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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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간호사는 문강찬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문강찬은 안으로 들어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몸이 안 좋으면서 왜 나한테 말 안 했어?”그녀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된 채 그 말에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강찬 씨한테 뭘 말해?”“아이 말이야...”“어제 말했잖아. 강찬 씨, 난 임산부라고.”하지만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기억했다면, 진세린이 자살했다고 그녀를 끌고 병원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따져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문강찬은 침묵했다.성하린은 그를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강찬 씨,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길 바란다면 나한테서 멀어져. 그리고 진세린도 나한테서 멀어지게 해.”문강찬의 얼굴이 서늘해진 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성하린, 너도 이 아이를 그렇게 사랑하진 않잖아? 임신한 몸으로 향수 대회에 나가고, 임청아 일까지 신경 쓰고. 하나하나 따져보면, 넌 좋은 엄마야?”성하린은 냉소했다.“그럼 차라리 낳지 말자.”“네가 감히...”성하린은 지쳤다.문강찬은 다 가지려 했다.“나가.”지금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문강찬이었다.문강찬 역시 더는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그는 돌아서서 나갔다.문 앞에서 병실로 들어오려던 성동민과 마주쳤다.성동민은 그의 얼굴만 보고 또 다퉜다는 걸 알아챘다.“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성하린 씨랑 아이 둘 다 위험했을 거야.”그는 문강찬을 설득하듯 말하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정말 사랑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헤어져.”서로를 괴롭히느니 놓아주는 게 낫다.문강찬의 눈에 냉기가 스쳤다.성동민이 성하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장면을 떠올렸다.그는 진세린에게조차 그런 다정함을 보인 적이 없었다.“네가 신경 써야 할 건 너랑 세린의 일이야.”문강찬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동민은 문틀에 느슨하게 기대며, 진세린의 이름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말했다.“문강찬, 성하린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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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진세린은 괴로워하며 말했다.“하지만 성씨 가문에서 이미 파혼했잖아요.”“문강찬이 있잖아. 이 결혼은 쉽게 깨지지 않아.”주아란은 딸을 안심시켰다.그때, 문강찬이 들어왔다.진세린은 병상에 누운 채, 유난히 연약해 보였다.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주아란은 눈물을 닦으며 하소연했다.“세린이가 깨어난 뒤로 한마디도 안 해. 혹시 또 극단적인 생각을 할까 봐 너무 걱정돼...”문강찬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성동민이 파혼을 언급한 이후, 아예 진세린을 보러 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세린아.”그가 불렀다.진세린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동민 오빠가 온 건 알아. 하지만 날 보러 오지 않아.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를 더럽다고 여기는 거야.”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절망만 남아 있었다.“동민 오빠가 그때 일을 알게 된 거야?”진세린은 거의 실신할 듯 울었다.주아란은 그녀를 안고 달랬다.“울지 마, 세린아. 몸이 못 버텨.”“오빠.”진세린은 문강찬의 옷자락을 붙잡고 병상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오빠, 제발 한 번만 더 도와줘.”문강찬은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이 흔들렸다.“꼭 성동민이어야 해?”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성동민의 마음엔 진세린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진세린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너무도 가여워 보였다.“하지만 난 그 사람만 좋아해.”예전엔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었고 지금은 성하린에게 이기기 위해서라도 성동민과 결혼해야 했다.성동민은 그녀의 집착이 되었다.“세린아.”“오빠, 예전에 약속했잖아. 나랑 성동민 결혼시켜 주겠다고.”진세린은 흐느끼며 말했다.“이게 내 유일한 소원이야. 예전에 내가 오빠를 구해줬던 거, 그거 봐서라도 오빠가 한 번만 더 도와줘.”문강찬의 목이 메었다.“알겠어.”그는 결국 대답했다.진세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문강찬이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결국, 그녀는 성동민의 아내가 될 것이다.