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한다고 말해줘: Bab 181 - Bab 190

479 Bab

제181화

임형섭이 들고 있던 꽃다발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나지혜의 어깨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갑자기 사라졌을 리가 없잖아요. 잠깐 바람 쐬러 나간 거 아니에요? 언제 사라진 거예요?”“병실 안을 다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화장실에 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제가 퇴원 절차를 밟으러 간 사이에 휴대폰을 두고 나간 것 같아요. 사모님께서 어디에 갔는지 찾아야 해요...”나지혜는 흐느끼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최근에 하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평소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갑자기 사라지면 주변 사람들이 걱정한다는 걸 아니까 멀리 가지 않았을 거예요.”그 말에 나지혜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생각나는 게 있으면 당장 말하세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하윤을 찾는 거예요.”임형섭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평온하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어깨에 통증이 밀려오자 나지혜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었다.“사모님께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시고 우울해하셨어요. 어느 날 새벽에 자다가 눈을 떴더니 사모님이 창문을 열고 서 있었어요.”임형섭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일단 간호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병원 보안실에 가서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보세요. 저는 먼저 옥상에 가볼게요.”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던 나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호사를 찾으러 갔다.임형섭은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고는 주먹을 꽉 쥔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두 엘리베이터가 전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비상계단의 문을 열었다.조금이라도 늦으면 민하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끝이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단번에 올랐다.병동은 30층 가까이 되었기에 무수히 많은 계단을 올라야만 했다.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임형섭은 멈출 수가 없었다.마지막 계단을 올랐을 때 굳게 닫힌 옥상의 문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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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난간을 잡고 높은 곳에 올라서서 두 눈을 감았다.발이 미끄러지거나 평형을 잃으면 30층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 임형섭은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하윤아, 옥상에 바람이 불어서 추워.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얼른 내려가자.”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선배가 생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민하윤이 수어로 표현하려고 난간에서 손을 떼자 가냘픈 몸이 흔들렸다.“알아.”임형섭은 자칫하다가 민하윤이 떨어질까 봐 두려웠다.“너에게 꽃다발을 보여주려고 왔을 뿐이야. 같이 내려가지 않을래?”이런 상황에서 내려오라고 재촉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부드러운 어조로 달랬다.“하윤아, 퇴원한 후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선배, 저는 단지 생각이 많아서 올라왔을 뿐이에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민하윤은 미소를 짓더니 손을 천천히 뻗었다. 그녀는 말하면서 임형섭의 손을 잡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민하윤, 언제까지 애처럼 굴 거야?”누군가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하자 평온하던 분위기가 삽시에 가라앉았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을 때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하도진과 눈이 마주쳤다.그의 뒤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지혜와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몇 명 따라왔다.병원 건물 아래에 갑자기 소방차 소리가 들렸고 에어 매트를 설치했다.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고개를 들고 난간 쪽에 있는 민하윤을 쳐다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덤덤하던 민하윤은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고 손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임형섭을 향해 뻗은 손을 거두었다.[저는 뛰어내릴 생각이 없었어요.]얼굴이 창백해진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했다. 30층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머리가 어지러웠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임형섭은 하도진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하윤아, 저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내 손을 잡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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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하도진은 차갑게 웃더니 임형섭 옆을 스쳐 지나 민하윤에게 다가갔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그런지 살이 더 빠졌고 얼굴이 창백했다.“당장 집으로 돌아가.”이건 아내를 향한 제안이 아닌 차가운 명령이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걸어가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겼다.“그 손 놓지 못해요? 하윤이 가기 싫다잖아요!”임형섭은 다른 손목을 잡고는 하도진의 앞을 막아섰다.“하 대표님, 강요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죠?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요?”그러자 하도진은 가만히 서 있는 민하윤을 바라보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두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다.