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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사랑한다고 말해줘: Kabanata 611 - Kabanata 620

663 Kabanata

제611화

구이현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넋이 나간 얼굴로 술을 연달아 들이켰다.“아가씨, 잠깐만요!”백누리는 선글라스를 확 벗고 구이현의 술잔을 빼앗았다.“술을 누가 그렇게 마셔요!”구이현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눈가도 붉어진 채 무거운 고민에 잠긴 모습이었다.백누리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민하윤과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았다.“혹시... 무슨 일 있어요?”구이현은 두 사람이 한눈판 사이 도수가 높은 칵테일을 몇 잔이나 연거푸 마신 상태였다.특별히 제조한 칵테일이라 해도 알코올 도수가 낮은 건 아니었다.큰 잔으로 여러 잔을 비웠으니 벌써 취기가 오를 만했다.민하윤은 남의 사생활을 굳이 캐묻는 성격이 아니었다.구이현 같은 재벌 가문의 아가씨는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을 것이다.말하고 싶으면 누가 막아도 입을 열었을 테고 말하기 싫다면 아무리 추궁해도 입을 열 리가 없었다.민하윤은 백누리를 향해 살짝 고개를 저었다.더는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그런데 구이현이 갑자기 날을 세웠다.“제 사생활에 대해 캐묻지 마세요. 지금 속으로 엄청 통쾌하시죠?”구이현은 붉어진 눈으로 민하윤을 바라봤다.“술 몇 잔 사 줬다고 우리가 친구라도 된 줄 알지 마세요. 민하윤 씨, 알고 있나요? 전 사실 민하윤 씨를 싫어해요!”감정이 한꺼번에 터진 구이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어깨를 가늘게 떨며 그동안 속에 쌓아 둔 말을 쏟아 냈다.그러자 백누리는 그대로 굳었다.구이현을 바라봤다가 다시 민하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왜?”백누리의 얼굴이 금세 굳었다.백누리는 워낙 친구를 감싸는 성격이었고 구이현은 민하윤이 데려온 사람이니 당연히 서로 친구인 줄 알았다.그런데 구이현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자 화가 치밀었다.백누리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탁 쳤다.“하윤이가 싫다고요?”“네! 왜 모든 사람이 다 저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데요?”순간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민하윤의 얼굴이 잠시 하얗게 질렸다.하지만 이내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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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백누리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기에 몇 병을 마시고도 정신은 또렷했다.하지만 분위기가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쪽으로 흐르자 먼저 자리를 뜨자고 했다.“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고 남은 술은 명원시로 돌아가서 다시 마시자고요.”그러자 구이현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싫어요. 두 분 중 한 분은 몇 잔 마시지도 않았고 한 분은 아예 입에도 안 댔잖아요!”구이현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분명 취할 때까지 마신다고 했으면서 둘이서 저를 놀리는 거죠?”그 순간, 백누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백누리는 예전에 한 술자리에서 이 제멋대로인 구이현을 본 적이 있어 집안과 배경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백누리는 아직 그렇게 빨리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입지를 다지는 것도 중요했지만 자본가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 또한 암묵적인 생존법칙이었다.백누리는 지금 구이현이 자기편인지 적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평소 성격대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민하윤의 표정도 묘해졌다.그때 휴대폰 신호가 돌아왔는지 연달아 진동했다.화면을 켜자 문자가 폭포처럼 쏟아졌다.[민하윤, 위치 보내.][이렇게 늦었는데 사람 걱정 좀 안 시키면 안 돼?][내가 데리러 갈게. 왜 셋이서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어?]라운지 바 안은 너무 시끄러워 사람 말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민하윤은 한참 고민하다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조용한 곳에서 하도진에게 연락할 생각이었다.문을 나서자 바로 해변과 바다가 펼쳐졌다.한여름 밤에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민하윤의 옷자락을 부드럽게 흔들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고 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는 듯했다.그래도 수화기 너머로 가빠진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저희 해변가 라운지 바에 있어요. 아까 호텔에서 500미터밖에 안 떨어졌어요.”