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진의 눈빛은 알 수 없을 만큼 깊었고 눈 밑으로 핏빛이 서서히 번졌다.주민혁의 그런 말을 듣는 순간, 하도진은 가슴속의 어딘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하도진은 주민혁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쥐고 주먹을 말아 쥔 채 미친 사람처럼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넌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고은율은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고 얼굴에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은율은 하도진이 마치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걸 건드린 사람처럼 주민혁에게 정말 손을 봐주지 않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사람을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친 뒤 느릿하게 넥타이를 풀었다.그러더니 주먹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하도진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가득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번호 하나를 눌렀다.하도진의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담담했다.“도련님, 바쁘십니까? 와서 동생 시신이나 수습하시죠.”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상관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 버린 하도진은 발끝으로 피범벅이 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주민혁을 한 번 툭 건드렸다.하도진은 길게 숨을 내쉰 뒤, 고은율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등을 돌렸다.그대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도진아.”고은율은 넋이 나간 얼굴로 하도진을 불렀다.고은율의 목소리는 몹시 떨렸고 공포와 울음이 뒤섞여 있었다.“도진아, 또 네가... 날 구해 줬네.”하지만 하도진의 마음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아주 오래전 어느 날, 하도진 역시 혼자 룸 안으로 뛰어들어 처참하게 짓밟히던 고은율을 구해 낸 적이 있었다.“고은율,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려고 해.”고은율은 눈물을 쏟아 내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맨발로 바닥을 딛자 고은율의 하얀 발가락에는 피가 묻었다.고은율은 하도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끝까지는 안 갔어. 나 당하지는 않았어. 도진아, 제발 날 버리지 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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