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 씨가 내 말을 믿어 줄까?’민하윤은 입술을 깨문 채, 제 위에 올라탄 하도진을 가만히 바라봤다.몇 초쯤 지났을까.민하윤은 손을 들어 하도진의 어깨를 밀었다.“또 왜 그러는 거야?”하도진은 속으로 화가 끓어오르는 걸 억눌렀다. 애써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입꼬리를 축 내린 채 말했다.“나도 최대한 좋게 말하고 있잖아.”민하윤은 몸을 곧게 세우더니, 천천히 몸에 걸친 젖은 코트를 벗기 시작했다.하도진은 그 모습이 묘하게 웃겼다. 자세를 고쳐 앉은 하도진은 민하윤이 옷을 벗는 걸 빤히 바라봤다. 마음속에 치밀어오르던 분노도 서서히 가라앉았다.“오늘은 꽤 적극적이네. 그런데 네가 먼저 안긴다고 해서 내가 넘어갈 것 같아?”민하윤은 속으로 피식 비웃었다.하도준은 정말 끝내주게 재수 없는 자뻑 덩어리였다.어차피 입 밖으로 욕한 것도 아니었다. 민하윤은 임형섭에게 빌린 코트를 가지런히 접어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민하윤은 지금 당장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싶었고 따뜻한 음식도 좀 먹고 싶었다.며칠 전부터 SNS는 명원시 봄꽃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거래처 사람도, 직장 동료도, 요가 학원 선생도, 다들 꽃 사진을 올렸다.4월의 맑은 날, 공원에는 꽃이 한창이라고 했다.간병인 서정아도 사진을 보내왔다. 휠체어에 앉은 민하윤의 양아버지가 길게 늘어진 가지 끝마다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한 줌을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민희수도 SNS에 사진을 올렸다.이제는 배가 제법 커진 모습이었다. 다만 얼굴빛은 전보다 좋지 않았고, 웃음도 억지스러웠다.임신해서 힘든가보다 싶었지만 민하윤의 관심은 거기까지였다.민하윤은 성녀가 아니었다. 민희수가 잘살든 못살든 이제 민하윤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민하윤은 더 이상 민씨 가문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꽃이 겨우 며칠 피었다 싶더니, 명원시의 기온은 하루 만에 뚝 떨어졌다.억수 같은 비에 차가운 바람까지 몰아쳤다.민하윤은 오늘 하루가 반평생을 산 것처럼 길었다.기분은 롤러코스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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