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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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딸의 손을 잡고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기둥 옆에 기대어 서 있는 훤칠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빠!”고하슬이 반가운 얼굴로 달려가 고이한에게 안겼다.고이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으며 딸을 내려다봤다.“아빠가 오늘은 어린이집에 데려다줄게.”“정말요?”고하슬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엄마를 돌아봤다.“엄마도 같이 가요?”소예지는 아이의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엄마는 회사에 가야 해서 못 가. 다음에 같이 가자.”“네! 엄마, 다녀오세요.”고하슬은 씩씩하게 인사했다.그 순간, 등 뒤에서 묵직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소예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치 그 시선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는 차 문을 열고 그대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아빠, 우리도 빨리 가요!”차가 멀어지자 고하슬이 그의 손을 흔들며 재촉했다.고이한은 시선을 거두고 딸을 차에 태운 뒤, 차를 천천히 운전하며 주차장에서 빠져나갔다.오전 열한 시.소예지는 편정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새로운 발견이 있다며 강준석과 함께 실험실로 와 달라는 연락이었다.소예지와 강준석은 지체 없이 라이엔 실험실로 향했다.편정우의 실험실 안에서 세 사람은 방호복을 착용한 채 실험 구역으로 들어갔다.이번엔 실험용 흰쥐의 뇌 반응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패턴의 데이터가 포착되었다. 실험을 마친 뒤, 편정우는 곧바로 한 시간짜리 미팅을 열었고 회의실에는 다섯 명이 모여 앉아 이번 성과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정오가 되자 편정우는 시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밥은 먹어야지. 강 팀장, 소예지 데리고 근처에서 점심 먹고 와.”오후에도 다시 실험실로 돌아와야 했던 두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오랜만에 밖에서 먹는 점심이었다.주문을 막 마쳤을 때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여자가 들어왔다.그중 한 명은 고수경이었다.고수경 역시 이곳에서 소예지와 강준석을 보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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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어쩌겠어. 애가 그 여자 손에 있으니까. 요즘은 또 우리 오빠한테 한정판 목걸이를 사달라고 조르질 않나, 전생에 빚이라도 졌는지 이생에 귀신처럼 들러붙어서 안 놓아줘.”고수경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조용한 레스토랑 안에서 그녀의 말은 그대로 소예지의 귀에 박혔다. 소예지는 손에 쥐고 있던 물잔을 살짝 움켜쥐었다. 옆에 앉아 있던 강준석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소예지가 조용히 그의 팔을 잡아 멈췄다.“강 선배, 신경 쓰지 마.”강준석은 얼굴을 찌푸렸다.“너무 심하잖아.”소예지는 차분하게 웃었다.“괜찮아. 나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불쌍한 거니까.”그 말은 우연히도 고수경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고수경은 이를 악물고 소예지를 향해 매섭게 쏘아봤다.“겉으론 고고한 척하면서 뒤에서는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를 사람이 누굴 평가하긴.”고수경의 친구는 그제야 소예지와 강준석이 바로 옆 테이블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황급히 입을 막고 작게 말했다.“수경아, 그만 해. 우리 밥 먹자.”하지만 소예지는 이미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고 고수경의 말은 애초에 들리지도 않았다는 듯,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오전 분석 자료는 오후에 다시 정리해 보자.”강준석은 그녀의 반응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구 이야기를 이어갔다.“좋아. 우리 쪽 데이터랑 비교해 보면 될 것 같아.”고수경은 소예지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때 레스토랑 문이 열리며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들어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윤하준이었다. 그는 고객 세 명과 대화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섰고 시선을 돌리던 중 소예지를 발견하자 눈빛이 환해졌다.고수경 역시 윤하준을 바라보다 그가 소예지를 보는 눈빛을 목격하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윤하준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은 듯, 곧장 걸음을 옮겼다.“소예지 씨, 강 박사님. 이런 데서 뵙다니, 반갑네요.”강준석이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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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윤하준은 마지막으로 강준석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뒤, 고수경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돌아섰다.고수경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고 얼굴은 민망함과 수치가 뒤섞여 붉게 달아올랐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을 당겼다.“수경아, 나 배불러. 우리 그냥 나갈까?”고수경은 그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소예지를 노려보았다.‘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모든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는 거야?’그 사이 소예지도 식사를 마치고 강준석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우리 그만 가자.”강준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예지는 고수경 쪽을 쳐다보는 일조차 없이 그대로 지나쳤다.그녀가 보인 건 철저한 무시였고 그것은 어떤 말보다도 더 분명한 대답이었다.고수경의 가슴이 분노로 들썩이자 옆에 있던 친구가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수경아, 그만 화내. 괜히 기분만 더 상해.”고수경은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다. 