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Kabanata 621 - Kabanata 630

1448 Kabanata

제621화

조금 후, 고이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슬이랑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소예지는 단칼에 답장을 보냈다.[아니.]그 뒤로 고이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그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호텔로 돌아왔다.“엄마! 아빠랑 같이 동물원 다녀왔어요!”고하슬은 볼이 발그레해진 채로 기분 좋은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환하게 외쳤다. 고이한은 그저 짧은 휴식 시간을 쪼개 딸과 함께했을 뿐이었다. 아버지로서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었고 그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하지 않았다.소예지의 방으로 발걸음을 들이지도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오래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저녁이 되자, 소예지는 딸과 함께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양희순 역시 기쁜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소예지와 함께 움직일 때면 늘 다른 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어 그녀 또한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다음 날 아침, 양희순은 호텔에서 고하슬을 돌보고 있었고 고이한은 김경환을 호텔에 남겨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게 했다.한편, 시상식장 안.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진 시상식 무대는 장엄하면서도 정제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소예지는 깔끔하고 우아한 회색 투피스를 입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의학 연구 분야 수상자 섹션에 자리를 잡았고 바로 앞줄에는 고이한이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앉아 있었다.기자들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그 방향을 비추고 있었다. 많지 않은 여성 수상자들 사이에서 소예지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고 다이아몬드의 날카로움과 진주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카메라 렌즈는 유독 그녀와 고이한 두 사람에게 오래 머물렀다.“다음은 국가 과학기술 진보상 수상자, 소예지 박사님을 모시겠습니다!”우레 같은 박수 소리 속에서 소예지는 품위 있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대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예상치 못한 인물을 보고 순간 발걸음을 멈칫했다.상장을 수여하기 위해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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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진가영은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가 이내 딸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예지랑 윤하준, 정말 사귀는 거니?”고수경은 입가에 불만이 가득 서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보기엔 진작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진가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그녀는 딸이 윤하준과 혼인하길 바라고 있었다. 두 집안은 뿌리부터 얽힌 명문가였고 서로의 사정과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윤씨 가문 쪽에서는 소예지에게 더 마음이 기울어 있는 듯했고 진가영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 이후로, 주경화와의 왕래도 자연스레 끊어져버렸다.그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현숙이 놀란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윤하준? 혹시 그 윤씨 집안의 그 아이 말이냐?”“맞아요. 주 여사님네 아들이에요.”진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최현숙의 눈빛이 순간 살아났다.“아니, 예전엔 그 애를 수경이랑 결혼시키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수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벗어나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최현숙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아니, 저 애는 또 뭐 때문에 저렇게 화를 낸 거야?”진가영은 조심스럽게 시어머니를 달랬다.“어머님, 이런 건 젊은 애들 문제잖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최현숙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시상식에서 소예지가 상을 받던 장면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손자인 고이한 역시 현장에 있었고 분명히 소예지의 빛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것이다.과연 그 아이가 다시 소예지를 붙잡고 싶어지지는 않았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한편, 소예지의 수상 장면이 담긴 생방송 영상은 MD 전 사무실의 대형 스크린에도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다. 안채린은 티 라운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 화면에서는 방금 막 소예지의 수상 장면이 끝난 참이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등장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와, 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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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안채린은 속으로 씁쓸하게 되뇌었다.소예지가 이번에 받은 상은 겉보기엔 영광스럽고 대단해 보였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리 순수한 결과만은 아니었다. 그 상은 양정화와 이성열, 그리고 의과대 전체가 그녀를 일제히 추천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하지만 그 두 교수는 모두 소예지 아버지의 대학 동기들이었고 그녀에게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편애를 보내왔던 인물들이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 상 역시 결국 연줄과 인맥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했다.그 사실을 되새기자 안채린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바로 그때 심유빈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나 다음 주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해. 