이건 문강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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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담담한 성동민의 눈빛에는 조금의 연민도 없었다.“남녀 사이에 헤어지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해?”그는 이 말만 남기고 뒤돌아 성하린을 따라 떠났다.진세린은 두 걸음 따라가다 멈춰 섰다.‘전부 성하린 때문이야. 저년이 문강찬을 독차지하고, 이제는 저년 친구까지 성동민을 차지하려 해. 일부러 내 남자를 빼앗아 가려는 거야.’아래층에서 성하린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성동민은 그녀의 옆에 서서 또다시 같은 말을 했다.“성하린 씨가 문강찬을 떠나고 싶다면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성하린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도와주고 싶다면 임청아를 놓아줘요. 청아가 다람시를 떠나서 다시는 성동민 씨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할게요.”성동민의 느슨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건 불가능해요.”성하린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성하린은 해오름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몇 걸음 빠르게 걸어 거실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온건우를 보았다.막 퇴원한 온건우는 아직 얼굴이 창백한 채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문강찬의 표정에는 약간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그렇게 따뜻해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성하린은 온몸이 차가워졌다.그녀는 온몸에 힘을 주고 다가갔다.오랜만에 그녀를 본 온건우는 곧장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껴안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불렀다.“엄마.”성하린은 억지로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리고 가정부에게 온건우를 데리고 다른 곳에서 놀게 하라고 했다.그 뒤, 부드럽던 목소리는 억눌린 히스테릭한 추궁으로 변했다.“강찬 씨, 건우를 이용해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문강찬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온건우를 보고 기뻐하기는커녕, 의심과 추궁만 했다.“성하린, 네 마음속에서 난 그런 인간이야?”성하린은 주먹을 꽉 쥐며 당장 무너질 것 같은 감정을 억눌렀다.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내 마음속에서 강찬 씨는 그런 사람이야. 내가 맞혀볼까? 건우를 데려온 건 진세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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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아이는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눈이 금세 젖어 들었다.성하린은 급히 눈물을 닦고 억지로 웃으며 몸을 낮춰 아이를 안았다.“엄마 괜찮아. 눈에 뭐가 좀 들어간 것 같아.”‘너무 큰 소리를 내서 건우를 놀라게 했어.’온건우는 까치발을 들고 입술을 내밀었다.“엄마, 제가 호 해줄게요.”성하린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이 더 쏟아졌다.‘이 아이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온건우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자기 힘이 너무 약해서 엄마를 도와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문강찬에게 도움을 청했다.“강찬 아저씨, 엄마 좀 도와줄 수 있어요?”문강찬은 한숨을 쉬며 성하린을 소파로 이끌었다.그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어디 좀 보자.”성하린은 그가 다가오는 것조차 싫어 휴지를 잡아 눈을 가리며 말했다.“이제 괜찮아.”문강찬의 몸이 굳었다.그는 자조적으로 웃고는 몸을 일으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온건우의 작은 몸이 성하린에게 기대왔다.“엄마, 좀 나아졌어요?”“응.”성하린은 낮게 대답하고는 눈물을 닦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건우는 왜 강찬 아저씨랑 같이 온 거야?”온건우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조금 부끄러운 듯 말했다.“엄마랑 동생이 보고 싶었어요.”그래서 강찬 아저씨가 말하자마자 바로 따라왔다는 것이다.“강찬 아저씨가 그러셨어요. 여기서 계속 살아도 되고, 엄마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고요.”초승달처럼 휘어진 눈, 순수한 미소에 마음을 녹을 것만 같았다.성하린의 모든 슬픔이 부드러움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그래, 건우는 엄마랑 같이 살자.”이 아이는 진윤슬의 유일한 흔적이었다.성하린이 할 수 있는 건 이 아이를 잘 키워 어른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그녀는 온건우를 가정부에게 맡기고 혼자 발코니로 나가 온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온기찬은 이 일을 처음 듣고 매우 놀랐다.