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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161 - Chapter 170

176 Chapters

제161화

누군가가 다급히 걸어오더니 병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러자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쪽을 쳐다보았다.서명인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다급히 들어와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그 말에 하도진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하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사모님께서 쓰러져서 대학 병원에 이송되었어요.”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진 하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등에 꽂힌 침을 뽑았다. 깜짝 놀란 서명인은 그를 부축하면서 말했다.“대표님, 손등에서 피가 흐르고 있어요.”그는 새빨간 피로 물든 하도진의 손을 쳐다보더니 덜덜 떨었다.“하윤은 지금 어디에 있어?”하도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면서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일단 진정하세요. 사모님께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지금 일반 병실로 옮겨져 링거를 맞고 있다고 했어요.”서명인은 말하면서 티슈로 그의 손등을 닦아주었다.“제가 대표님 대신 사모님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고할게요. 병원에서 나가시면 안 되잖아요. 이번에도 병원에서 나간 걸 가문 어르신이 알게 되면...”간절히 애원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도진은 서명인의 손을 내치고는 차가운 어조로 명령했다.“당장 차를 대기시켜.”그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서명인은 재빨리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허리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서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하도진이 가만히 있지 않은 바람에 붕대가 빨갛게 물들었다.그는 한 손으로 상처를 누르고는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민하윤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차량이 대학 병원 건물 앞에 멈추자 하도진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간호사에게 물었다.“조금 전에 쓰러져서 이송된 환자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컴퓨터를 응시하던 간호사는 그를 쳐다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환자의 이름이 무엇이죠?”“민하윤이에요.”간호사는 검색창에 민하윤을 적고는 고개를 들었다.“환자랑 무슨 관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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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병실 침대 옆에 놓인 심박수 측정기에서 이따금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도진은 며칠 사이에 야윈 그녀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서명인은 그가 손잡이를 잡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대표님, 왜 들어가시지 않고 문 앞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익숙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명인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태유 은행과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신용대출팀 팀원들과 자주 만났었다. 침대맡에 앉아 민하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팀장 임형섭이었다.얼마 전에 열린 송년회에서 민씨 가문 입양아가 임형섭과 민하윤이 연인 사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오해를 샀다.두 사람은 평소에 친하게 지냈기에 뭇사람들은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도진은 주먹을 꽉 쥔 채 차가운 눈빛으로 병실 안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뒤돌아 가려고 했다.그러자 깜짝 놀란 서명인은 재빨리 그를 막아서면서 버벅거렸다.“대, 대표님. 우연히 사모님이 쓰러진 걸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왔을 수도 있잖아요. 팀장으로서 팀원이 걱정되었을 수 있죠. 여기까지 왔으니 사모님을 보고 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서명인은 말하면서 하도진을 병실 앞으로 밀었다. 마음이 좀 누그러든 하도진은 긴 한숨을 내쉬고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침대맡에 앉아 있는 남자는 두 눈이 빨갛게 부었고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 정장 외투를 민하윤에게 덮어준 후에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임형섭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도진과 눈이 마주친 그는 민하윤 앞을 막아서더니 차갑게 말했다.“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죠?”하도진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차갑게 웃었다.“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이에요. 그쪽이 왜 여기에 있어요?”“하 대표님, 하윤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뭘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예요?”임형섭은 주먹을 꽉 쥐고는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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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그 말에 임형섭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멱살을 잡고 있던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뗐다.그는 옆에 있는 서명인을 향해 물티슈를 달라고 손짓했다.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만진 것처럼 손을 깨끗하게 닦았다.임형섭은 하도진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민하윤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면서 다정하게 물었다.“하윤아, 정신이 들어? 혹시 불편한 곳은 없어? 머리가 아프면 간호사를 불러올게.”민하윤은 얼굴에 핏기가 없었고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 잔뜩 구겨진 셔츠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임형섭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옷깃을 여몄다.