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소예지는 낮게 대답했다.양정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혹시 네가 어머니의 샘플이 어떤 연구에 쓰이는지 궁금하다면 내가 고 대표에게 대신 물어봐 줄까?”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아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아버지가 그 샘플을 그에게 맡겼다는 건 그에게 그것을 쓸 권리가 있다는 뜻이니까요.”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를 설득하려는 조용한 체념이 배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버지가 고이한에게 어머니의 샘플을 넘겼다면 그건 이제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양정화는 소예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일단 환자 데이터부터 좀 더 봐. 난 옆방에서 잠깐 쉬고 올게.”“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화면 앞으로 돌아가 데이터를 들여다보았다.그때, 조용하던 휴대폰에서 메시지 수신음이 울렸다. 화면에 찍힌 이름을 보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멈췄다.[당신 어머님 샘플, 해외 실험실로 보냈어.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소예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였다.[그 샘플, 어떤 연구에 쓰이는 거야?]몇 초 후, 돌아온 답장은 짧았다.[줄기세포 추출.]소예지의 입꼬리가 냉소적으로 비틀렸다. 손가락이 얼어붙은 채, 다시 메시지를 입력했다.[누구를 구하려는 거야?]이번에는 한동안 답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단 하나의 문장이 도착했다.[미안하지만 아직은 대답할 수 없어.]답을 피하는 그 말이 소예지에게는 곧장 답으로 들렸다. 고이한이 어머니의 샘플을 이용해 구하려는 대상은 결국 심유빈일 것이다.그제야 모든 퍼즐 조각이 하나로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결코 어려운 추측이 아니었다. 고이한과 심유빈은 자신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얽혀 있었다.그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시절, 자신은 밤낮없이 병실을 지켰고 끝내 그를 깨워냈다. 그는 그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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