마침 그도 맡은 사건을 마무리하고 건우를 데리고 며칠 지낼 생각으로 온씨 가문으로 가는 중이었다.온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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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아들아, 엄마 말 좀 들어. 집안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자.”원지수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강차순은 며느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너는 애초에 건우를 좋아하지도 않았던 거야.”원지수의 목소리에는 신물이 배어 있었다.“전 아이를 좋아해요.”그 아이는 온기찬의 아들이고 자신의 손자인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단지 아들을 선택했을 뿐이었다.온기찬이 원지수의 말을 끊었다.“그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줘요.”그는 3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줄곧 그 기억을 되찾으려 애써 왔다.지금 보니 원지수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원지수는 흐느끼기만 할 뿐,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온기찬은 침묵했다.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원지수는 비틀거리며 두 걸음쯤 따라갔다가 얼굴을 감쌌다.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때 팔리읍으로 사람을 데리고 가 그를 기절시킨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성하린은 온기찬의 전화를 받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뒤 잠시 말이 없었다.그녀는 발코니 문 너머로 온건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을 지었다.“그렇다면 제 곁에 둬요.”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온건우는 종이비행기를 들고 발코니로 달려오며 눈빛을 반짝였다.“엄마, 비행기 봐요!”성하린은 모든 걱정을 접고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칭찬했다.“건우 정말 잘했네.”온건우는 종이비행기를 들고 발코니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나중에 동생한테 종이비행기 많이 많이 접어줄 거예요.”성하린은 눈가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잠시 뒤, 가정부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성하린 씨, 바람이 차요. 건우 도련님은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성하린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온건우를 데리고 거실로 들어갔다.발코니 문이 닫혔다.아래층, 별장 밖 도로가에서 문강찬은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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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온기찬은 너무 바빴다.정말로 건우를 데려가더라도 아마 가정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아이는 막 수술을 마친 참이라 더욱 세심한 보살핌과 동행이 필요했다.하지만 가정부가 꼭 그렇게 세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자신은 진윤슬에게 빚진 것이 너무도 많았다.그녀를 대신해 이 아이를 지켜주는 건 마땅한 일이었다.“온기찬 씨,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껏 사랑해도 돼요. 아마... 윤슬이도 온기찬 씨가 행복해지는 걸 바랄 거예요.”성하린이 온기찬을 설득했다.온기찬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성하린은 조심스레 움직여 온건우의 곁에 누웠다.온건우는 입을 오물거리며 말랑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성하린이 아이의 작은 몸을 토닥이자, 온건우는 금세 조용해져 다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성하린이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건 온건우의 반짝이는 눈동자였다.아이는 이미 깨어 있었지만, 얌전히 누운 채 엄마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건우야, 좋은 아침.”성하린은 아이의 보드라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모자가 함께 세면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문강찬이 와 있었다.언제 온 건지 모르지만 이미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성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못마땅한 기색이었다.하지만 온건우는 반갑게 외쳤다.“강찬 아저씨!”문강찬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건우야, 좋은 아침.”성하린의 입에 맴돌던 날 선 말들은 결국 목구멍에 걸려 버렸다.아이 앞에서 다툴 수는 없었다.가정부가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각자 영양죽 한 그릇씩이었다.성하린과 온건우의 죽은 달랐지만, 똑같이 은은한 약 향이 났다.문강찬이 담담히 말했다.“여현식 어르신에게 처방받은 거야.”