어떤 상을 받게 될 것 같아?”자신감이 넘치는 말투에 안채린은 문득 고이한을 떠올렸다. 심유빈의 뒤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어떤 상을 받든, 결국 고이한이 뒤에서 손을 쓴 결과일 뿐이었다.안채린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그럼 좀 ‘무게감 있는 상’ 하나 받아서 소예지 기세 좀 꺾어줘야지.”“좋아. 그때 좋은 소식 들려줄게.”심유빈은 그렇게 말하며 여유롭게 웃었다.그러나 안채린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근데... 확실해? 고 대표가 이번에 소예지랑 같은 도시에 있잖아. 혹시라도...”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유빈이 태연하게 끊어 말했다.“고 대표가 아무리 외롭다 해도 아무 여자한테나 손대는 사람은 아니야.”그제야 안채린은 비로소 깨달았다. 고이한의 욕망조차도 결국 심유빈만이 해소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한편, 심유빈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소예지의 시상식 생중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 오늘의 소예지는 분명 인상적이었다.무대 위의 그녀는 차분하면서도 당당했고 그 모습은 남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강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하지만 심유빈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더 컸다. 그녀는 수년간 고이한의 곁을 지켜왔고 소예지보다 훨씬 깊이 그 남자를 알고 있다고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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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고이한의 시선이 소예지의 가녀린 목선에 잠시 머물렀다. 부드럽고 정돈된 곡선을 따라 시선이 스친 시간은 고작 몇 초에 불과했지만 그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었다.그때 방주호가 또 다른 귀빈 몇 명을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가볍게 소개를 마친 뒤, 소예지와 고이한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두 분 다 젊고 유망한 인재들이시죠.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상을 받다니 정말 미래가 기대됩니다.”“과찬이십니다.”고이한이 공손하게 웃으며 대답했고 소예지도 말없이 미소만 지은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옆에 앉아 있던 또 다른 고위 인사가 한마디를 보탰다.“고 대표님의 기술 혁신 성과 역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두 분 다, 우리나라 청년 인재를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어요.”다른 인사도 웃으며 덧붙였다.“이렇게 보니, 두 분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요.”고이한은 여전히 우아하고 절제된 미소를 유지했고 소예지도 더는 무표정으로 일관할 수 없어 억지로라도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소예지는 이미 입맛이 사라진 상태였다. 형식적인 대화가 이어질수록 피로감만 짙어졌고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주변에 정중히 인사를 건넨 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예지가 자리를 뜬 뒤, 고이한은 방주호에게 붙잡혀 술을 두 잔 더 마셨다. 이미 여러 잔의 술이 속을 데우고 있었지만 그는 이번에는 잔을 들며 차분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술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대신 차로 한 잔 올리겠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소예지의 반쯤 남은 찻잔을 조용히 집어 들고 그 잔으로 대신 건배를 올렸다.호텔 입구에서는 소예지의 전용 기사 차량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차에 올라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밤 아홉 시 무렵이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관자놀이를 천천히 눌렀다.하루 종일 이어진 일정으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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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소예지는 눈을 깜빡이며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이내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고 눌러 두었던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당신이 여기 왜 있어?”고이한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천천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고개를 딸 쪽으로 돌렸다.“하슬아, 아빠가 내일 또 올게.”고하슬은 엄마의 낯선 말투에서 분위기를 눈치챈 듯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고이한은 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소예지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몸을 돌려 곧바로 딸의 곁으로 다가갔다.아이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더구나 양희순이 옷을 맡기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소예지는 누구 하나를 탓할 수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양희순에게 고하슬을 오전 내내 맡긴 채 임현욱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병원으로 가는 길에 양희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고이한이 고하슬을 데리고 외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소예지는 놀라지 않았다. 어쩌면 그럴 거라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담담하게 전화를 끊은 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가 아이를 돌보고 있는 편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군부대 내 병원.조용한 복도를 지나 접수처를 통과한 소예지는 안내를 받아 상급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책을 들고 침대에 기대 누워 있는 임현욱이 눈에 들어왔다.“왔어요.”그는 책을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는 아직 연한 두 줄의 흉터가 남아 있었고 환자복 안쪽으로는 붕대가 감긴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제법 생기가 돌아 보였다.“상처는 좀 어때요?”소예지는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다행히 중요한 부위는 안 다쳤어요. 죽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임현욱은 익숙한 농담조로 눈썹을 살짝 들어 보였다.