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섭은 코트 주머니를 한 번 더 더듬었다. 담배 한 개비라도 꺼내 물고 싶었다. 사실 임형섭은 담배가 타는 냄새를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남이 피우는 담배 냄새조차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차는 다시 빗속으로 들어갔고, 두 사람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르네 별장 앞까지 왔다.와이퍼가 미친 듯이 흔들렸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던 민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하윤아, 우산...”임형섭이 민하윤을 불러 세우더니 우산을 건네며 애써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여기까지만 데려다줄게. 밖에 바람도 세고 비도 많이 와. 조심해서 들어가.”어른이 된 뒤로는 어떤 말은 끝까지 꺼내지 않아도 다 알아듣게 된다.민하윤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차 안의 희미한 조명이 민하윤의 얼굴에 내려앉자, 민하윤은 유난히 더 예뻐 보였다.임형섭은 딱 한 번만 민하윤을 더 바라보고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정면만 똑바로 바라봤다. 창밖의 거센 빗줄기를 핑계 삼아 더는 보지 않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민하윤이 문을 여는 순간, 바람을 타고 퍼붓는 빗방울이 비스듬히 들이치며 민하윤이 걸친 코트까지 단번에 적셔 버렸다.민하윤은 잠깐 멈칫하더니, 몸에 걸친 임형섭의 코트를 벗으려 했다.임형섭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이더니 끝내 못 참고 말했다.“그냥 입고 가. 하윤아, 비가 너무 많이 와. 천천히 들어가고...”민하윤은 오른손을 들어 엄지를 아래로 한 번 접었다.[고마워요.]임형섭은 민하윤이 우산을 펼치는 순간, 더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하윤아, 난 늘 여기 있을 거야. 너만 원한다면, 네가 손가락 한 번만 움직이면 난 다시 네 곁으로 갈 수 있어. 네가 하도진을 사랑하든 아니든, 난 상관없어.”민하윤은 빗속에 선 채, 차 안의 임형섭을 내려다봤다.비가 종아리를 적셨고 발밑 물웅덩이는 가느다란 발목까지 차오를 만큼 빗물을 머금고 있었다.민하윤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그렇다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임형섭이 먼저 시선을 거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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