원래 속에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차라리 화를 내는 편이 나았다. 이렇게 속만 끓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녀에게는 가장 괴로웠다.식당을 나서자 강준석은 옆을 걸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너랑 윤 대표 혹시...”소예지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친한 친구 사이야.”강준석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예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빛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뛰어난 남자들이 다가오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한편, 식사를 마치고 나온 고수경은 곧장 친구의 손을 붙잡고 대형 부동산 중개업소로 향했다. 그녀가 단번에 지목한 곳은 바로 라온파크 매물이었다.‘오빠가 자꾸 이 집 저 집 밀어내듯 구니까 차라리 내가 내 집을 사버리는 게 낫지.’“12동에 23층 매물이 하나 있는데요. 아가씨, 이거 한번 보실래요?”중개인의 말에 고수경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고이한과 같은 동이면 마주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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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고수경은 짐을 정리하자마자 곧장 심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온파크에 새집을 장만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어서였다.“정말? 수경아? 너희 오빠 집 있잖아?”심유빈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고수경은 괜히 심통이 난 듯 툭 내뱉었다.“됐어. 나 그 집 안 살아. 내가 무슨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심유빈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나 때문이야? 너희 오빠가 또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아냐, 절대 언니 때문에 아니야.”고수경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걱정 마. 어쨌든 내가 이 단지 안에 계속 있는 이상 소예지가 오빠 곁에 붙는 일은 없을 거야.”“수경아, 고마워. 늘 내 편 들어줘서.”“당연하지. 언니는 우리 오빠 아내 될 사람이잖아. 내가 언니 편 안 들면 누구 편 들겠어?”고수경은 말끝을 조금 씩씩하게 올리더니 혼잣말처럼 덧붙였다.“그리고 나... 하준 오빠랑 같은 동에 살아보려고. 맨날 얼굴 보게 되면 언젠간 내가 좋은 사람인 거 알게 되겠지.”심유빈은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수경아, 네 마음 그 사람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혹시라도 마음 다치면 꼭 나한테 말해줘.”그 한마디에 고수경의 마음이 스르르 따뜻해졌다.“역시 언니밖에 없어. 오빠는 그냥...”“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고수경은 문득 오빠가 소예지를 칭찬하던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굳이 심유빈까지 상처받게 하고 싶진 않아 대충 웃어넘기며 말을 돌렸다.“별일 아니야. 아무튼 언니도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 집 와서 놀아.”“응, 꼭 갈게.”심유빈은 부드럽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고수경은 짐 정리를 마친 뒤, 캐리어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현관문을 나섰다.그녀는 더는 이 집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위층에 소예지가 산다는 것만으로도 재수 없어.”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김경환이 들어오다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아, 아가씨... 여기 계셨네요!”김경환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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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김경환이 떠난 뒤, 고이한은 휴대전화를 들어 곧장 고수경의 번호를 눌렀다. 수신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단히 경계심을 품은 여동생의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왜, 또 무슨 일이야?”“라온파크 집, 당장 정리해.”고이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무슨 소리야? 내가 내 돈으로 산 집인데 왜 오빠가 간섭해?”고수경의 목소리에도 곧바로 날이 섰다.“사흘 줄게.”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냉담해졌다.“그 안에 정리하지 않으면 네 모든 계좌를 정지시킬 거야.”“오빠가 뭔데 나한테 이래!”고수경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를 높였다.“무슨 권리로 내 인생에 간섭하는데?”“내가 네 오빠니까.”고이한은 잠시 숨을 고르고 목소리를 낮췄다.“대신 시내 중심가에 더 좋은 집 하나 마련해 줄게.”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의 커다란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을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윤하준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아직도 모르겠어?”“소예지는 되고 왜 나는 안 돼?”고수경은 억울함이 북받친 듯 따져들었다.“소예지는 오빠가 혼수상태일 때 곁을 지켰잖아. 그래서 결국 오빠랑 결혼까지 한 거고. 그럼 나는 왜 하준 오빠 곁에서 진심을 보여도 안 되는 건데?”그 순간, 고이한의 등 뒤가 단단히 굳어졌다. 손에 쥔 휴대전화에 힘이 들어가며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그건 너 자신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짓이야.”“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 뭐 어때!”고수경은 마치 세상을 향해 반항하는 아이처럼 완강하게 버텼다.고이한은 짧게 그 말을 잘랐다.“사흘이야.”뒤이어 이어진 목소리는 오히려 더 차분하고 서늘했다.“청운동에 새집 마련해 줄게. 거기서 살든가 아니면 본가로 돌아와.”전화를 끊자마자 고이한은 또 다른 번호를 눌렀다. 개인 재무 담당자였다.“정말로 그렇게 하시겠습니까?”상대가 조심스럽게 묻자 고이한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수경 명의의 모든 계좌를 정지시키세요.”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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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진가영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수경아, 너 이번엔 너무 제멋대로야. 너랑 윤 대표는... 이미 끝난 사이야.”