“하윤은 강요당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줏대 없이 휘둘릴까 봐 잡아주는 거예요.”그 말에 임형섭은 어이가 없어서 씩씩거렸다.“임 팀장님은 생각보다 더 다정한 사람이네요. 다른 사람의 아내에게 이렇게 잘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후배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언제까지 내 아내 곁을 맴돌 거죠?”하도진은 임형섭을 노려보면서 보란 듯이 민하윤의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았다.‘내 신분을 감추려고 애쓰던 하도진이 방금 아내라고 말한 거야?’민하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하도진의 아내라는 것을 일부분 사람들이 알게 되었지만 별로 기쁘지 않았다.머릿속에 고은율이 한 말이 계속 맴돌면서 마음을 어지럽혔다.“도진이 사랑에 빠질 때 어떤 모습인지 잘 알아요. 민하윤 씨, 도진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제멋대로 착각하지 마세요.”‘하긴, 도진 씨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지. 계약 결혼을 한 주제에 아내라는 신분 말고 더 많은 것을 바란 내 잘못이야.’“집에 가자.”차가운 남자의 목소리에 민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얇은 환자복만 입고 있어서 온몸이 덜덜 떨었다.그녀는 하도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턱도 없었다. 하도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계단 쪽으로 끌고 갔다.그러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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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플래시가 번쩍이는 순간, 경호원들은 재빨리 민하윤 앞을 막아섰다.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서 멈추자 경호원은 헤드셋에 대고 뭐라고 말하더니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중에 한 경호원이 고개를 돌리고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시고 선글라스를 끼세요. 지하 주차장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대요. 차까지 안전하게 모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러자 나지혜는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 민하윤에게 둘러주고는 선글라스는 건넸다.“선글라스를 끼면 얼굴이 보이지 않을 거예요.”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플래시가 마구 쏟아졌고 기자들이 달려와서 물었다.“안녕하세요. 일화 신문에서 나왔는데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왜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나요? 하도진 씨와 무슨 사이예요?”“사고를 당한 날에 하도진 씨와 함께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두 분 무슨 사이인지 말씀해 주세요.”“하도진 씨는 에스티 그룹 유일한 후계자이고 유부남인 걸로 알고 있어요. 하도진 씨의 아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왜 병원 옥상에 올라간 거죠? 30층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나요?”“하도진 씨와 무슨 사이인지 알려주세요!”경호원들은 민하윤을 둘러싼 채 앞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그들은 기자들이 민하윤을 다치지 못하게 철벽 방어했다.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플래시가 번쩍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기사가 차 문을 열자 경호원들은 기자들을 막았다.한 기자가 민하윤이 차에 타는 모습과 차량을 찍었다. 경호원들은 인파에 묻힌 나지혜를 붙잡아서 차에 올라타게 했다.이때 유청원은 재빨리 문을 안에서 잠그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경적을 울리면서 기자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경호원들은 재빨리 검은색 차에 올라타 벤틀리 뒤에 따라붙었다. 과감하게 핸들을 꺾으면서 겁을 준 덕에 기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차 안에 있는 민하윤은 애써 침착한 척하면서 두 손을 모아쥐었다.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떼어놓자 유청원은 재빨리 액셀을 밟고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갔다.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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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르네 별장.민하윤은 커다란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나지혜가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사모님, 몸에 좋은 죽을 준비했어요. 일어나서 몇 숟가락이라도 드세요.”탁상용 전등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던 민하윤은 눈을 뜨고 침대맡에 기대앉았다.“잘 드셔야 빨리 나아요. 끼니를 거르시지 말고 꼭 드세요.”민하윤은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지만 나지혜가 정성 들여 만든 걸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갑자기 아래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민하윤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대표님이 돌아오신 것 같네요.”나지혜는 더 먹기를 바랐지만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발견했다.[아주머니, 이만 나가보세요. 제가 자고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전하세요.]민하윤은 겁에 질린 채 수어로 뜻을 전하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러자 나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릇을 치웠다.그녀가 방에서 나가기도 전에 하도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약을 드시고 잠에 들었어요.”나지혜는 술 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온 그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나가세요.”그는 차가운 어조로 명령하고는 죽그릇을 힐끗 쳐다보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쾌해서 넥타이를 풀어 침대에 던졌다.나지혜가 방에서 나간 뒤,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창밖에 비가 쏟아져 내리고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때 침대 한편이 움푹 파이더니 짙은 술 냄새가 났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에 민하윤은 잔뜩 겁먹었고 눈을 질끈 감았다.너무 긴장한 탓에 호흡이 가빠지면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하도진은 피식 웃었다.“민하윤, 왜 잠든 척하는 거야? 내가 무서워서 그래?”