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섭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민하윤이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틈을 타 다시 물었다.“왜 안 되는 건데?”“저랑 선배는 순수한 전우애예요. 누구도 우리 사이를 더럽히면 안 돼요. 그게 저라도 안 돼요.”민하윤은 정말 취한 모양이었다.턱을 괸 채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긴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임형섭의 마음은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끝내 임형섭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임형섭은 직원을 불러 계산을 마치고 유모차를 좀 밀어 달라고 부탁한 뒤, 애들린을 먼저 차에 태워 보냈다.도착한 대리기사가 유모차를 트렁크에 실었다.“괜찮아?”임형섭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민하윤에게 물었다.민하윤도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기에 임형섭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애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난 몇 잔 안 마셨어. 이모한테도 이미 연락해 뒀어. 수키가 집에 가면 이모가 잘 돌봐 주실 거야. 돌아가는 데 20분도 안 걸려. 날 신경 쓰지 마.”차창에 몸을 기대고 있는 애들린의 얼굴은 살짝 붉었지만 아직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상태는 아니었다.임형섭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쪽 카시트에 앉아 있는 수키를 한번 바라봤다.“그럼 집에 도착하면 꼭 문자 보내 줘.”“응. 잔소리 좀 그만하고 얼른 올라가서 하윤 씨나 챙겨.”애들린은 그러다 문득 말을 멈췄고 미간을 좁히더니 낮게 말했다.“하윤 씨의 마음은 돌덩이 같아. 진짜 데우기 어렵네. 형섭아, 이제 포기해. 너 자신도 좀 놔두고...”그 말에 임형섭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저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대리기사에게 건네며 말했다.“두 사람을 집까지 잘 부탁드립니다.”임형섭은 제자리에 선 채 차가 점점 멀어지는 걸 바라봤다.그리고 끝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다시 룸으로 돌아온 임형섭은 민하윤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하윤아, 괜찮아? 내가 데려다줄게.”그러자 민하윤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볼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대로 임형섭이 허리를 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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