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님, 강동에 비어 있는 상업용 부지가 하나 있습니다. 회장님은 이 바닥에서 연륜도 깊고, 명성도 있으시고, 아는 분들도 많으시잖아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매수자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하도진이 가볍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그 순간, 이준호의 눈이 번쩍 뜨였다.“하 대표님, 정말 그걸 내놓으시겠다고요? 강동 땅은 지금 시세가 있어도 값이 없는 곳입니다. 이 2년간 정책만 봐도... 돈이 있어도 못 사요.”“네. 에스티 그룹의 상권은 주로 화북과 동남 연해 쪽에 집중돼 있습니다. 강동 그 부지는 당장 활용도가 없어요.”하도진은 잔 속의 짙은 석륫빛 와인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 셔츠 칼라를 살짝 당겼다.태유 은행은 전국 주요 도시마다 지점을 두고 있지만 유독 강동에는 땅이 워낙 희소해 상업용 부지가 이미 다 나뉘어 있었다. 지점을 꼭 내고 싶다던 이준호에게, 하도진이 베개를 내민 셈이었다. 공짜로 줄 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이준호는 흥분한 얼굴로 임형섭의 어깨를 탁하고 두드렸다.“임 팀장, 요즘 일은 잠깐 내려놔. 어디 가서 임 팀장만큼 괜찮은 남자를 찾겠어. 그냥 휴가라고 생각해.”이준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말을 이어갔다.“하 대표님은 우리 은행의 최상위 고객이고, 신용대출 부서의 직원들도 다 임 팀장이 키워낸 사람이잖아. 그런데 불안할 게 뭐가 있어? 방송 한 번 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 권한도 좀 내려줘. 밑에 애들한테 기회도 주고 말이야.”임형섭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천천히 쥐었다.솔직히 임형섭은 굳이 이런 굴욕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이 일자리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었고, 아버지는 몇 번이고 집에 와서 가업을 물려받으라고 설득해 왔다.임형섭은 당연히 거절하고 돌아설 수 있었다.하지만 임형섭은 그러지 않았다.잠시 침묵한 뒤, 임형섭은 와인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습니다. 하 대표님, 그리고 진 대표님,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유, 별말씀을요. 출연료는 절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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