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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Auteur: 이야기보따리
하종호는 메시지를 한 줄 더 보냈다.

[언제 돌아와요? 내가 가서 같이 있어 줄까요?]

곧 답장이 도착했다.

[괜찮아요. 며칠 뒤면 귀국하거든요.]

심유빈의 답장은 짧고도 단호했다. 하종호는 그 메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서늘한 외로움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뿐이었고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묘하게 씁쓸한 감정으로 가슴을 찔렀다.

하종호는 복잡한 감정을 애써 눌러 담고 고개를 들었다. 병실 안에서는 이미 소예지가 윤하준에게 죽을 다 먹인 뒤였다. 그는 조용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며 웃으며 말했다.

“내가 타이밍을 좀 잘못 맞췄나 보네?”

소예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윤하준은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소예지에게 말했다.

“애들도 기다릴 텐데 먼저 가봐요. 여기는 하 대표가 있으면 되니까.”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

“여덟 시 반쯤이면 운전기사가 이안 데리러 올 거예요.”

윤하준이 덧붙이자, 소예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하준 씨는 푹 쉬고 있어요. 저 내일 다시 올게요.”

그녀는 가방을 챙겨 들고 일어섰고 하종호에게는 간단히 눈인사만 건넨 채 병실을 나섰다.

그 순간, 하종호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미묘하게 굳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난번 소예지와 나눴던 사적인 대화 이후로 그녀가 더 이상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그날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내뱉었던 말들이 지금까지도 그녀에게는 실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소예지가 떠난 뒤, 하종호는 의자 하나를 끌어와 앉으며 물었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많이 다쳤냐?”

윤하준은 담담하게 답했다.

“팔은 골절이고 나머지는 전부 경상.”