“나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겠지?”그는 민하윤이 깨어난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입술을 깨문 채 조용히 누워있는 민하윤의 두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비꼈다.그녀가 링거를 맞는 동안, 임형섭은 따뜻한 물을 컵에 부어서 가져왔고 사과를 깎아주었다.심지어 하도진이 보는 앞에서 민하윤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누가 봐도 임형섭과 민하윤이 보통 선후배 사이를 넘어섰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병실 안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민하윤은 깨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하도진을 쳐다본 적이 없었다.그는 눈치 없이 연인 사이에 끼어든 외부인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동안 고귀하게 자란 하도진은 어디를 가든 환대받았기에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차갑게 웃더니 팔짱을 끼면서 조롱했다.“민하윤, 고작 몸살 때문에 입원한 거야? 몸 관리도 제대로 못 한 건가?”심박수 측정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옆에 서 있던 서명인은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분명 병원으로 오는 길 내내 민하윤이 걱정되어서 기사를 재촉했으면서 그녀 앞에만 서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곤 했다.서명인은 하도진과 민하윤 사이에 오해가 쌓여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는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 민하윤 씨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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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상처가 벌어지자 삽시에 통증이 밀려왔다. 하도진은 상처 부위를 누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와보니 아무런 명분도 없는 남자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하도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화날 것이다.하도진은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를 어루만지려고 뻗은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그는 조심스럽게 민하윤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돌렸다.눈앞의 여자는 안 본 사이에 수척해졌고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어깨를 잡으니 딱딱한 뼈가 만져져서 적잖이 당황했다.하도진은 그녀가 언제 이렇게 야위었는지 알 수 없었다. 민하윤의 얼굴을 본 순간, 마음속을 가득 채운 질투와 불쾌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사랑하는 여자가 쓰러질 때까지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민하윤, 이런 식으로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 아주머니가 없어도 끼니를 잘 챙겨 먹었어야지. 아팠으면서 왜 무리한 거냐고...”그러자 민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그의 셔츠 아래로 상처 부위를 감싼 붕대를 발견했다.“연말 보너스를 받기 위해 목숨을 버릴 생각이야? 너 자신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어?”하도진은 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져서 씩씩거렸다. 걱정되어서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민하윤의 마음을 찔렀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오른손으로 침대맡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려고 했다.“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도진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자 민하윤은 글을 적고는 휴대폰을 들이밀었다.[그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요? 나한테 화풀이하는 게 취미인가요?]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화면을 응시하던 하도진은 삽시에 분노가 사그라들었다.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민하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계속 해 봐. 변명을 늘어놓아도 괜찮으니까 일단 적어.”민하윤은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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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의미심장한 말에 민하윤은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씩씩거리던 그녀는 휴대폰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하더니 단톡방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문자를 확인한 민하윤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이남주와의 대화창을 눌렀다.이남주는 이른 시간부터 지금까지 업무 상황을 차례대로 보고했다.신용대출팀의 팀장인 임형섭이 자리를 비웠고 팀원을 이끄는 민하윤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없었다.팀원들은 프로젝트를 따내서 연말 보너스를 두둑이 챙길 생각뿐이었다.이때 하도진은 민하윤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는 부드럽게 물었다.“하윤아, 무슨 일 있어?”[링거를 다 맞은 후에 퇴원해도 되나요? 업무를 처리하러 회사에 가야 해요.]그녀는 재빨리 글을 적고는 간절한 눈빛으로 하도진을 바라보았다.“절대 안 돼.”하도진은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리고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질타했다.“민하윤, 업무를 처리하는 게 네 목숨보다 더 중요해? 마넬에 진료받으러 가는 것조차 미룰 만큼 중요한 거야?”민하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휴대폰을 꽉 잡고 있었다. 그녀가 마넬에 가기로 약속했다가 갑자기 무르는 바람에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졌다.하도진은 업무를 위해 진료받을 기회를 포기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열로 쓰러진 그녀가 또 업무를 보러 가겠다고 하니 화가 솟구쳐 올랐다. 병실 안 분위기는 삽시에 가라앉았고 숨이 턱턱 막혔다.하도진은 이불을 덮고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마음 한편이 점점 아팠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한편, 서명인은 창문 앞에 서서 임형섭을 힐끗 쳐다보았다.“자꾸 쳐다보지 말고 할 말 있으면 하세요.”임형섭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서명인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민하윤 씨와 무슨 사이인지 궁금해서 그래요.