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Kabanata 701 - Kabanata 710

950 Kabanata

제701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소예지는 젤리를 향해 단호하게 나무랐다.“다음부턴 절대 혼자 돌아다니면 안 돼.”젤리는 순진무구한 커다란 눈망울만 깜빡이며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소예지는 한숨을 삼키고 아무 말 없이 녀석을 품에 꼭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와! 젤리야!”고하슬이 신이 나 달려오더니 젤리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작고 동그란 얼굴을 젤리의 이마에 바싹 비비며 웃는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집 안 공기를 환하게 만들었다.“엄마, 젤리 어디서 찾았어요?”“아래층 정원에서.”소예지가 담담히 대답하자 고하슬도 엄마를 따라 진지한 얼굴로 젤리를 훈계했다.“이 못된 젤리, 또 도망가면 안 돼! 알았지?”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희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추측이 맞았던 것이다. 젤리는 역시 고이한의 집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밤이 되어 딸과 함께 잠자리에 들 무렵, 소예지는 윤하준과 임현욱이 보낸 생일 선물을 조용히 확인했다. 생일을 맞아 친구들이 선물을 준 건 당연한 일이었고 윤하준이 보낸 선물은 여러 가지 명분을 붙여 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임현욱의 선물은 돌려주기가 쉽지 않았다.소예지는 머리를 싸맸다. 이런 인간관계나 감정의 줄타기를 다루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한 끝에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선물, 너무 고가라서 받을 수 없어요...]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돌려보내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예지 씨는 받을 자격이 있어요.]소예지는 다시 조심스럽게 글을 적었다.[저 평소에 명품을 잘 들고 다니지도 않고 실험하는 데 방해도 돼서 이 선물은 돌려드릴게요. 현욱 씨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우리 친구 사이엔 그저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그러지 마요. 나는 그저... 내 능력 안에서 예지 씨한테 가장 좋은 걸 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소예지는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다시 답장을 보냈다.[고맙지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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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말을 끝낸 고이한은 회의실 쪽으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휴게실 안, 소예지는 방호복을 벗고 나서 티슈를 뽑아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석이 자신의 소매를 살짝 들이켜 냄새를 맡더니 인상을 찌푸렸다.“냄새가 꽤 심하네. 오늘 밤 옷은 두 번은 빨아야겠어.”소예지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소매를 맡아보았다. 조금 전 마취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던 돼지가 데이터를 연결하는 와중에 몸을 뒤집었고 그 바람에 소예지의 몸에 그대로 몸을 비벼댄 것이다. 그제야 그녀도 옷에 스며든 짙은 냄새를 실감했다.강준석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진짜 고생했어.”“이 정도쯤이야.”소예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예전에 편 교수님 연구소에서는 원숭이한테 공격당한 적도 있어.”그녀는 팔을 걷어 보여주며 웃었다. 팔 안쪽엔 아주 희미한 흉터 하나가 남아 있었고 하얀 피부 때문인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 않았다.그때 문이 열리고 이서연이 들어왔다.“강 선배, 회의실에 사람들 다 모였어.”“잘됐네. 우리도 가자.”강준석이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마침 엔지니어 팀과 논의할 것도 많았기에 회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이서연은 방 안에 몇 초 더 머물다가 결국 코를 움켜쥐었다.“이거, 냄새 진짜 장난 아니다...”그녀는 서둘러 환기 버튼을 눌렀다.소예지와 강준석은 회의실 문을 밀고 들어섰다. 블라인드가 단단히 내려진 공간 안, 스크린에는 빼곡한 데이터 표가 올라가 있었고 그 앞엔 고이한이 자리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자 고이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예지 쪽으로 옮겨갔다. 땀에 살짝 젖은 그녀의 볼은 희고 맑게 물들어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확실히 강했다.주현우는 못 참고 코를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그럼 회의를 시작하죠.”강준석이 곧장 설명을 덧붙였다.“죄송해요. 방금 실험실에서 나오는 길이라 아직 옷을 갈아입지 못했어요.”고이한의 눈은 여전히 소예지에게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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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고이한이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하종호와 윤하준은 이미 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왔네.”하종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반갑게 맞았다.고이한은 정장을 가볍게 풀어 앉으며 윤하준과 눈빛을 마주쳤다. 인사는 그걸로 충분했다.잠시 후 음식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하종호는 곧바로 자신의 해양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를 꺼냈다.“형들, 이 기획 좀 봐줘. 너희 둘 눈이 나보다 낫잖아.”그는 두 사람 앞에 직접 준비해 온 기획서를 내밀었다.“리스크가 꽤 있어 보이는데.”고이한은 자료를 넘기며 물었다.“환경영향평가부터 끝낸 거야?”윤하준도 자료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생태계 자체가 예민한 지역이야. 공사 들어가면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어.”하종호는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조용히 들었다.사업 수완으로만 보면 그는 언제나 이 두 사람보다 반 수 아래라고 느꼈기에 그들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했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확인한 그는 이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진짜... 