민하윤은 최대한 차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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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민하윤은 겨우 마음을 놓았지만 그 순간 남자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들어 백누리의 긴 머리채를 움켜잡았다.“고상한 척은 왜 하는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내 눈에 든 걸 영광인 줄 알아야지. 얌전히 모셔. 내 기분만 잘 맞춰 주면...”백누리는 어금니가 부서질 만큼 이를 악물었다.다급해진 백누리는 손에 든 술병을 옆 테이블에 내리쳤다.“쨍그랑!”그 순간, 남자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백누리가 이렇게까지 거칠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말까지 더듬었다.“너... 너 함부로 움직이지 마!”민하윤은 누구보다 백누리를 잘 알았다.백누리는 정말 화가 나면 못 할 짓이 없는 사람이었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민하윤은 자기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앞으로 뛰어들어 백누리의 손에서 깨진 술병을 빼앗았다.“진정해. 이런 인간 때문에 네 앞날까지 망치면 안 돼.”백누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가슴이 크게 들썩였고 분노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남자는 그동안 백누리가 들고 있던 깨진 병을 경계하고 있었다.하지만 위험한 물건이 사라지자 다시 기세등등해졌다.음흉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위아래로 훑었다.“이야, 오늘 운이 제대로 터졌네. 하룻밤에 미녀를 셋이나 만났는데 하나같이 예쁘네.”남자는 갑자기 다가와 희롱하듯 손가락으로 민하윤의 턱을 쓸었다.그 순간, 백누리는 완전히 폭발했다.욕설을 내뱉으며 거추장스러운 가발을 확 벗어 던지고 곧장 달려들어 남자의 뺨을 두 차례 후려쳤다.“오늘 네 그 더러운 입을 찢어 버릴 거야!”“이 미친년이 좋게 대해 주니까 지랄하네.”하지만 남자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남자가 손짓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덩치 큰 남자 서너 명이 나타나 세 여자의 퇴로를 빙 둘러막았다.민하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본능적으로 손으로 배를 감싸며 주위를 살폈다.현장은 이미 엉망이었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었다.덩치 큰 사내들이 진작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쫓아낸 뒤였다.“여행 온 외지인들이지? 내가 누군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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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그 순간, 남자는 멈칫했다.조명 아래에서 백누리의 얼굴을 다시 자세히 뜯어봤다.유진표는 백누리가 어딘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떠올리려니 누구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네가 누군데?”“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기든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리고 이 일을 트위터에 전부 폭로할 거야.”백누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쏘아붙였다.“네가 이 동네에서 힘 좀 쓰는 인간이든 재벌 2세든 상관없어. 네 힘으로 이 일을 덮을 생각은 하지도 마.”백누리는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었다.유진표는 정말로 백누리의 기세에 눌렸는지 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하지만 유진표의 얼굴빛은 눈에 띄게 험악해졌다.“대체 네가 누군데? 겁주려고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 걸 내가 왜 믿겠어? 네가 지금 지어내는 건지 누가 알아?”“그럼 지금 당장 휴대폰 꺼내서 내 이름을 검색해 봐!”그러자 유진표는 바로 비웃었다.“좋아. 어디 한번 검색해 보지. 이름이 뭔데?”민하윤의 얼굴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상황이 급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건 알았다.정체를 밝히면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셈이었다.조금이라도 수완이 있는 사람이라면 악의적인 기사를 돈 주고 퍼뜨리거나 여론을 조작해 백누리를 압박할 수 있었다.술집 CCTV 일부를 앞뒤 맥락 없이 편집해 퍼뜨리기라도 한다면 백누리의 연예계 생활은 완전히 끝날 수도 있었다.민하윤은 눈을 크게 뜨고 백누리를 향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충동적으로 정체를 밝히지 말라는 뜻이었다.“백...”백누리가 미처 이름을 다 말하기도 전이었다.두 남자가 골프채를 들고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레이저 조명이 두 사람의 몸 위로 어지럽게 스쳐 지나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도련님, 저놈들이 골프채로 우리 애들을 다 때려눕혔습니다. 한 놈은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 어떡할까요? 일단 빠질까요?”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얼굴은 퉁퉁 붓고 멍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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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내가 오늘 저놈을 혼내 주는 걸로 끝낼 생각이 없다면 어쩔 건데?”