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알기로는 쉽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분이 아닌데 임 팀장님과는 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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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병실 안의 분위기는 삽시에 얼어붙었다. 하도진은 키가 훤칠해서 정장이 아주 어울렸다.임형섭은 그의 말에 숨겨진 뜻이 무언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민하윤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하윤아, 몸이 다 나을 때까지 푹 쉬어. 회사에 돌아가서 업무를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 알겠지?”민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을 이끄는 사람이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서명인은 기사의 연락을 받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마침 병실에서 나온 임형섭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왔다.“저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게 사실인가요?”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임형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서명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임형섭을 지그시 쳐다보았다.“하윤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알려줬어요. 혹시 하 대표가 강요한 거예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한 거죠?”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멈춘 후, 그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서명인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원하지 않는 걸 강요할 수 없어요.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잖아요.”말을 마친 서명인은 본가 아주머니가 끓인 국을 가지러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 자리에 굳어버린 임형섭은 생각에 잠겼다.‘하윤이 하도진을 좋아해서 결혼한 거란 말이야?’무언가가 떠오른 그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로비에 서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병실에 누워 있던 민하윤은 넋을 잃은 채 눈앞에 놓인 도시락을 쳐다보았다. 작은 식탁 위에 음식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그녀는 혼자 다 먹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마침 민하윤을 바라보던 그윽한 두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민하윤은 배가 고파서 숟가락을 집어 들고 밥을 먹었다.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하도진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다 네 것이니까 천천히 먹어.”그녀는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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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민하윤은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차갑게 웃더니 호출 벨을 눌렀다.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졌고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밀차를 밀고 들어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남편분은 어디에 가셨어요? 환자분은 상태가 불안정해서 보호자 없이 혼자 있으면 안 되니까 지금 연락해서 오라고 하세요. 보호자가 오면 저쪽에 와서 사인하라고 전해주시고요.”민하윤은 멈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수어로 대답했다.[조금 전에 일이 있어서 나갔어요. 저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간호사는 그녀가 말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머쓱하게 웃었다.“자세한 상황을 몰라서 실수했네요. 링거를 하나만 더 맞고 나서 호출 벨을 누르세요. 나중에 보호자가 오면 사인해도 되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요.”민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에 잠겼다. 조용한 병실에 누워 이남주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녀가 맡은 프로젝트를 인수인계한 후에 서정아에게 이번 주는 보러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인터넷에 기사가 여러 개 떴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 기사 제목을 확인한 민하윤은 두 눈을 의심했다.[촬영장에 나타난 신비로운 남자, 다친 여배우를 보살피다]민하윤은 심호흡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기사 제목을 눌렀다. 화면이 빠르게 바뀌더니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극 복장을 한 여배우를 한 남자가 안아 올리는 장면이었다. 남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매체에서 그 남자가 착용한 시계의 브랜드와 가격을 알아낸 후에 공개했다.민하윤은 전 세계에 단 세 개뿐인 이 시계를 본 적이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하도진이 착용하고 있던 시계였다.하씨 가문을 상대로 원본 사진을 공개할 수 없었던 매체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몰래 찍은 사진을 게시했지만 역시나 얼굴을 가렸다.네티즌은 복장과 소품을 통해 스카이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드라마 중에 어느 것인지 알아냈다.소설을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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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민하윤은 인상을 찌푸린 채 기사 사진을 저장하고는 기사 내용을 캡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율의 신분을 밝힌 그 댓글처럼 이 기사도 사라질 것이다.그녀는 링거를 다 맞을 때까지 버티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민하윤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깊은 잠에 들었다. 얼마 후, 서명인이 들어와서 그녀를 깨웠다.“사모님, 일어나셨어요?”서명인은 그녀가 기절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잠에서 깬 민하윤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누군가를 찾았지만 서명인 외에 아무도 없었다.“대표님께서는...”그는 민하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직접 나서야 할 일이 생겨서 급히 그쪽으로 가셨어요. 아주머니께서 지금 오고 계시니 안심하세요.”