노인네들, 좀처럼 안 넘어가네.”“이사회 쪽?”윤하준이 물었다.“응. 내가 좀 처리하고 올게. 너희 먼저 먹고 있어.”하종호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들고 룸을 나섰다.고이한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잔잔한 눈빛으로 윤하준을 바라봤다.“어젯밤, 소예지 생일이었지?”윤하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만 간 건 아니야. 또 한 사람 있었어.”고이한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그 안에서 희미한 어둠이 번졌다.“임현욱이라고 군부 쪽 사람이야. 계급은... 대위였던 것 같아.”윤하준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고이한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그럼, 라이벌이 생긴 거네.”사실 윤하준은 전날에서야 알았다.소예지의 곁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경쟁자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고이한은 스테이크를 자르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그 임 대위, 내가 예전에 마주친 적 있어.”윤하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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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하종호가 손을 뻗어 윤하준의 어깨를 툭 쳤다.“둘이서 아까 무슨 얘기 했길래 분위기가 이래?”“별거 아냐. 그냥 이런저런 얘기.”윤하준은 시선을 들어 고이한을 바라봤다.고이한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래, 별 얘기 아니었지.”하종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왠지 모르게 수상했다.“그래서 이사회는 뭐래? 해양 리조트는 진행하기로 했어?”윤하준이 분위기를 전환하듯 물었다.하종호는 머리를 문지르며 신음을 흘렸다.“그 늙은이들은 눈앞의 수익만 보고 판단해. 설득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그렇게 셋은 다시 해양 개발 프로젝트 이야기에 집중했다.대화는 오후 두 시까지 이어졌고 고이한과 윤하준은 회사 회의가 있어 자리를 떠났다.저녁 무렵, 소예지는 집에 돌아왔다.그리고 그녀의 책상 위에는 임현욱이 다시 보내온 선물이 놓여 있었다.작고 섬세한 디자인에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예쁜 장식이었다.여섯 시 반쯤, 임현욱이 메시지를 보내왔다.[집엔 잘 도착했어요? 선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소예지는 미소를 지은 채 답장을 보냈다.[네.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시간 나면 하슬이 데리고 밥 한 끼 먹어요. 내가 살게요.][좋아요. 그러면 남은 시간 가족분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그에게도 모처럼 집에 머물며 할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짧은 대화를 끝낸 소예지는 다시 서재로 돌아가 오늘 정리해야 할 데이터에 몰두했다.한편, 공항.고이한의 명을 받은 김경환은 공항으로 나와 고수경을 마중했다.고수경은 2주간의 해외여행을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었다.김경환은 그녀의 캐리어를 들어 트렁크에 실었고 고수경은 뒷좌석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앉았다.“아가씨, 집으로 모실까요?”김경환이 물었다.“아니요. 유빈 언니 집으로 가 주세요.”고수경의 말에 김경환은 잠깐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돌렸다.밤 여덟 시.심유빈과 고수경은 마주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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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고수경은 그 달콤한 인연의 시작에 매료된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언니랑 오빠 사이에 그런 예쁜 추억이 있었구나. 이야기를 들으니까 우리 오빠가 언니한테 첫눈에 반한 것 같아.”“그다음엔 어떻게 됐어?”고수경은 눈을 반짝이며 재촉했다.“그다음?”심유빈은 살짝 부끄러운 듯 웃으며 잔을 천천히 돌렸다.“우린 자주 데이트했어. 그는 내가 좋아하는 꽃을 항상 기억했고 매번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곤 했지. 대학 문 앞까지 직접 데리러 오기도 했고.”고수경은 깜짝 놀랐다.평소엔 감정 표현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람처럼 보이던 오빠가 이렇게 다정하고 세심한 연애를 했었다니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그런 로맨틱한 모습을 그는 단 한 번도 소예지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어쩌면 자기 마음조차 모른 채 늘 먼저 다가오던 여자에게는 굳이 애써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눈빛 하나에도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여자라면 고이한을 그저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충분했을 테니까.“그러니까 말이야. 아무리 차가운 남자라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야. 윤 대표도 네 진심에 언젠가는 흔들릴 거야.”“근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지?”고수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예를 들면 그와 인연이 생길 만한 상황을 만드는 거지.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 간다든지, 매일 마주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그의 가족, 특히 어머니나 조카와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야.”“그럼 나, 하준이 오빠 집 근처로 이사 가야겠네?”고수경의 눈에 순간 빛이 번뜩였다.심유빈은 잔을 살짝 흔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너 몰랐어? 너희 오빠가 이미 라온 파크에 집 한 채 마련해 놨어. 하 대표 말로는 인테리어도 다 끝나서 바로 입주 가능하대.”“오빠가? 왜 하필 라온 파크에?”고수경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글쎄, 아마 조용한 환경이 필요했겠지. 정확한 이유까진 나도 잘 몰라.”심유빈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고수경은 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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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소예지는 말없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맞아.”