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떨어진 머리카락과 매끈한 어깨, 그리고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는 얼굴, 정하준은 생각지도 못한 서이담의 모습에 괜스레 목이 막히며 심장이 빨리 뛰었다.그는 문고리를 세게 움켜쥐더니 시선을 피하며 다시 나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미안합니다.”그런데 그때, 밖에서 웬 남자아이와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나 화장실 갈래요.”“저쪽에 있네. 같이 가자.”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금방이라도 화장실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정하준은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 전에 빠르게 문을 닫고 잠가버렸다.화장실 앞에 도착한 아이는 문이 열리지 않자 아빠를 보며 말했다.“아빠, 문이 안 열려요.”“그래? 아빠가 해줄게.”“사람 있습니다.”정하준이 밖을 향해 말했다.“아, 죄송합니다.”남자와 아이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서이담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심장이 미친 듯이 콩닥거렸다.정하준은 문을 닫은 다음 고개를 돌리며 서이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부딪쳤다.서이담은 가슴을 가린 손에 힘을 더 세게 주며 조금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고, 고개 좀 돌려요...”정하준의 노골적인 시선이 서이담의 얼굴에서 천천히 가슴 쪽으로 내려갔다. 호흡이 조금 거칠고 미세하게 떨리는 몸을 보고 있자니 목이 다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그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는 천천히 다시 고개를 돌렸다.서이담은 속옷이 젖어있든 말든 서둘러 정예진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다 입고 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허리 라인은 문제가 없었지만 가슴이 너무나도 타이트하게 느껴졌다.정예진은 가슴이 큰 편이 아니라 지금 서이담이 입은 옷을 입었을 때 가슴이 돋보인다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서이담은 가슴이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띄며 심지어 너무 딱 달라붙어 있다 보니 속옷까지 다 보이는 것 같았다.서이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금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하지만 언제까지고 화장실에 죽치고 있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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