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차트와 엑스레이 사진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소예지는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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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인현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방금 소예지가 한 말은 도무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예지에게서는 마치 동생을 훈계하는 누나 같은 단호함이 느껴졌고 그 기세에 눌린 임현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여기서 계속 고집을 부렸다간 소예지의 성격상 정말로 돌아서 버릴 수도 있다는 걸.결국 그는 작게 웃으며 베개에 몸을 기대었다.“알겠어요. 말 들을게요.”마침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 두 명이 들어왔다. 약을 가져온 김에 주사도 놓으러 온 참이었다. 바로 그 순간, 소예지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녀는 화면을 힐끗 확인한 뒤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요.”소예지가 병실을 나서자 간호사장 누나가 임현욱을 보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어머, 이 아가씨가 네 여자친구니? 정말 예쁘다!”곁에 있던 젊은 간호사도 장난스럽게 말을 보탰다.“그러게요! 제가 그랬잖아요. 임 대위님 이렇게 잘생기고 젊은데 여자친구 없을 리가 없다고요.”임현욱은 어쩐지 아이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더듬었다.“저분이... 그게...”“부끄러워할 거 없어. 보기엔 너무 잘 어울리던걸?”간호사장은 웃으며 주사 준비를 이어갔다.임현욱도 슬쩍 웃어넘기며 더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주사를 다 맞고 나자 소예지가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간호사 두 명이 자신을 흘끔거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나가는 모습을 봤지만 그저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그러고는 주사 맞은 자리를 살피며 말했다.“이따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임현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워킹맘이라는 것, 게다가 혼자 아이까지 키우고 있다는 걸 알기에 잠시 짬을 내 병문안을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네. 어서 가 봐요. 나중에 상처 좀 나아지면 제가 다시 예지 씨 보러 갈게요.”그의 말은 따뜻했다.“의사가 퇴원하라고 말하기 전까진 어디도 못 가요. 알았죠?”소예지는 진지하게 당부했다.그녀의 눈에 임현욱은 가끔 장난기 많은 남자아이처럼 보이곤 했다. 임현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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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양희순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소예지는 의료 전문 학술지를 집중해 읽고 있었고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적인 아우라는 더 이상 누구의 도움에 기대어야만 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이제의 소예지는 고이한의 그늘 아래 있던 소녀가 아니라 분명히 자신만의 빛을 지닌 여성이었다.소예지는 가끔 딸이 자고 있는 쪽을 힐끔거리며 시선을 보내곤 했지만 그 눈길은 오직 딸의 평온한 얼굴에만 머물렀다.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도 고하슬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였는지 딸은 그 온기 속에 더욱 깊이 의지하고 있는 듯했다.고이한은 딸을 품에 안은 채 비행기에서 내렸고 소예지의 기사 차량이 대기한 곳까지 그렇게 아이를 안고 걸어왔고 양희순이 이내 조심스럽게 고하슬을 받아 안았다. 그 순간, 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임현욱 씨 부상은 좀 나아졌어?”소예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대답할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고이한의 턱선이 긴장으로 잠시 굳어졌지만 그는 이내 본래의 냉정한 얼굴을 되찾았다.“미안. 내가 선을 넘었네.”짧게 사과한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뒤쪽 차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소예지는 차에 올라 딸을 품에 안았다. 여전히 따스한 체온이 감돌았고 그녀는 예민한 후각으로 딸의 몸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고이한의 체취를 느끼고는 무심코 눈썹을 찌푸린 채 창문을 살짝 열어 바람을 들였다. 차 안을 감돌던 차가운 설송의 향기가 그 바람을 타고 서서히 흩어졌다.집에 도착하자 소예지와 양희순은 고하슬의 손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긴 비행을 마쳤음에도 고하슬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여전히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소예지는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 이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편정우가 보낸 초대장이었고 그 내용은 실험실이 다음 주 월요일 정식으로 재개되며 개소식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딸을 등교시키기 위해 나섰다가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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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밤이 되자 소예지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며 최근 화제가 된 짧은 영상들을 하나씩 넘기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화면 위로 익숙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공항에서 팬이 찍어 올린 영상으로 심유빈은 몸에 딱 붙는 섹시한 롱드레스를 입고 매니저와 함께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고 세 명의 보조 스태프가 각각 대형 여행용 캐리어를 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영상의 분위기만 봐도 해외 출국길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영상 아래에는 팬이 남긴 짧은 글이 함께 달려 있었다.[심유빈 언니, 상 받고 영광스럽게 귀국하길 바래요!]관련 해시태그 중 하나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지만 소예지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곧바로 다음 영상으로 화면을 넘겼다. 잠시 뒤에는 자신이 수상한 소식이 담긴 뉴스 영상까지 추천 목록에 떠올랐고 그것마저 무심히 훑어본 뒤에야 비로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 이미 잠자리에 든 딸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다음 날.