성하린은 입술을 꾹 다물고 숟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건우는 어릴 때부터 주사와 약을 달고 살아서인지 영양죽도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잘 먹었다.성하린은 그런 아이를 보며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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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삼십여 분이 지나 검사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와 온건우가 나오고 문강찬은 없었다.그녀는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고 아이의 손을 잡은 뒤 물었다.“강찬 아저씨는?”“전화 받고 먼저 가셨어요. 엄마랑 먼저 집에 가래요.”성하린의 표정이 차가워졌다.문강찬이 모든 걸 제쳐두고 떠날 전화라면, 분명 진세린일 것이다.그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 가자.”마침 온기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재검인 걸 기억하고 데리러 오려던 참이었다.성하린은 이미 검사가 끝났고 아직 병원에 있다고 말했다.“병원 입구에서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그녀는 온건우와 함께 로비에 앉아 기다렸다.막 앉으려는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다가왔다.“성하린 씨, 저희 사모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성하린과 온건우는 근처 카페로 안내되었다.창가에는 우아한 차림의 원지수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미간에는 근심이 서려 있었다.온건우가 달콤하게 불렀다.“할머니.”원지수는 흐릿하게 대답했다.성하린은 점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한 뒤 물었다.“저를 부르신 이유가 뭔가요?”원지수는 카드 한 장을 밀어 놓았다.“성하린 씨, 이건 건우에게 주는 보상이에요.”성하린은 카드를 바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건우의 성을 바꾸고 싶어 하신다는 거 알고 있어요. 저도 동의해요. 이 카드엔 성하린 씨께 드리는 감사의 의미도 조금 포함되어 있어요.”뜻을 이해했다.온씨 가문에서는 건우를 원하지 않았다.심지어 온씨 성조차 바라지 않았다.성하린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여사님, 건우가 어떤 성을 쓰든 그 아이에겐 온씨 가문의 피가 절반 흐르고 있어요.”온씨 가문의 처사는 냉정했다.원지수의 눈가가 붉어졌다.“알아요. 하지만 이 아이가 그 아이의 후반생을 망치게 할 순 없어요. 아직 젊어요. 온씨 가문의 체면은 그 아이가 짊어져야 해요.”건우를 곁에 두면 그의 마음은 늘 아이에게 향해 있을 것이다.게다가 온기찬이 정계로 나아간다면 이 일은 언제든 공격의 빌미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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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차 안에 침묵이 흘렀다.온기찬이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성하린 씨나 저나 마음은 같아요. 그러니까 절 설득할 필요 없어요.”기억은 잃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다른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성하린 역시 그 은혜 때문에 온건우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성하린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온기찬 씨도 못 놓고, 저도 못 놔요.”온기찬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신호등 앞에 차가 멈춰 섰을 때야 입을 열었다.“팔리읍에 가서 한동안 지내려고 해요.”어쩌면 뭔가 떠오를지도 모른다.원지수의 말에서 미묘한 단서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성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건우는 제가 잘 돌볼게요.”온기찬은 떠나기 전,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놀이공원으로 갔다.팔리읍에 얼마나 머물지 알 수 없었다.보름일 수도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던 온건우는 이제야 조금 나아져 간단한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잠에서 깬 온건우는 놀이공원을 보고 신이 나 거의 뛰어오를 듯했다.성하린은 몸이 불편해 계속 기다리기만 했다.마지막으로 남은 건 관람차, 온건우는 아빠, 엄마가 함께 타길 바랐다.성하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멈춰서자 화려한 노을이 하늘 끝을 물들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아빠와 엄마 사이에 앉아 있는 온건우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느꼈다.성하린이 다정하게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여 머리 정수리에 입을 맞추려 했다.온기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두 사람의 이마가 순간 부딪쳤고, 이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문강찬은 차 안에 앉아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그저 눈이 시릴 만큼 거슬렸다.어둑한 빛이 그의 눈 속에 번지는 고통을 가려 주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담배 있어?”