“엄마...”고수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속상한 듯 발을 굴렀다.“난 그저 내 행복을 좇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그런 식으로 접근한다고 그 사람이 널 좋아해 줄 것 같니?”진가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마음이라는 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니야. 오빠 말 들어. 집은 정리하자.”고수경의 눈가가 붉어졌다.“왜 다들 내가 모자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해요? 도대체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안 된다는 건데요?”진가영의 눈빛이 한층 진지해졌다.“그 사람은 이미 네 마음을 정중하게 거절했어. 그런데 네가 계속 붙들고 늘어지면 결국 창피해지는 건 네 오빠야. 그걸 정말 모르겠니?”고수경은 말문이 막힌 듯 그 자리에 굳어 섰다가 이내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윤하준은 소예지를 좋아하니까, 난 좋아하기만 해도 안 된다는 거예요?”“얘가 정말...”진가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감정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야. 윤 대표가 네가 일부러 같은 아파트, 같은 동까지 사서 접근했다는 걸 알면 그 사람 마음이 달라지기라도 할 것 같니?”고수경은 입술을 꾹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사람이 널 좋아한다면 네가 다가가지 않아도 스스로 오게 돼 있어. 하지만 그럴 마음이 없다면 너 혼자 애쓴다고 뭐가 달라지겠니.”고수경은 울컥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그럼 소예지는 뭐가 잘나서 됐는데요? 걘 오빠가 혼수상태였을 때 간호했다고 결혼까지 했잖아요! 오빠도 걜 좋아한 건 아니었잖아요!”진가영은 한참 만에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결국 이혼했잖니. 엄마는 네가 그런 식의 관계를 따라가길 바라지 않아. 억지로 얻은 사랑은 결국 모두가 상처를 받아.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더욱.”진가영의 눈동자에는 묵직한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사실 그녀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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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스물이나 넘게 먹은 애가 아직도 철이 없어서야...”최현숙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을 때부터 네 오빠가 널 대신 돌봤다. 몇 마디 한 게 그게 뭐가 그렇게 잘못된 일이니?”“흥! 다들 소예지만 감싸지. 진짜 손녀는 나라고요!”고수경은 울먹이며 소리치더니 그대로 2층으로 뛰어 올라가 버렸다. 진가영이 급히 뒤따라가려 하자 최현숙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놔둬.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할 때가 있어.”최현숙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며느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앞으로는 젊은 사람들 일에 너무 간섭하지 말아라. 안 다쳐본 사람은 고통을 몰라. 수경이도, 이한이도 마찬가지야.”진가영은 잠시 멍해졌다.‘수경이는 몰라도, 이한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닌데...’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최현숙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이한이는 어릴 때부터 마음이 깊은 아이였지.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속은 누구보다 여려.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않고 좋아해도 말 안 하고 꾹 참는 성격이야.”진가영은 그 말의 의미를 곱씹듯 고개를 저었다.“어머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이한이는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아는 아이예요. 소예지를 향한 마음이 남아 있고 그 애와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면 가만히 있었을 리 없잖아요.”최현숙은 콧소리를 내며 짧게 웃었다.“얘가 뭘 해도 겉으로 드러낼 애가 아니지. 속은 누구보다 들끓고 있으면서도 티 하나 못 내는 애야.”그때였다.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고이한이 거실로 들어섰다. 그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수경이는요?”“위층에 있어...”진가영은 속상한 듯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네가 수경이 카드 정지시켰다며. 너무 심한 거 아니니?”“엄마.”고이한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최현숙은 손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며느리를 향해 말했다.“내가 아까 말했지? 애들 일은 애들 스스로 해결하게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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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고수경은 여전히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맞은편에 앉은 고이한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런 그녀를 향해 고이한이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내일 김 비서가 널 새집 보러 데려갈 거야. 가서 직접 보고 정해.”“안 가.”고수경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그럼 그냥 집으로 들어와.”고이한은 담담하게 말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식탁 아래에서 진가영이 딸의 다리를 살짝 찼다.“됐어, 수경아. 오빠 말 좀 들어.”고수경은 한참을 침묵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세상일이 마음대로만 흘러가진 않으며 오빠 말을 끝까지 거부한 채 평생 그렇게 버틸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알겠어! 대신 꼭 펜트하우스야. 제일 좋은 층으로.”여전히 억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얘는, 펜트하우스가 얼만데! 너 혼자서 뭐 하겠다고 그렇게 큰 집을 사?”진가영은 황당하다는 듯 딸을 흘겨보았다.“오빠가 나보고 더 이상 하준 오빠 앞에서 창피 주지 말라며? 그럼 그 정도 정성은 보여야 할 거 아냐.”고수경은 일부러 자극하듯 말했지만 고이한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좋아.”차라리 동생이 그렇게라도 만족하며 떨어져 살아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윤하준을 향한 집착보다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훨씬 깔끔했다.