하도진이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 올리자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선명한 살기까지 어려 있었다.송지훈은 하도진의 눈빛에 압도되어 그만두라는 말을 조용히 삼켰다.민하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하도진은 차가운 빛을 내는 골프채를 끌며 한 걸음씩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도진 씨,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 저런 인간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요!”민하윤은 재빨리 달려가 하도진의 손을 붙잡고 골프채를 살며시 빼냈다.하도진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진도의 여름밤이 비교적 선선하다고 해도 사람의 손이 이토록 차가워질 정도는 아니었다.송지훈은 그제야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스럽게도 이제는 하도진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송지훈은 성큼 다가가 구이현의 얼굴에 남은 눈물을 애틋하게 닦아 주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이제 괜찮아.”구이현은 눈을 내리깔았다.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두려움과 불안이 한순간 서러움으로 변해 눈물처럼 쏟아졌다.구이현은 어깨를 쉴 새 없이 떨며 작게 흐느꼈다.“너무 무서웠어요... 왜 더 빨리 안 왔어요?”송지훈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구이현을 품으로 끌어안았고 자책감에 목소리마저 잠겼다.송지훈은 구이현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 숨을 고르게 해 주며 달랬다.“이제 괜찮아. 내 잘못이야. 내가 더 일찍 와야 했어.”송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약속했다.“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내가 약속할게.”백누리는 엉망이 된 머리를 어색하게 정리했다.결국 이 자리에서 혼자 짝이 없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민하윤은 죄책감에 하도진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어쩔 줄 모르고 서서 손에 들린 차가운 골프채만 가만히 쓸어내렸다.곧 술집 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현장으로 뛰어 들어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연행했다.민하윤 일행도 경찰서로 가서 진술해야 했다.한밤중 내내 시달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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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기사가 차를 출발시키자 차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은은한 향기만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민하윤은 창문에 기대 잠이 들었다.작은 머리가 꾸벅꾸벅 흔들리다가 금방이라도 유리창에 부딪힐 것 같던 순간, 커다란 손이 민하윤의 옆얼굴을 부드럽게 받쳤다.“기사님, 천천히 가세요.”하도진은 조심스럽게 민하윤의 얼굴을 받친 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러자 차의 속도는 서서히 줄었고 움직임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하도진은 손이 저렸지만 자세를 바꾸지 않고 민하윤의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봤다.손바닥만 한 얼굴이 안쓰러울 만큼 야위어 있었다.얼마 뒤 차는 두 사람이 묵고 있는 호텔 분수 광장 앞에 부드럽게 멈췄다.“하 대표님...”“쉿.”하도진은 곧바로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고 그러고는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먼저 들어가서 쉬세요.”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민하윤이 몸을 살짝 움직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그 순간, 하도진은 차가운 얼굴로 손을 거뒀다.민하윤은 영문을 몰라 창밖을 바라봤다.두 사람은 이미 호텔에 도착해 있었다.“미안해요. 잠들었네요.”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민하윤은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양쪽 볼의 온도가 달랐다.창가 쪽 볼이 유난히 따뜻했다.‘방금 눈을 떴을 때 도진 씨가 손을 거두는 것 같았는데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민하윤이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왼쪽 차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그러자 민하윤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창밖을 바라봤지만 짙은 색의 창문 유리 너머로 보이는 건 키 크고 마른 뒷모습뿐이었다.“아직도 화났네. 전생에 뭐였을까? 화를 왜 이렇게 계속 내는 거지?”민하윤은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잘못한 건 자신이었으니 민하윤은 얼른 차에서 내려 하도진을 따라갔다.