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슬아, 아빠가 빨리 옷 갈아입을 수 있게 집에 보내드리자.”소예지는 딸에게 그렇게 말했다. 딸의 효심을 도와주는 셈이기도 했고 동시에 고이한을 자연스럽게 떠나보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아빠, 빨리 할머니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어요!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요.”고하슬의 말에 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딸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알았어. 아빠 먼저 갈게.”고이한이 떠난 뒤, 소예지는 딸에게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먹이고 혹시 비에 젖은 곳은 없는지 살피며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저녁이 되자 그녀는 직접 국수 두 그릇을 삶아 두 모녀가 함께 식사를 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걱정이 사라진 듯,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이 흘러갔다.이튿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소예지의 차량 뒤로 경호차 한 대가 조용히 따라붙었다. 임재석의 지시 앞으로 한 달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팀이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소예지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MD 회의 소식을 받았다. 지난 한 주 동안 뇌-컴퓨터 프로젝트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었고 이제 계획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라는 보고였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 일주일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소예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이서연 역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여행 다녀온 거야?”“아니. 친구가 다쳐서 일주일 동안 돌봐주느라.”“와, 소중한 친구인가 봐.”소예지는 웃기만 할 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이서연이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자, 네 거.”두 사람은 커피를 들고 나란히 회의실로 향했다. 업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마침 회의실 문이 열리며 안채린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소예지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이서연을 보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한때는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완전히 소예지 편이 된 듯 보였다.회의실 안의 분위기는 꽤 엄숙했고 최근 해외 출장 준비로 바빴던 강준석도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그는 소예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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