오늘은 편정우의 실험실이 정식으로 재개소하는 날이었다. MD그룹에서는 주현우와 소예지가 대표로 참석하게 되었고 이른 아침부터 두 사람은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차 안에서 한참을 달리던 중, 주현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아, 소예지 씨. 고 대표님 오늘 행사 못 온대요. 제가 말했었나요?”소예지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조용히 머리를 저었다.주현우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요즘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나 봐요. 어젯밤에야 편 교수님께 고 대표님이 불참한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소예지 씨한테도 말한 줄 알았는데 아이고.”그 말을 듣는 순간, 소예지는 그가 오지 못하는 이유를 바로 짐작했다. 심유빈의 출국 일정이 고이한에게는 오늘의 테이프 커팅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을 테니까.주현우는 운전석에서 백미러로 소예지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혹시 실망한 기색이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소예지 씨도 이해하겠지. 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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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윤하준의 정체야 이 과장도 이미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는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제 실수였습니다. 소 박사님이 술을 못 하시는 줄 몰랐네요. 금방 주스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소예지는 윤하준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 대신 술을 받아준 그 행동이 고맙게 느껴졌다. 한편, 맞은편에 앉아 있던 주현우 역시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윤하준이 나서지 않았다면 결국 자신이 고 대표를 대신해 소예지를 챙겼어야 했을 테니까.그때 주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무심코 화면을 확인하다가 발신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안쪽의 한적한 구석으로 조용히 이동했다.“행사 무사히 끝났어요?”전화기 너머로 고이한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현우는 급히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답했다.“네, 대표님. 테이프 커팅도 잘 끝났고 지금은 다 같이 식사 중입니다.”“소예지도 있어요?”“네, 있습니다. 그리고... 윤 대표님도요.”주현우는 괜히 한마디를 더 보탰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결국 덧붙여 말했다.“방금 유 대표가 소 박사님 대신 술도 받아줬어요.”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던 중, 주현우가 별생각 없이 통화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고이한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했다.“소예지 씨... 잘 챙겨줘요.”그 ‘챙겨줘요’라는 말에 담긴 무게는 생각보다 컸고 주현우는 즉시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네, 걱정 마십시오, 대표님.”식탁 위에서는 이 과장이 본격적으로 술자리를 이끌기 시작했다. 그는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고 대화 중간중간 남자들을 상대로 자연스럽게 건배를 유도하는 데 능숙했다. 주현우조차 거절하지 못한 채 어느새 연달아 석 잔을 비웠고 윤하준 역시 두 잔을 마셨다.그런데 식사가 반쯤 지나자 술의 종류가 바뀌었다. 어느새 맥주에서 소주로 넘어가 있었고 윤하준도 굳이 사양하지 않은 채 연이어 소주를 석 잔이나 들이켰다. 술을 피하지 않고 그렇게 마시는 그의 태도에 심지어 주현우조차 놀라움이 섞인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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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MD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주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들어 간단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대표님, 소예지 씨 방금 실험실로 갔습니다. 아마 신약 관련된 일로 바쁜 듯합니다.]잠시 후 화면에 회신이 도착했다.[그래요.]언제나처럼 냉정하고 간결한 답장이었다. 길게 설명하지도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꼭 필요한 말만 남기는 것, 그것이 바로 고이한의 스타일이었다.한편 소예지가 실험실로 돌아온 이유는 정말로 신약과 관련된 일이었다. 최근 임상 투여 중이던 환자 한 명에게서 예기치 못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고 신약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양정화가 그녀에게 시간을 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이다.환자의 데이터에 대해 한동안 논의가 이어졌고 소예지가 분석 내용을 정리하던 중 양정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고 대표 주변에 이 병을 앓고 있는 친척이나 지인이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소예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요.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어요.”양정화는 더 묻지 않고 컴퓨터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이 환자 기억나지?”소예지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정연수는 신약 투여 후 빠르게 호전 중인 환자였다. 백혈구 수치는 안정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전반적인 면역 수치와 각종 바이오마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그 데이터를 다시 확인한 소예지는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환자는 양정화가 특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대상이기도 했다. 정연수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한 극히 드문 유형의 백혈병 환자였다.케이스를 찬찬히 살펴보던 소예지가 입을 열었다.“교수님, 정연수 씨 같은 돌연변이 사례는 아시아 인구 중에서도 발병률이 백만 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상당히 희귀한 케이스죠.”“맞아. 이 병은 유전자 안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오지. 예방도 예측도 어려운 병이야.”양정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정연수 씨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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