하종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아니, 어떻게 다친 거냐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윤하준은 잠시 침묵했다.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그는 결국 피할 수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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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한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희미하게 뿌연 바깥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표정에서는 아무 감정도 읽히지 않았지만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품고 있는 듯했다.“이한아.”윤하준이 낮게 불렀다.“아직도 소예지 씨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놓아줘.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고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붙잡고 있는 게 아니야...”그 말끝이 채 식기도 전에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윤하준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복잡했고 그 안에는 여러 감정이 얽히고설켜 있었다.“진심이야?”“그래.”윤하준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십 년 넘게 형제처럼 지내온 사이였다. 서로의 속마음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맞췄고 마침내 고이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소예지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게.”그는 의자 등받이에 걸어 두었던 롱코트를 팔에 걸치고 병실을 나설 채비를 했다.“몸 잘 추슬러. 며칠 뒤 다시 올게.”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는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잠시 멈춰 섰다.“하지만 이 일은 내 아이 엄마의 안전이 걸린 문제야. 그 운전자는 내가 따로 사람을 보내 조사할 거야.”윤하준은 그 말에 미묘하게 놀란 눈빛을 보였지만 대답할 틈도 없이 고이한은 병실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그가 떠난 뒤, 윤하준은 잠시 미간을 좁힌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말로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고이한이 여전히 소예지의 인생 깊숙한 곳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같은 시각, 소예지는 집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딸을 데리러 나갈 때까지는 아직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고 집 안은 고요했다.그때 거실 쪽에서 갑자기 그르렁대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희순은 창밖을 슬쩍 내다보다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유난히 반가워하며 낑낑거리는 젤리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젤리가 이렇게까지 반기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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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은 고요했고 두 사람은 각자 책을 한 권씩 들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 읽다 말고는 가끔 일 이야기나 프로젝트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보내던 오후 두 시 무렵, 소예지는 책장을 넘기다 말고 졸음이 몰려와 턱을 괸 채 살짝 눈을 감고 있었다.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가장 먼저 들어선 사람은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고이한이었다. 공항에서 막 도착한 듯 몸에는 아직 겨울바람의 차가운 기운이 묻어 있었고 그 냉기가 문틈을 타 병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시선은 잠시 소예지에게 머물렀다가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있는 윤하준에게로 옮겨갔다.“상태는 어때?”짧고 낮은 목소리였다.소예지가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그 뒤를 따라 심유빈이 들어섰다. 베이지 톤의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화사한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소예지가 병실에 있는 걸 보자 걸음을 잠시 멈췄고 뒤이어 들어온 하종호 역시 예상치 못한 조우에 잠깐 멈칫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이른 시간이면 소예지가 이미 자리를 떴을 거라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예상이었다.고이한은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향했을 만큼 윤하준의 상태를 신경 쓰고 있었고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행동이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심유빈이 시선을 병상으로 옮기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윤 대표님, 다쳤다는 소식 듣고 저랑 고 대표가 이렇게 왔어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듯했다.소예지는 조용히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윤하준을 향해 말했다.“그럼, 난 먼저 가볼게요.”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봤다.“밖에 비 오니까, 운전 조심해요.”“네.”소예지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침대 옆에 두었던 도시락통을 들었다. 양희순이 정성껏 끓여준 갈비탕이 담긴 통이었다. 그걸 본 윤하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내일은 굳이 음식 안 들고 와도 돼요. 예지 씨가 들고 다니느라 힘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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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저는 수없이 저 자신을 증명할 수 있었어요. 기다릴 가치가 있는 건 결국 제때 도착하니까요.]사진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어진 기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우리 여신님, 국제 대상을 휩쓴 것도 모자라 드디어 사랑까지 찾으신 건가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팬들을 대신해 꼭 여쭤보고 싶은데요, 혹시 결혼 소식도 곧 들을 수 있을까요?]그 아래에는 몇 개의 인기 댓글이 캡처되어 함께 올라와 있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첫 번째 댓글은 이랬다.[들었어요? 심유빈 씨 남자친구가 바로 그 유명한 고신 그룹 대표, 고이한이래요!][와, 이건 진짜 천생연분이지. 능력도 외모도 완벽한 커플! 우리 여신님, 꼭 행복해야 해요!]그 순간, 창밖 하늘을 가르듯 날카로운 번개가 번쩍였고 곧이어 천둥이 요란하게 울렸다. 소예지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손에서 놓쳐버렸다. 놀란 그녀는 급히 아이의 귀를 감싸안았고 쾅 하는 굉음이 병창을 울리자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어릴 적부터 소예지는 큰 소리에 유난히 예민했다. 폭죽 소리나 천둥 같은 건 언제나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공포에 가까운 불안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엄마였다. 두려움보다 먼저 든 생각은 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고 아이의 귀를 막아준 뒤에야 비로소 스스로의 공포를 조심스레 다잡았다.연달아 몇 차례 천둥이 더 치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생각은 얽히고 감정은 산만해졌고 그 와중에 휴대폰 화면이 깜박이며 다시 켜졌다. 이미 졸음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일주일 휴가라니, 무슨 일 생긴 거야?]고이한이었다.답장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지만 곧이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나 오늘 밤 귀국해.]소예지는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품 안의 딸을 꼭 끌어안은 채 천천히 눈을 감고 그렇게 조용히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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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에 이안이 우리 집에서 밥 먹기로 했어요. 하준 씨는 뭐 먹고 싶어요? 포장해 올게요.”윤하준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무거나 괜찮아요.”“병원 근처에 맛있는 죽집이 있어요. 거기 죽이 꽤 괜찮더라고요. 그걸로 사 올게요.”“네.”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기대가 스며 있었다.소예지가 병실을 나간 뒤, 조용히 곁에 있던 비서가 다가와 물었다.“대표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포장해 오겠습니다.”“괜찮아. 이제 퇴근해도 돼.”비서는 단번에 눈치를 챘다. 소예지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걸, 그리고 이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라는 걸.“네,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비서는 웃으며 자리를 떴다.윤하준은 어머니에게조차 자신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괜한 걱정만 안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울렸고 화면 위로 ‘하종호’라는 이름이 떠올랐다.“여보세요?”“같이 밥이나 먹자.”하종호의 목소리는 어딘가 가라앉아 있었다.“지금은 좀 힘들 것 같아. 병원에 있어.”“뭐? 무슨 일이야?”놀란 하종호가 목소리를 높였다.“차에 살짝 치였어. 왼쪽 팔 골절이라 입원 중이야.”“뭐라고? 지금 어디 병원이야? 바로 갈게.”윤하준은 병원 주소를 알려줬고 약 십오 분쯤 뒤 소예지가 포장해 온 죽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방금 끓여낸 죽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한 숟갈 뜨려면 후후 불어가며 먹어야 할 만큼 뜨거워 보였다.하지만 윤하준은 한쪽 팔에 깁스를 한 상태라 혼자 먹기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예지를 향했다. 그 눈빛에는 은근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제가 좀 식혀줄게요.”소예지는 숟가락으로 죽을 천천히 저어 가며 식히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윤하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몇 숟갈만 떠먹여 줄 수 있을까요?”그의 부탁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다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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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해요!”누군가의 그림자가 옆에서 날아들 듯 달려와 소예지를 거세게 밀쳐냈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몇 걸음이나 휘청거리다 결국 무릎을 꿇고 땅에 쓰러졌고 그 순간 등 뒤에서 ‘쿵’ 하는 둔탁한 충돌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놀란 소예지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자신이 막 서 있던 자리에서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 윤하준이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의 팔은 도로에 쓸리며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고 정장 재킷은 심하게 찢어져 있었다.“하준 씨!”소예지는 무릎의 통증도 잊은 채 그에게 달려갔다. 검은 승용차는 가까스로 멈춰 섰고 젊은 남성 운전자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차에서 내려왔다.“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주저앉아 연신 사죄했다.윤하준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왼팔을 감싸 쥔 채 몸을 반쯤 일으켰고 소예지를 바라보며 힘겹게 물었다.“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그의 찢긴 옷 사이로 번져 나오는 핏자국을 보는 순간, 심장이 움켜쥐어진 듯 아파졌다. 방금 그는 자신을 밀쳐내며 차와 정면으로 부딪쳤었다.소예지는 그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구급차 불러야 해...”떨리는 목소리로 긴급 전화를 걸며 소예지를 보면 윤하준은 안심시키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찰과상 정도예요.”하지만 말과 달리 그는 고통을 참지 못한 숨소리를 들이켰다. 다행히 근처에 병원이 있어 불과 십 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고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윤하준은 곧장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이내 경찰도 도착해 사고 처리를 시작했다.소예지는 그를 따라 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윤하준은 아이를 부탁하며 그녀를 말렸다. 이안을 유치원에서 데려올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예지는 수업을 마친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양희순에게 저녁 준비를 맡긴 뒤에야 다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병실에 도착하자 윤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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