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381 - Chapter 390

476 Chapters

제381화

문서현은 그 향수 노트를 집요하게 원하고 있었다.심지어 수단을 쓰는 것도 생각했지만, 성하린이 성씨 가문과 엮이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문아름은 낮게 말했다.“성하린 씨가 저랑 협력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짧은 대화만으로도 성하린이 문씨 가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방법을 찾아.”문서현은 불만스럽게 말했다.“너 지금 향수 사업 부문 맡고 있잖아.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해.”거의 명령에 가까운 말투였다.문아름은 마음이 복잡했다.“저도 노력하고 있어요.”“노력이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 하는 거야.”문서현의 표정은 매우 엄격했다.그녀에게 ‘노력’이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문아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엄마,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거예요. 저는 정말...”“핑계 대지 마.”문서현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문아름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성하린은 퇴원 절차를 마친 뒤 온기찬과 연락해 진건우를 데려왔다.진건우는 눈이 빨개진 채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엄마, 아빠가 우리 버린 거예요?”성하린은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온기찬과 문아름의 약혼 이야기를 부드럽게 설명했다.“아빠랑 엄마는 함께하지 않게 됐지만 너를 가장 사랑하는 건 변함없어.”진건우는 문강찬과 함께 살 때는 엄마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성하린과 문강찬은 아이 앞에서 결혼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새로운 아빠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온기찬은 할 말 안 할 말 다 해버렸다.진건우는 아직 어려서 복잡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아빠가 자신과 엄마를 버렸다고만 느꼈다.그래서 더 힘들어했다.“전 아빠랑 엄마 둘 다 필요해요...”성하린은 아이를 안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차는 성씨 가문에 도착했다.최명숙이 직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린아, 집에 온 걸 환영해.”그녀는 진건우를 위해 선물도 준비해두었다. 작은 강아지였다.진건우는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강했지만, 강아지를 보자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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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복덩이?’성하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녀는 평생 ‘재수 없는 아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으며 자라왔다.누군가에게 ‘복덩이’라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그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최명숙은 성하린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었기에,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부드럽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하린아, 이제 할머니가 있으니까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해.”“고마워요. 할머니...”성하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네 작업실은 할머니가 사람을 붙여 관리하게 했고, 생산 라인도 새로 마련해뒀다. 넌 그냥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 돼.”“저는...”성하린은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어떤 감사의 말도 부족하게 느껴졌다.“회사에서 향수 사업을 확장하려면 제가 도울게요.”이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최명숙은 고개를 저었다.“네 작업실 잘 운영되고 있잖아. 지금처럼 하면 돼.”그녀는 성하린이 조향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었다.거기에 이해관계가 얽히면 오히려 속박이 된다.최명숙은 성하린을 묶어두고 싶지 않았다.자신의 손녀는 자유롭게,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했다.성하린은 그저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하며, 할머니를 위해 특별한 향수를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가족들이 화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희주와 성예빈이 들어왔다.웃음소리를 듣자마자 한희주는 얼굴을 굳혔다.성문수는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인데, 저들은 즐겁게 웃고 있었다.