혼식은 언제입니까?”“모레입니다.”정중한 대답에 고이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엘리베이터 홀로 걸음을 옮겼다.결혼식 전날, 소예지는 딸 고하슬과 함께 드레스 맞추러 갔다.“엄마, 나 예뻐요?”고하슬은 분홍색 원피스 치맛자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빙글빙글 돌았다. 소예지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눈을 빛내며 웃었다.“정말 예뻐. 우리 딸, 공주님 같아.”소예지 역시 내일 있을 결혼식에 맞춰 자신의 드레스를 미리 준비해 두었지만 박시온이 부탁했던 들러리 역할은 정중히 거절했다. 이혼한 자신의 입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친구의 결혼식인 만큼 누구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숨기지 않았다.결혼식 날이 밝아오고 벨모아 호텔 3층에 자리한 대형 웨딩홀은 온통 꽃으로 장식돼,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연한 보랏빛을 중심으로 한 고급스러운 색감이 공간 전체를 감싸며 홀 안의 분위기를 한층 더 우아하게 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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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소예지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사이, 고하슬이 먼저 고이한의 목을 끌어안았다.“아빠, 가지 마요. 나 아빠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에요.”고이한은 낮게 웃으며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그래, 아빠가 옆에 있어 줄게.”그제야 고하슬은 소예지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엄마, 오늘 너무 예뻐요!”이제야 엄마가 화장을 했다는 걸 알아차린 듯,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오늘의 소예지는 평소보다 한층 더 화사하고 또렷해 보였고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 은은한 섹시함까지 더해져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눈에 띄게 빛나고 있었다.소예지는 그런 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엄마는 시온 이모 좀 도와줘야 해. 너는 조금 있다가 아빠랑 같이 내려오렴.”“알겠어요, 엄마!”아빠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하슬은 잔뜩 신난 얼굴이었다. 이렇게 아빠와 가까이 있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모를 정도였다.소예지는 딸의 환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뒤 조용히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다시 메이크업 룸으로 내려가자 박시온은 막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있던 중이었고 소예지를 보자마자 곧장 말을 건넸다.“왜 또 내려왔어?”“그 사람, 하슬이랑 같이 있어.”소예지는 짧게 대답했다.박시온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너희 둘은... 이제 정말 가장 기본적인 대화조차도 못 하는 사이가 된 거야?”그 말에 소예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실이었다. 고이한이 있는 공간에서는 심지어 숨조차 편하게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함이 밀려왔다.“됐고, 그냥 오늘은 나랑 같이 있어 줘. 근데 조금 있다가 너희 셋 다 같은 테이블로 앉힐 생각이야. 누군가는 하슬이도 챙겨야 하니까.”박시온은 웃으며 덧붙였다.소예지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은 친구의 결혼식이었고 오늘만큼은 주인공의 말이 곧 법이었다.한 시간 후, 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결혼식에는 이백 명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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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임현욱은 미세하게 가빠진 그녀의 호흡에 곧바로 반응했다.소예지는 웃으며 숨을 고르듯 말했다.“오늘 친구 결혼식이었거든요. 방금 예식장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밖으로 나와서 받았어요.”“그동안 잘 지냈어요?”“네. 나야 잘 지내죠. 현욱 씨는요?”“나도 잘... 아!”그의 말끝에 억눌러왔던 듯한 고통 섞인 숨소리가 스치듯 흘러나왔다. 소예지는 순간적으로 긴장하며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다친 거예요?”그는 위험한 지역으로 임무를 떠났던 터였다. 소예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괜찮아요. 그냥 살짝 다친 것뿐이에요. 지금은 치료받고 있고요.”낮게 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소예지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좁혀졌다.“어디를 다친 건데요?”“흠... 가슴 쪽에 총을 한 발 맞았어요. 그래도 정말 별일 아니에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예지는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그게 어떻게 별일 아니에요! 총알은 제대로 제거했어요? 정확히 어디를 맞은 거예요?”“정말 괜찮다니까요. 며칠만 침대에 누워 있으면 나을 거예요.”하지만 그의 말끝에는 또 한 번 아픔을 억누르려는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소예지는 그가 정말 괜찮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솔직하게 말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단단한 힘이 실려 있었다. 차분했지만 위엄마저 느껴질 만큼 또렷했다.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어쩐지... 지금 예지 씨 목소리, 꼭 의사 같네요. 알았어요, 말할게요. 심장에서 이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맞았어요.”소예지는 휴대폰을 쥔 손을 그대로 굳혔다. 손끝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죽음과 불과 손바닥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 정말 아슬아슬하게 스쳐 간 것이었다.“지금 어느 병원이에요?”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낮고 조용해졌지만 그 속에는 날 선 긴장이 선명하게 깔려 있었다.“방금 군 병원 본원으로 옮겨졌어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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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아까 그 부케, 사실 너한테 꼭 주고 싶었어. 그런데 자리에 없더라? 어디 간 거야?”“잠깐 전화받으러 나갔었어.”“하필 그 타이밍에... 나 진짜 일부러 고이한 보는 앞에서 네가 받게 하려 했는데!”소예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건 다른 진짜 결혼하고 싶은 애들한테 넘겨.”그날 밤, 소예지는 딸과 함께 호텔에 머물렀고, 주말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무렵, 양정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 몇 번이나 신신당부가 이어졌다.“이번 시상식, 정말 국가 차원의 공식 행사야. 그러니까 꼭 미리 경주 쪽으로 이동해야 해. 절대 늦으면 안 돼.”소예지는 이미 주현우에게 휴가를 신청해 둔 상태였다. 하루 일찍 딸을 데리고 경주로 내려가 호텔에 머물 계획이었고 시상식 당일이나 임현욱을 병문안하는 동안에는 양희순이 호텔에서 딸을 돌볼 예정이었다.다음 날 아침, 임재석이 보낸 차량이 세 사람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경주에 도착한 뒤에도 픽업 차량이 미리 준비돼 있어 이동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공항 안에서 소예지가 고하슬의 손을 꼭 잡고 탑승 게이트를 향해 걷던 중, 고하슬이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아빠다! 아빠!”아이는 순식간에 소예지의 손을 뿌리치고 저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 시선 끝에는 고이한과 김경환이 서 있었다.소예지는 순간 걸음을 멈췄고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대체... 어디든 이 인간이 왜 있는 거야?’양희순 역시 놀람과 반가움이 뒤섞인 표정이었다.“아빠, 우리랑 같은 비행기 타요?”고하슬이 신나게 물었다.“그래. 아빠도 경주에 출장 가는 길이야. 같이 가자.”고이한은 그렇게 말하며 딸을 번쩍 안아 들고 소예지 쪽으로 걸어왔다.“소예지 씨.”김경환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소예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 인사를 받아주었다. 마침 탑승 대기 줄도 한결 줄어들어 그녀는 고하슬의 티켓을 건네고 양희순과 함께 게이트를 통과했다. 잠시 뒤 일등석 구역에 들어서자 이미 고이한과 김경환도 같은 칸에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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