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현이 민하윤을 찬찬히 뜯어보니 확실히 예뻤다.브랜드조차 눈에 띄지 않는 여성용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디자인은 단정하고 무난했다. 드러난 건 길고 하얀 목선뿐이었고 셔츠에 달린 리본 끈이 바람을 타고 가볍게 흔들렸다.갓 물에서 건져 올린 연꽃 같은 아름다움이었다.민하윤은 요염하지만 천박하지 않았고 눈매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으며 몸은 가늘었지만 굴곡은 또렷했다.가슴도 엉덩이도 빠지는 데가 없었다.예전에 하도진이 고은율과 연애하던 시절, 구이현은 질투로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래서 사람까지 시켜 고은율의 사진을 한 무더기나 구해 왔다.고은율은 청순한 얼굴, 문예 영화 주인공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여자였다.구이현은 고은율을 흉내 내며 흰 셔츠와 긴 원피스를 잔뜩 샀다.머리도 길렀고 일부러 조용하고 얌전한 척 굴었다.그 시기 사람들은 하나같이 구이현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며 놀렸다.영락없는 모범생이 된 것 같았다.구이현은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반쯤 묶었다.부드럽고 단정해 보이도록, 딱 고은율 같은 느낌이 들도록 자신을 꾸몄다.그리고 일부러 하도진의 앞에 자꾸만 얼굴을 비쳤다.하지만 하도진은 그저 한마디했을 뿐이었다.“우리 이현이 다 컸네. 이제 꾸밀 줄도 알고 말이야.”그 뒤로 구이현은 고은율의 다른 얼굴도 직접 봤다.검은 가죽 재킷에 짧은 치마, 더 이상 곧게 내려오는 긴 생머리도 아니었다. 알록달록한 끈으로 묶은 록 스타일 땋은 머리, 손끝에는 가느다란 여성용 담배가 끼워져 있었다.옥상 난간에 기대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에는 청순하고 문예적인 분위기라고는 눈곱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래서 구이현은 자신의 용돈으로 담배를 샀고 방에 틀어박혀 고은율을 흉내 냈다.그땐 너무 어렸고 철도 없었다.고은율처럼만 하면 하도진이 자기를 좋아해 줄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다.반항적인 여자가 되는 데 딱 한 걸음만 남은 셈이었다.그대로 담배를 입에 문 구이현은 그제야 라이터를 안 샀다는 걸 깨달았다.고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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