마치 남편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보였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성예빈에게 말했다.“봐라. 네 아버지는 아직 행방불명인데, 저 사람들은 슬퍼하기는커녕 저 거지 같은 애 하나 때문에 웃고 있잖아. 우리를 전혀 안중에도 안 두는 거야.”다른 생각에 잠겨 있던 성예빈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한희주는 더 화가 났다.이 의붓딸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화가 난 채 거실로 가서 멀찍이 떨어진 소파에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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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로 큰아버지 부부를 죽인 범인이었다.“아빠는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야.”성예빈은 무의식적으로 변명했다.“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사람을 죽일 이유는 안 돼.”성하린은 한숨을 쉬었다.성예빈이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성예빈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눈물을 쏟아냈다.어릴 적,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그녀를 정말 아껴주었고, 늘 예쁜 원피스를 사주며 친딸처럼 대해줬다.엄마는 말했다. 큰언니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 사랑을 모두 자신에게 준 거라고.성예빈은 너무 괴로웠다.“나... 큰아버지랑 큰어머니한테 너무 미안해...”“예빈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성하린은 성문수가 저지른 일을 성예빈에게 전가하지 않았다.그녀는 아무것도 몰랐고, 이미 아버지를 잃은 상태였다.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저녁을 먹을 때쯤에는 성예빈의 감정도 많이 가라앉았다.식탁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한희주뿐이었다.그녀는 내내 음울한 기색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최명숙은 성예빈에게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만, 성예빈은 한희주를 힐끗 보더니 함께 돌아갔다.최명숙은 한숨을 쉬었다.“예빈이가 좀 제멋대로이긴 해도 본성은 나쁘지 않아. 새엄마가 힘들까 봐 같이 가는 거지.”윤보경이 부드럽게 말했다.“예빈이가 안됐네요.”밖, 차 안.한희주는 차에 타자마자 성예빈을 비꼬기 시작했다.“네 아버지가 저 사람들 때문에 죽었는데 복수할 생각은 못 할망정 웃고만 있었지? 그게 아버지한테 할 짓이야?”성예빈은 담담하게 말했다.“조사해봤어요. 큰아버지 부부 일은 아빠랑 관련이 있었어요.”한희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관련이 있든 없든 그건 경찰이 조사할 일이야. 저 사람들이 네 아버지를 몰아 죽일 권리가 있어? 성예빈, 넌 아버지 죽음에 관심도 없구나.”“그런 거 아니에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아까 성하린이랑 밖에서 한참 얘기했지? 내가 모를 줄 알아?”“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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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문강찬이 고개를 들었다.“할아버지, 언제 오셨어요?”문중엽은 소파에 앉으며 코웃음을 쳤다.“네가 어떻게 자멸하는지 보러 왔다.”“일이 많아서...”“핑계 대지 마라. 오창윤이 다 말했어. 며칠째 회사에서 먹고 자고 밤새워 일하고 있다고.”문강찬은 펜을 내려놓고 미간을 눌렀다.“큰 프로젝트가 있어서요.”문중엽은 그의 거짓말을 바로 짚었다.“성하린이 떠나서 힘든 거지?”문강찬은 침묵했다.일에 몰두해야만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문중엽은 차라리 손자도 자신이나 아들처럼 바람둥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무너지진 않을 테니까.하지만 문강찬은 그렇지 않았다.“생각해봤어? 네가 이렇게 죽도록 일하다 쓰러지면 성하린이 슬퍼할 것 같냐?”문강찬은 씁쓸하게 웃었다.그럴 리 없었다.문중엽은 계속 말했다.“그리고 생각해봐. 성하린은 아직 젊어. 나중에 다른 남자랑 결혼하면 네 아이가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를 텐데 그거 괜찮아?”문강찬은 손을 움켜쥐었다.생각할 것도 없이 견딜 수 없다.문중엽은 못마땅하게 덧붙였다.“여기서 몸 망쳐 죽으면 결국 다른 남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야.”문강찬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감정이 요동쳤다.할아버지 말이 맞았다.성하린과는 아직 평생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함께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그녀를 지켜줄 수는 있어야 했다.필요할 때 다른 남자가 나서는 걸 지켜볼 수는 없었다.그는 서류를 덮고 외투를 들여 팔에 걸쳤다.문중엽은 만족스러워했다.“지금 하린이 만나러 가냐?”문강찬은 담담하게 말했다.“집에 가서 잘 거예요.”그는 휴식이 필요했다.문중엽은 말문이 막혔지만 함께 나섰다.그래도 마음은 놓였다.가장 아끼는 손자는 지켜냈으니까.....성하린은 집에서 며칠 쉬며, 성준석 부부가 진건우를 정성껏 돌보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안심했다.진건우도 그들을 무척 좋아했다.그녀는 작업실로 향했다.