“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하지만 하도진은 듣지 못한 사람처럼 아무 표정 없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층수가 천천히 1층에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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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민하윤은 엘리베이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도진의 한쪽 손이 문 가장자리를 단단히 막고 있었고 손등 위로는 푸른 핏줄이 선명하게 솟아 있었다.민하윤이 고개를 들자 하도진의 깊고 새까만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방금 엘리베이터 문을 막아 준 사람은 하도진이었다.민하윤은 찔리는 마음에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갑자기 뻔뻔하게 하도진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자신이 없어져 민하윤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런데 겨우 반걸음 물러났을 뿐인데 허리를 감싼 하도진의 팔이 민하윤을 세게 끌어당겼다.민하윤은 그대로 하도진의 품에 안겼고 커다란 두 손에 단단히 붙들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왜 피해?”하도진은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방금은 엘리베이터 문에 끼여도 내 뒤를 따라오겠다는 기세였잖아. 하윤아, 태도 바뀌는 게 책장 넘기는 것보다 빠르네.”새까만 속눈썹을 내리깐 하도진은 시큰둥한 얼굴로 민하윤을 빤히 바라봤다.그러다가 하도진은 일부러 팔에 힘을 풀었다.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던 민하윤은 다급히 하도진의 목을 붙잡았다.그러자 민하윤은 마치 살길이라도 붙든 사람처럼 매달리며 짧은 비명을 흘렸다.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맞닿았다.그 순간, 민하윤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 하도진의 뺨을 살짝 스쳤다.찰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닿았던 피부는 불에 덴 듯 간질거리면서도 화끈거렸다.하도진은 싸늘하게 민하윤을 흘겨보며 말했다.“똑바로 서. 언제까지 날 안고 있을 생각이야?”민하윤은 그제야 민망한 얼굴로 상황을 깨닫고 곧바로 팔을 풀었다.하도진은 속으로 실망했다.정말 놓으라고 했다고 민하윤이 바로 자신을 놓을 줄은 몰랐다.마음 한편으로는 민하윤이 무슨 말이라도 하며 자신을 달래 주길 기대했다.하지만 민하윤은 입술만 달싹였을 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하도진은 더욱 화가 났고 얼굴빛은 전보다 더 차갑게 굳었다.엘리베이터가 멈추자마자 하도진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뒤에 있는 민하윤이 따라오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민하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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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하도진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현관 쪽에 놓인 면도기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민하윤은 눈을 번쩍 떴다.욕실에서 세차게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는 순간 민하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나도 참 한심하네. 대체 뭘 기대한 거야?’성욕 앞에서는 누구나 이성을 잃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남자든 여자든 똑같았다.민하윤은 마른침을 삼키고 얌전히 통유리창 옆 소파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의 물소리가 멈췄고 하도진은 헐렁한 가운을 걸친 채 밖으로 나왔다.이마 위로 흘러내린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하도진은 마른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털고 침대에 팔다리를 벌린 채 드러누웠다.혼자서 침대 절반 이상을 차지한 뒤 곧바로 방의 불을 껐다.침대 옆에 놓인 스탠드 하나만 희미한 노란빛을 내고 있었고 어둠을 간신히 밝히는 정도였다.민하윤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냥 나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계속 남아 있기도 어색했다.혼자 말없이 앉아 있자 민하윤은 점점 졸음이 밀려왔다.결국 용기를 내 헛기침을 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침대에서 자도 돼요?”스위트룸 안은 무서울 만큼 조용했고 하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허락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민하윤은 그 침묵을 허락으로 받아들였다.조심스럽게 겉옷을 벗고 침대 반대편에 누웠다.하도진은 일부러 등을 돌린 채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막상 침대에 눕자 민하윤의 잠이 달아났다.민하윤은 손을 뻗어 하도진의 등을 살짝 찔렀다.“잤어요?”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민하윤은 다시 몸을 뒤집어 천장을 바라보고 반듯하게 누웠다.희미하게 어두운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잔잔한 숨소리만 들렸다.괜히 말을 걸었다 싶어진 민하윤은 다시 몸을 돌렸다.두 사람은 서로 등을 진 채 침대 양쪽 끝을 차지해서 누웠다.가운데에는 넘을 수 없는 국경이라도 놓인 듯 넓은 공간이 비어 있었다.