운전기사가 얼른 자신의 담배를 꺼내 건넸다.“좀 싼 건데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강찬은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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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문강찬은 차 안에 앉은 채 무표정했다.30분 전 이곳에서 극도의 고통에 휩싸였던 사람이라고는 누구도 알아볼 수 없었다.두 어른과 아이 하나가 나란히 걸어 나왔다.온건우는 한 손으로 성하린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 온기찬의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앞서 걷던 두 여학생이 몰래 휴대폰으로 그들을 찍으며 속삭였다.“저 가족, 비주얼 대박이다.”“완전 행복해 보여.”문강찬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겼다.그들이 가까이 오자 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곧게 선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데리러 왔어.”그의 시선은 성하린을 향해 있었다.성하린은 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거짓말을 들킨 당황함 따위는 없었다.문강찬의 미소가 굳었다.온건우가 부모의 손을 놓고 달려왔다.“강찬 아저씨! 저 아빠랑 엄마랑 관람차 탔어요!”아이는 해맑게 자랑했다.문강찬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건우가 천진하게 물었다.“강찬 아저씨, 아빠 우리 집 와서 엄마랑 같이 살면 안 돼요?”아이는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은 알 수 없었다.엄마가 강찬 아저씨 집에 살고 있으니, 아빠가 오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두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문강찬의 가슴이 피투성이가 된 듯 아파 말을 할 수 없었다.온기찬이 다가와 온건우를 안아 들고 차분히 설명했다.자신이 잠시 멀리 떠난다는 이야기였다.“강찬 아저씨 말 잘 듣고, 엄마 잘 돌볼 수 있지?”온건우는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강찬 아저씨 말 잘 들을게요. 엄마랑 여동생도 지킬게요.”그리고 문강찬에게 팔을 뻗었다.“강찬 아저씨, 안아 주세요.”문강찬은 잠시 침묵하다가 아이를 안았다.온기찬은 손을 흔들고 떠났다.문강찬은 온건우를 차에 태우고 문을 닫은 뒤 성하린을 바라봤다.“밥 먹는다더니?”그녀가 설명하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성하린은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그녀에게도 자유가 있었다.다른 쪽으로 돌아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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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불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 바깥 빛만 희미하게 스며들었다.성하린은 몸을 움직였지만 그의 힘을 벗어날 수 없었다.“뭐 하는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입술 위에 닿았다.어둠 속 그의 눈동자에는 불꽃 같은 것이 일렁였다.“키스했어?”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속엔 불안과 고통이 숨어 있었다.놀이공원에서 보였던 각도는 분명 키스처럼 보였다.그래서 확인해야 했다.성하린은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비웃듯 말했다.“그게 강찬 씨랑 무슨 상관이야?”이미 이혼한 사이였다.지금은 뱃속 아이 때문에 억지로 함께 있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질투하는 척은 누구 보여주려는 건가 말이다.문강찬의 손목을 잡은 힘이 더 세졌다.그녀의 냉담한 태도가 그의 속을 긁었다.“먼저 숨긴 건 강찬 씨야.”성하린은 인내심이 바닥이 나 그를 밀어냈다.“강찬 씨, 강찬 씨는 날 간섭할 자격이 없어.”그녀의 다급한 어조는 그가 위험한 존재라도 되는 듯했다.문강찬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분노가 실린 거친 입맞춤이었다.거의 물어뜯듯 해, 곧 그녀는 입술이 얼얼해졌다.몸부림쳤지만 그는 그녀를 침대 위로 밀어 눕혔다.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두 손을 묶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성하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수치스러웠다.“강찬 씨, 이 아이 포기할 생각이야?”그는 이성을 조금 되찾고 침대에서 물러나더니 이불을 끌어 올려 그녀에게 덮어주었다.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성하린, 정말 그렇게까지 온기찬을 좋아해?”성하린은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문강찬은 병들었다.“놔줘.”그의 뒷모습이 쓸쓸했다.담배가 있었다면 또 한 개비 피웠을 것이다.“성하린, 온씨 가문에서 온기찬의 맞선을 알아보고 있어. 앞으로 온기찬은 온씨 가문이 정해 준 길을 가게 될 거야.”그는 돌아서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온씨 가문은 진윤슬도 받아들이지 않았어. 너는 더더욱 아니야.”성하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분노가 한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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