연은주는 그녀를 보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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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윤보경이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최명숙은 따로 성하린에게 말했다.좋은 변화였다.성하린은 더는 말하지 않고, 그 은혜를 마음에 새겼다.일을 마친 뒤, 그녀는 향수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오늘은 성동민이 퇴원해 집에서 요양을 시작하는 날이라, 진세린도 와 있었다.최명숙은 한희주와 성예빈도 저녁 식사에 불렀다.모두 식탁에 앉아 있었다.성하린은 손을 씻고 와서 진건우의 옆에 앉았다.한희주가 비꼬았다.“얼마나 바쁘길래 어른들 다 기다리게 해?”성하린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진건우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만하고 밥 먹자.”최명숙이 말했다.“하린이 일하는 건 좋은 일이야.”한희주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식사 중, 최명숙은 팔리읍에 가겠다고 했다.성하린을 돌봐준 박순옥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직접 가겠다는 것이었다.한희주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성하린, 돌아온 지 며칠이나 됐는데 부모님도 안 찾아갔지?”성하린은 담담하게 답했다.“퇴원하기도 전에 다녀왔어요.”한희주는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진세린을 향해 눈을 굴리더니 일부러 말했다.“세린이도 조향사라면서? 성하린처럼 작업실 하나 차릴 생각은 없어? 성하린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성하린과 진세린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이 화제를 꺼낸 것이었다.명백한 이간질에, 진세린은 난처해졌다.그녀는 늘 성하린을 뛰어넘고 싶었지만 번번이 밀려왔다.지금 성하린은 자신의 작업실을 가지고 있고, 방환기의 제자다.반면 자신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수는 없었다.“임신 준비 중이라서요. 그런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가치가 없어요.”그녀는 한마디로 받아쳤다.한희주는 눈살을 찌푸렸다.‘임신 준비? 거짓말.’그녀는 여유롭게 비웃으며 말했다.“이혼한다는 얘기 있던데?”진세린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굳었다.그녀는 젓가락을 꽉 쥐었다.최명숙은 둘째 며느리를 노려봤다.“밥이나 먹어.”한희주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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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진세린은 정원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시렸다.그녀는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켜진 창 너머로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성하린은 성동민 옆에 앉아 무언가를 낮게 이야기하고 있었다.성동민은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그녀는 분명히 깨달았다. 성하린은 성동민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아니, 이미 빼앗아 갔다.그녀가 가진 유일한 것을 빼앗아 갔다.거실에서 성하린은 선물 봉투를 열고 향수를 꺼내 할머니에게 건넸다.은은한 향이 공기 중에 퍼지며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맡기만 해도 우아함이 느껴졌다.최명숙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였다.“하린아, 마음을 많이 썼구나.”노부인은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윤보경이 부러워하며 말했다.“향이 정말 좋네. 하린아, 나도 시간 나면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을까?”성하린이 바쁜 걸 알기에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말투였고, 오해할까 봐 서둘러 덧붙였다.“나 급한 건 아니야.”“셋째 숙모, 이건 숙모님 거예요.”성하린이 또 다른 향수를 꺼냈다.윤보경은 놀라며 받아 들었다.“내 것도 있어?”“당연하죠. 셋째 숙모님이 건우를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성하린은 부담을 느낄까 봐 얼른 설명했다.“얼른 향이 어떤지 맡아 봐.”최명숙이 재촉했다.윤보경은 조금만 뿌려 보았다.이번 향은 훨씬 부드러워 윤보경의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윤보경은 더 뿌리기가 아까워 얼른 넣어 두며 말했다.“그럼 나는 사양하지 않을게.”“가족인데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한희주는 다음 차례가 자신일 거로 생각했지만, 성하린이 자리에 앉으며 더는 향수를 꺼낼 생각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얼굴이 금세 붉어졌고 화가 치밀었다.‘성하린이 올케에게 주면서 왜 나에게는 주지 않는거지?’이건 대놓고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동서에게 감사해야겠네. 공짜 보모 구하기 쉽지 않으니까.”한희주가 비꼬듯 말했다.“나 같은 사람은 애도 못 보니까 향수 하나 벌어올 재주도 없네.”윤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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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강차순은 표정이 좋지 않은 채 억지로 웃고 있었다.