그가 두꺼운 이불을 거두어내자 민하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가까이 다가온 하도진을 쳐다보았다.셔츠가 살짝 벌어져 있었고 빨개진 눈으로 민하윤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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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눈물은 줄 끊어진 구슬처럼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창밖에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우렛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탁상용 전등이 어두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었다.바닥에 찢어진 여자의 잠옷과 남자의 하얀색 셔츠가 널브러져 있었다.민하윤은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고 몸에 힘이 풀렸다.우렛소리와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이면서 머리를 어지럽게 했고 크리스탈 조명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는 것 같았다.얼마 후, 거칠게 움직이던 하도진은 손목을 묶은 넥타이를 풀어서 바닥에 던지더니 그녀의 손을 자신의 허리춤에 올려놓았다.이마에 맺힌 땀에 앞머리가 흥건히 젖었고 민하윤을 바라보는 두 눈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쾌락을 맛본 그는 힘이 풀려 민하윤의 품에 안긴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딱딱한 쇄골 위에 머리를 대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하윤,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너는 나쁜 여자니까 벌받아 마땅해. 이것보다 더한 벌을 받았어야 한다고...”하도진은 술이 깨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에 하지 않던 말을 뱉기 시작했다. 예전의 그는 잠자리한 후에 그녀와 한 침대에 누워 있기 싫어서 바로 씻으러 들어갔었다.민하윤은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품에서 잠든 하도진을 쳐다보았다. 손목에 난 빨간 자국을 보니 화가 솟구쳐 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민하윤은 있는 힘껏 그를 밀어버리고 침대맡에 기대앉았다. 긴 머리카락이 땀에 젖었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조용히 앉아서 깊은 잠에 든 하도진을 쳐다보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듯 가까이 다가갔다.코끝에 매끈한 살결이 닿을 때쯤, 민하윤은 망설임 없이 입을 벌리고 그의 어깨를 세게 물었다. 그러자 잠에 든 하도진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허우적거렸다.잠결에 그를 물어버린 민하윤을 밀어버리려고 시도했지만 턱도 없었다.민하윤은 그동안 쌓인 억울함과 원망을 풀어낼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 하도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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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따뜻한 방에 햇살이 내리쬐자 민하윤은 팔로 두 눈을 막았다. 팔을 들었을 뿐인데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허리와 아랫배에 통증이 밀려왔고 몸에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그녀는 뒤척이면서 하도진을 저주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떠오른 민하윤은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어젯밤에 분명 샤워하고 나온 후에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침대에 누워 있었고 젖었던 머리카락이 말랐다.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다 마른 거라고 믿었다.‘하도진이 내 머리를 다 말려주고 침대에 눕힌 건 아닐 거야. 이기적인 하도진이 왜 그러겠어?’민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짐승처럼 구는 하도진이 그녀를 보살필 리 없었다.그녀는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하기에 잠결에 일어나서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서 잤을 거라고 생각했다.커다란 침대 위에 그녀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하윤은 옷장에서 회색 목폴라 니트 치마를 꺼내 입었다.목폴라 덕에 목에 난 키스 자국이 전부 가려졌다. 어젯밤에 하도진이 넥타이로 그녀의 손목을 묶은 바람에 빨간 자국이 났다.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파운데이션으로 귀 뒤의 자국을 가렸고 창백한 얼굴 위에 발랐다.옅은 화장을 하고 나서 가리지 않은 자국이 있는지 확인한 후에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던 나지혜는 민하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사모님, 일어나셨어요? 오늘 대표님께서 식사하시는 내내 웃으셨어요.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더라고요.”민하윤은 못 들은 척하면서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나지혜가 들고 온 음식을 쳐다보았다.전복죽, 해삼 요리, 랍스터찜...[아주머니, 왜 이렇게 많이 차리신 거예요? 아침에 해산물 요리를 한 적이 없잖아요.]민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수어로 말했다.“사모님도 좋아하실 줄 알고 준비한 거예요.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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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어차피 두 사람이 평소에 유일하게 얼굴을 마주 보는 곳은 침대이기 때문이다.민하윤은 피곤해서 오후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 얼마 후, 나지혜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말했다.“대표님은 밖에서 저녁을 드시고 온대요.”그러자 민하윤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라리 잘 되었어요.]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나지혜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또 뭐라고 하던가요?]민하윤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지혜를 바라보면서 물었다.“사모님이 연락처를 차단한 걸 눈치채신 것 같아요. 차단 해제하라고 전해달래요.”나지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부부 싸움은 하룻밤을 넘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얼른 화해하시길 바랄게요. 저녁에 무엇을 드시고 싶으세요?”[배고프지 않으니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돼요. 아주머니, 식사하고 나서 푹 쉬세요. 저는 좀 더 잘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민하윤은 나지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어로 표현했다. 