그 말에 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도진 씨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언제 와요?]서명인은 싱긋 웃고는 예의 있게 대답했다.“대표님은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바로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사모님, 걱정하지 말고 푹 쉬세요. 일을 처리한 뒤에 사모님을 뵈러 온다고 하셨어요.”얼핏 들으면 아무런 흠집도 못 찾아낼 만큼 완벽한 대답이었지만 표정만은 숨길 수 없었다.민하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서명인을 힐끗 쳐다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기사를 검색했다.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에 본 그 기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는 이 모든 게 꿈인 줄 알고 갤러리를 눌렀다.아까 저장한 기사 사진과 캡처 화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건 꿈이 아니라 하씨 가문에서 나선 결과였다.그들은 하도진의 곁에 고은율이 있든 민하윤이 있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하도진이 연예계 기사에 오르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민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심호흡하면서 감정을 추슬렀다. 그녀는 연약한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뜨거운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민하윤은 입술을 깨문 채 씁쓸하게 웃으면서 생각에 잠겼다.‘민하윤,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겠어? 네가 바라는 건 전부 욕심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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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하도진은 옷을 갈아입은 후에 긴 다리를 뻗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더럽혀진 셔츠를 바닥에 던졌다.서명인은 하도진 외의 다른 것에 눈길을 주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하윤의 상태는 좀 어때? 저녁에 밥을 먹었어?”하도진은 엄숙하게 말하면서 셔츠 단추를 두 개 풀었다. 그 말에 서명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도진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똑바로 말하지 못해?”“사모님은 제가 병실에서 나올 때까지 주무시고 있었고요.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고열에 시달려서 몸이 피곤한지 오후 내내 깨어나지 않았어요. 간호사 말에 의하면 사모님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대요. 상태를 확인하러 온 간호사가 발견하고 지혈했어요.”하도진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링거를 다 맞을 때까지 하윤 곁에 있었어야지. 왜 여기에 온 거야?”서명인은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이 이 밤중에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라고 해서 온 거잖아요. 그러게 왜 옷을 더럽힌 거죠? 사모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여자의 연락을 받아도 가지 않았을 거예요.”하도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그러자 서명인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모님 곁에는 아주머니가 계시니까 안심하세요. 마음 편하게 고은율 씨의 곁에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건가?”눈치 빠른 서명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하윤을 동정하는 건 맞지만 하도진의 비서로서 아무 말 없이 명령에 따라야만 했고 대표의 사생활에 간섭할 자격이 없었다.하도진은 뒤척이는 고은율을 힐끗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고은율이 다쳤다는 걸 하윤이 알면 안 돼.”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내일 고은율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볼 생각이야. 국군병원에 갈 수 없으니 대학 병원을 예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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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고은율은 감정이 솟구쳐 올랐고 코끝이 찡했다. 7년 동안 함께한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불을 거두고는 하도진의 품에 안겼다. 뱀처럼 천천히 옭아매면서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매끄러운 팔, 가는 허리와 길게 뻗은 다리...그녀가 목을 감싸안자 하도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고은율은 그가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고 마음을 연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벨트를 풀려고 할 때 하도진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도진아,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래. 너는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잖아.”고은율은 말하면서 그의 손을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7년 동안 그녀의 곁을 지켜준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도진아,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네가 나를 먼저 배신했잖아.”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은율은 울먹이면서 하도진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7년이나 만났지만 너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잖아. 네 곁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7년을 너에게 바쳤어. 그런데 어떻게 다른 여자랑 결혼할 수가 있어?”“고은율, 너에게 빚진 걸 하나씩 갚고 있잖아. 네가 원하는 걸 들어주었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었어.”하도진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물었다.“촬영하다가 우연히 다친 거야? 아니면 네 계획인 건가?”하도진은 그녀의 연기에 속을 만큼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7년 동안 사귄 정을 봐서라도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그 말에 고은율은 피식 웃더니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다 알면서 왜 묻는 거지?”“대역 배우가 있었지만 직접 연기하겠다고 나섰다가 다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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