원래 온기찬이 집안의 안배를 따르겠다고 했을 때는 기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골라준 명문가 규수들을 모두 거절하고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아름과 약혼하겠다고 했다.강차순은 고민이 많았다.그녀는 정말로 문씨 가문과 사돈이 되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예전에 온기찬과 성하린을 이어줬더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성하린은 문아름보다 훨씬 온화했으니 말이다.문아름의 어머니는 몇 번 보지 않았지만,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최명숙은 오랜만에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냈고, 곧 많은 사람이 인사를 하러 몰려왔다.최명숙은 인사를 나누며 성하린의 신분도 소개했다.성하린이라는 이름은 다들 익숙했지만, 문씨 가문을 떠난 뒤 돌연 성씨 가문의 손녀가 된 사실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타고난 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한동안 인사를 마친 뒤, 성하린은 다리가 풀린 듯해 최명숙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식 공간으로 갔다.그때 문아름에게서 전화가 왔다.“성하린 씨, 2층으로 올라와서 좀 도와줘요.”성하린은 어쩔 수 없이 올라갔다.문아름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지퍼가 걸려 있었다.방에 아무도 없어 성하린을 부른 것이었다.성하린은 지퍼를 고쳐 주고 드레스를 정리해 주었다.“약혼 축하해요.”문아름은 치맛자락을 잡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배도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여기서 좀 쉬었다 가요.”성하린은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안쪽 휴식실에 들어가 잠시 누워 있었다.조금 나아진 뒤 아래로 내려가려 문을 열었는데, 문강찬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정장을 입은 그는 전보다 살이 빠진 듯 보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성하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곧바로 나가려 했다.“성하린.”문강찬이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예전보다 감정이 절제된 목소리였다.성하린은 냉담하게 그를 바라봤다.“무슨 일이야?”문강찬은 몇 걸음 다가왔지만 한두 걸음 거리를 유지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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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혼자 하는 방식은 언제나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뜻이었다.성하린도 그 이치를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 선택지는 문강찬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좋은 제안 고마워. 문 대표. 하지만 문산 그룹은 사업 영역이 너무 넓어서 나랑은 맞지 않아. 이 정도면 이유가 되지?”문강찬은 말이 없었다.‘결국 성하린은 방유권과 협력할 생각인 걸까? 윈드 블룸이 더 가치 있다고 보는 걸까?’성하린이 떠나려는 순간, 문강찬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성하린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성하린이 화를 냈다.“문강찬, 인제 그만 좀...”“성문수의 시신이 발견됐어.”성하린의 몸이 굳었다.“발견됐다고?”게다가 ‘시신’이라고 했다. 즉, 성문수는 이미 죽었다는 말이다.그녀는 기쁘기보다는 최명숙이 떠올랐다.‘할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괴로워할까.’그녀는 손을 빼며 말했다.“놔, 할머니를 찾아야 해.”“같이 가. 할머니께 무슨 일 생기면 혼자 감당 못 해.”성하린은 입술을 깨물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할머니가 가장 중요했다.두 사람이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마침 할머니가 막 전화를 내려놓고 있었다.얼굴이 창백한 최명숙은 몸이 휘청거렸다.성하린의 눈시울이 붉어져, 급히 할머니를 부축하며 낮게 불렀다.“할머니...”최명숙은 이미 눈물을 쏟고 있었다.그동안 겨우 유지하던 강인함이 이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최명숙은 성하린의 손을 꽉 잡았다.“하린아, 문수가... 그 애가...”“알아요. 지금 바로 가요.”성하린이 할머니를 부축했다.최명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가자.”그녀는 아무 말 없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의 약혼식을 망칠 수는 없었다.문강찬은 성하린의 손에서 최명숙의 손을 넘겨받으며 한쪽으로 모셨다.“아직 임신 중이잖아. 내가 할게.”이번에는 성하린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밖에 나가니 오창윤이 이미 차를 대기시키고 있었다.성하린은 할머니를 차에 태웠고, 일행은 병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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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이제 그 희망도 완전히 사라졌다.