그러자 나지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한편, 블루 바.오색영롱한 불빛이 반짝이는 술집의 구석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가죽 소파에 기대앉은 그는 다리를 꼬고 술잔을 흔들거리면서 생각에 잠겼다.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에 따라 사람들은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했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하도진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때 진호영이 달려오더니 그의 앞을 막아섰다.“형, 갑자기 술을 마시다 말고 어디에 가는 거야?”하도진은 그의 손을 내치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집에 갈 테니 너 혼자 실컷 놀아.”“형, 시시하게 왜 이래? 분위기를 즐기러 나온 거잖아.”그러자 진호영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달랬다.“저녁에 편하게 쉬고 싶다고 한 건 형이야. 온 지 30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가면 어떡해? 오늘 밤에 특별한 무대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줘.”“이곳에 더 있다가는 귀가 멀 것만 같아. 불빛이 번쩍거려서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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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누가 이딴 노래를 튼 거야? 신나게 춤추던 사람들이 울면서 집에 가는 꼴을 보려고 그래? 술집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잖아. 조금만 있으면 눈물이 나겠어.”구준오는 하얀색 니트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평소에 성숙한 매력을 뽐내던 그가 대학생처럼 깔끔하게 입으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진호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준오 형, 나이를 먹더니 이제는 젊어 보이고 싶었나 봐?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잖아. 애쓰지 말고 평소에 입던 대로 입어. 아무리 대학생들의 옷차림을 따라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그러자 구준오는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뒤따라오던 여자를 품에 끌어안고 당당하게 말했다.“이쪽은 내 여자 친구 허연이야.”그 말에 진호영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팔꿈치로 하도진을 툭툭 치면서 싱글벙글 웃었다.“형, 준오 형이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지? 게임 회사가 상장되던 해에 만나더니 갑자기 헤어졌잖아. 평생 혼자 살다가 죽을 줄 알았더니 이게 웬일이래? 보고도 믿기지 않아.”하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위스키를 술잔에 따랐다. 몇 모금 마시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계속 들여다보았다.민하윤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구준오가 그에게 인사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창을 지그시 쳐다보았다.구준오와 허연은 옆에 앉아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이따금 애교 섞인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진호영은 가까이 다가가 구준오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준오 형, 그동안 은율 누나를 좋아한 거 아니었어? 형의 전 여자 친구는 은율 누나랑 똑같게 생겼잖아. 외로우니까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닌가?”“진호영,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해?”화가 난 구준오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둘 다 그만해. 거의 30대가 되어 가는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굴어? 유치하게 말싸움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하도진은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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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하도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여자는 왜 남자의 연락처를 차단하는 걸까요?”“네?”그 말에 당황한 허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구준오의 눈치를 살폈다.“네 아내가 연락처를 차단한 거야?”신이 난 구준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하도진이 좌절당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기분이 좋았다.‘비록 민하윤은 말할 수 없지만 하도진을 길들일 줄 아네.’“그 입 닥쳐.”하도진은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허연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맞은편에 앉아 있는 허연은 하도진이 그 여자를 아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어떻게 해야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구준오가 허연의 옆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그저 묻는 말에 대답하면 돼. 우리 도진은 교활한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호영은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구준오를 조롱했다.“우리 도진은 교활한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그 남자를 싫어하기 때문이에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도진은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그러자 허연은 그 대답에 불만이 가득한 눈빛을 보고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두 번째는 여자가 그 남자를 너무 좋아해서 그럴 수 있어요.”이때 하도진은 피식 웃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자세히 얘기해 보세요.”“만약 한 여자가 남자를 아주 싫어한다면 차단할 필요도 없이 무시할 거예요. 남녀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차단한다고 해서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연락처를 차단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관심을 얻으려는 가능성이 커요. 남자가 먼저 연락하게 하는 거죠.”사랑스럽게 생긴 허연이 진지한 어조로 말하자 자리에 있던 세 남자는 그 말을 굳게 믿었다.고작 20살밖에 안 되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어떻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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