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도 너 할퀴어서 미안해.”서이담이 구준서를 바라봤다. 설마 자기 딸 머리채를 잡은 그 꼬마가 정하준의 조카일 줄은 몰랐다. 정하준의 누나를 본 적은 없지만 피란 참 묘했다.아마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괜히 구준서와 서하율의 이목구비가 조금 닮아 보였다.그때, 테이블 아래서 남자의 긴 다리가 앞으로 쭉 뻗어와 서이담의 다리에 스쳤다.그녀는 시선을 내렸다. 분명 자리를 조금 뒤로 물렸는데도 또 닿아버렸다.‘설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내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시야 안에 들어온 건 쭉 뻗은, 고급스러운 질감의 검은색 캐주얼 슬랙스를 입은 긴 다리였다.서이담은 할 수 없이 의자를 또 살짝 뒤로 뺐다.정하준은 이런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기름 범벅이 된 입으로 먹고 있는 구준서를 보다가 다시 얌전하게 먹고 있는 작은 소녀에게 시선을 옮겼다.하얗고 작은 볼, 까만 포도 같은 동그란 눈, 참 깨끗하고 사랑스러웠다. 아마도 오래 앓아서인지 몸집은 작았다.서하율이 피자 한 조각을 집어 서이담 쪽으로 내밀었다.“엄마, 내가 먹여줄게요.”이제 마지막 한 조각만 남아 있었다.서하율이 정하준을 올려다봤다.“아저씨, 드실래요? 마지막 조각 드릴게요.”그 순간, 구준서가 통통한 손으로 먼저 낚아챘다.“우리 외삼촌은 이런 거 안 먹어. 내가 먹을래.”정하준이 손을 뻗어 통통한 손등을 툭 쳤다. 그러더니 기름 잔뜩 묻은 손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누가 안 먹는대.”그는 조카 손에서 피자를 빼앗아 한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외삼촌, 예전엔 이런 거 안 먹었잖아요...”마지막 한 조각을 놓친 구준서는 입술을 핥으며 서운함 가득한 눈으로 정하준을 올려다봤다.정하준은 피자만 먹은 게 아니라, 구준서가 눈을 떼지 못하던 그의 오렌지 주스까지 집어 들었다. 전에는 늘 마시지 않던 음료였다.정하준이 안 마시면 남은 건 당연히 구준서 차지였는데, 오늘은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셔 버렸다.구준서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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