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거의 새벽에 가까운 시각이었다.고수경은 심유빈을 집까지 데려다주며 옆에서 부축하고 있었다.그녀의 손목을 잡아 주는 순간, 손끝에 닿은 감촉이 어딘가 이상했다.주름처럼 겹겹이 남아 있는 흔적에 시선이 멈췄고 고수경은 무심코 심유빈의 손목을 뒤집어 보았다. 그녀의 왼쪽 손목에는 네다섯 줄의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심유빈은 급히 손을 빼앗듯 거둬들이며 상처 난 부위를 움켜쥔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수경아, 오늘 고마웠어.”“유빈 언니, 그거...”고수경은 숨이 막힌 듯 그녀를 바라봤다.‘설마... 손목을 그은 흔적인가?’심유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젊었을 때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예체능 입시 준비할 때 스트레스도 심했고 많이 우울했거든. 그때 괜히 바보 같은 짓을 좀 했지.”고수경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방금 본 자국 중 하나는 유난히 또렷했다. 도저히 오래된 흉터처럼 보이지 않았다.“언니,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다치게 하면 안 돼.”고수경의 목소리가 떨렸다.심유빈은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웃었다.“그러게. 그땐 세상이 다 무너진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지.”그 순간, 고수경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이건 분명 오빠 때문이야.’‘아니면 소예지 때문일지도.’심유빈이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마저 버릴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문득 고수경은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나도 저만큼의 각오로 하준 오빠를 좋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유빈 언니, 세상에 넘지 못할 고비는 없어. 다시는...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나, 정말 마음 아파.”그 말에 심유빈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잠시 후, 고수경은 그녀의 집을 나섰다.라온 파크.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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