고수경은 여전히 찝찝했지만 더는 딴지를 걸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정리됐으니 한발 물러서기로 마음먹었다.그때, 고이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전화를 집어 들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여보세요.”“대표님, 방금 익명의 제보자가 대규모 스톡옵션 불법 회수 의혹으로 증권위원회에 고발했습니다. 이사회 내부 인사 중 일부가 고 대표님께 불만을 품고 의도적으로 제보한 것으로 보입니다.”고이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누군지 찾아내.”전화를 끊고 거실로 돌아온 그는 차분하게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인사했다.“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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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소예지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그러나 그녀는 곧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묵묵히 세수를 마저 했다. 칫솔을 헹구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동안에도 표정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아직 임재석에게 연락하기도 전에 오히려 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소 대표님, 고신 그룹 기사 보셨죠?”임재석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뚜렷이 묻어 있었다. 고이한은 그녀 회사의 2대 주주였고 그의 위기는 곧 회사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봤어요. 우리 쪽에 영향 있나요?”“당장은 크지 않습니다만 사전 대응 전략은 필요합니다.”임재석의 말투는 조심스럽고도 단호했다.“주가가 급락하면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요.”소예지는 물기를 닦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오늘 오후에 임원 회의 소집하세요. 영향 분석부터 정리하죠.”전화를 끊고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오전 일곱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소예지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고하슬을 깨우지 않은 채 조용히 내려가 부엌에서 물 한 잔을 마셨다.그때였다.딩동.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소예지는 빠르게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 속에는 낯설지 않은 실루엣이 서 있었다. 그녀는 잠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차가운 시선이 문 앞에 선 남자에게 꽂혔다.“무슨 일이야?”고이한은 여전히 정장 차림이었지만 그 속에 밴 피로감까지 숨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눈가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흔적이 선명했다.“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목소리는 다소 쉰 듯했다.“무슨 일인데?”소예지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경계심을 드러냈다.“기사 봤을 거야. 오해가 생기기 전에 먼저 설명하러 왔어.”그가 하려는 말을 어느 정도 짐작한 소예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를 안으로 들였다.거실로 들어선 고이한은 익숙하다는 듯 소파에 앉았다. 양희순은 상황을 눈치챈 듯 아무 말 없이 차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사라졌다.“걱정 마.”고이한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이번 스톡옵션 건은 위법한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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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소예지는 문을 닫자마자 곧장 임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고이한이 했던 이야기를 빠짐없이 전하며 가능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임재석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저도 고 대표님이라면 충분히 해결하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오늘 오후 회의는 취소하세요. 당분간은 고 대표 건만 집중해서 상황을 체크해요. 이상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요.”“알겠습니다, 소 대표님. 내일 고신 그룹 회의는 제가 대신 참석하겠습니다.”“좋아요.”그 시각, 고신 그룹 관련 뉴스는 이미 전 포털 메인을 장식하며 하루 종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3일 후.금융감독위원회 조사팀이 정식으로 고신 그룹에 입주했다. 건물 외곽에는 기자들과 미디어 차들이 빽빽하게 진을 쳤고 현장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며칠 사이 고신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체가 술렁였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최고조로 치달았다.“고이한 대표가 48시간 강제 조사를 받게 됐다던데...”“아니야. 본인이 직접 출석해서 조사에 협조한 거래.”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동시에 쏟아지며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심유빈의 자택.고수경은 요즘 매일같이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 속 고신 그룹의 실시간 주가 그래프는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왔다.“유빈 언니, 우리 오빠 정말 괜찮을까... 엄마가 물어봐도 그냥 ‘걱정 말라’고만 하던데.”심유빈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이번엔 제대로 발목 잡힌 건 맞아. 하지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고수경은 답답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의 일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녀는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접고 본가로 돌아가 어머니와 할머니를 돌보기로 마음먹었다.“수경아, 이제 돌아가. 이런 때일수록 너라도 어른들 곁을 지켜줘야지.”심유빈은 다정하게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일은 못 도와줘도, 네가 곁에 있으면 고 대표 마음이 훨씬 놓일 거야.”고수경은 조용히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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