그녀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할머니, 저 좀 보세요. 저 하린이에요.”성하린이 손을 꼭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버티셔야 해요. 마지막 길은 배웅해 드려야죠.”최명숙도 알고 있었다. 다만 마음에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이미 두 아들을 잃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한참이 지나서야 최명숙이 입을 열었다.“하린아...”갈라지고 메말라 있는 목소리는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장례식에 가자.”아들의 마지막 길은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성예빈은 성문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성하린이 다가갔다.“예빈아.”성예빈은 울음보다 더 괴로운 미소를 지었다.“언니, 나 이제 아빠 없어.”성하린은 마음이 아파 성예빈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오빠도 있고, 언니도 있고, 할머니도 계셔. 우리 다 네 곁에 있어.”성예빈은 결국 통곡했다.성하린도 눈물을 흘리며 성예빈의 등을 다독여 위로했다.그때 한혜주가 드디어 나타났다.그녀는 다시 상복을 입고 성문수의 묘비 앞에 엎드렸다.“여보, 어떻게 나를 두고 가... 나랑 예빈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겨우 눈물을 멈췄던 성예빈이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형수님, 마음 추스르세요.”성준석이 말했다.“형님은 돌아가셨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에요.”“가족?”둘째 부인은 성동민을 매섭게 노려봤다.“쟤가 우리 남편을 죽였어요.”성동민은 냉담하게 바라볼 뿐, 상대하지 않았다.한희주는 고개를 돌려 최명숙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머님, 이제 문수 씨를 찾았으니 이렇게 억울하게 죽게 둘 수는 없어요. 어머님이 나서 주세요.”그녀는 절절히 울부짖었다.최명숙은 몸이 휘청거렸지만 겨우 버티며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나서란 말이냐? 먼저 납치를 했고, 스스로 물에 빠진 거다.”한희주는 믿지 않았다.“성동민이 범인이에요. 어머님, 그 애 편들면 안 돼요.”그녀는 끝까지 성동민이 했다고 확신했다.“설명 안 해주시면 오늘 여기서 죽어버릴 거예요.”그녀는 묘비에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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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성문수가 죽었으니 성동민은 더는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이 한희주는 모두를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모든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돈세탁?”최명숙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충격에 슬픔도 잊었다.성준석도 믿기지 않았다.그렇게 연약해 보이던 둘째 형수가 회사로 돈세탁을 했다는 사실이.만약 들켰다면 성씨 가문 전체가 무너졌을 일이었다.다행히 큰형 부부가 제때 알아차려 집안은 무사했지만, 그녀는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둘째 형을 부추겨 큰형 부부를 공격하게 했다.성준석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성동민이 짊어진 것이 너무 많았다.자신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삼촌이었다.한희주는 성동민이 내민 서류들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성동민, 이건 가짜야!”성동민은 고개를 저었다.“진짜인지 아닌지는 경찰이 확인할 거예요.”한희주는 그대로 주저앉은 채 얼굴이 창백해졌다.“경찰에 신고한다고? 나는 네 숙모야...”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성동민이 성문수까지 죽게 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자신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흉측한 표정으로 위협했다.“나 잡혀가면, 성씨 가문도 무사하지 못해.”최명숙은 크게 실망했다.“아직도 집안을 끌어들이려 하다니, 너는...”“어떻게 끌어들일지 한번 보죠.”성동민이 할머니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그는 이미 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바닥에 무너져 있던 한희주는 곧 경찰에 의해 연행되었다.최명숙은 한층 더 늙어 보였다. 그녀는 성하린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갔다.성동민과 성준석은 성문수의 장례를 정리하고 돌아왔다. 그때 성하린이 막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는 낮게 말했다.“이제 막 주무셨어요.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성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하린아, 네가 있어서 그나마 마음을 조금이나마 붙잡고 계신다.”“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성하린은 그들을 거실로 안내했다.할머니가 자신에게 잘해주었기에, 그녀도 마땅히 효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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