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담은 공장에 관해 물어볼 것이 있어서 전화를 건 것일 뿐이었다며 별일 아니었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어른들의 세계는 원래 이런 법이었으니까. 친하지 않은 이성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가 자신의 처지를 공감해 주길 바라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엄마, 토요일에 야외 수업이 있는데 엄마도 같이 갈 거예요?”아침을 다 먹은 서하율이 야외 수업 참가 여부에 관한 유인물을 서이담에게 건넸다.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다양한 곳을 참관할 거라는 내용이었다.서이담의 속마음은 서하율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멋대로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율이는 어때? 가고 싶어?”“네, 준서랑 약속했어요. 준서네는 부모님 두 분 다 참가할 거래요.”서하율이 눈을 반짝이며 서이담의 손을 잡았다.“엄마도 갈 거죠?”서이담은 아이의 눈빛에 결국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갈게.”딸을 등교시킨 후 서이담은 라움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던 그때, 휴대폰에 알림음이 울렸다. 구준서였다.[아줌마, 아줌마도 토요일에 하율이랑 같이 야외 수업에 참가할 거예요?][응. 준서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오시는 거야?][네! 엄마는 엄청 바쁜데도 참가해 주겠대요.][잘됐네.]서이담은 미소를 짓는 고양이의 이모티콘을 보낸 후 빠르게 대화를 끝냈다.금요일 저녁.정하준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준서야, 할머니가 엄마한테 전화해 볼게. 그러니까 이만 뚝 해.”최명희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아이를 달랬다.“걔네 둘은 뭐가 그렇게 바빠서 토요일 하루도 시간을 못 내? 쯧.”정윤범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그러고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최명희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는 딸을 향해 명령하듯 말했다.“예진이 너, 토요일에 일정 싹 다 비워놓고 준서네 학교로 가.”정예진은 그 말에 난감한 듯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안돼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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