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는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희순은 문득 생각에 잠긴 듯, 그 장면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지금 이 순간의 고이한은 더 이상 냉철한 사업가의 그림자를 두른 남자가 아닌, 아이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세심한 그저 한 사람의 아버지일 뿐이었다.“사모님, 식사하세요.”양희순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고이한은 딸을 안은 채 식탁 앞에 앉았다. 그러자 고하슬은 아픈 걸 핑계 삼아 금세 엄살을 부렸다.“아빠가 나 먹여줘요. 나 아프단 말이에요.”귀엽게 투정을 부리는 목소리에 소예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슬아, 스스로 먹어야지.”말투는 단호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고이한은 젓가락을 들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아빠가 몇 입만 먹여줄게. 그다음엔 네가 혼자 먹는 거다. 알았지?”고하슬은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그럼 나도 아빠한테 먹여줄래요!”이윽고 두 사람은 예전처럼 장난스러운 놀이를 시작했다.소예지는 말없이 밥을 먹었지만 딸의 상태가 계속 마음에 걸려 젓가락이 좀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저녁 식사가 끝나자 소예지는 끝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열이 오른 딸에게 해열제를 먼저 먹였다. 밤 아홉 시가 넘자, 아이는 고이한의 품에 안긴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소예지가 조용히 다가가 낮게 말했다.“내가 데려가서 재울게. 당신은 이제 돌아가.”그러나 그 순간, 반쯤 잠든 고하슬이 눈을 살짝 뜨더니 작은 손으로 고이한의 셔츠 자락을 꾹 붙잡았다.“아빠. 가지 마.”소예지는 말없이 딸을 내려다보았다.아이가 아플 때면 늘 이렇게 예민해졌다. 평소보다 훨씬 더 애정에 민감해지고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를 갈구했다.“그래. 아빠 안 가.”고이한은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안고 올라갈게.”소예지는 아무 말 없이 두 걸음 물러섰고 고이한은 고하슬을 조심스럽게 안아 2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에 도착한 그는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곁에 앉았다. 소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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