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경은 한동안 멍하니 고하슬을 내려다보았다.“고모,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온 거예요?”고하슬이 해맑게 묻자 고수경은 대답 대신 무심코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마주한 순간, 그제야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오빠가 꼭대기 복층이 아니라 굳이 여길 산 거였구나. 위층에... 소예지가 살고 있었던 거야.’얼굴이 굳어 가는 바로 그때, 집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슬아, 누구랑 얘기하니?”현관 쪽으로 걸어오던 소예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둘 사이에는 짧지만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수경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소예지의 표정은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소예지는 담담하게 물었다.“여기서 살아요?”고수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래요.”소예지의 눈빛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그 순간, 고수경의 머릿속에 얽혀 있던 수많은 의문들이 한꺼번에 풀려나갔다.고수경은 다시 고하슬에게 시선을 옮기며 최대한 부드럽게 웃었다.“하슬아, 고모가 바로 아래층에 살아. 나중에 심심하면 놀러 와.”소예지는 그 말을 듣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고수경은 분명 고하슬의 고모였지만 그녀의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걸 반길 수는 없었다.“좋아요!”고하슬은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슬아, 장난감 좀 치우자.”소예지는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들을 보며 말했다.“네!”고하슬은 재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소예지는 현관 문가에 선 채 고수경을 바라봤다.그리고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별일 아니면 우리 집 문은 두드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고수경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내가 일부러 귀찮게 하려고 온 줄 알아요? 하슬이 목소리가 들려서 올라온 거예요.”“무슨 이유든 상관없어요. 하슬이에 대한 양육권은 제게 있고 아이의 생활을 방해한다면 나도 그냥 넘기지 않을 거예요.”소예지의 말투는 단호했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