아직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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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하도진은 이불을 걷어 내고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러자 민하윤은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자기 앞에 선 남자를 올려다봤다.“그만 울고 자.”하도진은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며 몸을 숙여 민하윤을 안으려 했다.하지만 민하윤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하도진을 피했다.“싫어요. 오늘은 도진 씨랑 같이 안 잘 거예요. 오늘 일은 제가 이미 사과했는데 왜 계속 물고 늘어져요? 언제까지 제 잘못만 붙잡고 있을 건데요? 오늘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민하윤은 서럽게 눈물을 쏟았다.임신으로 호르몬이 불안정해서인지 감정이 북받치자 민하윤은 어깨와 손까지 들썩였다.그 모습을 보고 크게 당황한 하도진은 얼른 자세를 낮춰 민하윤 앞에 쪼그려 앉고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 줬다.“숨을 크게 쉬어. 일단 진정하고.”자신을 좀 달래 줬으면 하고 내심 기다렸는데 정작 지금은 반대로 자기가 민하윤을 달래며 용서를 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순서가 뒤바뀐 것 같았다.“같이 안 잘 거예요. 저한테 화도 내고 말도 안 하고 저를 무시했잖아요!”민하윤은 버텨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결국 하도진은 민하윤을 번쩍 안아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하도진은 자기 베개를 민하윤의 머리 밑에 받쳐 주고 이불까지 끌어 올려 덮어 줬다.“도진 씨는 평생 실수 안 할 자신 있어요? 왜 사람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해요? 제가 공기예요?”생각할수록 서러워진 민하윤은 팔뚝으로 눈을 가린 채 작게 흐느꼈다.그러자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 베개를 적셨다.하도진은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고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너 정말 물로 만들어졌어? 눈물이 어떻게 끝도 없이 나오는 거야?”민하윤은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서러운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 계속 눈물만 흘렸다.하도진은 전에 인터넷으로 알아본 적이 있었다.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입맛도 자주 바뀌며 사람마다 반응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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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하도진은 이미 참을 수 있는 한계까지 온 상태였기에 결국 이불을 확 걷어 내고 욕실로 들어갔다....다음 날 아침.민하윤은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눈이 부신 햇빛에 잠에서 깼다.몸을 뒤척이며 습관처럼 옆 사람을 끌어안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민하윤은 불만스럽게 웅얼거리다가 잠이 덜 깬 눈을 번쩍 떴다.침대 반대편은 텅 비어 있었고 시트도 마치 아무도 눕지 않았던 것처럼 반듯했다.민하윤은 지난밤의 일을 곰곰이 떠올렸다.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하도진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침대로 안아다 준 일이었다.그 후로 서러운 마음에 몇 마디 불평했던 것 같고 그다음부터는 너무 졸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민하윤은 손을 뻗어 반듯한 옆자리의 시트를 만져 봤다.그러더니 곧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겨 입고 그의 스위트룸을 나섰다.자기 방으로 돌아온 민하윤은 다시 이불을 걷고 침대 안으로 파고들었다.민하윤은 한숨 더 잘 생각이었다.진도에서의 업무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남은 며칠 동안 회사에서는 해변에서 단합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민하윤은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는 게 딱히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렇게 반쯤 잠에 빠졌을 때 전화 한 통이 민하윤을 꿈에서 깨웠다.“하윤 언니, 오후 4시에 해변 집합이에요. 꼭 비키니를 입고 와야 해요!”수화기 너머로 이남주의 잔뜩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민하윤은 잠에 취한 채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오전 10시요. 아직도 안 일어났어요?”이남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신이 나서 떠들었다.“됐어요. 오후에 다시 전화해서 깨워 드릴게요. 대신 비키니는 진짜 꼭 입고 와야 해요! 안 가져왔으면 제가 빌려줄게요. 새빨간 비키니가 좋아요? 아니면 바비 핑크색 오픈백으로 할래요?”민하윤은 고개를 저었고 너무 졸려 더는 견딜 수 없었다.“저 안 가면 안 돼요?”“안 돼요!”이남주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그러면 오후 2시에 제가 방문 두드리러 갈 거예요!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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