짧게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담담했고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좁은 공간 안에는 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공기가 차갑게 응고된 듯, 둘 사이에는 끝내 한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27층에 도착하자 고이한이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고 소예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실험실로 갈 준비를 서둘렀다.간단히 정리해 가방을 챙긴 뒤 문을 나서려던 바로 그때,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이한이었다. 그의 손에는 길쭉한 짙푸른 벨벳 상자가 들려 있었고 그는 잠시 소예지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그 상자를 내밀었다.“생일 선물을 못 줬더군.”낮고 단단한 목소리였다.소예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한테서 선물 받을 일 없어.”고이한은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이건 하슬이의 그냥 먼 훗날 성인식 기념으로 미리 준비해 둔 거야.”소예지는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그럼 성인 된 후에 직접 주든가.”그녀는 그를 지나치려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그 순간, 고이한의 손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지금은 당신이 대신 보관해.”그 손길에 마치 건드려선 안 될 금기를 건드린 듯, 소예지는 즉각 반응했다.그녀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손을 내쳤다.“필요 없다고 말했잖아.”툭.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고이한이 들고 있던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뚜껑이 열리며 그 안에 있던 눈꽃 모양의 목걸이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장식으로 눈이 시릴 만큼 정교했고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고이한의 얼굴에 몇 초간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소예지 역시 잠시 멈칫했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남겨진 고이한은 천천히 몸을 숙여 목걸이를 주워들었다.손가락이 펜던트의 뒷면을 스쳤고 그곳에는 작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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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겉으로는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심유빈의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그녀는 다이아몬드를 사랑했다. 지금 막 손에 들어온 이 목걸이 역시 가슴 깊은 곳에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특히 그것이 ‘전 세계 열 개 한정판’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이번 주 토요일 시장 부인이 주최하는 자선 갈라에서 누구보다도 돋보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이건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었다. 반짝이고 품격 있으며 고급스러움을 무기로 삼은 존재였다.“오빠한테 대신 고맙다고 전해 줘.”심유빈은 일부러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걱정 마. 우리 오빠가 이걸 언제 보냈는지도 모르고 있을 테니까, 당분간은 죄책감 좀 느끼게 둬야지.”고수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그녀는 이번 목걸이가 분명 심유빈 언니를 위한 선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며칠 전, 언니가 직접 들려준 고이한과의 연애 이야기를 떠올리자 더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그리고 한편으로는 소예지가 이제는 다행히도 이혼녀가 되었고 앞으로 다시는 오빠의 인생에 얽힐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오후가 되자 고수경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불러 라온 파크 아파트를 자신의 취향대로 다시 꾸미기 시작했다.해가 질 무렵, 공간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칠었던 남성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섬세하고 세련된 여성의 감성이 집 안을 채웠다.그곳은 그녀가 꿈꿔온 윤하준과의 인연이 시작될 무대였다.거실 통유리 앞에 선 고수경은 멍하니 바깥을 바라봤다.그가 이 단지의 어느 동, 어느 층에 사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사랑은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망칠수록 마음속에서 더 깊어지는 법이었다.고수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은 이미 윤하준에게 중독돼 있었다.그 시각, 28층 엘리베이터 안.소예지와 고하슬은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딸아이의 장난기 어린 말에 소예지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평온하고 따뜻했다.하지만 아래층의 고수경은 위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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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고수경은 한동안 멍하니 고하슬을 내려다보았다.“고모,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온 거예요?”고하슬이 해맑게 묻자 고수경은 대답 대신 무심코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마주한 순간, 그제야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오빠가 꼭대기 복층이 아니라 굳이 여길 산 거였구나. 위층에... 소예지가 살고 있었던 거야.’얼굴이 굳어 가는 바로 그때, 집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슬아, 누구랑 얘기하니?”현관 쪽으로 걸어오던 소예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둘 사이에는 짧지만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수경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소예지의 표정은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소예지는 담담하게 물었다.“여기서 살아요?”고수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래요.”소예지의 눈빛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그 순간, 고수경의 머릿속에 얽혀 있던 수많은 의문들이 한꺼번에 풀려나갔다.고수경은 다시 고하슬에게 시선을 옮기며 최대한 부드럽게 웃었다.“하슬아, 고모가 바로 아래층에 살아. 나중에 심심하면 놀러 와.”소예지는 그 말을 듣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고수경은 분명 고하슬의 고모였지만 그녀의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걸 반길 수는 없었다.“좋아요!”고하슬은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슬아, 장난감 좀 치우자.”소예지는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들을 보며 말했다.“네!”고하슬은 재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소예지는 현관 문가에 선 채 고수경을 바라봤다.그리고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별일 아니면 우리 집 문은 두드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고수경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내가 일부러 귀찮게 하려고 온 줄 알아요? 하슬이 목소리가 들려서 올라온 거예요.”“무슨 이유든 상관없어요. 하슬이에 대한 양육권은 제게 있고 아이의 생활을 방해한다면 나도 그냥 넘기지 않을 거예요.”소예지의 말투는 단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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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감사합니다.”소예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상대에게 느낀 호감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인사였다.그러나 그녀를 안내하던 비서는 그때 걸려 온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자리를 떠났고 소예지는 혼자 좌석을 찾아야 했다.그 순간, 시야 한편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눈꽃 모양의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옮긴 소예지는 곧 심유빈을 발견했다.그녀는 두 명의 상류층 여성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목에 걸린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샴페인색 드레스와 어우러져 단연 돋보였다.잠시 후, 심유빈 역시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발견했다.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소예지가 오늘 이 자리에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소예지가 한서영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번 자선 행사가 백혈병 관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빈은 자신 역시 특별한 존재이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에 서 있다고 믿고 있었다.그녀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마치 소예지가 아직 자신의 목걸이를 보지 못했을까 걱정이라도 하는 듯, 의식적으로 손끝을 목으로 가져가 목걸이를 한 번 쓸어내렸다.그때, 잠시 자리를 비웠던 비서가 다시 돌아왔다.“소예지 씨, 이쪽입니다. 자리는 여기예요.”비서는 소예지를 발견하자마자 정중히 손짓했다.안내를 따라 이동하는 소예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심유빈은 그녀의 좌석 위치를 확인한 순간 입가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다.‘2열?’상류층 행사에서 좌석 배치는 곧 신분과 위상의 상징이었다.그 자리는 주최 측의 확실한 인정을 받지 않으면 앉을 수 없는 자리였다. 게다가 그 배치를 최종 승인한 인물은 다름 아닌 한서영이었다.‘소예지가 이 정도 위치라니...’심유빈의 머릿속에 며칠 전 한서영의 모임에서 소예지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겼던 기억이 떠오르자 속이 알게 모르게 씁쓸해졌다.소예지가 자리에 앉자마자 옆자리에 있던 손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소예지 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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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그 시각, 메시지를 받은 하종호는 곧장 되물었다.[그 사람한테 왜 이렇게 관심 많아요?]심유빈은 키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질투 났어요? 전 그냥... 그 사람이 소예지랑 같이 있길래 궁금해서 그런 거죠.]말과 함께 그녀는 이번엔 소예지와 그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한 장 더 찍어 보냈다.[봐봐요. 나란히 앉아 있는데 꽤 친해 보이더라고요?]잠시 후, 하종호에게서 답장이 왔다.[음... 근데 나도 모르는 얼굴인데요.][그럼 하 대표한테 한 번 보내서 물어봐요. 혹시 아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하종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난처한 기색이 묻은 메시지를 보냈다.[이거 하준이한테 보내면 상처받을 수도 있는데...][오히려 잘된 거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소예지 본모습 알아두는 게 윤 대표한테는 이득일 텐데요.]그 말에 하종호도 어느 정도 납득한 듯했다. 곧이어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오케이. 그럼 보내 볼게요.]그제야 심유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무대 앞쪽에서 웅장한 마이크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신사 숙녀 여러분, 시장님과 고이한 대표의 입장을 환영합니다!”심유빈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곧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나란히 입장했다. 한 사람은 이 도시의 시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재계의 중심에 선 고이한이었다. 조명은 마치 그를 따라 움직이는 듯했고 전관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쏠렸다.그 가운데서도 고이한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와 시선이 마주친 소예지의 눈빛은, 예상치 못한 만남 앞에서 잠시 흔들렸다.고이한은 1열 중앙 자리를 향해 걷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장면에 발걸음을 아주 잠깐 멈췄다.소예지,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임현욱이었다. 고이한의 깊은 눈빛이 두 사람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고 지나갔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았다.“작은아버지.”임현욱이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며 시장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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